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이기웅 옮김, 김동수 감수 / 리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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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 오르는 마음은 뭘까요. 동네 뒷산에 오르는 건 그저 운동이겠습니다. 그렇게 하다가 더 높은 산에 오르고 싶다 생각할지. 저는 그런 마음 들었던 적은 없어요. 산에 자주 가지도 않습니다. 거의 안 가는군요. 산에 가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저기 잘 다니는 것 같더군요. 그것도 장비를 갖추고.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넘으려고 누구도 가지 않은 곳에 가려고 했습니다. 히말라야 최고봉 에베레스트. 히말라야가 어디에 있나 했습니다. 이름만 알고 어디 있는지 잘 모릅니다. 파키스탄, 티베트에서 갈 수 있다는 것만 알았습니다. 막연히 중국이랑 가깝던가 했는데 아주 틀린 건 아니었네요.


 유메마쿠라 소설 《신들의 봉우리》는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썼나 봅니다. 이 소설을 생각하고 쓰기까지 스무해 걸렸대요. 유메마쿠라 바쿠가 실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 여섯번이나 갔다 왔답니다. 뭔가를 써야겠다 하고 오랜 시간 동안 준비를 했군요. 대단합니다. 예전에 산에 갔다 온 사람 이야기 텔레비전 방송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그때보다 덜하네요. 여전히 산에 가는 사람은 있을 것 같습니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려 한 건 1924년 영국 사람 맬러리와 어빈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 이 책 보고 알았습니다. 아무도 해내지 못한 걸 하려는 건 무슨 마음일지. 지금 생각하니 사람은 남극탐험도 하려고 했군요. 히말라야 말하다 남극을 말했네요.


 오래전부터 사람이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소설 이야기보다 다른 걸 먼저 말하다니. 사람이 자연을 정복한다고 하죠. 높은 산을 오르는 것도. 에베레스트에 오르려면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하더군요. 여기에 나온 하부 조지나 후카마치 마코토는 많은 사람이 아닌 혼자 오르려 했지만. 오래전부터 에베레스트에 사람이 다녀서 자연이 안 좋아졌을 것 같아요. 그런 것도 있지만 파키스탄 사람은 나무를 베어 연료로 쓴다더군요. 1990년대에 그랬는데, 지금은 어떨지. 그 뒤로도 나무를 벴을지. 지난 2022년에 파키스탄에 엄청나게 비가 왔잖아요. 산에 있던 눈이 녹아서 피해를 입은 곳도 있는데 거기는 어디였는지 잊어버렸습니다. 히말라야 눈도 많이 녹지 않았을지. 파키스탄 사람이 나무를 베는 걸 탓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파키스탄은 가난해서 다른 연료를 사지 못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지금도 가난한 나라겠습니다. 지구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할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후카마치 마코토는 사진작가로 산악회 사람과 에베레스트에 오르려 했는데 실패하고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카트만두에 머물렀어요. 후카마치와 에베레스트에 간 사람은 여섯인데 거기에서 두 사람이 죽었습니다. 후카마치는 등산용품을 파는 가게에서 어떤 카메라를 보고 그걸 삽니다. 그 카메라 기종은 베스트 포켓 오토그래픽 코닥 스페셜이었어요. 그걸 보고 후카마치는 1924년에 에베레스트에 오르려고 한 맬러리 카메라라는 걸 알았어요. 후카마치는 그 카메라를 도둑맞고 우연히 그곳에서 일본 사람을 만나요. 비카르산(독사)입니다. 비카르산은 파키스탄 사람이 아닌 일본 사람으로 하부 조지였어요. 하부 조지는 일본에서 암벽 빙벽을 오르던 클라이머로 맬러리 카메라를 발견한 사람이에요. 하부 조지는 에베레스트 높은 곳까지 오른 거지요.


 카메라가 오래 되었다 해도 그 안에 필름이 있으면 그때 사진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어쩌면 맬러리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사진이 있었을지도. 아쉽게도 필름은 없었습니다. 실제로도 그건 없었어요. 후카마치는 일본으로 돌아가 하부 조지를 알아봐요. 하부 조지는 산에 오르는 게 사는 거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걸 먼저 하려 하고 위험한 곳으로 갔습니다. 그것만이 자신을 증명해준다는 듯이. 하부 조지는 에베레스트 남서벽으로 산소 없이 오르려 했습니다. 후카마치가 하부 조지를 알아 보다 다음에 하부 조지가 할 걸 알아낸 거죠. 후카마치는 그런 하부 조지한테 사로잡혔어요. 아니 어쩌면 후카마치 자신도 그런 거 하고 싶었던 건지도. 저는 그런 마음 잘 모르지만. 한가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조금 알겠습니다. 산에 미쳤다는 말도 있지요. 하부 조지는 산에 올라야 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 게 아닐까 싶어요. 누구보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마음이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겠지만.


 지금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려는 사람 있겠지요. 이젠 그건 나라보다 개인이 하고 싶은 게 됐을 것 같습니다. 산에 오르려면 돈을 내야 한다더군요. 자연을 정복한다 여기지 말고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하부 조지는 꿈을 이뤘을 것 같아요. 살아서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하부 조지는 그걸로도 괜찮다 여기겠지요. 뭔가 하나에 미치는 마음도 나쁘지는 않겠습니다.




희선





☆―


 9


 잘 들어.


 쉬지 마.


 쉬면 내가 용서 안 해.


 쉬면 죽는 거야.


 살아 있는 한 쉬지 마.


 쉬지 못해.


 내가,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건 하나.


 쉬지 않는다.


 다리가 안 움직이면 손으로 걸어.


 손이 안 움직이면 손가락으로 걸어.


 손가락이 안 움직이면 이로 눈으로 씹으며 걸어.


 이도 안 되면 눈(目)으로 걸어.


 눈으로 걸어.


 눈으로 가는 거야.


 눈으로 노려보며 걸어.


 눈도 안 되고 이것도 저것도 다 안 되면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아무것도 정말로 안 된다면 정말로 안 된다면 정말로, 이제, 있는 힘을 다했는데 이제 안 된다면 안 된다면 정말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다면…….


 상상해.


 온 마음을 다해서 상상해.




 10


 상상해…….  (743쪽~7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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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2-20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꽤 두껍네요.

희선 2024-02-20 23:46   좋아요 1 | URL
두껍기는 해도 재미있어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거 별로 못 썼네요


희선
 
소설 보다 : 봄 2023 소설 보다
강보라.김나현.예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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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소설 보다’가 처음 나왔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데, 이것도 여러 해 보는 것 같다. 시간이 참 잘도 간다. 시간 잘 가는 걸 책을 보고 생각하다니. 이렇게 정해진 때 나오는 책을 보면 그런 마음이 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해에 네번이잖은가. 늘 그때 그때 바로 못 보지만. 좀 늦을 뿐이고 보기는 한다. 단편소설 세편이니 마음 편하게 보면 될 텐데, 여전히 그게 잘 안 된다. 언젠가도 이 말 했는데, 이건 앞으로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아주 안 보는 것보다 조금 낫다고 해야 할까.


 새해, 어느새 지난 2023년 봄에 나온 《소설 보다 : 봄 2023》은 다른 때보다 두껍고 책날개가 없어졌다. 소설가는 셋 다 처음 보는 이름이다. 강보라, 김나현, 예소연. 셋은 모두 2021년에 작가가 되었나 보다. 난 처음 봤지만 누군가는 한번 정도 소설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소설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강보라)이 가장 긴 것 같다. 처음 하는 말이 이런 말이라니. 발리섬 우붓에 간 ‘나(재아)’는 모험을 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과 자신은 다르다고 여기는 것 같기도 했다. 발리에도 인도 같은 계급 제도가 있는가 보다. 카스트 제도는 인도에만 있는지 알았다.


 소설 제목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그림이기도 하다. 앞에서 제목 쓰면서 비슷한 그림 제목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구나. 그림은 소설 마지막에야 나온다. 재아가 우붓에서 만난 호경한테 받은 그림이다. 그 그림 제목은 없었던 것 같다. 뱀과 양배추를 그린 그림이다 했다. 그렇게 별날 것 없는 그림인가. 누군가한테 그림을 선물한다면 좀 멋진 거 하고 싶을 것 같은데. 호경은 왜 그 그림을 골랐을까. 재아한테 하고 싶은 말을 그림으로 나타낸 걸까. 사실 이 소설 잘 모르겠다. 예술을 해도 계급이 있다, 그것보다 사람은 계급이 있다일지. 재아가 발리에 간 건 요가를 하는 사람이 그곳에 와서였다. 누군가를 가까이에서 보려고 다른 나라에도 가다니 대단하구나.


 두번째 소설 <오늘 할 일>(김나현)에서 ‘오늘 할 일’은 ‘나’와 남편 선일이 일기장에 쓰는 세 가지 계획이다. 선일은 평범한 계획이어도 있는 게 낫다고 여겼다. 그걸 두 사람이 쓰고 서로 보여주다니. 쓰기는 해도 혼자 보면 안 되나. 내가 그런 걸 할 일도 없을 텐데 별 생각을 다했다. ‘나’와 선일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되고 집을 샀다. 선일이 두 사람이 돈을 버니 집을 사자고 해서다. 그런 선일이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쉬었다. 다른 일을 알아본다면서 한해 쉬겠다고 했다. 선일이 하겠다고 한 건 웹소설 쓰기다. 선일은 세 가지 일을 하나도 못했다. 글쓰기, 달리기, 장보기였던가. 글을 쓰려고 하니 비행기 소리가 났다. ‘나’와 선일이 산 아파트에서는 낮에 비행기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낮에만 들린다고 해도 그런 곳에는 살기 어렵겠다. 내가 사는 곳은 가끔 새벽에 들린다. 그게 오래 들리는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어쩐지 소음 문제 같지만 그건 아니다. 선일이 다니던 회사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선일은 거기를 그만뒀다. 그걸 뭐라고 해야 할지. 선일은 피해자일까. 끝까지 안 했다면 나았을걸. 선일은 청소년한테 주는 문화카드를 상사한테 받았다. 그건 신청한 사람이 찾아가지 않고 남은 거였다. 그걸 쓰지 않으면 실적에서 1등이 안 되니 선일한테 쓰라고 했다. 이건 잘못인 거지. 안 찾아갔다면 그냥 둬야 하지 않나. 선일은 그걸 쓰고 그 카드를 신청한 사람한테 돈을 보내줬다. 그 일을 회사에서 알게 되고 선일은 월급이 깎이고 본래 하던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했다. 이런 일 실제로도 있을 것 같다. ‘나’는 나대로 일이 잘 안 됐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한다. 씁쓸한 느낌이 들면서도 많은 사람이 이렇게 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마지막은 예소연 소설 <사랑과 결함>이다. 고모와 ‘나’, ‘나’와 어머니. 고모와 어머니는 ‘나’한테 사랑을 주지만 괴로움도 준다. 어머니는 아니고 고모만 그랬구나. 고모는 열다섯살이나 차이 나는 ‘나’의 아버지를 어릴 때부터 돌봤다. 부모가 세상을 떠났으니 고모가 거의 부모와 같았구나. 그러고 보니 고모는 ‘나’의 엄마를 올캐보다 며느리처럼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모르겠다. 고모는 외로운 사람이어서 괴팍하기도 했다. 조울증 때문이다 여겨야 할지. 고모는 ‘나’한테 사랑을 주면서 ‘나’가 엄마를 더 좋아한다는 걸 안다. ‘나’가 고모 앞에서는 아무리 고모 편을 들어도. 자기 앞에서 좋은 말해도 그게 진심이 아니면 상대는 알지.


 이 소설은 “삶은 기괴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그 기괴한 얼굴을 들여다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71쪽)’ 같다. 누군가 자신한테 잘해줘도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르고, 잘 못해주면 그것도 안 좋겠다. 사랑에는 사랑만 있지 않은 건가. 사랑을 주기만 하고 받을 생각 안 하는 게 나을지도. 고모가 사랑을 받으려 했다는 건 아니다. 고모가 불안정했던 건 조울증 때문이구나. 고모도 그것 때문에 괴로웠을 것 같다. ‘나’는 우울증이 덜하기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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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기도 소타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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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학교라는 건 서양에서 건너 온 거겠지. 한국은 일제 강점기에 근대로 들어섰다. 많은 게 일본을 거쳐서 왔구나. 그건 그리 좋은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오래전 그대로인 게 많다. 학교 교육도 그렇다. 무언가를 배우는 건 마음을 닦고 단련하는 것이기도 할 텐데, 학교에서 배우는 건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시험을 잘 보려는 것뿐이다. 공부는 시험을 잘 보려고 하는 건 아닐 텐데. 학교 교육이 바뀌어야 할 텐데, 바뀔 날 올까. 공부가 중요하지만, 도덕 윤리도 중요한데. 공부는 학교 다닐 때만 하는 게 아니다. 나도 열심히 하지 않고,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가정이나 학교를 작은 사회다 하는데, 가정보다 학교가 좀 크겠다. 집에서는 식구만 보지만, 학교에서는 친구 선배 선생님을 만나니.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를 보니 학교도 폐쇄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만의 법, 규칙으로 돌아가는. 학교를 다니는 기간이 길지 않고, 아주 안 다니는 것보다는 좀 나을지. 초중고 다 합치면 학교 다니는 기간 길구나.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힘들겠다. 입시, 성적만 생각하지 않기는 한다.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겠지. 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지만. 학교 생활을 하다 뭔가 하나 잘못하면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왜 많은 사람이 몇 사람을 따돌리고 괴롭히는 건지.


 여기에 나오는 학교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건 ‘유리코 님 전설’이다. 본래는 여자고등학교였는데 스무해 전부터 남녀공학이 되었다. 남자아이도 다니는 학교지만 여자아이가 더 힘을 가졌다. 그건 유리코 님 전설 때문인 듯하다. 대대로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은 ‘유리코 님’이라는 절대 권력을 갖고 그걸 따르지 않으면 반드시 불행이 찾아온단다. 유리코 님은 단 한사람이 된다. 야사카 유리코는 유리가하라 고등학교 1학년이다. 1학년에는 유리코라는 이름인 아이가 여럿이고, 3학년에 유리코 님이었던 아이가 있었다. 유리코가 여럿이니 한사람이 남을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그런 말 들으면 좀 무섭겠다. 유리코라는 이름이면.


 야사카 유리코는 친구 시마쿠라 미즈키를 따라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 들어온 건데. 학교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1학년인 유리코라는 한 아이가 죽임 당하고 그 뒤에도 차례차례 죽임 당한다. 그런 거 보면 진짜 유리코 님이 있고, 유리코 님 힘이 나타났다고 여길까. 학생은 그런 것에 영향 받을지도 모르겠다. 유리코 님은 신인가. 신처럼 여기기는 하는구나. 유리코 친구인 미즈키는 유리코 님을 믿지 않았다. 미즈키는 탐정 같은 아이였다. 축제 날 미즈키는 1학년 유리코 셋을 죽인 범인을 밝혀낸다. 난 범인은 몰랐지만 초대 유리코가 쓴 일기를 보고 알아챈 건 있었다. 그런 게 뭐 중요할까 싶지만.


 어떤 이야기가 있으면 믿고 싶을까. 유리코 님 말이다. 유리코 님을 믿지 않고 거스르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니. 그 전설이 있어서 좋은 사람은 누굴까. 유리코 님이 되는 아이, 유리코 님을 믿는 아이. 유리코 님이 되면 힘이 생긴 것 같겠다.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났지만, ‘유리코 님’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나 남은 야사카 유리코가 그 유리코 님이 된다. 이 이야기는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것도 유리코 님을 믿는 사람 때문에 일어난 일이구나. 그렇게 한다고 뭐가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야사카 유리코는 그저 순진한 아이일까. 야사카 유리코 생각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야사카 유리코가 유리코 님이 되었으니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하지는 않겠지. 그것만은 다행이다 여겨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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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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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 책을 처음 보고 열해 넘은 것 같다. 그렇게 오래 이어오다니. 미야베 미유키가 쓴 에도 시대 이야기는 다 봤다(2023년 8월에 나온 건 아직 못 봤다). 현대 이야기도 몇 권 빼고 다 봤다. 모두 몇 권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나온 책이 한국에서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미야베 미유키는 여전히 소설을 쓴다. 이 책 《아기를 부르는 그림》은 ‘기타기타 사건부’ 두번째 이야기다. 미야베 미유키가 예순이 되고 이 이야기 첫번째를 썼다니. 벌써 그렇게 됐구나. 하루키도 일흔이 넘었으니. 미야베 미유키는 예순이 넘었다. 지금 예순은 옛날과 다르기는 하지만, 숫자가 그리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미야베 미유키가 건강하게 소설 쓰기를 바란다. 이건 마지막에 말해야 했는데.


 기타기타 사건부는 기타이치와 기타지 이름에서 따 온 거다. 기타이치는 오캇피키 센키치 대장이 어릴 때 거둔 아이로 센키치 대장이 죽고 문고상을 이어서 하게 됐다. 아니 정확하게는 문고상은 다른 사람이 하고 기타이치는 독립했다. 문고는 책이 아니고 종이로 만든 상자로 책이나 종이를 담아두는 거다. 기타이치를 도와주는 사람은 많다. 센키치 대장 부인 마쓰바와 마쓰바 하녀 오미쓰. 마쓰바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기타이치가 파는 문고 상자에 붙일 그림을 그려주는 무사 쓰바키야마 에이카와 여러 사람. 기타이치가 에이카를 만나는 모습이 나올 것 같다 했는데 이번에 만났다. 삼남이라 했는데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무슨 이야기가 있는가 보다. 언젠가 나올지. 대본소 주인 무라타야 지헤에. 지헤에는 오래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 기타이치가 해결할지. 목욕탕 앞에 쓰러졌다가 목욕탕 노인을 도와 목욕탕 물을 끓이는 일을 하는 기타지. 기타지는 닌자였을지도 모르겠다. 기타지 아버지가 따랐다는 노점상 숙부는 예전에 본 《맏물 이야기》에 잠깐 나온 사람이 아닐까 했는데, 맞는가 보다. 그때 나온 모시치 대장 이야기도 잠깐 나오고 이번엔 마사고로 대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뭐든 외우는 짱구.


 앞에서 여러 사람 이야기를 했구나. 조금 놀란 건 짱구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 거다. 유미노스케도 나이를 먹었겠구나 했다.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 유미노스케는 학자가 되었단다. 시간 차이가 있었다니. 이런 거 조금 재미있구나. 시간이 흐르고 센키치 대장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센키치 대장이 안 좋은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센키치 대장은 오캇피키가 없어도 되기를 바랐다. 오캇피키라고 해서 다 나쁜 짓을 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이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이 더 많고 힘을 이용해서 힘 없는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는 것 같다. 그건 그리 좋은 게 아니겠지. 이번에 나온 일에서는 도시락 가게 세 식구가 누군가한테 죽임 당했는데, 의심이 가는 사람을 잡고 고문으로 자백을 받았다. 자백을 받았으니 그 일은 해결됐다 여겼다. 그런 건 고치기 어려운 걸 거다. 제대로 알아보고 범인을 잡아야 할 텐데, 짐작으로 니가 범인이지 하다니. 옛날엔 그런 일이 많았고, 지금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캇피키 자리는 자신이 물려주고 싶은 사람한테 물려줄 수 있는가 보다. 센키치 대장은 자기 밑에 있는 사람한테 오캇피키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에 실망하고 다른 사람은 거의 떠나고 기타이치는 남아서 센키치 대장 부인 마쓰바를 돕는다. 돕기보다 기타이치가 도움을 받던가. 기타이치는 문고를 팔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걸 알아내기도 했다. 그런 거 보면서 탐정 같다고 생각했는데, 미야베 미유키가 쓰려는 게 바로 그런 거였다는 말을 보았다. 아기를 점지해 준다는 그림을 받은 사람은 정말 아이를 가졌는데, 어떤 사람 아이가 죽는다. 아기가 죽고 시간이 흐른 뒤 아기를 점지해 주는 그림을 봤더니 그림이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정말 그림에 아기를 점지해 주는 힘이 있고, 반대로 아기를 죽게 하는 힘이 있을까. 지금이라면 그런 말 믿지 않겠지. 에도 시대에는 믿었다.


 사람은 자신이 살려고 남을 덫에 빠뜨리기도 한다. 꼭 그런 마음만 있었던 건 아니었을지도. 자기보다 잘 되는 사람을 보기 싫은 마음도 있었을 거다. <아기를 부르는 그림>에서는 딱히 범인을 잡지는 않는다. 그렇게 해도 좋을 사람이 없기는 했다. <짱구 머리 속에 든 것>과 <인어의 독>은 이어지는 이야기다. 여기 실린 이야기는 다 이어졌다. 도시락 가게 세 식구한테 독을 먹여 죽였을지도 모르는 오렌은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다. 처음엔 사이코패스인가 했는데, 소시오패스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오렌은 남의 것을 탐내고 부러워하고 자기 것이 되지 않으면 부수는 사람이다. 소시오패스하고도 다를까. 날 때부터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은 있을 거다. 오렌이 그런 사람이 아닌가 싶다. 둘레에 오렌한테 사랑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조금 달랐을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뒤에는 지금까지 나온 미야베 미유키 에도 시대 소설 정리가 나온다. 기타기타 사건부 시리즈와 미시마야 변조괴담은 미야베 미유키가 삶을 정리하는 이야기로 쓰겠다고 했단다. 이런 말 보니 쓸쓸하구나. 시간이 흘러서 잊어버린 것도 있지만, 에도 시대 소설을 죽 봐서 기타기타 사건부에 조금 나오는 사람 이야기가 반가웠다. 짱구는 앞으로도 나온다고 한다. 대본소 주인 무라타야 이헤에 아내는 스물여덟해 전에 누군가한테 끌려가고 죽임 당했다. 기타이치는 그 일을 풀까. 난 기타이치가 오캇피키보다 지금처럼 탐정 같은 걸 하고 문고도 팔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내 생각은 내 생각일 뿐이고, 기타이치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구나.




희선





☆―


 확실한 증거는 없다. 모든 것이 온통 거짓말로 포장되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렇게 해야만 할 절박한 이유가 있으면 사람은 누구나 능숙하게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이라는 건 말이다, 기타이치. 십중팔구 ‘이랬으면 좋겠는데’ 하는 바람이 말로 드러난 것일 뿐이야.


 센치키 대장 말이 기타이치 뇌리를 스쳤다. 언제 들은 이야기였을까.


 ─그러므로 거짓말하는 자를 경멸해서는 안 돼. 우리는 부처님이 아니니까 누구라도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다. 내일은 내 얘기일 수 있다는 거다.


 꾸짖거나 화내거나 훈계하거나 오라에 묶어 끌고 갈 때라도 상대를 경멸해서는 안 된다.  (<아기를 부르는 그림>에서, 130쪽)



 “대장은 말이야, 처음부터 오캇피키라는 것 자체를 의심하고 있었어.”


 ─이런 모호한 자들이 방범 공무를 담당하는 세상이어서는 안 돼.


 “범죄를 저지른 켕기는 이력을 가진 자들은 뒷골목 세계에 밝기 마련인데, 그 점을 보고 부교쇼 나리가 푼돈으로 그런 자를 고용하면서 시작된 것이 오캇피키였다.”


 시작부터 백주에 떳떳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독으로 독을 잡고 뱀이 다니는 길은 뱀이 안다고 하지. 편리하니까. 어느새 요긴하게 쓰이게 되었어. 하지만 기타이치, 에도 마치가 언제까지나 이런 위태로운 체제에 의지하고 있다가는 갈수록 토대부터 썩고 머지않아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살기 어려운 곳이 돼 버릴 거다.”


 센키치 대장은 그렇게 걱정하고 있었다고 한다.


 (……)


 “짓테를 믿고 푼돈을 우려내거나 술과 음식을 갈취하거나 여자를 차지하려고 하는 썩어빠진 오캇피키는, 이렇게 썩었으니까 오캇피키가 될 수 있었다고 도리어 큰소리를 친다. 물론 틀린 얘기도 아니니 대꾸할 말이 없지.”


 그런 체제를 토대를 바꿔 나가야 해─.  (<인어의 독>에서, 281쪽~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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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2-12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미야베월드 에도시대 시리즈인데, 다른 책과 디자인이 조금 다르네요.
그 시리즈는 많아서 전자책이나 종이책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다 모으진 못했어요.
에도시대는 잘 모르는 것들이 많아서 소설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희선님, 설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연휴 금방 가는 것 같아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4-02-13 23:40   좋아요 1 | URL
이건 새로운 시리즈에서 두번째군요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어요 다른 에도 시대 이야기에 나온 사람이 나오기도 하니... 그러고 보니 미시마야 변조괴담하고 얼간이 그 이야기에 나온 사람이 만난 일도 한번 있었네요 그때도 짱구였던 것 같기도...

설이 지나갔네요 시간이 가니 당연한 거군요 아직 이월인데 꽤 따듯해졌습니다 예전 이월은 추웠는데... 언제 이월인지...

서니데이 님 좋은 밤 시간 보내세요


희선
 
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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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경찰만의 법 같은 게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어느 조직이나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경찰 안에서는 거기에 따라야 하더군요. 그런 걸 하지 않고 삐져 나간 형사가 나오는 소설을 보기도 했는데. 이번에 본 《라이언 블루》도 그런 이야기일까 했는데, 제 생각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뭔가 이것저것 복잡해서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했습니다. 읽으면서 혹시 했는데, 그게 맞기도 했습니다. 정말이야 하면서 봤다고 할까. 소설을 보다보면 그런 건 누구나 알 겁니다. 소설가는 소설 속에 어떤 실마리를 담기도 하니. 그게 그렇게 좋은 게 아니기도 했어요. 대체 왜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한번 생각한 적 있으면서 실제 그런 말을 보고는 정말이야 했습니다. 이런 걸 처음부터 말하다니.


 시골은 폐쇄성이 있기도 하겠지요. 거기에 경찰이 있다고 해도 거기에서 힘을 쓰는 건 그곳에서 힘이 있는 사람이죠. 지역 유지 지토세. 야쿠자도 상관이 있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그곳에 사는 사람 안전을 더 생각해야 하는데, 시시오이초 파출소는 지토세 개인의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집안에서 하려는 걸 돕는. 힘이 있기에 아무도 거역하지 못하는. 지토세 집안에 찍히면 그곳에서 살기 어렵습니다. 거기에서 살던 나가하라 신스케 누나는 지토세 장남과 결혼을 시키려 했는데, 누나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습니다. 그 일로 나가하라 집안은 시시오이초에 살기가 좀 안 좋아졌어요. 비가 많이 온 날 누나 부부가 산사태로 죽고 조카만 남았습니다. 나가하라는 조카와 어머니를 돌보려고 경찰이 되고 시시오이초로 돌아와요. 하지만 그 나가하라가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나가하라와 경찰학교에서 같은 반이었고, 이곳 시시오이초 출신인 사와노보리 요지는 아버지가 쓰러져서 아버지를 돌본다는 핑계로 이곳으로 돌아옵니다. 요지가 정말 하려던 건 나가하라가 사라진 일을 밝히려는 거였어요. 그렇다고 아버지를 아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요. 요지는 고등학생 때 야구를 잘하는 학교에 가고 고시엔에도 나갔지만, 거기에서 별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서 고향을 떠났어요. 떠났다기보다 고향에서 달아났지요. 그런 일은 한번 정도 있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작은 마을이니 여러 가지 안 좋은 말을 듣고 마을 유지인 지토세 집안하고도 별로 안 좋아진 듯합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마을 유지도 힘을 쓰지 못할 텐데, 사람은 늘 지배 받으면 거기에 익숙해지고 힘을 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저도 누군가와 힘을 합치는 거 못했을 거예요.


 요지가 이곳에 오고 마을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모리 집에 불이 나고 집주인인 모리가 죽습니다. 사건은 그걸로 끝나지 않고 야쿠자 두목인 가나이가 죽임 당해요. 요지는 두 사람과 나가하라는 무슨 상관이 있나 생각해요. 그러다 파출소 선배인 아키미쓰 다이고가 마을에서 힘을 가진 사람이 모인 곳에 요지를 데리고 가요. 거기에서 나온 건 지역 개발입니다. 개발을 둘러싼 여러 사람이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그런 것도 있지요. 개발에 반대하는 쪽과 찬성하는 쪽으로 나뉘지만, 둘 다 다르지 않게 보였어요. 반대하는 쪽은 자기들한테 이익이 오게 하려는 거였지요. 경찰은 별로 힘도 없고, 뭐 이런 곳이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힘든 사람을 도우려고 경찰이 된 사람도 있을 텐데.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큰 힘을 누르려는 힘을 가지려고 다른 걸 눈 감아도 되는지.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가면 자신을 죽여라 하는 말을 했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거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를 텐데. 제가 이러네요. 달걀로 바위치기는 쉽지 않죠. 달걀로 바위를 치면 달걀이 깨지고 말지만, 자꾸 치면 달걀로 물들겠네요. 이건 그런 이야기기도 하군요. 이제야 시작된. 언제 바라는 걸 이룰지. 그 시간 오래 걸릴 것 같네요. 앞으로는 뒷길이 아닌 앞길로 가면 더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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