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것이 온다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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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영화 <구니스>가 생각나는 걸까? 다크한 구니스같은 느낌? 물론 어릴때 구니스를 재밌게 봤지만 이 나이에 그 영화를 여전히 재밌게 볼 수 있을까? 이야기들 사이사이로 납득되지않는 구멍이 너무 많아서 책의 세계로 빠져들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도서관에 대한 묘사는 매우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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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4-13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얼마전에 구니스 다시 봤어요. 재미있었어요. 뭐 애들이 그렇게 “사고”치면 이젠 부모 입장이라 큰일이지만 어느새 영화 볼 땐 아이들에 감정 이입해버렸어요;;

바람돌이 2023-04-14 11:19   좋아요 0 | URL
헉 그 오래된 영화가 아직도 재미있다고요. 물론 제가 어릴 때는 너무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만..... ㅎㅎ
그런데 이 책은 분위기가 매우 어두운데 그 어둠이 공감도 잘 안가고,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도 좀 너무 작위적이랄까 어쨌든 저는 재미가 없었어요. 이 소설도 영화로 만들어졌다는데 영화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ㅎㅎ
 

"왜냐고? 왜 이집트 문자, 아라비아 문자, 아비시니아 문자, 촉토 문자를 썼냐는 거냐? 흠, 바람이 무슨 언어로 말을 할까?
우는 어느 나라 출신일까? 비는 또 어느 나라에서 왔을까? 번개는무슨 색깔이지? 한바탕 울리고 잦아든 천둥은 어디로 갈까? 얘들아, 세인트 엘모의 불을 끄고, 장난꾸러기 고양이처럼 지구 곳곳을뛰어다니는 푸른빛 덩어리에 마법을 걸려면, 그 어떤 말도 통할 수있도록 준비해둬야 해. 이건 세상에서 유일한 피뢰침이야. 모든 언어와 목소리와 표식을 아우르며 폭풍우 소리를 듣고 느끼고 알고대꾸할 수 있지. 다른 나라에서 요란하게 고함치는 천둥이 넘어와도 이 피뢰침이라면 부드럽게 타이를 수 있다고!" - P19

10월의 그주, 둘은 하룻밤 새 훌쩍 자라 다시는 소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 P12

바깥세상에서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이 특별한 밤.
종이와 가죽을 벽돌처럼 쌓아올린 이 땅에서는 언제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다. 잘 들어보면, 개마저 귀를 막을 만큼 날카로운 소리로 일만 군중이 내지르는 비명이 들렸다. 백만 부대가 대포를 나르는 소리와 단두대 날을 예리하게 가는 소리, 중국인들이사열종대로 끝없이 행진하는 소리도 들렸다. 눈에 보이지도 귀에들리지도 않지만, 짐과 윌은 말뿐 아니라 눈과 코의 감각도 타고났다. 도서관은 머나먼 나라에서 온 향신료의 정제 공장이자, 외국의사막이 편히 잠든 곳이었다.  - P25

‘다크 씨가 저 괴물 무리를 이끄는 걸까, 아니면 괴물들이 다크씨 피부에 올라타서 끌고 다니는 걸까?‘ 윌은 문득 궁금해졌다. - P132

"그럼 지금부터는 생각을 달리 해보렴. 마을에서 제일 행복한표정으로 제일 크게 웃던 사람이 실은 제일 무거운 죄를 짊어진 사람일 수 있단다. 웃음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거든. 그 명암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해. 유독 목청 크고 호쾌하게 웃는 사람은 스스로를감추기 위해 그러는 걸 수 있어 웃음으로 죄의식을 씻어내려는 거지. 하지만 인간이란 죄 짓기를 즐기기도 한단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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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3 0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3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1931년 11월 12일 밤, 창춘 도착. 입김이 하얗게 서릴 뿐 눈은 아직 내리지 않는다. 지난해 빈손으로 왔을 때와 달리 트렁크가 네 개나 있는 데다 역 안이 병사들로 가득했기에 한가로이 짐꾼을 부르고 자시고 할 형편이 아니었다. 나는 번쩍이는검을 꽂은 소총이 숲속 나무처럼 죽 늘어선 일본군 사이를 뚫고 가까스로 어스레한 대합실에 들어갔다.  - P149

창에 이마를 대고 자작나무가 눈보라에 부러질 듯 비틀비틀하는 숲을 바라보는 내게 페름 군이 탱고 한 구절을 불러준다. 어찌하여 러시아인은 이토록 노래를사랑하는 걸까. 차라리 이 사람의 아내가 되어 페름에서 내려버릴까 하는 자포자기 심정에 잠시 빠졌지만, 여하튼 말이 통하지 않는 데다 60센티미터 남짓 키 차이가 나서 단념했다.  - P160

자작나무 장작을 가득 실은 삼두마차가 달려가고 눈이 물보라처럼 사방으로 흩어진다. 유리를 포갠 듯 눈길이 반짝이고 기차 소리에 나무 위 눈 덩어리가 도깨비불인 양톡 떨어진다. 정말이지 차창 너머 설경은 일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일본에 돌아가 8 전짜리 가락국수를 먹는 것도 나쁘지는않지만 달려, 달려, 기차여! 눈물을 참을 길 없네, 어이, 아직도여긴 시베리아 한복판일세. 혼잣말을 해보며 이중창문 밖을싫증도 안 내고 바라봤다. - P171

언어가 통하지 않은 탓일까, 참으로 불가사의했다. 왜냐하면 내 눈에 들어온 러시아는 일본에서 알던 러시아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일본의 무산자들이 연모하는 러시아가 이런곳이었던가! 일본의 노동자 농민은 도대체 러시아의 무엇을 동경하는 걸까? 그럼에도 러시아는, 프롤레타리아는 변함없이프롤레타리아다. 그리고 어느 나라든 죄다 특권자는 역시 특권자다. 3루블짜리 기차 식당에는 군인과 인텔리풍 사람이 대다수였다. 복도에 서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 중에 군인이나 인텔리는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이 노동자의 모습이었다. - P174

300 프랑은 가구를 포함한 가격으로, 그 가구란 것이 상당히 보잘것없다. 옷장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목재 품질을 뽐내고 두 개 있는 의자는 너무 높아 어떻게 앉아도 발이그네를 타고 만다. 때때로 배꼽 빠지도록 웃기에 딱 맞는 의자랄까. 이 의자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면 어떠한 야심을 품지않아도 그만. 자지러지게 웃고 또 자지러지게 웃으며 죽음을 맞이할 때 제격이겠다. - P189

그녀가 조만간 에펠탑에 데려다준다길래 에펠탑에 올라가도 별로 재미있지 않을 것 같다고 했더니 "밑에서 바람이불어 올라와서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란다. 파리는 가벼운 곳이다. 그녀는 품위 없는 곳만 바라본다.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릴지 모르지만, 나는 불우하기에 품위 있는 곳과 인연이 없다. - P196

돈으로 당신의 나라에 가보는 거야." 이것이 열일곱 살의 꿈으로 내가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문명이 이토록 우리 젊은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단다.
"남자 친구는 많이 있나요?"라고 묻자 "남자든 여자든 친구는많죠"라며 뽐냈다. - P214

사람에게는 아주 다양한 모습이 있나 보다. 피아노 뚜껑을 열고 일직선으로 손가락을 힘차게 달려보지만 지금의 내 마음과 닮은소리를 내주지 않는다. 우물 밑바닥으로 돌을 던지는 듯한 소리다. 가벼운, 바람 부는 소리는 이 세상에 없는 걸까? 나는 있는 힘껏 피아노를 경멸하기로 한다.  - P238

세계대전이후 대체 어디에 평화가 왔나? 각국의 인민은 녹초가 됐다.
유럽을 걸어보면 지금도 베르됭의 피비린내가 난다. 발 없는남자, 한 손 없는 남자, 한쪽 눈 없는 남자, 이런 베르됭의 유물이 무얼 하고 있냐면 대개 샌드위치맨이거나 걸인 또는 비올라켜는 광대다. 과거 인기가 높던 어느 인간의 말로, 그 모습의 사람들이 유럽 각국에서 우글거리며 배출구를 찾고 있다. - P240

삼등실도 이렇게 더운데 기계실 화부나 석탄 운반부, 요리사들은 오죽 숨 막힐까? 다행히도 우리 삼등실 손님들은 일등실 손님처럼 일일이 예의를 갖춰 식당에 갈 필요가 없다.  - P262

베르됭의 망막한 광야에 서 있는 전투 기념비를 본나는 동양의 베르됭, 만주 하늘이 떠올라 몸과 마음에 무언가스며드는 기분이었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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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대를 살았다고 모두 비슷한 삶을 살지 않는다. 제국에서 태어난 사람과 식민지에서 태어난 사람이 꼭 제국인다운 삶,
식민지인다운 삶을 살지 않는다. 이 책은 여행이란 남성만이 누리던 시절, 민족과 계급이 다른 두 여성의 여행 기록이다. ‘여성‘은한일 근대기에 형성된 하나의 계급이었다. 나혜석의 젠더로서의고민, 하야시 후미코의 프롤레타리아 여성이 처한 냉엄한 현실 고민은 여행기 곳곳에서 드러난다.  - P9

극장 경영을 하려면 근본 문제 즉 조선 부녀 생활을급선무로 개량할 필요가 있다고, 실로 여자 생활에 여유가 없는 사회에서 오락 시설은 번영할 수 없다. - P26

나는 언제든지 좋은 구경 많이 한 사람과 다니는 것보다 도무지 구경 못 한 사람과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 사람이 좋아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퍽 유쾌하다. - P27

출발과 동시에 갑판 위에서 관현악곡이 울린다.
태양빛이 흐르는 호수 위에 둥실둥실 떠서 음악 소리에 몸이싸였을 때, 아! 행복스러운 운명에 감사를 아니 드릴 수 없었고 삶에 허덕이는 고국 동포가 불쌍했다. - P44

스위스는 어느 곳을 막론하고 경색이 좋지 않은 곳이 없다.
스위스 전체가 명승지이다. 그림으로 그릴 만한 곳이 무진장이었다. 스위스에 누구든지 구경을 가시거든 숙소를 정하지 말고배낭 하나 짊어지고 가시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것이 스위스를 알기에 제일 상책이다. - P50

 우리 것은 무엇이든지 부끄럽지 않은 것이 없으나 작은 나라 국민 정황을 비교 안 할 수 없다.  - P51

1907년원문은 1918년 헤이그에서 개최된 만국평화회의에 출석한 이준 씨가 당회 석상에서 분에 못 이겨 돌아가신 곳이다.
이상한 고동이 생기며 그의 외로운 넋이 우리를 만나 눈물을머금은 것 같았다. 그의 산소를 물었으나 아는 이가 없어 찾지못하고 다만 경성에 계신 그의 부인과 딸에게 그림엽서를 기념으로 보냈을뿐이다. - P80

원래 프랑스는 중앙 집권 나라로 온 나라의 번화한 문명이집중된 파리를 제외하고는 국내 변변한 도시가 없다. 파리에서한 발만 내놓으면 빈약하고 살풍경하니 건전한 문명, 건전한국가라고 말할 수 없다. 오직 물가가 싸고 인심이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시설이 화려해 모여드는 외국인의 향락장이다. - P87

다이요마루호 일등실 설비와 그 생활이다. 실내는 좌우 대립으로 침대가 두 개 놓여 있다. 여자승무원, 남자 승무원이있어 여자는 걸, 남자는 보이다. 목욕은 매일 아침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아침밥을 먹는다. 갑판에서 놀고있으면 차를 들고 온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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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있을 때는세심하고도 온전하게 나에게만 집중해주었기에 그가옆에 없을 때도 박탈감이나 소유욕을 느끼지 않았다.
난생처음으로 연인이 나와 함께 있지 않을 때 무엇을하는지가 관심 밖의 일이 되었다. 실로 그가 어디서 무얼하건 내 알 바 아니었다. 그건 해볼 만한 경험이었다. - P267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책상에 앉아선 일기와 책장을바라보았다. 내가 일하는 장소의 질서정연함을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엄마는 사랑이라는 신전을 숭배했지만평생 돌려받은 건 권태였어. 사랑이 준 건 죽은경품이었어. - P273

"아, 그렇구나. 그럼 그렇지." 하지만 여전히 뭔가 할말이 있는 것처럼 서 있었다. 그리고내팔에 손을 얹었다.
"결혼하지 마라." 그러더니 복도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 P284

엄마와 네티는 나를 느슨하게 안고 있다. 그렇다. 그들은웃음을 띤 채 나에게 팔을 감고 있다. 창백한 빛 속에서나에게 말한다. 사랑을 해야만 해 - P298

우리는 말없이 앉아 있다. 우리는 끈끈하게 얽힌 혈육이아니다. 살면서 놓친 그 모든 것과 연기 같은 인생을 그저바라보는 두 여자다. 엄마는 젊어 보이지도 늙어 보이지도않고 그저 당신이 목도하고 있는 바, 그 혹독한 진실에깊이 침윤되어 있다. 엄마한테 내가 어떻게 보일지는 나도모른다. - P301

엄마는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엄마는 여든이다.
눈은 흐려졌고 머리는 하얗게 셌다. 몸은 마르고 허약하다.
엄마는 차 한 모금 마시고 컵을 내려놓더니 조곤조곤말한다. "뭐라고 하긴 지옥으로 꺼지라고 했겠지." - P301

내 생각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상대에게무엇을 원하는지에만 골몰하는 대신 더도 덜도 말고 딱1분이라도 그저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됐을 정도로 그 긴긴 세월을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우리 두 사람 다 감격하는 듯하다. - P311

그러다 조화를 잃어버릴 때면 사랑도 연대도 없이, 실패와박탈감에 산 채로 매장당한 기분에 빠진다. 우정은불완전하고, 고민은 나를 잠식하며, 일은 내 무능력의총체적 결과다. - P314

엄마는 애원하듯 말한다. "엄마한테는사랑밖에 없었잖아. 내가 뭘 가져봤겠니. 아무것도 없었어.
아무것도, 달리 뭘 가질 수 있었겠니? 네가 인생 얘기하는거 다 옳지 다 맞는 말이야. 너한테는 일이 있었잖아.
너만의 일이 있잖아. 너는 여행도 많이 했고, 세상에나,
여행이라니! 넌 지구 반 바퀴는 돌아봤지. 난 여행은 꿈도못 꿔봤는데! 나한테는 네 아빠 사랑밖에 없었어. 인생살면서 누릴 게 그것밖에 없었다고. 그래서 그 사랑을사랑했다. 아니면 뭘 어쩔 수 있었겠니?"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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