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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의 영혼의 지도
머레이 스타인 지음, 김창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융의 영혼의 지도》

요즘 아들러의 심리학이 대단한 각광을 받고 있다. 심리학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 그것도 굉장히 긴 시간 1위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을 보니 한 때 위로나 힐링이 대세가 되던 분에서 좀 진일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위로나 힐링은 나 자신이나 현실이나 고통에 직면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고통을 잊게 해주는 미봉책에 불과 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학’은 자신이 아픈 구석이 어딘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보게 해주고 스스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에서 진일보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심리학하면 프로이트정도를 떠올리던 일반인들에게 새로운 학자를 소개해 주었다는 것에서 긍정적 역할을 해 준 것 같다.
실은 나는 심리학도이다. 대학을 졸업한지는 10년도 훌쩍 넘었고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심리학 전공자들은 (내가 느끼기에) 자신이 현재 학생이 아니어도 늘 ‘심리학도’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학부생 4년간 공부하는 것은 심리학의 수많은 이론과 다양한 분야, 학자들을 대략 훑고 지나가는 정도라 심리학의 맛만 보는 이유인 지도 모른다. 매 학기마다 상담, 정신분석, 집단, 사회, 인지, 조직, 교육 등 다른 분야의 심리학을 배우고 그 안에도 얼마나 많은 학자의 다양한 이론이 있는지 정신없이 4년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심리학의 상징적인 존재인 ‘융’은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다. 아마도 학부에서 프로이트를 중요하게 다루다보니 비슷한 듯 다른 융은 뒷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 한다. 내가 융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영성’이나 죽음, 혹은 조금은 초자연적인 내용을 다룬 책을 접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융과 아인슈타인의 이론 때문이다. 그 전에도 융의 이론을 다룬 책을 읽기도 했지만 너무 어려워 포기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그의 연구와 이론들을 일반인이 읽기에도 쉽게 소개하고 있다는 말에 용기를 내었다.
융의 연구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내용도 많아 제대로 공부하긴 어렵다. 이 책은 저자가 융이 그려놓은 거대한 영혼의 지도를 찾아갈 수 있게 만든 ‘안내서’이다. 저자가 20년 넘게 융의 저작들을 평가하고 연구하여 융에 대해선 까막눈이나 마찬가지인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정리한 것이다. 융은 저자가 보기에 직관에 의존한 창조적 사상가이며 플라톤과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받은 철학자이기도 했다. 저자가 그려주는 융의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누구보다 엉뚱하고 자유롭고 창조적인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초보자를 위해 썼다고 하지만 분석심리학 자체가 어려워 그리 쉽게 읽히거나 이해되지는 않는다. 이론은 어렵고 게다가 번역서이니 모든 문장이 쏙쏙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읽는데 조금 힘이 들었다. 그래서 읽다가 문장이 얽히기 시작하면 책의 앞뒤 목차와 용어 해설을 자주 펼쳐보며 읽었다. 내가 주의 깊이 읽었던 부분은 역시 2장 콤플렉스와 9장 동시성이다. 콤플렉스는 아마도 융의 연구 중에 가장 기초가 되는 중요한 부분이며 전 연구에 걸쳐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 동시성은 앞서 말한 대로 다른 책에서 자주 보게 되는 부분이라 더 관심이 생겼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한번 읽어 바로 이해가 되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의 문제가 아니라 융의 연구가 그만큼 깊이가 있기 때문인데 프로이트나 다른 학자들의 이론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뜨문뜨문 알고 있는 것이 오히려 더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오히려 이해하기에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이 책은 저자가 융의 《전집》에서 그의 지도를 설명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특별한 구절을 다루고 있으니 융의 세계로 가기에 가장 적합한 안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다루는 한 챕터가 따로 한두 권의 책으로도 소개되고 있지만 그 길로 가기 전에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최소한 2번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