미국의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과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연한 만남, 두 시인은 모두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오히려 너 때문이라고 비난받았던 상처를 가지고 있다. 비숍은 헤어진 이후 자살한 연인, 리치는 자신의 동성애를 깨닫고 이혼을 요구하자 자살한 남편을 가진 그래서 그 각각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떠안아버린 사람들이다. 이 둘이 어느 날 함께 자동차를 타고 4-5시간 거리의 여행을 하게 되었고, 그 시간 동안 두 사람이 무슨 말을 서로 나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서로를 온전히 이해했다는 것이다. 


소설 <자두>는 바로 그 이해의 이야기이다. 소설 속 가족은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가족이다. 다정한 시아버지, 사랑해서 한 결혼, 그리고 다정하고 나의 결정을 존중하는 남편, 그리고 가족에 최선을 다하는 나. 그들은 정말 다정한 가족이다. 내 옆에 이런 가족이 있다면 부러워할 그런.....그런데 정말 그럴까? 각자의 내면까지 모두 다정할까?


  나는 이 글에 나오는 시아버지처럼 섬망이 오거나 또는 치매에 걸릴게 두렵다. 그것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폐를 끼칠 것도 두렵지만, 내가 살아오는 동안 내 안에 꾹꾹 눌러두었던 나쁜 감정들, 아니 겉으로 늘 이성적인 척, 합리적인 척, 거기다 가끔은 착한 척까지 하면서 꾹꾹 눌러두었던 나의 진짜 솔직한 내면을 다 까발릴까 봐 겁난다. 그럼으로써 나라는 인간의 존엄이 무너질 것이 겁난다. 소설 속 화자의 시아버지는 섬망이 생기면서 그 내면이 비로소 드러난다. 세상에서 제일 빛나는 내 박사 아들을 열쇠 3개도 안 가져오면서 빼앗아가 버린 '도둑년' 섬망 중에도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간병인이 자꾸 내 양복을 훔쳐간다고 도둑년이라고 말하는 그 본심이 자신으로 연결됨을 며느리인 화자는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며느리로 좋은 아내로 살고 싶었던 화자는 때때로 들던 '지은 죄도 없이 용서를 받는 기분'의 정체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가족의 평화는 사실은 시아버지와 남편의 선의에 의해서, 그들이 속마음을 감추고 나를 봐주어서 만들어진 평화였고 행복이었음을.... 그 선의는 시아버지의 병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대립에 대한 남편의 외면을 가장한 시아버지 편들기에 의해서 깨진다. 이는 결국 한국적 가부장제의 공고한 결합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아니 화자인 나는 산산이 깨지는데 이미 우위에 있던 시아버지와 남편은 나의 깨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이해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서열 관계에서 위에 있는 이들이 여태 까지 베풀었던 시혜를 좀 거두겠다는데 뭐라 하겠는가?  그들로서는 어리둥절할 것이다. 여태 까지 우리가 너한테 얼마나 관대했는데 너는 이 정도도 이해 못 하냐라는 생각이 들 테니까.....


  앉은 자리가 다르면 생각하는 법도 달라진다. 우위에 있고 시혜를 베푼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결코 알 수 없는 감정이 있다. 당신들과 내가 평등하지 못하고 나는 항상 당신들이 보기에는 모자란 인간이고, 베품을 받아야 했던 인간으로 늘 지은 죄도 없는데 용서를 받는 그런 기분을 느껴야 했던 사람이 가지는 모멸감과 자존감의 상처들 말이다. 가부장제 자체가 잘못되었기에 그 체제에 부합하는 것은 가장 선한 사람일지라도 결국 타자를 억압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알려준다. 엘리자베스 비숍과 에이드리언 리치가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던 자신들의 상처를 오직 서로에 의해서만 이해 받을 수 있었던 순간이 있었듯, 화자인 은아의 상처는 간병 도우미였던 영옥씨와의 순간에 잠시 이해받을 수 있었을 뿐이다. 


  이주혜 작가의 첫 소설인 <자두>는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없다고 생각하는 가부장제가 여전히 얼마나 여성의 삶을 옭아매고 있는지, 돌봄노동이라는 것이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지, 병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우리가 사랑이라 주장하는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얄팍한 껍데기인지... 이 소설을 읽은 이들은 소설의 어느 부분을 가지고도 자신을 대입시켜 얘기할 수 있을 듯하다. 






  작가들에게 있어 첫 작품이란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본다. 어떤 작가든 첫 작품은 사실 짧은 기간에 쓴게 아니라 그가 살아온  모든 시간만큼 두고 두고 곱씹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어쩌면 그의 전 생애를 건 작품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첫 작품이 그의 가장 뛰어난 작품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게 아닐까싶은거다. 이주혜 작가의 첫 작품인 <자두>는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글에 이렇게 다양한 감정과 섬세한 감정의 결을 모두 녹여낼 수 있었을까하며 감탄하게 한다. 그러나 다음으로 나온 단편집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는 하고싶은 얘기는 많은것 같지만 정작 글로 써 낼때는 내가 하고싶은 얘기가 뭐였지 혼란스러워하는 그런 모습이라면 너무 박한 평가일까?  하고싶은 이야기와 소재와의 괴리감 그리고 공감부재, 독자로서 내가 느끼는건 정말 딱 이런 감정이다.


단편 '오늘의 할 일'의 봄, 여름, 가을 자매들은 잔인했고, 그 잔인함으로 오래도록 고통스러워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전혀 그녀들을 이해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집'의 부부 역시 그들이 왜 그런 삶을 선택했는지 공감할 수가 없었고, 누구의 입장에도 공감이 되지 않았다. 자식의 위기를 무시하고 해외로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는 엄마도, 그런 아내를 비난하는 아이의 아빠도 -아빠에게는 당연히 그럼 아빠인 너는 뭘 했느냐고 물어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지나치게 현실성이 없는 캐릭터라는 느낌이다. 그럴듯하지 않은 이야기도 그럴듯하게 보여야 하는게 좋은 소설의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단편에서는 거꾸로 그럴듯한 이야기가 그럴듯하지 않아져 버려 독자를 상심하게 만든다.


'여름감기'의 오종의 감정은 지나치게 유아적이며, 제이에게 행하는 행동은 너무 뜬금없다. 도덕적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한다면 심리적이든 상황적이든 뭔가 개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느낄 수가 없으니 그저 불쾌할 따름이다. 그래서 심지어 나는 내가 이 단편을 오독한 것이 아닌가? 혹시 제이는 오종이 바라보는 아내의 다른 모습은 아닐까라고까지 생각을 해봤지만 글쎄.....


작가의 실제 경험과 어느정도 맞닿아있는 듯한 단편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는 공감과 비공감에 걸쳐있어 이 책에서 중간쯤에(진까 책의 분량면에서도 중간쯤에 위치한다)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자의든 타의든 전업주부로 생활하는 여성 그들에게도 당연히 사회적인 자아실현의 꿈이 있고 육아와 가사 말고도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들의 모임을 "인문학, 문학, 역사, 건축 공부 모임이었고 답사, 탐방, 견학 모임이기도 했다."(115쪽)라고 일컫는 문장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의 필사적인 사회적 생존의 자의식을 읽는다. (그런데 직장생활 오래 한 여자들도 딱히 사회적 자아가 강한 것도 아니다. 그저 살아낸다는 느낌은 어느쪽이나 마찬가지랄까?) 문제는 이 관계가 깨지는 과정이 너무도 급작스럽고 이해불가라는 것이다. 그들이 10여년이 넘도록 "우리가 우리라서, 우리 곁에 서로가 있어서, 아찔하게 좋은 시절이었다."(117쪽)라고 말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고작 본의아니게 코로나를 전파시킨 일 하나로 그렇게 깨져버릴 수 있을까? 그 일 하나로 묻어두었던 모든 섭섭함이 다 표면으로 떠올라지는걸까?  인간의 관계가 그토록 얄팍한 것인가? 내가 경험한 인간관계, 적어도 10년 이상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온 사람들을 생각하면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다. 


작가의 이야기들은 이런 중반까지의 이야기를 벗어나서 표제작인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로부터 좀 달라진다. 이야기들이 이제 가능성을 품고 그럴듯함을 획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앞의 이야기들과  달리오히려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다시 말하건대 문학의 힘이란 있을 수 없는 일도 그럴듯하게 가능한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라고..... 서로 기다리지도 기다리게도 하지 않으며 20여년 중, 1년의 딱 며칠간의 사랑과 딱 하룻밤의 사랑이 교차하는 이 소설은 최근에 읽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였다. 세상이 넓고 사람이 많고, 그리고 살아가는 날들이 이렇게 많은데 이런 사랑쯤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거다. 

<꽃을 그려요>를 통해서는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 그렇게 아름답고 상냥한 것으로 가능한 것이 아님을, 어쩌면 더 무서운 무엇으로 지우듯 덮어버려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상처도 있음을 생각한다. <봄의 왈츠>는 딱히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부장 중심의 가족이 아닌 다른 가족의 모습을 그럴듯하게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 주인공 봄의 가족은 레즈비언커플과 미혼모인 엄마 - 엄마만 셋인- 가정이다. 이런 가정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찌질하고 신파적이지 않게 왈츠를 추듯 경쾌하게 그려낸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새로운 가족의 형태는 마지막 단편인 <그 시계는 밤새 한번 윙크한다>에서도 계속 모색이 이어진다. 


단편집에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가족의 이야기였다. 이른바 정상가족이라는 가부장제의 환상말고 실제로 존재하는 수많은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 이야기들은 일종의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서사로 읽혀지기도 했다. 내 곁에 있는 또는 내 곁을 스쳐가는 그 많은 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번 단편집은 그런 서사들을 독자인 내게 만족스럽게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단편집 뒷편의 이야기들은 앞으로 나올 글에서는 훨씬 좋은 이야기들이 나오리라 기대를 하게 되는 그런 작품집이었다. 




에세이집의 구성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자, 그러니 당신, 다시 바늘을 집어 들길. 오늘 당신이 시작한 뜨개질이 다가올 어느 겨울밤을 위한 대책이자 선물이듯 우리가 새로이 시작할 또 다른 이야기의 뜨개질은 지금보다는 덜 외롭고 쓸쓸한 다가올 시간 속의 우리를 위한 일이어야 한다. -12쪽


이렇게 작가는 우리를 이야기의 세계 - 다르게 말하면 위로의 세계로 안내한다. 맞다. 이 에세이집의 주제는 우리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받게되는 위로의 이야기이다. 우리 누구든 살면서 눈물을 심어본 적이 없는 이가 있을까? 그런 우리들에게 화환처럼 무지게를 걸어줌으로써 끝내 추락하지 않고 생존자가 되기 위한 이야기(45쪽)들을 뜨개질처럼 풀어내는 그런 위로 말이다.

 오랫만의 모임에 늦은 이유로 애들 밥해주고 왔다는 말이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에게서 은근히 배어있는 무시의 느낌을 읽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상의 온갖 노동과 돌봄을 당연시 누리는 인간일수록, 그 노동과 돌봄을 무시하는 법이다. 자신이 그런 돌봄과 노동을 수행해본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큰 감사함인지를 안다. 그래서 도움의 손길은 사실상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서 올 때가 많다. 또 그러면 뭘 모르는 덜된 인간들은 타인을 향한 연민과 정의로움을 오지랖이라고 표현해버리는 것이다. 타인을 향한 연민과 오지랖의 경계는 얇아보이지만 사실상 두텁다. 진심과 거짓의 차이이니까 말이다. 


이런 일상의 이야기들은 2부에서는 다른 여성 서사로 넘어간다. 일종의 서평이기도 하고, 다른 여성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평의 대상이 되는 책들은 아는 책들도 있고 처음 듣는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모두 여성작가들의 책이고, 여성들의 이야기이며 가부장제에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작가가 이야기 한 책 중 새롭게 그 이름을 알게 되어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골라뒀다.

세상에는 아직 읽어야 할 여성작가들이 너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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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3-11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섬망!!
저는 엄마의 섬망이 치매 초기 증상이라고 여겼던 적 있었어요. 엄마의 아기 같았던 낯선 모습! 아빠 다리를 꼭 붙잡고, 곁에 있으라고 매달리던 엄마! 딸은 못 알아보고..ㅜㅜ
정말 뭐라 말로 표현키 힘든 낯섬과 섭섭함이 가슴 속에 남아 있었어요. 헌데 그것이 섬망 증상이란 것을 뒤늦게 안 이후, 엄마에 대한 섭섭함이 풀어졌었죠.
미래에 다가올 섬망이나 치매 증상들은 저 또한 두렵습니다. 만약 그리된다면 남편에게 바로 요양원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네요.
남편은 바로 갖다 버린다고 하고...쩝~
끝까지 잘 살아남아야죠!!! 아무렴요~^^

처음 보는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일단 마구 담아갑니다^^
참 산수유꽃과 명자꽃 사진 올려뒀습니다.
한 번 살펴보세요.
아마 지나가다 몇 번 보셨을 거에요^^

바람돌이 2023-03-11 19:24   좋아요 2 | URL
에고 어머님의 그런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어땠을지 짠해지네요. 저도 이제 정말로 부모님들이 모두 연세가 많으셔서 어떤 일도 있을 수 있다 생각하게 되는데 그게 그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닥치는건 결국 또 다를거란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제는 또 부모님뿐만 아니라 우리도 그런쪽의 건강을 생각하기 시작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고요. 모두가 심각하게 몸이 안 좋아지면 요양원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라는 책처럼 즐겁고 건강하게 살다가 집에서 죽는거 이것도 이루고 싶은 꿈이 되네요. ㅎㅎ

이주혜 작가의 에세이집은 뒷쪽이 서평들인데 우리가 잘 아는 책들도 많아요. 저는 제가 처음 알았는데 읽고 싶은 책들을 기록삼아 여기 이렇게 옮겨놓은거구요. 그래서 저도 다 처음보는 책들입니다. ㅎㅎ
나무님 서재에 산수유꽃이랑 명자꽃 보러 지금 날아갑니다. ^^

거리의화가 2023-03-11 2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수록 점점 기억력이 감퇴되잖아요. 저는 다른 신체적인 노화도 걱정되지만 무엇보다 뇌의 노화가 가장 두렵습니다. 내가 아는 누군가, 그리고 주변의 것들을 다 잃어버릴까봐, 무엇보다 내가 나를 잃을까봐서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매를 두려워하는 것이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걱정되는 점에서요.

이주혜의 소설, 에세이 아주 묵직한 내용을 담고있군요^^

바람돌이 2023-03-11 23:28   좋아요 1 | URL
뇌의 노화를 걱정하는건 모두가 같을거 같아요.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은 나의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엄성과 직결되는거니까요. 하지만 원인을 모르니 또 딱히 대비할 수도 없는지라 더 두려운거 같습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겁나지만 솔직히 저는 또 이기적인 인간인지라 나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도 걱정되어요. ㅎㅎ 이주혜 작가의 소설은 주제의식은 묵직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이야기는 따뜻하고 섬세해서 가독성이 좋았습니다.

페넬로페 2023-03-12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 사이는 그것이 어떤 관계라도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하지 않을까도 생각되네요.
그리고 어렵기도 하고요.
요즘 저도 늙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데 정말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엄마를 보면 여러단계를 지나는 것 같은데 그저 지금 현재만을 잘 살자라는 생각이 들 어요^^

바람돌이 2023-03-14 15:44   좋아요 1 | URL
굳이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오히려 어떨 경우에는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그 다름을 받으들이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사실 우리는 늙음 자체보다는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민폐나 고통이 되는 상황을 더 두려워하는거 같아요. 하지만 그걸 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페넬로페님 말씀대로 그저 현재를 잘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희선 2023-03-13 0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 사귀어도 아주 작은 일로도 돌아서기도 하는 것 같아요 코로나는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소설에 나온 건 코로나가 나타나고 얼마 안 됐을 때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니...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사이를 이어가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바람돌이 님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 일은 없었군요 바람돌이 님도... 가까운 사람보다 잘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이해할 때도 있겠지요


희선

바람돌이 2023-03-14 15: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소설의 배경은 코로나 초기 정말 우리 사회 전체가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던 날이에요. 저는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좀 무한신뢰를 보내는 편이라 사실 저런 경우가 생겨도 그렇게 친한 사이에 어떻게 이런 감정이 먼저 들었어요. 사실 당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려운것도 맞는거 같고요. 항상 현실이 소설보다 더 힘든듯 합니다. ^^

공쟝쟝 2023-04-04 1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 좋다는 소문을 너무 많이 들었던 저는 오늘 이 글을 읽고 땡스투를 하려고 바람돌이님 페이퍼에 들어왔다가......... 홀린 듯 다 읽고 말았다. 빨리 방학와서 바람................ 돌이님의 지적이며 성찰적인 글 많이 읽고 싶어요!!!! 일단 자두를 땡투합니다!

바람돌이 2023-04-04 14:36   좋아요 0 | URL
일단 3월은 원래 정신이 없는 달이고, 이제 4월이 되었으니 정신을 좀 차리고 일상을 회복하려 합니다. 저에게 일상은 책읽고 알라딘 서재놀이 하는거..... ㅎㅎ 지적이며 성찰적인 글은 모르겠고 일단은 무조건 써야 뭐라도 얻어걸리는 법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ㅎㅎ
땡투 감사하고요. 쟝쟝님도 드디어 일이 좀 끝나신건가 해서 좋네요. ^^
 

 언제고 철수해야 할 캠프 안에서 정성껏 화분을 기르는 사람도 있었다. 고통의 비명이 왁자한곳에서도 제 몫의 귀한 물을 식물에게 나눠주며 하루에도몇번씩 푸른 잎과 시선을 맞추는 동료 의사를 볼때마다규는 자신에게 없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깨닫곤했다.  - P58

 살림과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굳이 만날 때마다 모임의 과제를 정하고 실행에 옮겼던 건 아마도 우리가 시간이 남아돌아 한가롭게 놀러 다니는 유한부인들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어디 한번 증명해보라고요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결같이 증명의 압박을 느꼈다. - P115

끊임없는 자기명의 압박을 가하는 이병의 이름은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부터 재난의 한복판에서 천근만근이 되어버린 아이를 업고 달리는 (그러나달리지 못하는 꿈을 반복해서 꾸는 걸까? 이 바이러스의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 P121

지울수록 힘만 들고 얼룩이 남아 흉해지잖아요. 차라리다른 색으로 덮어버려요. - P196

오히려 소년은 화사한 꽃이며천사의 날개가 그려진 담벼락을 지나갈 때마다 궁금했다.
카메라를 든 구경꾼들은 벽 너머에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수챗구멍이 사시사철 입을 벌리고 있는 걸 알기나 할까?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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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 소설Q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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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가부장제가 여전히 얼마나 여성의 삶을 옭아매고 있는지, 돌봄노동이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지, 병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우리가 사랑이라 주장하는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얄팍한 껍데기인지...무엇이든 지금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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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3-03-02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주혜의 소설, 좋아요^^

바람돌이 2023-03-02 11:01   좋아요 0 | URL
자두는 정말 좋네요. 그런데 지금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를 읽고 있는데 이건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약간 헷갈리네요. 아직 초반이니까 좀 더 읽어봐야..... ㅎㅎ
 

다음 해면 이십년이 되네요
당신은 죽은 채 세월을 낭비하고 있어요
우리가 얘기하곤 했었던, 지금은 그러기엔 너무 늦은,
도약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난 지금 살고 있어요
그런 도약은 아니라도,
짧고 강렬한 움직임을 유지하면서 말예요

각각의 움직임은 다음 것을 약속해주거든요* - P19

리치와 비숍이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받았던 그 몇시간이 미치도록 부러울 수밖에 없었던, 개인적인 몰이해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 마음을 이해받고 싶었지만 끝내 실패했던 어느여름의 이야기입니다. 처절하게 오해받았던 어느 겨울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을 진술하는 일은 리치가말한 ‘짧고 강렬한 움직임‘에 해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P20

그렇지만왜 울었냐고 한번쯤은 물어볼걸 그랬습니다. 살다보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는가 하면, 모든 말을 다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지 않던가요.  - P71

줄줄 울면서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고 열차 안에 서서도 계속 울었습니다. 사람들이 흘끔거렸지만, 퇴근 시간 지하철 안에서 혼자 우는 여자가 그리 희귀한 풍경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꿋꿋이 울었습니다. - P94

세진은 그새 화가 풀린 모양이었는데, 그 사실에 저는 더 화가 났습니다. 다시 지은 죄도 없이 용서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 P107

저들은 왜 나의 애도를 방해하는가 왜 내 마음을 슬픔 대신 분노로 채우는가 무슨 의도인가.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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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맨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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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 시리즈는 편마다 부침이 좀 있다.

지난번에 읽은 <어페어>는 굉장히 좋았던 반면 연달아 읽은 <원티드 맨>은 읽어나가는 중에도 계속 뭔가 모자라는 듯한, 그러니까 진짜 2%가 부족한 것이다. 


일단 히치하이크를 해서 타게 된 차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그 차에 동승한 여성이 납치된 여성인 것. 그런데 거의 책 분량의 3분의 1일 지나도록 나의 잭이 아무것도 못한다. 계속 눈치만 보고 상황 분석만 하고..... 아 진짜 열터지도록 머리만 굴리고 눈알만 굴리고 있다니.... 이거 잭 리처 당신 스타일 아니잖아....ㅠ.ㅠ  그러니까 뒤에 가면 이것도 뒷장면을 위한 복선이긴 한데 그 설정을 위해서 갑자기 우리 잭을 바보 신중이로 만들어버렸달까? 하여튼 실망이야 잭...ㅠ.ㅠ


이번 편에는 자주 나오는 연애담이나 섹스신이 안 나온다. 대신에 뭔가 변태같은 잭이 나온다. 동행하게 된 FBI 수사관인 소렌슨의 엉덩이에서 총을 빼앗는 장면에서 잭이 느끼는 것이다. 


소렌슨의 손목 피부의 감촉, 그리고 복부와 엉덩이의 온기, 권총을 뺐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순면 셔츠, 그리고 그 아래 감춰져 있는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그녀의 몸......(260쪽)


아 진짜 상대 여성은 아무 생각도 없는데 혼자서 총 뺐다가 저렇게 생각하는거 너무 변태스럽지 않나? 에잇 실망이야 잭!


물론 이번편에서도 잭은 정의의 편이지.


"델펜소를 돕는게 필요하다니 이유가 궁금하군요."

"당연히 필요한거 아니오? 난 인간이니까." (168쪽)


늘 그랬듯이 그가 다른 사람을 돕는데는 따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인간이니까 당연히 그러해야 하므로.....

그래서 아직도 여전히 나는 잭 리처가 좋은데 다음편에서는 변태스러운 잭 말고 사랑을 하는 잭을 다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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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3-01 1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총을 빼앗는 상황이라면 뭔가 긴박했을 것 같은데 그 와중에 느끼기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3-01 21:28   좋아요 0 | URL
작가는 말이죠. 잭이 뭔가 여유만만하다는걸 보여주고싶었는지도 모르죠. 아 진짜 근데 느낄 상황이 아니었다니까요. 내가 참 스포때문에 참는다구요. ㅎㅎ

다락방 2023-03-01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변태 리처…..

바람돌이 2023-03-01 21:28   좋아요 0 | URL
제가 처음이니까 딱 한번만 봐준다 이러고 있습니다. ㅎㅎ

stella.K 2023-03-01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별이 넷이네요.
그런 것으로 보아 아직도 잭을 사랑하시는가 봅니다. ㅋㅋㅋ
제가 뭘 알겠습니까?ㅠ

바람돌이 2023-03-01 21:29   좋아요 1 | URL
시리즈 모두가 걸작일수는 없으니.... 그래도 기본 재미는 보장하는 시리즈니까요.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라는거지... 그리고 사람이 의리가 있지 한 번 실수에 어떻게 사랑을 버립니까? 한번정도는 봐주는 저는 관대한 연인이랍니다. ㅎㅎ

희선 2023-03-02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과 다른 잭이라니... 이것도 잭이겠지요 총을 빼앗으면서 별 생각을 다 하는군요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면 그렇게 안 했을 것 같아요 다음엔 좀 멋지게 나오기를...


희선

바람돌이 2023-03-02 11:02   좋아요 0 | URL
여태까지 멋졌으니까 한번쯤 넘어가줍니다. ㅎㅎ 이 시리즈 많이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