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연의 구분이 없이행들을 계속 나열하며 행의 끝마다 대시를 사용하여 봄의 숨결이 연속적이고 전체적으로 미치고 있음을 나타낸다. - P51

이것을 위해서 - 호흡을 받아들였어-
그것을 통해서 - 죽음과 경쟁하지 -그 녀석은 이 왕관을 만질 수 없어-
그 왕관에 의해 - 내 직함이 순응하네 -아, 얼마나 고귀한 목적인가
내 필수품에-허리 구부리는 것은!
- - P70

예수님! 당신께서 십자가에 못 박힌 고통이
당신으로 하여금 헤아릴 수 있게 하기를
더 작은 크기의 고통을! - P82

나는 추론한다. 현세가 짧다고ㅡ고뇌가 절대적이라고-그리고 고통이 너무 많다고,
하지만, 그래서 어떻다고?
나는 추론한다, 우리가 죽을 거라고ㅡ최고의 생명력도부패를 이길 수 없다고하지만, 그래서 어떻다고?
나는 추론한다, 천국에서는 -여하튼, 평평하게 될 거라고-어떤 새로운 방정식이 주어질 거라고-하지만, 그래서 어떻다고? - P140

내가 저녁노을 두 개를 보낸다-낮과 나는 서로 경쟁하며 내달렸어-나는 두 개를 끝마쳤어 - 거기에 별 몇 개도 끼워 넣어 - - P151

그동안 그는 하나를 만들고 있었지-그의 것이 더 광대하긴 하지만 내가어떤 친구에게 말했듯이-내 것은 더욱 편리해서손에 들고 다닐 수도 있지 - - P152

어떤 사람들은 교회에 나가 안식일을 지킨다-나는 집에 머무르며, 그것을 지킨다-보보링크 새 한 마리를 성가대원으로 하여 -그리고 과수원을, 교회 천장 삼아-

어떤 사람들은 흰옷을 입고 안식일을 지킨다
나는 단지 나의 날개를 입는다-그리고 교회에 나오라고, 종을 울리는 대신에,
우리의 귀여운 교회지기가 노래한다.

저명한 목사인, 하나님이 설교하신다
그리고 설교는 결코 지루하지 않다.
그래서 천국에 도달하는 대신에, 마침내-
나는 가고 있다. 줄곧 - P179

디킨슨의 시에서 고통은 생생하고도 처절한 경험으로 표현되곤 한다.  - P272

 그러나 실제로 디킨슨은 자신의 시를 출판하여 당장의 명성이나 금전적 대가를 추구하지 않았고, 그것을 오로지 자기 삶과 세상에 대한 신성한 사명이자 자아성취로 여겼던 것 같다. - P2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8
제인 오스틴 지음, 전승희 옮김 / 민음사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인 오스틴의 최고 걸작이 뭐냐고 하면 오만과 편견이 맞지만, 가장 좋아하는 오스틴 작품이 뭐냐고 물으면 설득이라고 대답하겠다. 역시 캐릭터의 힘은 대단하다. 여자주인공 앤의 힘이 모든 것을 끌고 가는 책!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2-11-22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인 오스틴 중에서는 설득을 제일 좋아합니다. 꺅 >.<

바람돌이 2022-11-22 19:33   좋아요 0 | URL
제인 오스틴 책 중에서 주인공 여성이 마음에 들었던 유일한 책입니다. 역시 주인공에 공감이 가야 책이 사랑스러워지는듯요. 저도 깍 >.<

거리의화가 2022-11-22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자주인공 캐릭터 중요합니다. 저는 어느 드라마나 소설을 봐도 주인공이 마음에 안 들면 아무래도 이어가기 힘든 것 같습니다. 설득은 정말 읽어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11-22 19:35   좋아요 1 | URL
그럼요 그럼요. 여자 주인공 중요합니다. 물론 저는 드라마는 남자주인공이 마음에 안들며 이어가기가 더 힘들긴 하지만요. ㅎㅎ 이 책은 다른 인물 군상들은 오만과 편견처럼 강렬하지 않아요. 그런데 주인공 앤은 그런 주변과 대비되면서 정말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웠어요. 책을 읽는데 계속 주인공 응원하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계속 메아리 중입니다. ^^

독서괭 2022-11-22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단 말이죠! 이건 꼭 읽어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11-22 19:38   좋아요 0 | URL
저는 제인 오스틴 책은 <오만과 편견> <설득> 이 2권이 대표작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겟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11-22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제 설득 소설에 몰입했어요.
이상하게 19세기 여성 소설들은 처음엔 몰입되지 않다가 100 여 페이지 정도 넘어가야 점점 여주들의 성격이 눈에 들어오면서 마음을 주게 되네요^^
앤 엘리엇!!!! 지금 영화랑 같이 읽고, 보고 하니까 앤이 빨강머리 앤만큼 사랑스럽게 봐지네요ㅋㅋㅋ

바람돌이 2022-11-22 20:15   좋아요 1 | URL
저는 일부러 영화는 안봤어요. 책 먼저 보고 봐야지 했는데 책 읽고 나니까 혹시 나의 사랑스런 앤이 달아날까봐 또 영화보기 꺼려지는 중입니다. 앤은 제인 오스틴의 여자 주인공 중 가장 바람직하며 가장 사랑스러웠습니다. ^^ 여러분들의 추천 덕분에 설득을 패스하지 않고 읽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네요. ^^

책읽는나무 2022-11-22 21:42   좋아요 1 | URL
영화를 책 읽은 부분까지만 봤는데요~ 앤은 영화에서 좀 더 사랑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살짝 허당기도 있구요ㅋㅋㅋ
전 영화 앤 주인공을 보고 더 흠뻑 빠져설라무네~ 책 읽으니 눈 앞에 앤 배우가 아른아른 하니까 책이 좀 더 재밌는 것 같아요^^
근데 웬스원트 대령 역할의 배우가 좀 맘에 안들었어요. 못생겼...ㅋㅋㅋ

바람돌이 2022-11-22 21:47   좋아요 1 | URL
제가 지금 영화를 안보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 하나가 남자 주인공 못생겼어요. (그래도 호기심에 넷플에서 몇 장면은 휘리릭 봤거든요.ㅎㅎ) 하지만 또 앤이 그렇게 사랑스럽다니 아마도 조만간 볼거 같아요. ^^ 오만과 편견에서도 키이라 나이틀리 너무 사랑스럽던데, 그에 반해서 남자 주인공 별로였는데 말이죠. ㅎㅎ

다락방 2022-11-23 08:40   좋아요 2 | URL
앗 안그래도 책나무 님 서재에서 영화도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왔는데 이미 보고 계신 중이었군요!!

바람돌이 님, 남자주인공 너무 못생겼다는 말씀에 공감 이천개 드려요. 저 진짜 너무 화딱지가 나가지고. 아니, 여주인공 이렇게 예쁜데... 물론, 못생긴 남자도 매력이 있을 수 있죠... 있지만... 뭐 그렇습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킹콩같이 생겼어요 남주인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다코타 존슨은 진짜 만세만세 만만세 입니다!!

바람돌이 2022-11-23 15:07   좋아요 1 | URL
와 다락방님!!!! 킹콩 맞아요. 그것도 왜소한 킹콩!!! 영화에서는 잘생긴 남자를 보고 싶습니다. 다코타 존슨이 저렇게 예쁘니까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11-23 16:32   좋아요 1 | URL
킹콩!!!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ㅋㅋㅋ
전 대령이 못생겼는데도 예쁜 앤에게 굴욕감을 주니까 킹콩 대령이 너무 미운 거에요ㅋㅋㅋ
다코타 존슨 막 넘어지기도 하고, 잼을 콧수염 바르면서 조카들이랑 눈 높이 맞춤으로 놀아주니 책보다 더 사랑스러워요♡
근데 가끔 카메라를 보고 대화를 해서 처음엔 집중도가 깨졌는데 나중엔 나한테 얘기하는 것 같아 또 좋더라는~ㅋㅋㅋ

바람돌이 2022-11-23 16:40   좋아요 1 | URL
나무님 얘기 들으니까 결국 영화를 봐야 할듯요. 아니 막 보고싶어져요. ㅎㅎ
 

 앤의 말은 언제나 무시되었고, 항상 다른 사람을위해 자신의 편리를 양보할 사람으로 간주되었다. 그녀는 그냥 앤일 뿐이었다. - P11

지금의 앤 엘리엇은 젊은 시절에 강렬한 사랑을 하게 된 사람들에게 노력을 모욕하고 섭리를 불신하면서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는 그런 조심성보다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 신뢰를 가지라고, 그편이 훨씬 낫다고 열렬하게, 진정 열렬하게 주장했을 것이다! 젊은 시절 신중을 강요당했던 그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로맨스에 대해서, 그러니까 서투른 시작의 자연스러운 결론에 대해서 배우게 된 것이다. - P47

다른 사람의 영향을 너무 쉽게 받는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사람의 가장 큰 단점은 누구의 말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단 좋은 인상을 주었다고 해도 그것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누구든지그 사람의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고자 하는사람은 단호해야 합니다.  - P132

그들 일행이 하빌대령일행을 만나기 위해 걸어가는 동안앤이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그분도 나만큼 슬프지는 않을거야. 나보다 젊으니 미래에 대한 전망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없잖아. 설령 실제 나이가 나보다 적지 않다고 해도 감정만큼은 더 젊을 거야. 남자니까. 다시 기운을 차려서 새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겠지." - P146

"엘리엇 씨, 저는 좋은 지인이라면 생각할 줄도 알고 아는것도 많아서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야 좋은 지인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틀렸습니다." 그가 온화한 태도로 말했다. "그건 좋은 지인이 아니고 최상의 지인이지요. 좋은 지인의 요건은 출신과 교육과 몸가짐입니다. 그리고 교육에 대해서도 저는 그다지 엄격하지 않아요. 출신과 좋은 몸가짐이 본질적인 요건이지만 거기다 배운 게 조금 있다면 위험하지는 않지요. - P219

그런 즐거움에 대해 트집을 잡을 생각이 전혀 없었던 앤이대답했다. "무슨 말인지 잘 알 것 같아요. 그 계층의 여성들에겐 관찰의 기회가 많을 테니 똑똑한 사람이라면 우리도 귀담아들을 말을 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늘 얼마나 다양한 사람을보겠어요! 그리고 항상 어리석은 사람들만 목격하는 것도 아니겠지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거나 감동적일 수도 있는 온갖 정황에 처한 사람들을 목격할 테니까요. 열렬하거나 사심이 없고 자기희생적인 사랑이나 영웅적인 행위, 강인함, 인내심, 체념, 갖가지 갈등과 우리를 가장 숭고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온갖 희생의 모습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그들의 눈앞을지나가겠어요. 환자의 방이란 여러 권의 책을 만들 만큼 많은이야기가 제공되는 곳이지요." - P227

 그녀는 곧 엄청나게 비참한 행복감 속에, 아니 엄청나게행복한 비참함 속에 깊이 빠져들었다.  - P332

"아마 그럴 거예요. 맞아요. 맞아. 책에 쓰인 사례는 들지 마세요. 남자들은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기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에요. 남자들이 훨씬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손에 펜을 쥐고있었잖아요. 책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어요." - P339

너무도 착하고 너무도 훌륭한 사람! 당신은 남자도 공정하게 평가해 주고 있소. 남자에게도 진정한 사랑과 충실성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으니까. 믿어 주시오, 그 가장 열렬하고 한결같은 예가 바로 나라는 것을. - P3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말로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숨어있어 나조차도 그것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그런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숨어있던 기억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허를 찌르듯 나타나 한순간에 나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또 어떤 기억은 가슴 한켠에 한껏 웅크리고 존재감을 과시함으로써 나의 모든 일상과 생각에 제동을 걸기도 한다. 무엇이 되었든 그 기억들은 대부분 아픈 기억들이다. 


  인간의 기억이란 머리속에서 없앤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온 몸에 새겨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기본적인 삶의 안전과 관련된 기억같은 것들은 그대로 트라우마가 된다. 루시의 어린 시절은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아버지는 독일 군인으로 오인하고 어린 아이들을 쏘아 죽였던 경험에 의해 지배받는다. 늘 자신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의 죄책감은 일종의 성도착증으로 나타난다. 그 아버지의 성도착증과 트라우마를 모두 받아주는 인물이 루시의 엄마인데 나는 이 소설에서 가장 이해가 안되는 인물이 바로 루시의 엄마였다. 루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1인칭 소설이라서 그런지 루시의 엄마는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랄까? 그녀의 생각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루시의 엄마가 삶에서 지키고자 하는건 무엇이었을까?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남편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중간에 루시가 반은 독일인인 윌리엄과 결혼하면서 엄마의 집으로 갔을 때 루시의 엄마는 아버지가 독일인에게 트라우마가 있는걸 알면서 독일인 남편을 데리고 온 루시를 탓한다. 이 장면을 보면 루시의 엄마는 오로지 아버지 한 사람을 중심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어떤 정상적인 삶 또는 반듯하다고 생각되는 삶에 대한 강박이 있어 자식들의 약간의 어긋남에 대해서도 용납하지 못하고 아동학대로 징벌하는 그런 인물이다. 루시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남편인 윌리엄이 루시를 돌봐달라고 부탁하면서 다시 만난 이 모녀는 한 순간도 연결되지 못한다. 이제는 다 큰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는 엄마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엄마의 상을 한번이라도 갖고 싶은 루시의 바램은 늘 어긋난다. 그들은 서로가 원하는 말이 무엇인지 모른다. 나는 이 소설에서 작가가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어릴 때의 상처를 그대로 안고 있는 딸과 그 상처의 주범인 엄마가 십 몇년만에 만났다고 하여 갑자기 말문이 트일리가 없다. 또한 가슴에 맺혀있는 상처가 몇마디 말과 행동으로 녹을리도 없다. 우리가 신파라고 부르는 것들을 빈정거리며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데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랫동안 새긴 상처가 몇마디의 용서를 비는 말에 눈물을 흘리며 껴안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것? 그게 신파지 뭐...... 그런 상처는 그렇게 해소되지 않는다. 그건 그냥 그대로 안고 살아가는거다. 


  

 안전함과 보호받을 수 있는 장소로서의 집을 가지지 못했던 루시는 집을 떠나 다른 도시로 갈때는 항상 겁을 먹는다. 또한 호텔방은 늘 외로운 장소다. 루시에게 집다운 집을 준건 첫번째 남편이었던 윌리엄이 유일했다. 하지만 윌리엄이 줬던 집다운 집이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부유하고 안정된 삶을 살았던 윌리엄에게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어떤 권위였다. 그러니까 커다랗고 살기에 편리한 집, 매년 정기적으로 떠나는 휴가 여행, 적당한 문화생활의 향유, 주변 사람들과의 안정된 교류 등등 원래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것이 당연하게 몸과 행동에 배여 있는 그런 삶의 권위, 윌리엄의 옆이라면 나 역시 그런 안정을 나눌수 있을거라는 맹목적인 동의, 그것이 윌리엄이 가지고 있는 권위다. 그래서 루시는 윌리엄을 사랑하지만 그의 옆이 결코 편안하지는 않다. 내가 그의 삶에 붙어있는 잉여의 존재라는 느낌을 늘 가지고 있으니까.... 잉여의 존재가 아니기 위해 루시는 늘 괜찮은 척, 지금의 삶이 내 원래의 삶처럼 익숙한 척 그렇게 고군분투해야 한다. 윌리엄 역시 그것을 느끼지 못할리가 없다. 루시는 한번도 그에게 자신을 위로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이 소설이 구질구질하지않고 루시가 매력적인 것은 


이게 나야, 나는 내가 견딜 수 없는 곳 - 일리노이 주 앰개시에는 가지 않을거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결혼 생활은 하지 않을 거고, 나 자신을 움켜잡고 인생을 헤치며 앞으로,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계속 나아갈거야! - 204쪽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내 것이다. 이 이야기만큼은. 그리고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이다. -216쪽


  기억속에 무엇을 새기고 있든, 지금의 내가 설사 맘에 안들더라도 그래도 나는 루시 바턴이고 나는 계속 나아가고 살아갈거라는 절대적인 삶의 긍정, 거기에 나의 매력적인 루시가 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할까? 

이제 노년이 된 루시와 윌리엄. 이들은 이혼한지 오래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친구처럼 지낸다. 부부든 동거인이든 어쨌든 한 공간에서 어떤 공식적인 관계를 맺고 함께 산다는 건 상대에 대해 많은걸 알게 해주지만 동시에 상대에 대해 많은 부분에 눈감게 하기도 한다. 파티에서 만난 어떤 여자는 루시에게 가까운 사람에게는 하지 못할 내밀한 이야기를 한다. 적당한 익명성에 기대는 것이다.


사람들은 외롭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할 수 없다. -152쪽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는 루시가 가진 트라우마를 쫒아갔다면 이제 <오, 윌리엄>에서는 윌리엄이 가진 트라우마를 쫒아간다. 루시에게 윌리엄은 안전을 보장하는 집같은 존재였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이 남자 상당히 유아적이다. 결혼 후에 바람을 피는 것에 대해서 딱히 죄책감이 없고, 결국 이혼하게 되었을 때도 본인은 이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음에도 떠나는 루시를 한번도 붙잡아보지도 못한다. 이후 다른 부인들과 2번 더 이혼하게 되는데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뭘 해야 하는가에서 나 스스로 뭔가를 강하게 추진하고 이루겠다는 생각이 별반 없다고 할까? 중산층의 안정된 가정에, 약간 과보호적인 어머니 밑에서 모범생으로 큰 전형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막상 무언가를 결정하고 추진해야 할 때 혼자 힘으로 무언가를 못하고 머뭇거리다 결국 중요한걸 놓치고 마는 그런 우유부단한 인물인 것이다. 물론 루시의 눈에는 이런 면이 보이지 않는다. 윌리엄은 늘 루시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존재였기에말이다. 


  윌리엄에게 틈이 생기는 것 - 이번 이야기의 시작은 윌리엄의 3번째 이혼부터이다. 조금은 불쌍하게도 일방적으로 버림받았다고 할까? 쪽지 한장에 "당신은 좋은 사람이지만 때때로 아주 멀게 느껴져"라는 말한마디로 이별을 통고받았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윌리엄은 자신을 떠난 부인과 스스로 뭔가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다시 루시에게 기대고 도움을 요청하고 옆에 있어달라고 할뿐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우연히 알게된 이부 여동생의 존재, 아 윌리엄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던 어머니 캐서린에게 무슨 비밀이?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나는 바로 윌리엄의 어머니 캐서린이었다. 루시의 눈에 비친 캐서린은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 타고난 우아함과 세련됨을 소유한 여인. 그리고 가끔 그런 취향을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하는 - 맘에 들지 않는 루시의 외투를 마음대로 치워버리는 식으로- 사람.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제멋대로이기도 하지만 또 천성은 다정하여 가족을 보듬어 안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런데 윌리엄과 루시가 이부동생의 존재를 알고 쫒아가면서 알게되는 캐서린의 과거는 그들이 알고 있는 것과 너무도 달랐다. 윌리엄과 다르게 캐서린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만들어간 존재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건 쉽지 않았을것이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상처입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 시대에 이렇게 적극적인 여성은 매혹적이다. 


 오, 윌리엄이란 저 호명은 감탄사이기도 하고 불쌍한 윌리엄이란 내용이 숨어있는 내면의 언어이기도 하다. 오, 윌리엄 당신 알고 보니 마마보이였구나. 당신 혼자서 스스로의 힘으로 이룬게 뭐가 있니? 너 계속 그렇게 살래? 뭐 이런 말이 저 짧은 감탄사에서 끊임없이 들린다고 할까? 그런 윌리엄이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한다. 루시에게 나와 휴가를 같이 가줘라고.... 생각해보겠다는 거절에도 예전과는 다르게 다시 한번 붙잡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 순간 루시에게 안전한 집이었던 윌리엄의 존재는 깨졌지만 이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다정한 친구로서의 루시와 윌리엄이 첫발을 내딛는다. 


오 모든 이여, 오 드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소중한 모든 이여, 그런 의미는 아닌가?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자신 조차도!   - 298쪽


  우리는 타인을 아니 나 자신조차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다 알 수 없지만, 오 , 윌리엄 또는 오, 루시 또 그리고 오, 캐서린이라 부르는 호명속에 공감과 연민과 이해를 담는 것이다. 갑자기 내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을 저렇게 오! 하는 감탄사를 붙여 불러보고 싶어진다. 부디 나의 호명과 존재가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지기를........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오, 윌리엄>이 루시 바턴의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3인칭 소설로 소설속 등장인물들의 말을 통해 가끔 루시가 소환된다. 하지만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 루시와 엄마와의 대화속에 에서 간단하게 언급되면서 궁금증을 일으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 다 들어있다. 그래서 스토리상으로는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고 할 수 있겠다. 


  루시 바턴이 태어나고 자란 미국 중부의 일리노이주 앰개시를 배경으로 그 곳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작인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 다들 한번씩 언급된 인물들이라 뭔가 아는 사람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야기들의 사이 사이 루시에 대한 이야기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온 여기 9개의 단편들이 재미있다고 말하기에는 다들 너무 아픈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 속 등장 인물들은 모두 어떤 폭력에 의해 상처를 받은 이들이다. 


  루시의 오빠 피트 바턴은 어릴 적 가난에 의한 따돌림, 부모의 학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은 오래된 엄마의 가게 간판으로 상징된다. 이미 엄마가 죽은지 오래되었음에도 엄마의 가게 간판은 엄마라는 존재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위로를 건넨 이웃 토미 덕분에 엄마의 바느질과 수선이라고 적힌 간판에 도끼질을 하고 부숨으로써 그 기억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의 삶을 위한 첫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여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피트는 앞으로도 수십차례의 도끼질을 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었으니 그 다음 발자국도 내딛을 수 있으리라.


  어릴 적 엄마가 사랑을 쫒아가는 바람에 버림받은 패티와 린다 자매는 한 때는 사랑스런 아이들로 프리티 나이슬리 걸즈로 불리었다. 하지만 엄마가 불륜에 빠지고 심지어는 그 불륜의 대상에게서 버림받아버리는 바람에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엄마에 대한 증오를 불어넣어주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누구보다 타인의 비난과 뒷담화에 온전히 노출되어 자랐을 이들 역시 어딘가 뒤틀려있다. 그래도 패티는 상담교사로 일하면서 자신에게 막말을 하는 아이에게 순잔적으로 화가 나 쓰레기라고 같이 막말을 하지만 곧 "네가 내게 무례하게 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나한테 그 말을 할 권리가 주어지는 건 아냐"라고 말할 수 있는 올곧은 사람이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건 상처를 서로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의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갖지 못한 언니 린다는 변태 범죄자 남편이 너무 싫으면서도 주변의 비난과 뒷담화가 두려워 그저 감내하고 참고 모른척하고 살아간다. 어머니의 그림자가 자신의 삶을 덮어버리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같은 경험을 해도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같지 않다. 모든 인간이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고, 극복하는 방법 또한 다르다. 그래서 다섯 딸이 다 클때까지 기다리고, 십삼년간 남편과 불륜관계에 있던 여자에 대해 알게 된 뒤 자신을 찾아온 심장마비에서 회복될때를 기다리고, 남편의 뇌종양이 치명적이지 않기까지 정말 이십년을 더 기다려 자신이 찾은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 메리의 이야기는 읽는 독자를 웃음짓게 한다. 뭘 그렇게 미련하게 다 기다리고 다 참았는지.... 그러다 당신이 먼저 죽었으면 어쩔거냐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그녀가 노년에 찾은 온전한 사랑을 응원하고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싶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을 읽으면서는 내가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내 마음 속 어린 루시 바턴은 뭘까라는 생각도 들고 다 치유하지 못한 내 마음속의 어린 루시를 위해 나도 이렇게 글을 한 번 써볼까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5분짜리 생각으로 아유 뭐하러 그냥 읽는걸로 만족해야지로 바뀌긴 했지만...... 그런 나에 대한 위로가 <오, 윌리엄>에 가면 타인에 대한 연민과 이해의 노력으로 이어진다. 물론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데서 오히려 우리는 타인에 대한 이해의 첫걸음을 디딜 수 있음을 깨닫는다. 내 옆에 오, OOO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를 호명하고싶어진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읽으며 다양한 사람들의 상처와 치유를 읽을 때면 책 속 말처럼 그렇게 햇빛속에 앉아있다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희망이 또는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무엇이든 가능하지만 무엇이 되어야 할지는 자명하지 않을까?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햇살과함께 2022-11-18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루시 바턴 시리즈 읽고 싶게 만드는 페이퍼입니다!

바람돌이 2022-11-18 19:37   좋아요 1 | URL
이 시리즈 세권 다 늘 옆에 두고 꺼내고 싶게 만드는 책들이에요. 너무 좋아요. 아마 햇살과 함께님도 맘에 드실거예요. ^^

프레이야 2022-11-18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셋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전 내이름은루시바턴요. 윌리엄 뒤에 붙은 느낌표에 참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것 같았어요. ^^

바람돌이 2022-11-18 19:39   좋아요 2 | URL
전 다 좋은데 그래도 하나 꼽으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요. 저기 리뷰에서도 얘기했는데 50년이 넘는 결혼을 정리하고 자기 삶을 찾아가는 미시시피 메리 이야기 너무 좋아서요. ^^
윌리엄 뒤에 붙는 느낌표 아 진짜 복합적이죠. 읽으면서 저도 막 오 윌리엄 아........ 이랬다니까요. ㅎㅎ

공쟝쟝 2022-11-18 1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의 최애소설에 대한 리뷰이기 때문에 윌리엄을 다 읽고 읽도록 하겠습니다 😭 아 넘 좋다 ㅋㅋㅋ 알라딘 하는 맛 나네요 ㅋㅋㅋ

바람돌이 2022-11-18 19:41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럼요. 약간의 스포도 우리는 참을 수 없다. ^^ 윌리엄도 좋아요. 저는 루시바턴도 좋았지만 루시바턴에서 엄마의 감정이 잘 이해가 안갔기 때문에 윌리엄이 더 좋더라구요. 이것도 사람마다 진짜 다르겠죠?
윌리엄과 루시가 같이 놀러간 이후의 이야기인듯한 바닷가의 루시도 나왔대요. 언제쯤 번역이 될까요? 기다리는 것도 행복해.. ^^

책읽는나무 2022-11-18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윌리엄> 읽을 때, 잘 읽어야겠군요.
오!!!!! 윌리엄!!!!!! 하면서요^^
절절하네요. 올리브 시리즈 읽을 때처럼 아련한가 봅니다. 이 책에도 ‘햇빛 속에 앉아 있다‘라는 문구를 보고 문득 올리브 책에서 읽은 ‘2 월의 햇빛‘ 이란 문구가 떠오르네요. 책 읽었을 당시가 마침 2 월이어서 산책하면서 2 월 오후 햇빛을 사진 찍어보기도 했었네요^^
햇빛에 대해 스트라우트 작가는 애틋함이 있나 봅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왠지 이 달의 리뷰상 받으시려나? 점 치게 되네요ㅋㅋㅋ

바람돌이 2022-11-18 21:50   좋아요 2 | URL
아 진짜로 오!!!! 윌리엄...... 하게 된다니까요. ㅎㅎ 올리브 시리즈만큼 좋았습니다. 이제 저는 에머미와 이저벨, 그리고 버지스 형제 남았는데 이 책들도 다 읽을려구요. 이 작가의 책은 지금까지 5권을 읽었는데 맘에 들지 않는게 없네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 햇빛속에 앉아 있으면 왠지 좀 아련하지 않나요? 저도 얼굴이야 타던 말던 햇빛받으며 앉아있는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 나무님 기운받아서 이달의 리뷰기운 팍팍 넣어볼까요? ^^

호우 2022-11-18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부작인가요? 각각 다른 시점에서 씌어지고. 다 읽어야만 완성 된 얘기일 거 같네요.독서 노트 첫 부분에 쓰신 글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정말 아무도 모르는 오랜 기억들이 문득 소환되는 순간이 있죠. 그리고 혼자 마구 부끄럽고 한심해지는 그런 때가 있더라고요. 살다 보면.

바람돌이 2022-11-18 21:52   좋아요 1 | URL
오 아니에요. 호우님 얘들은 등장 인물만 같다 뿐이지 사실은 모두가 독립된 이야기들이랍니다. 완전히 따로 읽어도 전혀 상관없고, 같이 읽으면 더 좋은 그런 이야기요. 저도 가끔 소환되는 기억들이 있죠. 혼자 막 부끄럽고 한심해지는요.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

희선 2022-11-19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살면서 누군가한테 상처받고, 누군가한테는 위로 받기도 하겠습니다 그게 같은 사람일 때는 없겠지요 상처주는 사람과 위로를 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 그렇기에 살아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한테 말하지 못하는 것, 숨기고 싶은 것도 있겠습니다 소설에서는 그런 게 드러나지만 현실에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길지도... 윌리엄 엄마인 캐서린... 루시가 윌리엄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겠습니다 엄마를 알고 윌리엄은 나이를 먹었지만 마음이 조금 자랐을지... 뭔가 안다 해도 그대로일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11-19 11:38   좋아요 0 | URL
음 저는 오히려 같은 사람에게서 상처도 받고 위로도 받고 하는 경우가 더 많은거 같더라고요. 보통 상처는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는건데 또 그 사람이 위로가 될때도 있으니 같이 사는게 아닌가 하는.... ㅎㅎ

라로 2022-11-19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두 책은 읽었지만 <오 윌리엄!> 아직 안 읽었는데도 스포 좋아라 합니다요. 스포가 어쩔때는제 정신 건강에 안정을 주는 ,,, 뭐래?? ㅎㅎㅎㅎ
암튼 루시 바턴은 스트라우트 소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어릴적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 그 책을 읽으면서 치유 받는 느낌이 들어서 그럴까요? 암튼 이런 리뷰는 되어야 이달의 리뷰에 당선 되야 하는 거죠!! 어디에 치우치지 않는 시선의 글 역시 마음에 평정심을 주는 군요!!!^^

바람돌이 2022-11-19 11:39   좋아요 0 | URL
이 글 쓰면서 스포 최소화하려고 노력 많이 했는데 그래도 삐져나오네요. ㅎㅎ 아 저는 올리버외 루시 중 어느게 더 좋은지 모르겠어요. 다 너무 좋아요.

다락방 2022-11-22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 권은 읽었고 오 윌리엄은 준비만 해두고 있어요. 곧 읽을 예정입니다.
루시 바턴, 저도 정말 애정하는 소설이에요. 사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애정하는 작가라는 게 더 맞을테고요.
크- 좋네요.
뭐랄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소설속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삶에 끼어들지를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순전하게 그 사람의 삶 그 자체를 보여준달까요. 작가가 끼어들어 가치 판단을 하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그 지점에서 원망 같은 것이 저는 생기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는 생각도 합니다.

잘 읽었어요, 바람돌이 님!

바람돌이 2022-11-22 15:09   좋아요 0 | URL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네요. 저는 이 분 작품은 읽다 보면 작가와 주인공이 막 섞여요. 어 이거 작가 자기 얘긴가? 이러면서요. 올리브도 그렇더니 루시는 더하네요. 근데 그게 또 묘하게 저한테도 위로를 주고요. 루시 바턴 읽으면서 왠지 나도 소설을 쓰고 싶어 그런 생각이 아주 잠시지만 들더라구요. ^^
 

나의 일은 맴돌기랍니다 -
관습을 몰라서가 아니라
동트는 모습에 사로잡혔거나 -석양이 나를 보고 있으면 그래요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예요, 선생님,
그래서 아주 괴로워요,
가르침을 받으면 그것은 사라지리라 생각했어요.

히긴슨에게 보낸 디킨슨의 편지 중에서 - P5

낮은 이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아침과 하나의 정오
말할 수 없는 한 번의 흥청망청
다음은 알려지지 않은 한 번의 경거망동
그 장관에 혹 하고 쳇 하고
물려받기도 하고 뺏기기도 하고
영광을 좇아 빈궁해지니
구제불능이다 - P59

명성은 변덕스러운 음식
바꿔놓는 접시에 올려
차린 식탁 한 번에 한
손님 그리고
두 번째는 차리지 않는다
남긴 부스러기를 까마귀들이 살펴보다
묘하게 깍깍대며
푸드득 지나쳐
농부의 옥수수로 가버렸고 -
사람들이 그것을 먹고 죽는다 - P61

예감이란 - 잔디밭 위 - 저긴 그림자 -
곧 해가 지겠구나 -

깜짝 놀란 풀들에게 알리는 공지
어둠이 - 곧 통과합니다 - - P93

작은 장미를 아무도 몰라요 -순례자일까요
나는 그런 식으로 그를 갖지 않고
그를 들어 올려 당신에게 드립니다
오직 벌 한 마리 그를 그리워할 테고
오직 나비 한 마리
먼길 다녀와 서두르며 -
이 친구 품에 누워 -
오직 새 한 마리 궁금해 할 거예요 -오직 바람 한줄기 한숨 쉴 거예요-
아 작은 장미 - 죽는다는 것이
당신 같은 이에게는 너무 쉽겠죠!
- P97

작고 통통한 형체가
작은 야산마다 하나씩 있듯
부산한 바늘들, 그리고 실 감긴 실패들 -그리고 학교에서 터벅터벅 돌아오는 발걸음ㅡ

짝꿍들, 휴일, 그리고 나무 열매들 -그리고 광활하고 소소한 광경들
이상해, 발은 이렇게 소중하고 벅찬데
이렇게 사소한 목표에 도달해야 하다니! - P119

 19세기 유럽의 낭만주의 시인들은 있는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치유하고 위로가 될 자연과 자연과의 교감을 가능하게 하는 감성과 사유를 중요하게 여겼다. 디킨슨도 이러한 낭만주의 시 전통에 한 발 걸치고있지만 사명감이나 고뇌는 없다. 자연에 만취된 삶이 이미 디킨슨에게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 P152

취기만큼이나 디킨슨이 자주 사용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꿈인데 꿈은 현실을 다른 기호와 언어로 구성한 의식 너머의 텍스트이며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상상력의 실천이기도 하다. 단순히 현실의모사가 아닌, 시인이 언어로 제시하는 새로운 현실의 비전이다. 어린 소녀의 작은 손을 힘껏 펼치면 낙원을 담을 수 있는 것도 시인의 상상력이 주는 가능성 때문이다. - P1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