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의 조직적인 활동이 백인 여성들의 클럽을 모방한 형태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그 외의 다른 조직의 형태를 알지 못했고, 노동계급이 자신의 계급적 조직을 만들기에는 여전히 그들은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가난하니 말이다. 문제는 또한 이런 형태의 여성클럽이 흑인 여성들 내에서도 똑같은 문제 엘리트주의에 직면하는 것도 당연할테다. 시대적 한계라는 말이 그냥 있는게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이것이 어떻게 해체되고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가이다. 


  참정권 운동 역시 여러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데 사실상 중산층 백인 여성들이 노동계급의 상황에 대해서 이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표권을 얻으면 신세계가 열리리라는 전망을 열렬히 외치지만 노동자 여성들은 투표권을 가진 자신의 아버지,남자형제들의 삶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매일 보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 백인 여성들이 성차별주의가 계급 불평등이나 인종주의보다 훨씬 억압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그들만의 주장, 언어일 뿐이다. 인종과 관계없이 노동계급의 여성이 투표권을 요구하는 투쟁에 나서는 것은 이 투표권이 자신의 노동조건과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된다는 것을 자각하여야 한다. 


 결국 이는 필연적으로 사회주의적 각종 조직- 노동조함, 노동자 협회, 공산주의자 클럽, 사회당 등-의 등장과 그 영향과 연결되며,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등장으로 투표권운동은 백인 중산층 여성에게서 노동계급으로 확대되게 된다. 또한 걸출한 흑인여성혁명가들, 또는 사회운동가들이 등장한다. 루시 파슨스같은 초기의 공산주의자들은 대부분의 초기 공산주의 운동이 그러하듯이 모든 특수성 - 인종, 젠더를 계급성으로 대체해버리는 우를 범하지만 이것은 루시 파슨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거의 모든 사회주의 운동이 초기에 겪었던 오류를 거쳐가는 과정일뿐이다. 엘라 비르 블로어라는 백인 공산주의자 여성운동가에 이르면 이제 공산주의운동은 흑인해방운동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나간다. 또한 클라우디아 존스에 이르면 가사노동이 주를 이루는 흑인 여성의 직업이 성차별의 주요한 원인임을 간파하고 사회주의가 흑인여성, 흑인 전체, 노동계급 전체를 위한 이론이자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었다. 


이제 이들은 여성, 인종, 계급운동에서 어떤 새로운 차원을 열어갈 것인가?

점점 흥미로워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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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2-17 0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뭐든 처음부터 잘 되는 건 아니겠지요 좋은 뜻이어도 잘못된 길로 가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다음 단계로 가겠습니다 더 안 좋은 길로 가지 않고 올바르게 간다면 좋을 텐데, 올바른 것도 정말 올바른 건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사람 마음이 다르기도 하니...


희선

바람돌이 2023-02-17 22:55   좋아요 1 | URL
뜻이 좋다고 모든 것이 다 용납되는 것이 아니라는걸 여기서도 또 느끼네요. 역사는 어차피 그런 장면의 연속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오류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나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달라지는 지점을 포착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

다락방 2023-02-17 09: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회주의 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게 그런 것 같아요. 처음 시작은 당연히 우를 범할 수밖에 없고요. 그러나 그것을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한계가 드러났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드러난 한계를 그 다음에는 수정해나가며 점점 완성된 형태를 갖출 수 있을 테니까요.

역시 같은 책 읽으면서 다른 분들의 감상을 읽는 건 너무 재미있어요. 바람돌이 님이 점점 흥미로워진다 하시는데, 저는 바람돌이 님의 글이 그렇다면 또 나오겠구나 싶어 흥미로워 집니다. 훗.

바람돌이 2023-02-17 22:59   좋아요 2 | URL
사회주의가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하고 그 긍정성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는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으로 가난한 자들에게 정말 깨지기 힘든 무기를 쥐어준거니까요. 맑스가 그랬잖아요. 철학자의 임무는 세계를 해석하는게 아니라 변혁하는거라고....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의 오류 또한 우리는 냉철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 책을 읽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맑스주의자로서 작가 앤절라 데이비스의 한계를 보기도 했습니다. 여성문제는 계급문제나 사회주의의 문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 분명히 있는데 그 부분은 간과됐거든요. 뭐 80년대 초반의 맑스주의자라면 당연한 한계이기도 합니다만.... ㅎㅎ
 

1890년대는 노예제 폐지 이후 흑인들에게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고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인종의 저항 투쟁에 가담할 의무를 느꼈다. 밀어닥치는 린치의 물결과 흑인 여성에 대한 무차별적인 성폭력에 대한 대응에서 최초의 흑인여성 클럽이 조직되었다. - P203

흑인 여성의 클럽 운동은 단호하게 흑인해방투쟁에 전념했지만 그 중간계급 지도자들은 때로는 안타깝게도 흑인 대 - P210

중에 대해 엘리트주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가령 패니 배리어윌리엄스는 클럽의 여성들을 해당 인종의 ‘새로운 지성이자각성된 양심‘으로 보았다. - P211

노동계급 여성 대중은 임금, 노동시간, 노동조건 같은 당면한 문제에워낙 골몰해서 터무니없이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대의를 위해싸우지 못했다.  - P219

수전 B. 앤서니가 노동계급 가정의 현실에 익숙했더라면절대 이런 말은 못 했을 것이다. 노동계급 여성들이 익히 잘알고 있듯 투표권을 행사하던 그들의 아버지, 남자 형제, 남편, 아들들은 전과 다름없이 부유한 고용주들에게 비참하게착취당했다. 정치적 평등이 경제적 평등에 이르는 문을 열어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 P220

어머니, 내가 앨라배마로 돌아가서 작고 낡은 우리 오두막뒤에 있는 목화밭에 나가면 거기 서서 혼자 생각할 거예요.
"캐피톨라, 너 정말로 거기 파리에 가서 그 온갖 멋진 여자들을 만나고 그 온갖 멋진 말들을 들었던 거니? 아니면 네가거기에 갔던 건 그냥 꿈이었던 거니?‘ 그리고 그게 정말 꿈이 아니었다는 게 증명되면, 오 어머니, 나는 앨라배마 방방곡곡에 내가 여기서 배운 걸 전부 떠들고 다니면서, 전 세계여성들이 우리가 남부에서 상대하는 그런 테러를 끝장내기위해, 그리고 전쟁을 끝장내기 위해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알릴 거예요.  - P246

니그로 여성과 백인 여성의 경제적 관계는 ‘마님 - 하녀‘ 관계를 영속시키고 남성우월주의적 태도에 먹잇감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백인 여성 진보주의자, 그리고 특히 공산주의자들은 잘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는 백인우월주의의 모든 표현에 의식적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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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제가 없어졌다. 그러나 재산이라고는 진정 몸뚱이밖에 없는 그들에게 어떤 초기 정착을 위한 경제적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그들은 생산과 동시에 빚이 증가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동시에 미국의 법은 그들을 실질적인 노예 상태를 벗어나게 하고싶지 않다. 재소자 임대 제도는 흑인들을 아주 사소산 구실로 체포하게 하고 그들을 다시 농장주들에게 대여되도록 하였다. 실질적으로는 노예제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1890년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48개 주 가운데 32개 주에서 가사서비스가 흑인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지배적인 직업이었다는 것은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통념과 달라서 약간 충격이었다. 일반적으로 남북전쟁을 남부의 농장제와 북부의 공장제의 대립으로 보고 값싼 공장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으로 보는데, 1890년의 인구조사가 보여주는 것은 통념보다 미국의 자본주의 공장제 공업의 비중이 아직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그럼으로써 남부의 노예제에서 벗어난 대다수의 흑인들이 다시 농장에서 옛 주인 밑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가질 수 있는 직업은 가사노동- 백인들의 시중을 드는 그런 것들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제 흑인=노예라는 공식이 흑인=하인이라는 공식으로 대체되는데 실제 흑인들의 처지는 이전의 노예로서의 상황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흑인 여성 가정부를 두고 있는 백인 중산층 페미니스트 여성은 백화점 점원의 노동조건에는 분노하지만 자기 집의 흑인 가정부의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알고싶어하지 않는다.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는 나의 주장과 나의 삶이 어긋날 때 그것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의 필요다. 나와 나의 가족이 해야 할 노동을 대신하고 있는 흑인 가정부의 삶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다면 다른 어떤 공감도 그것이 나의 삶의 편안함을 희생해야 한다면 사람은 누구나 더 이상 진보적이기 힘들다. 

오래 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지역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 저자는 이스라엘의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다들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를 바라고 있다고 그래서 이 지역의 평화 역시 긍정적이라고 평해놓은 것을 봤었다. 하지만 내가 그 책의 인터뷰를 통해서 느낀 것은 이스라엘인들이 바라는 평화는 자신의 삶의 어떤 것 -현재의 편안함, 경제적 안정, 사회적 지위 등등 - 양보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신들이 빼앗은 것 어떤 것도 내놓지 않는다면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맺고싶다고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평화를 말한다고 할 수 있을까? 흑인 여성의 노동이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이든 그것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다면 페미니즘을 말하는 것도 평화를 말하는 것도 공허하기 이를데 없고, 위선일 뿐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흑인들이 원했던 것은 땅, 투표권, 그리고 학교였다. 해방된 흑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이 3가지였다. 땅과 투표권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했던 흑인들에게 남은 것은 교육이었다. 백인 여성들은 흑인 여성들의 교육을 위한 투쟁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백인 여성들은 자신도 갖지 못한 투표권을 흑인 남성이 가지는 것은 반대한다. 또한 흑인 투표권에 대항하여 여성 투표권을 쟁취하기 위해 문해력을 투표권의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것은 명백한 인종주의일뿐만 아니라 계급차별이기도 하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누군가를 나보다 못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동정하고 돕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임을 여기서 발견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내가 동정하는 대상이 내가 동정할 사람이 아니라 나와 똑같은 권리를 가진 평등한 인간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다 보면 오늘날 우리사회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 우리는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임금을 받아야 하는가? 어느 정도까지 사회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가라고 질문하다가 이 질문 자체가 역시 얼마나 인종주의적이고 오만한 것인지를 다시 깨닫는 것이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의 비공감과 편의주의, 그리고 자기애가 가지고 오는 이런 판단 미스는 실제로 우리 사회의 타자에 대한 폭력을 강화하는데 일조한다는 것이다. 미국 백인여성들의 온정주의적이지만 인종주의적이고 계급차별적인 결정들이 흑인에 대한 무수한 린치, 살인들을 방조하고 오히려 그 폭력들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들을 강화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나는 흑인 남자가 가능한 모든 행복과 진보를 누리기를 바라지만 앵글로색슨 인종의 성역을 침범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199쪽


 이토록 직접적이고 대범한 인종차별적이고 계급주의적인 언사에 지금의 나를 대입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장애인의 처지가 나아지기를 바라지만 그의 출근길 시위로 내가 더 빨리 집을 나서 출근해야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주 노동자는 그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아야 하지만 그 댓가가 나의 지위나 급여보다 올라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동성애를 이유로 차별하는것을 반대하지만 나의 아이가 동성애자가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등등등..... 이 속에 들어갈 수 있는 문장은 무수히 많다. 

때로는 반면교사가 더 힘이 세다. 나의 위선을 바라보는 거울이 일상에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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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2-15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인 여성이 가진 생각 한국 사람도 가지기도 하겠네요 한국 사람이라고 하다니... 저도 그렇겠습니다 이젠 한국에 한국 사람만 살지 않기도 하죠 외국인 노동자가 있어서 한국이 돌아가나 싶은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사람으로 생각해야죠 언제나 자신을 되돌아봐야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2-15 23:38   좋아요 1 | URL
조만간 한국의 인구에서 외국인이 더 많아지는 경우도 예상해야 할 거 같아요.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로 볼때 우리 나라도 다인종 다민족국가가 되는게 멀지 않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러면 뭐 큰일 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이걸 또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보면 또 뭐 그렇게 큰일인가 싶기도 하구요. 그런 문제에서 언제나 나의 관점을 다시 되돌아보는 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햇살과함께 2023-02-15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부분, 흑인 여성 가정부를 둔 백인 중산층 페미니스트 여성의 모순에 크게 공감했어요!
제가 육아도우미를 고용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당시 가정에서 사용자라는 나의 위치와 직장에서 사용인이라는 나의 위치에 대한 저의 대립적, 모순적 시각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기에..
책을 읽는다는 건 이런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3-02-15 23:40   좋아요 2 | URL
우리는 사실 모두 나의 편안함을 위해 타인의 불편함에 눈을 감는 경향이 다 있잖아요. 이런 것을 자각하기만 해도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같은게 달라지리라 싶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이렇게 얘기도 하고 하는거잖아요. ^^

단발머리 2023-02-19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에 대한 리뷰들 중에 이 리뷰가 제일 좋았어요. 바람돌이님 이 책 리뷰들 여러 편 쓰셨는데 그 중에서도 이 리뷰가 최곱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고요.
비공감과 편의주의, 자기애에 대한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영구 보관해야 합니다!!!!!!!

바람돌이 2023-02-25 11:44   좋아요 1 | URL
여러 글들중에서 그래도 공감가는 글이 있었다고 얘기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이참에 알라딘에 명예의 전당 영구박제공간 하나 만들어달라고 졸라볼까요? ㅋㅋ
이번 달의 책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었던 것들,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더 생각하게 해줘서 저는 참 좋았습니다. 단발머리님의 리뷰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인종주의는 복잡다단한 방식으로 굴러간다. 백인보다 흑인 하인을 더 좋아한다는 말로 자신이 흑인을 칭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고용주들은 실제로는 하인 - 솔직히는 노예-은 천생 흑인의 숙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P152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는 종종 수렴하고, 따라서 백인여성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유색인종 여성의 억압적인 난관에연결되어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러므로 백인 여성 가사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항상 흑인 여성 하인의 임금을 계산하는 데 사용되는 인종주의적 기준에 맞춰 고정되었다. 가내 일자리를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이주 여성들은 흑인 여성 못지않게벌이가 형편없었다. 소득 잠재력에 관한 한 이들은 생계를 위해 노동하는 백인 남자들보다는 흑인 자매들 쪽에 단연 더 가까웠다.  - P153

 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았다. 여자도, 남자도 땅을 원했고, 투표권을 원했고 "학교를 절절하게 갈망했다"  - P162

교육을 쟁취하기위한 미국의 여성 투쟁사는 남북전쟁 이후의 남부에서 흑인여성과 백인 여성이 함께 문맹과의 전투를 진두지휘했을 때진정한 절정에 도달했다. 이들의 단합과 연대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생산적인 가능성 중 하나를 지키고 공고히 다졌다. - P176

이 결의안은 흑인 남성과 이민자 남성들의 권리와 함께흑인 여성과 이민자 여성의 권리를 호방하게 일축했다. 게다가그것은 해묵은 편의주의 논리로는 더 이상 정당화할 수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배신을 시사했다. 이 결의안의 논리 안에는 노동계급 전체에 대한 공격, 그리고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인간의 한계를 넘어 무차별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신흥독점자본가들과 결탁할 의지가 은연중에 배어 있었다. - P185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중대한 이데올로기적 결합을통해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가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었다.
항상 손쉽게 어울리던 백인우월주의와 남성우월주의가 공개적으로 그 결합을 받아들이고 강화됐다. 20세기 첫 몇 해 동안 인종주의적 사고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 - P192

나는 흑인 남자가 가능한 모든 행복과 진보를 누리기를 바라지만 앵글로색슨 인종의 성역을 침범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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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은 여성의 노예제 반대 운동에 참여하면서 억압에 대한 정치적 도전을 조직하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녀는 여성 참정권을 주장하며 싸운다. 1848년 세니커폴스 대회에서 그녀가 제기한 여성의 선거권은 당시 많은 논란을 일으켰으며 대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세니커폴스선언에 여성의 불평등한 상황과 권리를 표현하고 그것을 자각하게 하는데 기여햇다. 그러나 이 선언은 안타깝게도 흑인 여성과 백인 노동계급 여성에 대해서는 거의 외면했다.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 여성의 관점이자 운동이었다. 그들이 하는 노예제 반대운동은 결국 가진 자의 동정심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이런 인식의 한계는 1863년 이후 링컨의 노예해방령이 발표되고 법적인 노예해방이 실제화되자 바로 여성과 흑인을 대립시키면서 새로운 인종차별주의적인 생각으로 나아간다. 백인 여성보다 흑인 남성의 정치적 영향력이 더 커지면 안되지라는 생각 또는 ".... 비속한 무지렁이 흑인 남자보다는 학식있는 백인 남성의 노예로 지내는게 더 낫다"라는 발언이라니..... 여기서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의 진보는 멈추고, 오히려 인종차별주의자로 돌아섬을 알 수 있다.   


  여성참정권 운동 내부에서 흑인 참정권투쟁과 여성참정권 투쟁을 합치고자 한 모임에서조차 흑인 남성이 투표하는 것보다는 여성이 투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공공연하게 인종차별적인 입장이 표명된다. 

그런데 이걸 이 여성들이 참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그녀들의 한계야라고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니다. 이런 인종차별주의적인 생각은 분명히 옳지 않은 것이지만 이것이 현실에서 통용되는 방식은 만만치 않다.


  흑인은 남녀 모두 투표권이 없고, 백인은 여성의 투표권이 없다. 그런데 노예해방령이 시행되고 나면 흑인 남성에게는 투표권이 생긴다. 그러면 여태까지 여성투표권과 노예해방을 위해 싸웠던 백인 여성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물론 여기서 모두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 여기서 흑인이라도 먼저 투표권이 생겨서 다행이야, 이제 그들이 의회에 들어가서 우리 여성의 투표권을 위해 싸울수 있도록 하자라고 말할 수 있다면(물론 이게 정답이다) 당신은 진짜 현자다. 그리고 실제로 이 논쟁의 뒤에 산업자본가들이 주도권을 유지, 확대하기 위한 본질을 파악한다면 당신은 더욱 현자다. 그런데 대부분의 백인 여성, 특히 중산층 여성은 대부분의 흑인 남성들보다 더 잘 교육받았고, 경제적으로도 우월하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하인이었던 이들을 동정심으로 풀어주자 그들이 오히려 자신의 위로 올라서는 격이다. 운동의 분열과 인종차별주의의 대두는 다시 필연적이다.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의 발언은 명백히 틀렸지만, 실제 운동에서는 이것이 현실적인 힘이 된다. 그래서 옳고 그름의 문제만으로 또는 이론적 정합성만으로 현실의 운동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론을 공부한다. 저 복잡한 감정과 현실을 뚫고 옳은 것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말이다. 



 소저너 트루스는 1850년 최초의 전미여성권익대회에서 "나는 여자가 아닌가요?"라는 연설을 통해 새로운 여성운동의 계급 편향과 인종주의를 폭로했다. 그럼으로써 백인여성- 흑인여성- 백인/흑인 노동자 여성의 연대를 위한 강력한 한걸음을 내디뎠다. 다음은 소저너 트루스의 연설 전문이다. (출처는 위키백과)


여러분, 이렇게 야단법석인 곳에는 뭔가 정상이 아닌 게 있음이 틀림없어요. 내 생각에는 남부의 검둥이와 북부의 여성 모두가 권리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 그 사이에서 백인 남성들이 곧 곤경에 빠지겠군요. 그런데 여기서 얘기되고 있는 건 전부 뭐죠?

저기 저 남성이 말하는군요. 여성은 탈것으로 모셔 드려야 하고, 도랑은 안아서 건너드려야 하고, 어디에서나 최고 좋은 자리를 드려야 한다고. 아무도 내게는 그런 적 없어요. 나는 탈것으로 모셔진 적도, 진흙구덩이를 지나도록 도움을 받은 적도, 무슨 좋은 자리를 받아본 적도 없어요. 그렇다면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날 봐요! 내 팔을 보라구요! 나는 땅을 갈고, 곡식을 심고, 수확을 해왔어요. 그리고 어떤 남성도 날 앞서지 못했어요. 그래서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나는 남성만큼 일할 수 있었고, 먹을 게 있을 땐 남성만큼 먹을 수 있었어요. 남성 만큼이나 채찍질을 견뎌내기도 했어요. 그래서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난 13명의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들 대부분 노예로 팔리는 걸 지켜봤어요. 내가 어미의 슬픔으로 울부짖을 때 그리스도 말고는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이런 일을 사람들이 머리와 관련해 얘기할 때 뭐라고 부르죠?

(청중들이 중얼거렸다: "지성!")

맞아요. 그거예요. 지성이 여성의 권리나 흑인의 권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거죠? 나의 잔이 1파인트도 담지 못하고, 당신의 잔이 2파인트를 담고 있는데, 당신은 내 보잘 것 없는 절반 크기의 잔을 채우지 못하게 할만큼 야비하지는 않겠지요?

저기 검은 옷을 입은 작은 남자가 말하네요. 여성은 남성만큼의 권리를 가질 수 없다고요.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여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요! 당신들의 그리스도는 어디서 왔죠? 어디서 왔느냐고요? 하나님과 여성으로부터 왔잖아요! 남성은 그리스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죠.

하나님이 만든 최초의 여성이 혼자서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만큼 강했다면, 이 여성들이 함께 세상을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지금 여성들이 그렇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겁니다.

내 말을 들어야만 해요. 이제 늙은 소저너는 더 이상 할 말 없어요.



  남부 흑인들의 노예화와 북부 노동자들에 대한 경제적 착취,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이 시스템을 통해 연결되어 있음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 소저너 트루스라는 이 노예 출신의 흑인 여성은 자신의 삶으로 그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삶 전체를 바쳐 그것을 폭로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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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2-05 0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보기도 못 보기도 하겠습니다 노예 해방운동은 동정도 조금 있었을 것 같네요 그러면서 자신보다 먼저 투표권을 갖는 걸 안 좋게 여기기도 했겠습니다 모든 걸 생각하기 참 어려운 거군요 지금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2-05 23:11   좋아요 2 | URL
인간이란게 자신이 살아온 배경이나 틀 이런걸 벗어나는게 쉽지 않지요. 그래서 늘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고 또 그렇게 생각하게 되네요. 지금도 이런 비슷한 문제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더 조심해야겠어요. ^^

다락방 2023-02-05 0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맹렬하게 읽으시네요 바람돌이 님! 저도 어서 읽고 싶습니다! 마지막 인용구는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흑인 페미니즘의 사상>에도 나왔던 구절이에요. 저 안그라도 어제 제임스 볼드윈 책을 읽었는데 인종에 대해서는 우리가 계속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여성과 계급에 대해서도요. 더 알기를 멈추는 순간 인간으로서 퇴보할 것 같아요. 아주 좋은 뽐뿌 주고 계십니다, 바람돌이 님!!

바람돌이 2023-02-05 23:13   좋아요 1 | URL
이번 달 책이 좋아서 계속 맹렬하게 읽고 싶은데 일정이 안 따라주네요. 이번 주 목요일까지 쉬고 금요일부터 다시 달리겠습니다. ^^ 소저너 트루스는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역사에는 이토록 아름다운 여성들이 정말 많네요. 그런 사람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도 크네요.
다락방님 아직 베트남 아닌가요? 즐거운 여행 계속 화이팅입니다. ^^

2023-02-05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5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