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잡지 <플레이보이>가 등장하는 시기는 경제성장에 부응해 열심히 일하는 가장들을 찬양하는 한편으로 그 가장으로서의 삶에 의해 남성성이 거세된다고 여겨지던 시절, 그리고 남성성의 거세의 원인은 남자가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 살면서 끊임없이 남자를 일하게 하는 아내 - 여성에게 있다고 하며 여성혐오가 새로운 형태로 발현되던 시절이었다.  


백인중산층가정의 삶을 이상적인 모델로 상정하며 남자들에게 체제에 순응하면서 일하는 기계로 열심히 살아가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인간은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반드시 의문을 품을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렇게 사는게 사는거 맞나 같은 질문 말이다. 원래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었다. 이런 질문을 통해 사회는 변화하고 인간의 삶은 좀 더 나은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항상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자들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 질문에 대한 답은 여성혐오로 나타났나보다. 

"너희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동안 여자들은 네가 번 돈을 쓰며 안락하게 사는 주제에 감사할 줄도 모르지. 심지어 네가 계속 돈을 벌도록 저 여자들은 너를 길들여서 너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너를 조종하려 해. 이제 너는 너의 남성성을 다시 과시해야지?"

<플레이보이>는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남성들의 욕망을 조정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항하는 인간, 질문하는 인간이 아니라 소비하는 인간이다.

<플레이보이>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 상품을 소비하고 여성을 소비하는 남성의 출현을 유도하는 것, 그것이다. 

여기에 <플레이보이>가 자신의 이미지를 고급화하려 한 이유가 숨어있다. 잡지를 소비하는 남성들이 자신이 잡지를 사고 읽는 이유를 충분히 그럴듯하게 포장해 줄 수 있도록 하는것. 

문제는 이제 여성혐오적인 시각이 공공연하게 유통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은폐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플레이보이>를 읽는 수많은 남자들에게 화보 속 벌거벗은 여성들의 이미지는 그들의 머릿속 여성관을 점령해 나갔을 것이다. 


질문하는 인간이 사라진 자리에 소비하는 인간이 대거 등장한다.

그 소비에는 여성도 대상이 된다. 

오늘날 포르노를 처음 접하는 평균 연령은 고작 11세다. 이는과거와는 달리, 포르노가 남아의 성적 정체성에 침투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섹슈얼리티 - 삶의 경험, 또래 집단, 성격 특성, 가족 및 소속 공동체를 통해 유기적으로 발달하는 것-를 창조성이 결여된, 다른 인간 존재를 향한 어떠한 사랑, 존중, 유대감도 보이지 않는 포르노 전반의 섹슈얼리티로 대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P21

포르노에서남자는 혐오를 나눈다. 섹스가 매번 폄하를 최대치로 전달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포르노 섹스의 목적은남자가 여자에게 얼마나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가 중요하며, 이는 행위의 속도와 타이밍, 본질을 결정하는 사람은 남자이기 때문이다. - P43

1950년대 플레이보이의 실제 독자는 위에서 묘사한 플레이보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세련된 취향을 갖기에는 당시 독자 대부분이 물질적 빈곤의 시대에 자랐으며 높은 수준의 소비에 익숙하지않았다. 따라서 이 남자들은 "삶을 온전히 살아갈 방법, 특히 돈 쓰는법을 교육받아야 했다. 그 이전 세대가 무엇을 겪으며 자랐는지를 생각해봤을 때 확실히 이 젊은 세대 남자들은 재량소득을 쓰는 법을 모부에게서 배울 수는 없었다. 새 시대의 선생님이 필요했고, 헤프너가그 역할을 자처하며 남자들에게 플레이보이 라이프스타일이란 무엇으로 구성되는지 그 이미지를 제공했던 것이다. 따라서 잡지가 보여주는 물건은 최고급이어야 했다. 여기에는 단편 문학, 유명인사와의 인터뷰, 차, 술, 의류, 음식, 살 만한 소비재에 대한 조언, 그리고 당연히여자도 포함되었다. - P68

이들 세 잡지와 그 발행인들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포르노 산업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 발행인은 저마다 영역을 확장해 나갔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주류 대중문화에서 포르노의 존재감을더욱 부각했다. 플린트와 구초네가 한계에 도전하면 할수록 플레이보이가 점점 더 괜찮게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 되었고, 플레이보이가주류 문화에 더욱더 깊이 침투할수록, 허슬러』와 『펜트하우스는 더하드코어한 영역으로 진입할 기회를 얻었다. 이 공생 관계는 우리 문화를 길들여 이후 인터넷이 가정에 보급될 시기에 포르노를 여자와 남자를 폄하하고 비인간화하는 이미지의 체계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닌 일상의 일부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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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10-22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문이 아닌 소비하는 사람... 지금은 돈 쓰기를 부추기는 그런 세상이네요 인터넷이 생기고는 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안 좋은 것도 쉽게 볼 수 있고... 안 좋은 것도 쉽게 배우고...


희선

바람돌이 2022-10-22 13:14   좋아요 0 | URL
인터넷 때문에 포르노 문화가 더 커지고 한건 맞죠. 그리고 정말 안타까운건 그런 문화를 접하는 나이가 점점 어려진다는.... 나이가 어릴수록 그런 이미지는 강렬하게 받아들여지고 잘못된 성관념이 평생을 갈 수도 있어서 걱정이 많이 되더라구요.
 

 아주 간단한 것이라도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 제도나 물건이나 체계가 누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여성의 특성과 필요가 반영된 젠더데이터를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공백을 메우고 사회의 균형을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상황을 고려한정책이라면 우리 모두에게 좋은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 P19

성폭력의 원인은 화장, 야한 옷차림, 술이 아니라가해자다.
그래서 성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해자가 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 P36

여성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자전거 조차 못 타게 하는 문화가, 어디에선가 눈에 보이지 않는약한 여성의 목숨을 빼앗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P52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손해로 여기고 꺼린다면, 결혼과 출산이 이익이 되게 할 정책과 제도적·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16년 행정자치부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대한민국 출산지도‘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여기에 지역별 ‘가임기 여성 수‘를 표시한 지도가 있었다.
정부가 여성을 ‘애 낳는 도구‘로 본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 거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P80

아내의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그녀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을용인하는 사회를 건설해 왔으며 ‘그것을 사소한 문제, 탈정치적문제로 치부했다고 말한다. "가정폭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폭력이다." 폭력이 가부장제 속에서 강화된다.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사회 구성원보다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구실을 우선적으로 요구받는다. 이에 따라 폭력 남편들은 자신이 아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을 때 자신에게 교정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폭력을 범죄가 아니라 역할 수행으로 받아들이는것이다. - P95

남성이 임신에 기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성의 신성은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것이 되었다. 그리고 숭배 대상이 남근으로 바뀌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인류가 자연에 순응하는 채집보다는 자연을 길들이는 집약적 농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먹을 것을 구하게 되고, 육체적 힘이 필요한 농사가 남성의 일로 여겨졌다. 한곳에 머무르며 농사짓고 사는 집단 간 다툼이 벌어져도 힘이 센 남성이 적극적으로 군사를 조직하고 나서면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여성에게 있던 권력이 이렇게 차차 남성에게 넘어가고, 여성이 날마다 하는 반복적인 일은 폄하되었다. 이런 힘의 이동은 전세계의 신화가 뒷받침한다. 지역에 따라 시기는 다르지만, 예수탄생 전 1000년 동안 대모신은 서서히 사라지고 그 자리를 남신이 차지했다. - P134

그런데 나이팅게일은 아픈 병사를 묵묵히 치료하는 이미지에가둘 수 없는 투사였다. 그녀는 사실 ‘망치를 든 여인‘으로 불렸다. 군의 지휘관이 필요한 의약품을 주지 않자 잠겨 있던 약품 저장실을 과감하게 공격해서 붙은 별명이다. 나이팅게일이 든 ‘망치‘ 대신 ‘등불‘만 강조하는 것은 그녀의 혁신적이고 강한 모습을당대 남성들이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 P149

사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도 돌봄은 지나치게 여성만의 일이었다. 그러다 전에 겪어 보지 못한 팬데믹 상황에서돌봄이 필요한 곳은 많아지고 여성의 부담이 더욱 커진 것이다.
UN은 2020년 4월에 발표한 정책 보고서에서 코로나19 가 여성들이 수십 년간 노력해서 일군 성평등 관련성취를 후퇴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코로나19로 가중된 돌봄 노동이 육체적인 고통과 고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P164

정치철학자 이현재가 새로운 페미니스트들을 ‘규정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 ‘비체(abject‘라고 명명했다. 비체는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공포스럽고 더러운 것‘으로 여겨지며 ‘기존의언어와 질서로는 파악할 수 없는 존재‘다. 이들은 특정 정체성을공유하지 않고 저마다 다른 자리에 있는 ‘분절된 타자지만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며 서로 의존하고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공감을 통해 연대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낯설고 공포스럽던 메리와 그녀의 괴물에게서 비체가 보인다. 이때 비체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가능성이다. - P214

 약자로서 자신을 잘 성찰한여성의 상상력은 소외된 모든 사람에게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혐오가 일상이 되어 버린 시대에 약자의 자리에서 세상을바라보는 글들이 더 많이 흘러나와야 한다. 여성이 글을 쓰는 이유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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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2-10-14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벌써 읽고 계시군요!

바람돌이 2022-10-14 15:31   좋아요 1 | URL
네 책이 잘 읽혀서 금방 읽히네요.
내용은 새겨들을 것이 많아 좋구요. ^^
 

존은 이걸 얼토당토 않는 소리라고 여길 거란 걸 안다.
그래도 난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걸 어떻게든 말해야만해. 그건 엄청난 위안이 되니까! 하지만 글을 쓰는 데 드는 노력이 글을 쓰며 받는 위안보다 더 커지고 있다. - P47

29다정한 존! 그는 날 다정하게 사랑해주고, 내가 아픈걸 싫어한다. 요 전날 난 그와 진심을 담아 합리적인 대화YOLUS 300를 나누려 애쓰며, 사촌 헨리와 줄리아네 집에 놀러가는걸 허락해주길 얼마나 바라는지 말해보려 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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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9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9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9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9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 삶을 회복하는 힘,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목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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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기 위해 때로는 타자의 시선이 필요하고, 또 때로는 경계의 시선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 목수정씨가 때로는 프랑스의 여러가지 제도들과 사건들을 가져와 한국 사회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은 타자의 시선으로 한국사회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이라는 저자의 위치는 온전한 타자의 시선을 갖기에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고, 거기서 저자가 가지는 위치는 경계인의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 저자의 위치가 잘 드러나는 지점이 팬데믹방역에 대한 평가 같은 것이다.

전 세계의 모범으로 추앙받는 K-방역은 그 신속성과 시스템, 효율성으로 인해서 전 세계의 모범인 것처럼 회자되었으며, 이것을 실어나르는 온갖 유튜버들에 의해 온 국민을 국뽕에 한껏 심취하게 만들었다. 

우리 속에만 있으면 우리의 사고는 여기서 멈춘다. 

아 우리가 정말 잘했구나. 우리나라 대단한걸.... 자랑스러워

그러나 정말 그런가?

K-방역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동안 그것이 구축하고 있는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 혹시 우리는 완전히 망각해버린 건 아닌가?

앱을 통한 효율적인 동선의 추적은 사실상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디지털 통로를 완전히 개방해버린 것은 아닌가? 거기다 우리의 인권방어의 담장을 지나치게 우리사회가 내려버린 것은 아닌가?

백신을 당연시 하기 전에 코로나 바이러스와 그것의 치료에 대해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다국적 제약회사나 그에 관련된 이권관련자들이 온 세계인을 백신으로 몰아간 것은 아닌가?

정말 우리에게는 백신만이 정답이었나?

어른들은 그렇다 치고,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어린 시절의 3년간을 온전히 잃어버리게 할 만큼 코로나의 치명률이 높았나?

아이들의 잃어버린 3년과 방역시스템은 등가로 교환될 가치가 있었던걸까?

요양원에 있던 아프신 어르신들이 죽기전의 3년을 지독한 외로움에 맡겨버린 것은 정당했을까? 

혼자 버려진듯한 3년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마지막 한달을 더 원하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해 나 역시 온전한 대답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질문이고, 질문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지성이다.

질문이 멈추는 곳에서 기만과 억압이 춤추고, 권력과 힘을 가진자들의 독주가 시작된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운영자금의 대부분을 지원하는 WHO

백신의 안정성과 효과를 점검하고 허가를 내주는 미국의 FDA, 유럽의 EMA역시 자금의 80% 이상을 제약회사들이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마자 백신개발을 이야기하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정상들에게 기금 출연을 요구했던 빌게이츠, 빌 게이츠가 설립한 재단이 자선, 기부라는 이름으로 다국적 제약회사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이 투자로 또한 기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에 우리는 의혹의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되는 걸까?


이 책의 가치는 타자 또는 경계인의 시선에서 우리에게 한국사회의 지금에 대해 제대로 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메시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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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10-08 23: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오늘 뉴스에서 보니 청소년 자살률이 급격히 늘었다고 하더라구요. 팬데믹 영향이 큰것 같은데 이 후 우리가 무엇을 얻었고, 어떤것들을 잃었는지 생각해봐야할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10-08 23:26   좋아요 1 | URL
학교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곳인데 학교가 진짜 재미없어졌어요. 팬데믹 기간동안요. 아이들의 고립감이 아마 더 커졌을듯요. 그리고 고등학생의 경우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선택하는 아이들도 정말 많아졋고요.
이게 단순히 팬데믹이 끝난다고 원상복귀되는게 아니라서 더 걱정이에요. 3년 정도를 고립되어 살아본 경험을 가진 아이들에게 다시 학교에 나와서 친구를 사귀고 하는거 귀찮고 힘든 일일 수 있거든요. 어쨋든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건 내가 노력을 해야 하는건데 그거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졌어요.

mini74 2022-10-08 2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엇을 선택하든 질문하고 비판하는 일 필요하다고 봐요 꼭 !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제목 좋아요 ㅎㅎ

바람돌이 2022-10-08 23:28   좋아요 2 | URL
제목 잘 지었죠? ㅎㅎ 이 책의 4부의 팬데믹에 대한 이야기들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그에 대해서만 리뷰를 썼는데, 앞부분의 글들도 좋았어요. 프랑스 사회와 우리 사회의 차이점이나 아직 우리 사회가 더 나아가야하는 부분등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더라구요.

프레이야 2022-10-09 0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목수정 님 책 예전에 뼛속치맛속 읽고 좋았어요.
신간이 나와서 담아두었는데 아무래도 구매각이군요.
기대됩니다. 제목도 적절하고요.

바람돌이 2022-10-09 19:04   좋아요 1 | URL
수긍이 가는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리뷰에 쓴대로 그동안 팬데믹사태에서는 저 자신도 뭔가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떠밀려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좋은 책이었습니다. ^^

희선 2022-10-09 02: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할 때 다른 말을 해도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을 아주 안 좋게 여기기도 하지요 다른 것도 잘 듣고 다른 말도 하면 좋을 텐데... 이렇게 말해도 저도 못합니다 다른 생각도 잘 못할지도... 그대로 믿기보다 어느 정도 의심은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어릴 때는 그냥 다 믿었던 것 같기도...


희선

바람돌이 2022-10-09 19:07   좋아요 1 | URL
나와 다른 얘기를 하면 동의하라는게 아니라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면서 한번 더 나의 생각이 맞는지 돌아보라는건데 다른 생각 자체를 거부하고 비난하는게 진짜 나쁜 거 같아요. 그런 분위기가 생기면 내 생각이 있어도 말을 잘 못하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남 앞에서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거 잘 못하는거 같아요. 그게 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랐기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cyrus 2022-10-09 1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떤 문제를 분석해서 그것에 대해서 질문하면, 그 문제를 선호하고 옹호하는 사람들은 질문을 ‘의혹을 제기한다’라거나 ‘꼬투리를 잡는다’라고 그래요. 그렇게 표현하면 질문하는 행위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보게 만들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 회의주의적 자세가 필요해요.

바람돌이 2022-10-09 19:09   좋아요 1 | URL
맞아요. 다른 생각을 얘기하는건데 넌 왜 분위기 흐리냐 이런 태도 진짜 잘못된 태도고, 바로 이런 태도에서 민주주의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느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게 많이 남아있잖아요.
요즘들어서는 우리가 좀더 일률적으로 생각하는데 더 가깝지 않나 싶기도 하구요. 양 극단에서 딱 한줄 씩 서서는 거기서 약간 벗어나면 야 너 저쪽편이지? 이런 식의 비난을 하는 분위기랄까? 그래서 이런 책이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지 않나싶기도 하네요.

새파랑 2022-10-09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속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보는건 정말 힘든거 같아요. 오히려 외부에서 보는게 더 정확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ㅋ 전 자화자찬 하면 좀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진짜는 조용히 있어도 알아주는건데 ㅎㅎ

바람돌이 2022-10-09 19:10   좋아요 2 | URL
그쵸?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도 많이 다른데 내가 속한 사회도 마찬가지인듯요. 그래도 우리에게는 또 이렇게 외부의 시선을 짚어주는 이도 있으니 부지런히 읽고 생각하고 회의해야 된다 싶어요.
자화자찬의 최고는 역시 국뽕이 아닐까요? ^^

페넬로페 2022-10-09 2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k 방역에 대해 좋게 생각했는데 자영업자들의 원성은 대단했어요. 그것이 정권이 유지되지 못한 이유의 하나일수도 있고요. 그래도 저는 그나마 우리가 잘 유지했다고 생각하는데 전염병에 걸린것이 남에게 큰 피해를 준다는, 초기의 지나친 대응에 대해서는 좀 지나쳤다고 생각해요^^

바람돌이 2022-10-09 22:36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의 생각이 딱 제 생각이었는데요. 이 글을 읽으면서는 좀 다르게 생각할수도 있지 않을까싶은거예요. 예전에 우리가 신종플루때는 치료제가 있었잖아요. 그것처럼 코로나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듣는 약이 초기에 있었는데 이게 백신으로 몰고가는 제약회사들에 의해서 사장되어버리는 얘기들이 나와요.
이런 얘기들을 읽다보면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르는 너무 큰 자본주의의 악들이 우리 세계를 자기 입맛대로 만들어가는거 아닌가? 거기에 나는 휘둘려 온거 아닌가 이런 의심들을 품어보는거죠. 의심이 생겨야 공부하고 알아보고 할수 있을거 같아서요.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을 밟고 2층에 올라서면 테라스까지 이어진 탁트인 공간에 넓게 펼쳐진 카페 겸 레스토랑 ‘라파뷔 La Fabu‘
가 눈에 들어온다. 영화를 보고 나면 쫓기듯 지체 없이 뒷문으로나와야 하는 일반 극장에서와 달리, 누구든 이 여유로운 공간에걸터앉아, 착한 가격의 유기농 와인을 마시며, 보고 나온 영화를논할 수 있다. - P18

영화관 2층에 자리 잡은 도서관은 ‘북 리브 Boug Lib‘라는 이름의도서운동 단체가 운영한다. 누구든 세상과 나눠 읽고 싶은 책을북 리브 운동에 참여하는 공간에 갖다 놓는다. 그럼 그 책등에 푸른색 ‘Bouq Lib" 스티커가 붙고, 서가에 꽂힌다. 사람들은 그 책들을 거기서 읽어도 되고 마음 내키면 들고 떠나도 된다. 다 읽은 책은 사람들 눈에 띄는 어디에든 놔두어야 하는 것이 게임의 규칙이다. 그곳이 카페든 화장실이든 공원 벤치든 상관없다. 프랑스에서널리 상용화된 공공자전거 벨리브를 좇아 작명한 듯한 이 ‘책 돌려보기 운동‘은 2011년 바로 여기 몽트뢰이에서 시작된 시민운동이다. - P19

한국에서 만나는 폐지 줍는 노인들은 재생 경제에 기여한다는면에서 비슷한 목적을 나누지만, 그들을 향한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시선은 그들의 피곤한 얼굴에 더 선명한 고단함을 새긴다. 라칼리포니를 꾸려가는 노인들 얼굴에 깃든 밝은 빛은 존엄한 노년의 삶에 대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지혜와가치를 녹여내고 펼쳐갈 공동체의 주체가 될 때, 노년의 존엄은완성된다. 그리고 뒤 따르는 세대들은 그러한 노년을 바라보며 알맞게 익어 향기를 내뿜는 인생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 P40

그에 반해 이 법이 가져다주는 이득은 명백합니다. 동네 서점이라고하는, 책이 생존하고 전달되는 데 가장 이상적인 공간을 이 법이 지켜냅니다. 이걸 없애고,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만 살아남게 만들어버린다면, 그것은 독자를 소비자로 바꿔버리는 행위예요. - P52

1975년 낙태 합법화는 프랑스에서 여성 해방을 알리는 가장 또렷한 신호탄이기도 했다. 피임 방법이 불완전하던 시절,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시킬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며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선택권을 쥐게 된 여성은 적극적으로 자기 생애를설계하는 주체가 되어갔다. 68혁명이 확산시킨 개인주의의 확대와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는 자칫 가족을 위협하는 요소로 해석되는 듯했으나,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났다.
여성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자신의 직업적 성공에 몰두하는것에 대한 사회적 억압들이 서서히 수그러들자 비로소 출산을 강제된 의무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행복의 요소로 받아들였다. - P98

마지막으로, 여성이 출산과 육아를 위해 여성성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는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제도적 의지가 만들어내기 힘든, 그래서 가장 어려운 대목이 이 네 번째 항목이며,
프랑스와 독일의 출산율 격차를 만들어내는 연금술의 가장 미세한 비법이기도 하다. 출산이 개인의 기쁨에 기반을 둔 선택이어야 하듯이, 육아 또한 여성이 사회적 윤리와 관성에 복종하지 않고, 여성으로서의 욕망과 엄마로서의 즐거움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 P107

"마크롱 정부의 모든 정치는 가난한 사람들의 옷을 벗겨서 부자들에게 더 갖다주는 걸로 점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에 앞서 장기 실업극복과 노동정책이 성공해야 하며, 최저임금이 올라야 하고, 주거 정책이 개선되어야 한다" - P134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으로 치유는 시작된다. 그것은 진실이 갖는 치유의 힘이다.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 금기의 둑은 허물어지고, 썩어가던 공동체 안에는 비로소 맑은 물이 스미며새로운 에너지가 약동한다. 미투는 그것이 시작되는 순간 거대한연대의 고리를 만들고,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에너지를 분출시킨다. - P169

전국 17개 국립대학에선 2019년 9월부터 비유럽권 학생들에대한 등록금의 대거 인상안을 거부한다는 공식 입장이 나왔다.
학생들뿐 아니라, 대학총장협의회에서도 비유럽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차별적 등록금 인상은 강력한 비판과 저항을 불러왔다. - P173

경제적 위기에 몰렸던 사람들은 동시에 정신적 소외와 절망에처해 있었다. 이들은 노란 조끼 운동이 만들어낸 교차로라는 아지트에 모여, 비로소 사회적 가족을 만나고 인간의 공동체가 갖는 놀라운 치유의 힘을 발견했다.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커플이노란 조끼들 사이에서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P181

의심을 금지하는 시대는 이성의 작동을 마비시키는 시대다. 거기에 순순히 침묵하는 지식인, 묵묵히 수용하는 시민들은 질식된영혼을 방치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손상된 이성이 사회에 남긴상처는 불가역적이기에. - P203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듯, 대한민국에도 식약처가 있고, 질병관리청이 있다. 그러나 팬데믹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는WHO다. 오로지 WHO만이 그것을 판단하고 공표할 수 있다. 그판단이 틀렸다 해도, 그것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그 어떤 권위를가진 기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팬데믹에 맞설 새로운 백신의 안정성과 효과를 점검하고 허가를 내주는 기구는 미국의 FDA, 유럽의 EMA 정도다. WHO가 팬데믹을 선포하면, 각국 보건당국은팬데믹을 위한 국제적 공조 시스템 속에서 작동하게 되고, FDA나EMA가 취하는 치료약이나 백신에 대한 판단을 대부분의 국가들이 따른다. - P205

"코로나 백신은 정기적으로 맞는 게될 거예요.... FDA 예산은 우리가 허가 내주는 제약회사로부터 들어오거든요. 그들이 백신을 주기적으로 놓을 수 있게 되면, 우린지속적 수입원이 생기는 셈이죠." " - P207

세상은 온전히 경쟁으로만 굴러가며, 그 경쟁을 ‘공정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 믿는 사회에선 99퍼센트의 부를경쟁에서 승리한 1퍼센트가 갖고, 1퍼센트의 부를 99퍼센트가 나눠 갖는 모순에 대해 함구한다. 결과가 아무리 개떡 같아도 그게공정한 경쟁의 결과라면 깨끗이 입 다무는 게 공정이다. 다만, 너희패자들에게 던져진 1퍼센트만큼은 루저들끼리의 경쟁에 승리하는 자에게 ‘공정하게‘ 준다. 오케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가 봉착한한국식 자본주의 가치의 진수, ‘공정한 경쟁‘의 모순을 폭로한다. - P224

코로나19 치료에 유의미한 결과를 입증하지 못한 렘데시비르에 대해선 우호적 결론을,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이미 곳곳에서임상적 성과를 확인한 HCQ에 대해선 과도한 용량을 사용하며 무용하다는 결론을 내린 두 연구는 공교롭게도 모두 빌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은 같은 연구단체의 손에서 빚어졌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 P260

우리 사회는 부끄럽다. 정부와 부모들이 여러분들에게 한 일, 우리가선택한 일, 즉 학교의 폐쇄, 운동장의 폐쇄 등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비판하지 않았음을 최대한 명확히 말하고 싶다.
2020년, 스무 명의 20세 이하의 사람이 코로나로(혹은 코로나와 다른병과 함께) 사망했다. 반면, 같은해 152명의 14세 이하의 아이가 살해되었다. 2019년에 비하면 40명이 많은 수치다. 이 숫자는 작은 임대주택에서 고립된 채로 지내야 했던 아이들의 상황을 대변할 뿐 아니라,
넓은 집에서 숨을 곳이나 그들을 보호해줄 공간 없이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야 했던 아이들의 상황도 대변해준다. - P278

저자는 "기부사업은 세계화된 경제계에서 가장 번창하는 산업"이라고, 게이츠의 마르지 않는 곳간의 비밀을 설명한다. 이들의 기부는 교육, 농업, 보건 분야의 정책 영역에서 억만장자들이전대 미문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데 직접 기여하고,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은 자신들을 부유하게 만들어준 구조를 더 강화시키기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은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정부와 달리국회의 논의를 거칠 필요도, 감사를 받을 필요도 없다. "내 돈 내가쓰고 싶은 곳에 폼나게 쓴다"는 ‘기부‘란 이름의 자유로운 행위는,
그 모든 귀찮은 절차를 피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이원하는 영역의 질서를 개편하게 해주는 도구다. 정치인들처럼 시시때때로 표를 구걸할 필요도, 가진 권력을 하루아침에 잃을 것을염려할 필요도 없는 그들은 유아독존의 존재다. 현명하게도 게이츠 재단은 학계와 주류 언론, NGO에도 넉넉하게 선의를 베풀어온 덕에 웬만한 잡음들을 소거할 수 있었다. - P295

2000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워 자선사업이라는 우회통로를 통한 사업전략을 찾아낸다. 그는 무기제조업, 몬산토-바이어 등의 농화학기업, 제약회사,
정유회사, 패스트푸드 체인 등에 투자해 얻은 배당금으로 교육,
GMO 농업, 질병 퇴치 등에 나섰고, WHO를 비롯한 수많은 의학연구소와 대학 등에 후원해왔다. 그가 투자해온 제약회사들의 이름은 길리어드, 화이자, 노바르티스 등 소위 빅 파마다. 그의 자선사업은 아프리카, 인도 등에서 에볼라, 에이즈, 결핵, 소아마비 등의퇴치를 위해 자신이 투자해온 제약회사들의 백신을 공급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즉, 자선사업이라는 구실로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성장을 돕고, 거기서 나오는 이익을 취해온 셈이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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