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정통 마르크스주의를넘어서게 되는데, 이는 정통 마르크스주의가 인간의 행위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데올로기, 섹슈얼리티, 인종, 무의식을 함께 고려해야함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가 특정 사회의 경제시스템으로부터 과연 얼마나 독립적인지, 이 골치 아픈 질문은 젠더 이데올로기의 경우에서 아마도 가장 분명해진다. 이제 곧 알게되겠지만,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가부장제를 분석하는데, 이데올로기가 경제 요소들 만큼이나 물질적이고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개인의 삶에서 젠더가 계급만큼 중요함을 증명하면서, 인종, 민족, 섹슈얼리티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P126

여성이 임금 노동과 가사 노동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음을 이해해야만해방이 성취될 수 있다고 본다. - P128

 여성의 억압을 설명하려면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을 결합하여 분석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것이다. - P131

바렛은 여성이 문화적으로도 억압되어 있음을 분석하기 위해서 문학 작품에 초점을 맞춘다. 즉, 문학 자체의 생산과소비의 조건들이 작품 속에서 내용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문학 텍스트를 분석할 때에는 책 속의 내용 만큼이나, 텍스트가 쓰이고, 출판되고, 읽혀지는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 P133

즉, "문학은 살아있고, 힘이 있고, 보람 있으며, 사유와 토론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문학의 계획, 구조, 의도가 잘 이해 - P149

되지 않을 때만 그렇다. 왜냐하면 계획, 구조, 의도가 보이는 순간더 이상 끄집어낼 것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21). 레싱은 의미를 파악하고 해석을 위해 애쓰는 것은 좋은 일이고, 의미와 해석의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이데올로기적이고 경제적인 자신의 현 위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저항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 P150

그러므로『황금 노트북』은 여성의 신체적 경험이 사회적으로 구성되었는가에 대한 일관성 있는 답을 제시하는 대신에, 독자들이 여성의 몸에 대한 경험과 관련된 문제들을 숙고해 볼 수 있도록 이끈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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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1-29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책 같군요. 저도 예전, 소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였던 책 같은데 페미니즘 시각에서
본 비평이었는데 유익하고 재밌었어요.

바람돌이 2023-02-03 00:03   좋아요 0 | URL
에고 저는 이 책 3분의 2쯤 읽었는데 결국 그냥 놔버렸어요. 정리가 좀 안된달까? 차리리 다른 책을 찾아보고 싶었네요. ㅎㅎ
 




chapter 3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자본주의가 가부장제와 어떻게 결합하는가에 대한 대답으로는 마르크스주의만큼 명쾌하게 알려주는게 없을 듯하다. 자본주의하에서 여성의 노동은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가사노동을 그대로 온존시키는 한편으로 산업예비군에 배치함으로써, 아동노동과 함께 값싼 노동력을 유지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또한 여성의 일터를 남성과는 다른 서비스업종-가정에서 하는 돌봄노동과 비슷한-에 한정시킴으로써 가부장제의 힘을 빌어 저임금을 유지시킨다. 실라 로보섬은 이런 자본주의의 모순성을 여성들이 깨달아야 해방을 성취할 수 있다는데, 이 모순이 뭘 말하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알아듣기가 좀 힘들다. 


내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면

가사노동 산물의 상품화(이게 가사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는건가?),  섹슈얼리티의 상품화 때문에 여성의 존재의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노동자 여성들은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고 그래서 가장 전복적인 위치에 서게 된다라고 하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내가 생각하는 마르크스주의는 여기서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의 연대를 모색해야 하는데 사실 노동시장에서조차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남성노동자와의 연대가 쉽지 않은 것은 그동안의 역사가 이미 증명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남성노동자들은 연대하기 보다는 여성노동자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받아들여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21세기 오늘날 페미니즘이 이토록 공공의 적처럼 여겨지는데도 그 기저의식에는 저런 남성의 노동우위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마르크스주의든 뭐든 페미니즘이 극복해야 할 세상에는 바로 이 차별적인 노동현장이 우선이지싶다. 

또한 미셸 바렛이 주장하듯이 차별적인 구조를 당연시하는 교육의 변화, 개혁주의를 받아들이는 자세 - "개혁주의 차원의 투쟁을 모조리 거부하는 것은 아나키즘의 로맨스로 빠지게 되는 것-, 그리고 육아를 재분담하고 여성이 남성의 임금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도리스 레싱의 <황금 노트북> - 나는 <금색 공책>이라고 번역된 창비판을 가지고 있는-에 대해 "세계 문학에서 첫 템폰'이라고 명명했다는데 이 말을 듣는 순간 이 책을 빨리 읽고싶다는 열망에 휩싸인다. 템폰이 여성에게 가져온 변화는 오로지 여성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걸 여성이 아닌 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또한 도리스 레싱이 보여주는 '메타 서사에 대한 불신'역시 흥미롭다. 하나의 거대 담론에 담나내기에 세상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실제로 메타 담론으로 세상을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론의 역사가 반증한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황금 노트북>이 이런 담론들의 경합과 실재를 보여준다면 기꺼이 그것을 보고 싶다. 그리고 계급,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의 이슈가 골치 아프게 뒤섞여 있다는 것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이후 교차성 페미니즘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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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1-27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금노트북 1권만 사뒀는데 얼른 읽어야겠어요. ㅎㅎ

바람돌이 2023-01-27 16:12   좋아요 0 | URL
저는 2권 다 사놓기는 했어요. ㅎㅎ 읽는 것보다 사는걸 더 좋아하는... ^^;;
 

 왜냐하면 여성 소설가와 페미니즘이론가들 모두 주변부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탓에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주제들이 정체성, 몸, 본질주의와 같은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주변부나 경계에 선다는 것은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중심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쥘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그런 위치야말로 바로 ‘여성성‘의 특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주변성이 갖는 이중적 이점은 20세기 여성 소설가들과 페미니즘 이론가들에게는 매우중요하다. - P21

많은 사람들은 페미니즘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유가 자본주의와 산업화라는 사회적 변화로 인하여 중산층 여성들이 가정의 영역 안으로 갇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올리브뱅크스(Olive Banks)는 그러한 사회적 변화의 중요성을인정하면서도 19세기 중반 서구 페미니스트의 출현은 당시 복음주의 기독교, 계몽주의 철학, 사회주의 사상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논하고 있다 (Faces of Feminism 7-8).  - P35

 우리가 통상 페미니즘 제1물결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상은 문화적으로 특수한 계층과 인종에 국한된 운동이었음을 알 수있다. - P38

 "지성"이란 단어가 여러 번 반복된다. 레싱이 말하려는 요점은 합리적 지성 [남성성]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성이 실패하는 이유는 지성이 문화적으로 남성성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레싱은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사용했던 똑같은 전략을 가지고, 이 점을 멋지게 피력하고 있다. 레싱은 가부장 담론의 규칙을안으로부터 파괴함으로써 가부장적 담론을 공격하고 있다.
「19호실로」와 함께 울프의 주장을 다양하게 살펴보면 울프의 페미니즘이 유연한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울프는 페미니즘 제1물결의평등권 주장을 경제적 독립과 개인적 공간과 자유의 문제로 확장시킨 작가다.  - P61

그렇다면 보부아르에게 내재적 일상에 불과한 일을 아이들을키우는 일, 집안 일은 누가 한단 말인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소수의 전문직 여성들이 자유를 추구하는 반면, 그들의 아이들을 키우고 빨래하는 여성들에게 자유가 어떤 의미인지, 보부아르는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이슈는 3장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에서다뤄질 것이다. - P68

 보부아르가 개인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자유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성의 숫자는 해방을 제도화할 만큼 충분한가? 어느 정도면 의식이 깨인 소수 여성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과연 보부아르는 여성이 해방된다는 것은 소위 남성의 특질로 여기는 초월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남성은 변할 필요가 없고 여성은 남성처럼 되어야 함을 주장하면서, 남성과 여성이 형제처럼 되어야 한다는 보부아르의 결론은많은 독자들이 거부하고 있다. - P70

보부아르의 『제2의 성』과 레싱의 「19호실로」를 함께 읽는다면, 진짜로 평등하려면 초월을 재정의해야 하고, 초월을 늘 남성적 속성으로 이해하는 태도를먼저 버려야 함을 알게 된다.  - P71

자유주의 페미니즘 아젠다는 J.F. 케네디가 위촉한 ‘여성 지위 위원회‘
(The 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1961), ‘동등 임금법‘ (The EqualPay Act)통과, ‘권법‘ 7장(1964),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 신화』 (TheFeminine Mystique)(1963)의 출간, 전국여성협회(NOW)의 발족을 포함한다. - P82

‘여성성 신화‘란 중요한 아이디어 두 개를 결합하고 있는데, 하나는 여성성이란 특별하고 소중한 무엇이고, 남성성과는 다르지만 상호보완적임을 함축한다. 또 하나는 이 여성성은 결혼, 모성, 가정, 프리단이 이름지은대로 "가정 주부라는 직업‘을 통해서만 가장 잘 완성될 수있다는 생각이다. - P83

이렇게 루리의 소설은 이데올로기에 온전하게 휘둘리지는 않지만 이데올로기에 호응하는 만큼 사회제도에 얽매여 있는 인물들을능숙하게 제시한다. 프리단은 개인이 이성적이고, 자율적이어서 사회제도와 상관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보지만, 루리는 개인이자유롭게 결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정체성은환경에 의해 휘둘리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의해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 P106

다. 프리단은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온전한 인간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그녀의 정의는 문화적으로 남성적이다. 집밖의일은 합리성/독립성과 동일시한다. - P108

여성성의 신화』에 나타나는 계급, 인종 이성애적 편견은 늘 비판의 대상이다. 프리단의 아젠다는 백인 중산층 이성애 여성이 가정에서 벗어나 중산층 백인 이성애 남자의 가치와 생활양식을 따르는 것이다. 프리단은 노동자 계급 흑인 여성의 경험은 교외의 가정주부의 경험과 같지 않고, 집밖에서의 일, 육체 노동이나 비전문직의 일은 남녀 모두에게 착취적이며 육체적으로 고단하다는 사실을무시하고 있다. 또한 프리단은 양쪽 부모가 모두 밖에 나가서 일하면 어린 아이들은 누가 돌보고, 집안일을 누가 할지에 대해서도 모호하다. 또한 동성애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하고, 핵가족 이외 생활 양식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성의 신화』에서 프리단은페미니즘이 초래하는 최악의 결과는 남성 동성애의 증가라고 지적한다. 마치 남성동성애는 명백하게 회피해야 할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 P109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개인이 사회/이데올로기와 갖는 관계에있어서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젠더 차이에대해 규범적인(모순적이지만) 모델에 따르고 있으며, 정치적 행동과진보와 변화에 대해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이런 점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구조를 유지하는데 노력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 구조 밖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점이 가장 큰 한계다. 그래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페미니즘이론이나 정치적 운동에서 가장 인기 있고, 동시에 가장 덜 위협적인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그들의 아젠다를전략적으로 동등권 법안을 통과하는 캠페인과 같은 특정한 페미니즘 목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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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페미니즘의 제1물결


페미니즘 제1물결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여성 참정권 운동이였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혁명 이후 인권 개념이 발생하지만 그 속에 여성의 권리는 빠져 있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고, 이후  참정권 운동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하겠다. 그런데 이에 대한 문학적 성취가 없었나보다. 내가 읽었거나 알고 있는 책을 돌아봐도 없구나.....버지니아 울프는 이런 운동에 대해서 모르지 않았지만(모를 수가 없지 않나?) 더 중요한 것은 경제적 독립과 개인적 공간이라고 <자기만의 방>에서 말했다고 하는 데 이걸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물론 울프가 여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말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여성참정권 운동보다 더 중요하다는 비교개념으로 말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문학비평과 페미니즘을 결부시키는 이 책의 첫장은 안타깝게도 가장 핵심적인 페미니즘 운동의 노력과 성과를 비켜갈 수 밖에 없었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중요하게 등장하는게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다. 정치와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여성이 제2의 성이 된 것은 그것의 타자성에 기원한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제1페미니즘 운동의 이론적 귀결을 볼 수 있었다는게 내 생각인데 저자의 말 역시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울프와 보부아르가 여성참정권 쟁취 이후를 고민하지만 여성억압의 외적 조건에서는 모두 인지하고 싸울 방법도 찾았지만, 둘 중 누구도 여성억압의 내재적 조건 또는 여성 내부의 다양한 차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했던 것이 한계일듯하다.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의 여자 주인공이 결국 파멸에 이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여성의 억압이 경제력이나 자기 공간, 또는 남성과의 관계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문학적 성취일 수 있겠다. 


chapter 2 자유주의 페미니즘


베티 프리단으로 상징되는 자유주의 페미니즘 시기에 여성운동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보수적으로 보인다. 여성을 위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평등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성정치학'과 떨어질 것을 요구하는데 이는 동성애 권리와 낙태의 권리같은 것과 구별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 찬성하기가 힘든데 어떤 궁극의 목표가 있다고 했을 때 그것에 단계적으로 요구사항의 수위를 조절한다거나 하는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목표가 틀리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은 것이다. 독립적 인간으로서 폭넓게 여성의 권리를 사고하지 못하는 것은 어쨌든 가부장제의 논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혐의는 베티 프리단이 사유를 알파적 사유와 베타적 사유로 나누는 것에서도 보여진다. 사유 자체를 남성적 사유와 여성적 사유로 나누어 온 것은 오래된 가부장제의 도그마였고, 거기서 여성적 사유의 유용성 또는 우위를 주장한다는 것은 결국 가부장제가 그어놓은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경계 자체를 뛰어넘는 사유이다. 누구도 성에 의해서 분석적인 사유를 하거나, 통합적인 사유를 하거나 하도록 규정지어지지 않았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내용과 한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작품으로 제시되는 앨리슨 루리의 <테이트 가족의 전쟁>은 이 시기 전통적인 이성애 가정과 그것이 붕괴되는 모습, 그리고 대안적인 가정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와닿지가 않는데 그것은 원래 논제인 이성애 가정의 근본적인 문제점, 그리고 대안적인 가정의 모습이나 의미 이런 것들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진다. 소설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어쩌면 소설 자체가 그런 모습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저자가 텍스트를 잘못 선택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저자가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문제가 현재 사회의 구조를 용인하고,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본질을 건드리지 않으며 중산층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정도에서 멈추려한다는 것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이것이 소설의 어떤 지점과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독자에게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게 문제다. 도대체 이 소설을 선택한 이유가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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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1-27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현재까지 수잔 왓킨스의 비평이 확 와닿지가 않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론 정리만큼은 잘해두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에 의미를 두고 읽는게 좋겠다고 혼자 생각중입니다.

바람돌이 2023-01-27 09:40   좋아요 0 | URL
앞으로 계속 읽어나갈 분야니까 저도 이론 정리라 생각하며 열심히 보겠습니다. ^^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정희진의 글쓰기 4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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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사람의 결과다.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26쪽



정희진선생님의 책을 읽다 보면 결국 내가 어떻게 삶을 사느냐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내가 내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나의 글은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나 스스로가 나라는 인간을 어떻게 만들어왔는가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같은 영화를 봐도 흔히 말하는 꽂히는 부분은 다 다르다. 그것이 당연하다. 우리들은 모두 다르게 각자의 자신을 만들어왔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모든 세계관, 담론은 부분적 세계관이다. 페미니즘이든 마르크스주의든 모두 부분적 세계관이다.(50쪽) 이것은 앞으로의 내 삶을 어렵게도 쉽게도 만든다. 거대담론 하나로 세상을 설명하는 것은 어찌보면 참 쉽다. 대충 끼워 맞추다보면 맞아 들어간다. 그럼 개인은 그 거대 담론의 실현을 위해서 노력하면 된다. 그것이 훌륭한 삶이라고 자위할 수 있고, 그래서 뿌듯한 삶을 산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20 대와 30 대가 그렇게 달려간 삶이다. 그러나 늘 세상은 그렇게 달려가는 나에게 아닌 장면들을 보여줬고, 그것은 혼란이기도 했고 좌절이기도 했었다. 사회의 진보가 그 구성원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성장이 평등의 실현으로 나아가지도 않았다. 심지어 평등을 말하던 사람들이 그 구성원들조차도 억압하는 모습을 무수히 봐야했다. 그속에서 느껴야 했던  혼란과 좌절이 요즘에 와서야 좀 메꿔지는 기분이다. 정희진선생님의 책을 읽다보면 그렇다. 


  먼저 주의해야 할 것은 쉽게 말하던 것들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역지사지가 그렇다. 쉽게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봐라고 하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여기지만 그렇다면 세상에 그 많은 부조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 나의 그 수많은 고민들 - 인간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생긴 - 역시 세상 사람들이 나와 같을 것이라는 희망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전장연이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 시위를 한다. 그들은 정권과 싸우는 것보다도 더 지하철로 출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각과 더 싸워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왜 역지사지하지 않는걸까? 이렇게 물으면 답이 없다. 그것은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각자가 딛고 서있는 땅, 존재의 근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저쪽 장애인의 땅으로 건너가지 않을거라고 암묵적으로 믿는 것이다. 타인의 일이고, 소수의 일이고, 소수가 다수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역지사지는 존재를 옮기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러면 우리는 희망이 없는가?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정말로 역지사지를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공부는 타인과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이므로......


  모든 공부와 앎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시각이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은 결국 내가 나의 계급적, 성적, 개인적 한계들 때문에, 또는 개인적 욕망 때문에 무엇을 보지 못하는가를 아는 것이다. 배제된 사람이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다. 정희진선생님의 책을 읽는다는건 바로 이런 것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는 것은 굉장히 큰 기쁨과 고통을 함께 동반한다.  나의 한계가 무엇인가를 아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그로 인해 맞게 되는 다른 지점은 나에게 새로운 인식의 차원을 열어주는 것이다. 



나는 영화나 책을 집중해서 보지만, 완전히 믿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며 노력하는 편이다. 본 것이 지식으로 자리잡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앎은 기존의 앎을 비워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 148쪽


  영화든 책이든 어떤 부분에 내가 반응을 보이고 꽂히는가는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끊임없이 내가 올바르게 반응하고 있는지, 지금의 내 위치는 바른 위치인지 돌아보고 점검해야 한다. 그것이 공부의 의미라는 것을 이 책이 내게 가르쳐준다. 설사 이 책이 그런 의미가 아니어도, 이같은 결론이 나의 오독이라 하더라도 나의 결론이 내 삶을 좀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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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08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파이팅입니다♡

바람돌이 2023-01-08 23:58   좋아요 1 | URL
파이팅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3-01-09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번씩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저의 읽기가 넘 부족하다는 인식과 함께 심하게 채찍질 당하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계속 읽고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깨달아가면 조금씩은 발전할 수 있겠죠~~
딸아이가 저번에 학교갈 때 전장연 시위로 강의에 늦게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만약 어떤 사람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위해 약속시간에 도착해야하는데 늦게 도착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말도 하더라고요.
그렇게 말했을 때 제가 잠깐 멈칫했어요.
그들이 오죽하면 그렇게 하겠냐고도 말했지만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것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도 모호하고~~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는게 정말 힘들어요^^

바람돌이 2023-01-12 22:07   좋아요 1 | URL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이 더 많이 생기고, 공부해야 할 것도 더 많이 생기는게 당연한거겠죠?
책을 읽은건 쌓여가는데 뭔가 모자란 느낌은 왜 더 심해지는지 항상 고민돼요. ㅠ.ㅠ
전장연의 시위든 다른 시위든 뭐든 저는 그것들을 페넬로페님과 따님처럼 이야기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들에서 우리는 또다른 관점, 생각들을 알아나가는거니까요. 생각없이 사는게 어쩌면 가장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행복하지는 않을거 같아요. 그래서 힘들지만 우리가 모두 읽고 생각하려고 하는거 아닐까싶기도 하고요. ㅎㅎ

singri 2023-01-09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이책 안 읽었는데 왜 읽은거같지? 했더니 <혼자서 본 영화>를 읽고는 헷갈렸네요. 영화도 영화지만 선생님은 어찌보셨나 이야기가 더 듣고싶은거 같기도하고요. 책속 영화들도 따라 보고싶네요.

바람돌이 2023-01-12 22:09   좋아요 1 | URL
전 정희진샘은 영화도 막 어렵고 완전 예술영화 이런거만 보지 않을까 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영화들은 본 영화도 많고 안 본 영화들도 좀 대중적인 영화가 많아서 이 책 읽기가 좀 편했어요. 정희진샘 책 본 이야기 읽으면 읽은 책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말이죠. ^^

그레이스 2023-01-12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올바르게 반응하고 있는지... 항상 스스로에게 부끄럽습니다.

바람돌이 2023-01-12 22:09   좋아요 1 | URL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을까요? 부끄럽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
지금같은 시대에 말입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3-01-12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글쓰기가 나의 통찰력을 보여 주는 일인 동시에 나의 통찰력의 한계를 보여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글의 평가를 받는 게 두려워지더군요.

바람돌이 2023-01-12 22:11   좋아요 0 | URL
어떤 사람이든 그의 책장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잖아요. 그런데 글은 더 한거 같아요. 끊임없이 나를 노출하는 과정이랄까? 이곳에 쓰는 이런 잡글도 쓰면서 나에 대한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데 많은 대중에게 노출되는 칼럼을 쓰시는 페크님은 진짜 대단하신거예요. ^^

희선 2023-01-13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한테는 네가 되어 생각해 봐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게 보지 않을지도... 그 사람 처지가 생각한다고 해서 그게 똑같지는 않을 거예요 자신이 잘 모르는 걸 알기도 해야 할 텐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