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을동이 있어요 알맹이 그림책 71
오시은 지음, 전명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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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제주도에 다녀왔다. 내가 제주도를 가 본것은 딱 두번인데, 곤을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서 가보지 못했다. 그때, 어디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4.3관련 장소들이 몇군데 있었던 걸로 기억난다. 


오래된 일이지만, 여전히 제주 사람들의 마음에는 상처로 남아있을 일이다. 내가 몰랐다고 해서 나 역시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을 받아들고 앞 표지를 보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빨간 동백꽃이다. 곤을동이 뭔지 모르지만 동백꽃을 보는 순간, 혹시...하였다. 확실히 이미지화 된 것들은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그리고 한번 각인된 이미지의 의미는 잘 바꾸기도 힘들다. 


그림책은 곤을동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아름답고, 화사하고 정감있게 그려낸다. 일상이 편안하고 조용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던 그 곳이 그 난리가 나기 전에 어땠는지를...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과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제주 방언을 잘 모르지만, 그냥 그 느낌 그대로 읽어본다. 4.3사건을 겪으며 사라진 마을이 한두개가 아니건만, 이 곤을동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곤을동은 바닷가 쪽에 있는 마을로, 1949년 1월 4일에 마을이 모두 불타버렸다. 제주도 중산간 지역 초토화 작전으로 산간 마을도 초토화가 되었다. 해안가에서는 유일하게 사라진 마을이 곤을동이라고 한다. 


​"너 빨갱이지? 폭도들 어디 숨겼어?"


빨갱이란 단어에 대해 지금 젊은 친구들은 어떤 느낌일까? 나는 어렸을 때 엄청난 반공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이념 대립으로 인해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또 죽이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실체도 없는 이념때문에 싸우는 모습은, 극과 극으로 치달은 종교전쟁을 떠올린다. 이런 전쟁 중에는 당연히 관련이 없는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이 발생한다.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이 일은, 7년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행해진 국가 폭력에 관한 일이다. 


최근 또 이 사건을 두고 망언이 오고간다고 한다.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기에 딱 좋은 소재가 아니겠는가. 정치란 게 서로가 서로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것이라면, 그런 정치는 필요없다. 서로 잘 살자고 움직여야 하는게 정치가 아닌가.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권력을 잡은 이들이 그 권력을 어떻게 쓴가에 따라 무고한 시민들이 어떤 손해를 보는지,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뻔히 들여다 보인다.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면서 별별 생각을 다한다. 곧 4월이 올 것이고, 4월에는 선거도 있으니... 내 생각은 자꾸 거기까지 뻗친다.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해야한다. 자꾸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평화로운 마을이 왜 하루아침에 사라졌는지,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왜 죽었는지, 함께 이야기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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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이라는 일 - 문화예술을 일로 엮는 덕업일치의 삶 일 시리즈
유경숙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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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내용이어서 즐겁게 챌린지 독서에 참여하였고, 마지막까지 읽었다. 페이지 수가 많거나 어려운 책은 아니어서, 챌린지까지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읽어낼 책이었다. 하지만, 함께 읽는 사람들과 매일 매일 감상을 나누면서 읽으니 혼자 읽을 때보다 많은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 '문화 기획'이라고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획'이라는 관점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일관성 있는 몰입이란 당장 문화계가 아닌 일을 하거나 이직을 하더라도 추후에 문화기획자가 되기위해 필요한 소양을 골고루 깊이있게 익히는 것이 효용이 높다는 의미다.(p.49~50)


살면서 내가 가장 강하게 느낀게 바로 이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처음부터 직업으로 시작하는 일이 드물다. 경력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적은지, 첫발을 디딘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않은지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결국은 둘러둘러가지만, 그래도 그때마다 관련이나 의미를 찾을 수있는 것을 최대한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의 시간이 없었다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업무에 정작 기회가 주어져도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늘 아이에게 그런 기회를 잡기위한 경험들을 권유한다. 나와 같은 생각의 문장을 만나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이유가 히나 더 생겼다.


"줄서지 않아도 된다. 조금 천천히 가면 된다. 탄탄한 실력과 자신감, 좋은 태도만 갖췄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도 괜찮다" (p.136)



처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어려운 시작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같은 라인이 절실하겠지만, 그것이 썩은 동아줄이 아니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동아줄 따위 없어도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것, 청춘의 특권이 아닐까? 


'메타인지'란 내 머릿속의 생각이 옳은 것인지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p.174


이력서를 써보면 가장 많이 한 업무, 그러니까 크든 작든 자신만의 대표분야가 대략 그려지고 나의 시간, 즉 '전문성의 맥락'이 보인다. 따라서 이력서를 잘 정리해야 이를 토대로 자신의 미래 직업도 유추해보고 이직 시점이나 퇴사 시점도 더욱 현명하게 정할 수 있다. p.187


저자는 어떤 사업을 처음 수주받을 때, 일을 수행할지 말지 결정하기위해 진행하는 첫 미팅에서 많은 질문을 한다고 한다. 책에는 그 예가 적혀있는데, 이런 것들은 경험에서 차곡차곡 쌓인 질문들이다. 저자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질문은 쉽게 만들어지지않는다. 


직접 일을 챙기고 확인하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나도 커다란 문화 기획을 3년 연속 진행한 적이 있는데, 매해 나의 질문은 늘어갔다. 그래서인지 이 부분에 많이 공감하였다.


- 기관에서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해당 지역에서 이 사업이 필요했던 초기 상황 파악을 위함)

- 올해 이 사업을 수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 지금까지 이 사업에 대한 내부 평가와 지적 사항은 어땠는가?

- 실무자들이 가장 중점을 두는 지점은 무엇인가?

-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핵심 사업과 부가적 사업은 무엇인가?

- 올해 사업비와 이전 사업비에 변화가 있다면, 이유가 무엇인가?

- 대표 사업과 보조 사업 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가?(과도한 의전, 예산에 맞지 않는 고급스러운 서비스와 F&B, 무리한 정량적 성과 등을 파악하기 위함)

- 착수보고회, 중간 보고회, 결과 보고회 등의 행정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가?(불필요한 과정을 축소하고, 형식적인 인쇄물의 대량 요구 등을 파악하기 위함)

- 정산의 방법은 어떻고, 선급금을 받을 경우에 정산 방법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 전화하면 바로 회의에 뛰어와야 하는 등의 '불편하고 민감한 주문사항'이 있는가?(상호 합리적 파트너십 매너를 갖춘 기관인지, 갑질 문화가 있는 기관인지 파악하기 위함) p.250-251


인생의 전환점은 우연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우연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 살면서 그런 경우를 많이 봐왔다.  '기회'를 얻는 사람에게는 기회에 다가가는 노력, 기회를 놓치지않는 준비성, 기회에 기회를 더할 수 있는 활용능력 등이 있다. 


문화기획이라는 일이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직업 중의 하나인 것 같다. 그런데 다들 한류니, k~~뭐니 해서 눈 앞의 화려함에만 마음을 빼앗긴 건 아닐까? 


나는 회사에서 직원 복지를 위한 문화 기획도 담당하고 있다. 벚꽃 피는 날, 야외에서 차회를 열어 다 같이 ​차를 마시면서 공연도 즐긴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행사이고, 회사의 내빈들도 초대하는 큰 행사라서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작년엔 꽃이 일찍 피고, 비까지 내려 막상 행사 날 꽃이 다지고 없어서 낭패를 보기도 했다. 올해는 미리 앞당겨 날짜를 정했는데, 꽃이 안펴서 본의아니게 일주일 연기하였다. 자연의 변화는 내 힘으로 어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플랜 B, 플랜 C를 가동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다.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플랜A, B, C가 필요하다. 문화기획이라는 관심사에 이끌려 이 책을 읽었지만,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인생 제2막을 준비하고 있는 중년들에게는 특히 더 그럴 것이다. 


모처럼 오랜만에 챌린지 독서에 참여하였다. 함께 읽은 사람들이 다양한 나이와 직업을 갖고 있기에 함께 읽는 동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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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사라진 수학 시간
조은수 지음, 유현진 그림 / 다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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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몸에 나빠!"

"수학 공부는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소피의 엄마와 아빠는 소피에게 무서운 얼굴로 엄포를 놓는다. 수학금지령. 현실에서라면 잘 듣기 어려운 말이지만, 소피네 집에서는 들을 수 있다. 소피는 프랑스혁명이 터진 1789년 7월 14일, 바깥이 위험해지자 아빠는 소피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린다. 그렇게 집 안을 돌아다니던 소피는 아빠의 서재에서 우연히 <수학의 역사>라는 책을 읽는다. 거기에서 아르키메데스의 죽음을 읽은 소피는 '도대체 수학이 뭔데 수학을 위해 죽기까지 하는지' 궁금해진다.

어느날 소피의 옷장 안에서 나타난 알키 할아버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3대 수학자 중 한명인 아르키메데스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가 나타나는데, 그는 페렐만, 수백년간 풀리지 않았던 푸앵카레의 추측을 증명해 낸 그리고리 페렐만이다. 소피는 여성 과학자, 여성 수학자를 인정하지 않았던 프랑스에서 국민적인 추앙을 받는 수학천재라고 한다. 소피제르맹 거리와 학교도 있다고 한다. 셋이 모여 수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소피 제르맹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이 책의 많은 이야기들이 실제 소피 제르맹의 이야기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여기에 아르키메데스와 그리고리 페렐만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재미도 있다.

"세상의 모든 물질을 몇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듯 우리에게 필요한 본질적 요소도 몇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의 가장 중요한 하나가 바로 인정이야. 가장 친밀한 상대로부터 받는 이해와 인정. 그거 없이는 우리가 살 수 없거든. 페렐만은 지금 그걸 얻지 못해서 저렇게 상심하는 거지. 허나 페렐만. 조금만 기다리게나. 자네의 증명은 너무나 비범해서 그렇게 빨리 이해할 수 없거든."(P.100)

소피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페렐만은 어려운 남제를 증명했지만, 사람들의 그의 연구와 결과에 대해 관심을 갖기보다는 그가 받게 된 상금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였다. 아르키메데스는 수학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찾지 못해 평생을 외롭게 보냈다.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 있는 그 모든 것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이나 상대로부터 받는 이해와 인정이 그러하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서 열정을 불태우며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대중의 인기를 얻어 유명해지겠지만, 대부분은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길을 간다. 그들의 꾸준한 노력과 열정에 고마움을 느끼고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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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우리말 생각 사전
우리말알림이팀 지음, 김푸른 그림, 조현용 원작 / 주니어마리(마리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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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 교수가 쓴 글을 어린이에게 알맞은 눈높이로 개작하여 쓴 책으로 보인다. 조현용 교수는 내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을 할 때, 많은 활동을 하시던 분으로 기억한다.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도 하는데,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보면 예쁘고 고운 말, 좋은 말을 더 많이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현실에서야 욕이 난무할지라도 --;;

사실, 나는 주변에서 욕이나 나쁜 말들을 거의 듣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도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그런 말을 쓰지 않는데, TV나 영화, 요즘은 유튜버들의 방송을 보면, 어디서 저런 말을 듣고 왔을까 싶은 말들을 많이 사용한다.

옛날에는 사람들을 직접 대면하면서 언어생활을 했다면, 요즘은 비대면 언어생활이 많다보니 입말이 아닌 글말이 마치 입말처럼 사용되는 경우도 자주 본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어린 친구들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저런 말을 어디에서 듣고 배웠을까? 생각하게 된다. 설마 집에서 그런 말을 쓸까? 안써도 되는 말들을 굳이 쓰는데야 이유가 있겠지만(세보이고 싶거나, 주목받고싶거나...) 이왕이면 곱고 예쁜 말로 주목받으면 좋겠다.

특히, 유튜버들의 언어 사용은 걸러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책의 주제들을 살펴보니, 그렇게 예쁘고 고운 말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인 것 같다. 그래서 쭉 훑어 읽어본다.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1장은 '우리 모두를 생각하는 고운 우리말'이다. 제일 먼저 소개한 단어가 '아름답다'이다. 아름답다는 말에서 '아름'은 엣 우리말에서 '나'라고 한다. 그러니 아름답다는 말은 나답다라는 말이다. 나다운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이것이 외모를 뜻하는 것은 아닐터, 내면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이라 전한다.

하나의 단어 뒤에는 생각해보기가 있다. '아름답다'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나다움'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장점을 생각해본다. 이렇게 하여 아름답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간다.

이 장에서는 재미, 다르다, 못생겼다, 사랑, 인사, 사이가 좋다, 우리, 정, 정말, 실수, 소통, 조화, 만남 등을 다룬다. 이중에서 하나 더 살펴보자면 음...나는 '소통'이라는 단어를 살펴본다. 사전이란 것이 처음부터 줄줄 읽는 책이라기보다, 알고 싶은 단어를 찾아보는 책이니, 이렇게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소통이란 한마디로 말이 통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소통이라는 단어를 어디에서 가장 많이 들을까? 나는 당연히 회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기는 하지만, 그렇지않다면, 소통 진짜 못하는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대화하지 않을까? 그분은 아마도 이 분야에서는 단연 톱일거다.

더 쉬운 말로 '말이 통한다'가 있다. 마음이 맞아야 말도 통한다. 소통을 잘하려면 상대에게 관심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그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효과적일지, 혹시라도 오해하지는 않을지 신경쓰면서 제대로 내 마음과 말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즉, 말하는 것도, 소통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용기도 필요하다.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상대도 내 말을 들어준다. 그리고 그런 사람 곁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든다.

2장은 '좋은 마음이 자라는 깊은 우리말'이다. 좋은 말은 좋은 생각을 담고, 못생긴 말은 삐뚤어지고 못난 생각을 담는다. 최선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우리가 평소 자주 하는 말 중에 '최선을 다했다'라는 말이 있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무조건 열심히 했다'는 말이 아니다. 최선이란 가장 좋은 것, 가장 선한 것이라는 뜻이니, 선한 일이나 좋은 일에만 이 말을 쓸 수 있다. 어떤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최선을 다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그러면, 최선을 다해 살고 있을까?

최선이 있다면 차선도 있다. 최선이 없어서 그 다음인 차선을 선택하는 경우 말이다. 늘 최선만 선택할수 없으니 차선을 선택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차악을 선택하게 되고 결국은 최악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P.79 요약)

차선을 선택하였더라도 기회를 잘 살려서 최선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차선은 나쁜 선택이 아니라 최선 다음으로 좋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더 선택해보면 '왕따'라는 단어가 나온다. 예전에는 '왕따'라는 말이 없었는데, 어느날부터 누군가는 '왕따'가 되어 있었다. 없던 말이 새로 생기면, 없던 상황이나 행동도 같이 생겨나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어렸을 때도 따돌리거나 함께 놀지 않았던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것이 그렇게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회적으로 따돌림이 지나치게 만연하게 되어 '왕따'라는 말이 생긴 것인지, '왕따'라는 말이 먼저 생기고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너느 누군가를 왕따라고 지칭하는 순간, 그 사람은 왕따로 낙인찍혀 살아간다는 사실은 끔찍한 일이다.

3장은 '들으면 힘이 나는 놀라운 우리말'이다. 여기서는 '차라리'라는 말을 살펴보자. '차라리'라는 말은 아쉽거나 짜증나거나 좀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일 때 사용한다. 둘다 마음에 안드는데 그 중에서 이게 좀 낫다...?? 하여간 이런 의미로 쓰이지만, 이 단어의 원래 뜻은 '편안하다'라고 한다. 즉,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라는 뜻이란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런 말을 쓸 때 후회하는데 쓰지 말고, 이렇게 하면 조금 더 내 마음이 편안해지겠다하고 써보는 것이 어떤가라며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들도, 원래 뜻과는 다르게 사용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책 한권 읽는다고 모든 것을 다 알수는 없지만,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는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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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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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책을 들고다니며 한문장 한문장 읽고 있었는데, 올 1월 회사에서 소개하는 책도 버지니아울프를 다룬 책이라서 이 묘한 인연은 무엇일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올해 어쨌든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를 두권이나 읽게 된 셈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엮은이의 말대로 작품보다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최후로 더 유명했다. 게다가 작품이 난해해서 읽기 어렵다는 말만 들었으니, 다가가기 더 힘들었던 작가이기도 하다. 엮은이는 버지니아 울프가 자신만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소설을 썼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어렵게 다가오는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바라보며, 그 흐름에 함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라며...


이 말에 용기를 얻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파트1,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다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 버지니아 울프는 지식인이라 불리던 남자들조차도 여성을 하나같이 형편없는 존재로 규정하며 무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알아내고자 하였다. 결국 그녀가 도달한 답은 '고정된 수입'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여성에게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수입이 없었기 때문이다.


Women have sat indoors all these millions of years, so that by this time the very walls are permeated by their creative force, which has, indeed, so overcharged the capacity of bricks and mortar that it must needs harness itself to pens and brushes and business and politics.


여성들이 수백만 년 동안 방 안에만 앉아 있었기 때문에, 이제 벽에 여성들의 창조력이 모두 스며들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방 안의 벽돌과 시멘트가 여성들의 창조력을 받아들이는 것이 한계에 다다를 정도이므로, 이제 여성들은 펜과 붓을 사업과 정치에 써야 할 것입니다. p.28


19세기 초는 여성이 쓴 작품으로 서가의 한칸을 채울 수 있을만큰 여성문학이 발전했던 시기이다. 이때는 대부분이 소설을 썼는데, 제인오스틴의 사례를 보면, 가족으로부터 빈번하게 방해받을 수밖에 없었던 중산층 가정집의 구조를 볼 때,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브론테 자매의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경험 부족이 작품의 한계로 이어진 것처럼. 그래서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가 주어진다면 더 훌륭한 여성 문학가가 탕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에 깊이 공감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여성도 당연히 자기 직업과 경제권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성 자신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사회적 여건이 그렇게 만들어버렸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국이 높은 교육열은 그 집안 여성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남성만을 위한 교육열이었던 적도 있다. 여성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진지 이제 겨우 몇십년인데, 남성 역차별이라 하며 핏대를 세우는 이들도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그 시절과 지금은 분명히 많은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자기만의 방'을 갖지 못한 여성들이 많다는 것이 사실이다. 


it is fatal for anyone who writes to think of their sex. It is fatal to be a man or woman pure and simple; one must be woman-manly or man-womanly. The whole of the mind must lie wide open if we are to get the sense that the writer is com-municating his experience with perfect fullness.​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성별을 의식한다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의식적인 편향을 두고 쓰는 글은 소멸하기 마련입니다. 마음 속의 남성과 여성의 협동이 일어나야만 예술 창작이 온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3기니, Three Guineas]에서는 전쟁과 독재를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주의가 낳은 폐해(p.37)라고 말하며 남성 중심의 엘리트 교육과, 대다수 고위전문직을 남성이 독식하고 있는 점,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 반박한다. 그렇다고 여성과 남성을 갈라치기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이런 그녀의 문장을 일부만 떼와서 극과 극으로 갈라치기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과 남성이 조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즘 영문 필사를 하고 있는데, 마침 이 책에도 주제문장을 필사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잘 활용할 수 있었다. 


부록,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에게


I am I: and I must follow that furrow, not copy another. That is the only justification for my writing, living.


나는 나입니다. 나는 누군가를 모방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따라야 합니다. 그것이 내 글, 삶의 유일한 정당성입니다.


I will not be "famous," "great." I will go on adventuring, changing, opening my mind and my eyes, refusing to be stamped and stereotyped. The thing is to free one's self: to let it find its dimensions, not be impeded.


나는 "유명한”,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을 거예요. 나는 모험을 계속할 것이고, 변화할 것이고, 내 마음과 눈을 열 것이며, 낙인이나 고정관념을 거부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며, 그것이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차원을 찾도록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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