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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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박사님의 첫 책은 <살아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였다. 그 책이 너무 강렬하고 진짜 재미있어서 이미 팬이 되었던 것 같다. 이후 <통섭의 식탁>이나 <과학자의 서재> 등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겹치는 내용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는 좀... 읽고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그래도 한번은 읽어봐야 하는데~ 했던 것 같다. 전에 읽었던 책에 나왔던 내용들이 또 나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 똑같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 읽었던 내용인데 새로운 책에 또 등장하니 다음 책은 조금 꺼려졌달까.

<최재천의 곤충사회>가 반가왔던 이유다. 나의 첫 책이었던 곤충 관련 책이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 관련은 있지만 과학과는 조금 벗어난 이야기들을 또 읽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오랜만에 다시 곤충 이야기를 들고 오셨나 보다... 생각했다. 자, 하지만 이 책은 진짜 곤충 관련 책은 아니다. 그러니 나처럼 그 예전의 개미를 비롯한 다양한 곤충들과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이번 책을 읽으며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책 겉표지를 넘기고 머리말을 시작하기 전 페이지에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최재천 교수의 강연과 2023년 출판사 편집부와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 2부가 강연을 중심으로 한 글이라면 3부는 작년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글인 것 같다. 그리고 시간 순서로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읽다 보니 최재천 박사님의 관심사나 연구 방향이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한 거다. 본인의 연구에서 제자들을 위한 연구로, 다시 국립생태박물관장이라는 자리에서 여러 사회적 이슈를 위한 리더로서의 "진화"가 이루어졌고 그 진화에 따라 박사님의 생각이나 행동이 조금씩 바뀌어져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으로서, 한 사회의 사람으로서,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이로서, 지식인이라는 위치에서 자신이 해야 할, 해야만 하는 일을 묵묵히 하고 계신 거다.

아! 그래서 역시 좋았다.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더라도 조금씩 다른 생각으로 조금 크게, 진화해 오고 계셨던 거구나~ 라는 생각에, 비슷한 이야기 아니냐고 생각했던 것에 죄송해짐과 동시에, 그렇게 계속해서 노력하고 성장하시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박사님께 박수를 보낸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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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세탁소 1 - 인생을 바꿔 주는 옷
이은재 지음, 고형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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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사이에 <잘못 뽑은 반장> 시리즈는 꽤, 유명하다. 책을 잘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 사이에 유명해졌다는 건 책이 재미있다는 뜻! 그러니 이 책을 쓴 이은재 작가의 신작도 믿고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최소 다섯 권 이상 연재될 듯한 <혹시나 세탁소>는 일러스트도, 제목도 벌써부터 재미있다. 최근 유행하는 장소 동화와 소설과 비슷할까 싶었지만 "인생을 바꿔 주는 옷"이라는 테마처럼 비슷한 듯 다르다.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좋았다.

1권인 "인생을 바꿔 주는 옷"은 <혹시나 세탁소>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책이다. 그래서 혹시나 세탁소가 생겨난 배경과 그 세탁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첫 번째 수혜자가 누군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겨우 초등 4학년에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하는 김대찬이다. 잘 나가는 곰탕 가게의 둘째 아들인 대찬이는 현재 자신의 삶 자체가 글러먹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신의 탓이 아니고 잘난 체 하는 형과 그 형만 바라보는 것 같은 부모님들 때문이다. 그래서 대찬은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새로운 환경 속에선 모든 것이 잘 될 거라는 듯이.

그런 마음을 먹은 후에는 일사천리다. 구멍이 열리고 그곳으로 빨려들어 온 대찬은 어느새 "혹시나 세탁소" 앞에 서 있다. 그곳의 주인인 막심을 통해 새 옷을 입게 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곳에서 대찬은 자신의 생각대로 완벽한, 다시 태어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설정도 새로웠지만 그 설정 안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는지가 흥미로웠다. 구성이 무척 탄탄했기 때문이다. 그저 다른 삶을 통해 깨닫기 보다는 세탁소를 통해 입은 옷의 능력치(무한 긍정 마음)가 대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때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현실이 불행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자신의 자세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주변 환경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남 탓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 남 탓만 해대는 내가 가장 큰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찬은 가장 큰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 아닐까?

사실 1권의 책이 끝나고 대찬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맺었지만 대찬이 잠깐 빌려 살았던 하루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2권에선 이, 신하루의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 본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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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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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온통 책이다. 따로 공간이 생겨 큰 책장 3개 분량이 밖으로 나갔는데도 도대체 어디서 책이 빠진 건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집엔 책으로 가득하다. 가끔 이 책들을 가지고 서점을 차려볼까~ 하는 엉뚱한 꿈을 꾸곤 한다. 그럼 중고 서점이어야 하나, 최근 유행하는 공간을 빌려주는 곳이어야 하나~ 상상의 나래도 펼쳐 본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곧, 그렇게 시작을 한다면 나의 꿈이 다시 생활에 필요한 돈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고 그러면 살포시 접어 둔다. 돈을 벌려면 치열해야 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책으로 치열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속 영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으로 돈을 벌기 위한 서점을 연다. 그 이전의 삶이 훨씬 더 치열했기에 어릴 적 좋아했던 책과 관련된 일로 쉬는 삶을 살기 위해서다. 그래서 처음 그는 책을 팔거나 서점을 홍보하는 등의 일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하나 둘 채워나갈 뿐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그리고 그런 사장의 개성이 드러나는 휴남동 서점은 사장과 함께 조금씩 성장해 간다.

책 속엔 치열함의 끝까지 가 본 인물들이 여럿 나온다. (사실 대부분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거의 다 그렇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지친 이도 있고, 성공이라는 목표 하나만 보고 달리다 놓아버린 이도 있고, 언젠가를 꿈꾸며 달리다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상실감에 멈춰버린 이도 있다. 그저 버티기 위해 휴남동 서점을 찾았고 이곳에서 위로받는다.

재미있었다. 단지 개인적으로 아주 치열한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지라, '음~ 힘들겠구만~' 정도 떨어져 읽느라 푹~ 빠져들지는 못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우리 부모는 "성공"을 부르짖는 분들이신데 난 어쩌다 삐딱선을 타 "여유 없이 어떻게 사나, 사람이 좀 여유롭게, 긍정적으로 살아야지~"하고 있는 건지. 어릴 때부터 그랬다. 최선을 다 하려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꼭 20% 정도는 남겨두었다. 지금도 그렇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지만 하루 1시간 이상 내 시간을 만들지 못하면 병이 난다. 슈퍼 우먼 따위 되고 싶지 않다. 음~ 그래서 돈을 못 버나.ㅋㅋㅋ

삶에 정답은 없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아나가면 된다. 힘들면 멈춰서 쉬어도 되고 쉬다 힘이 나면 다시 걷고, 뛰고. 등장인물들의 중심에 "휴남동 서점"이 있어 이들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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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K의 찐천재 실험실 - 바보인 줄 알았는데 천재로 밝혀진 두뇌 대탐험 닥터 K 시리즈
애덤 케이 지음, 헨리 패커 그림, 박아람 옮김 / 윌북주니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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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과 표지를 보고 나서 기억한 건, "실험실"이라는 단어였다. 그래서 과학과 관련된 실험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는 사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책은 실험실보다는 그 앞의 단어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닥터 K의 찐천재 싦험실>은 결국 "찐천재"들에 대한 책이다. 그러고 나서야 이 시리즈를 찾아보게 됐는데, <닥터 K의 이상한 해부학 실험실>과 <닥터 K의 오싹한 의학 미스터리>도 있다. 시리즈 모두 재미있을 듯.

자, 그럼 찐천재를 한번 들여다 볼까?





차례에서 보듯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물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인물들도 있어서 구성이 아주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많이 알려진 이들만 또다시 설명하고 있다면 읽는 아이들도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에서 발명된 것들에 대한 인물들도 소개되고 무엇보다 남성과 여성의 소개 비율이 비슷해서 이 또한 만족스러웠다.

차례에서 마지막은 "주인공은 너"라는 코너다. 나와는 무척 다를 것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저 "주인공은 너" 페이지를 만나게 되니 뭔가 가슴이 뛰었다. "아, 그래 나도 이런 사람들처럼 될 수 있어!"라는 느낌이랄까. 그저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니라 책 속의 위인들처럼 엉뚱하고 혼나고 하던 아이들이 계획을 세우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 보니 그 분야의 최고가 되었다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한때 유명했고 지금까지도 많이 읽히는 <앗! 시리즈>를 읽는 기분이었는데 서술이나 구성 면에서 비슷했기 때문인 것 같다. 무엇보다 과학 분야의 위인들에만 한정짓지 않고 인문이나 사회, IT, 의학 분야의 위인들까지 아우르고 있어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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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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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눈에 띄었다는 건, 서점가에서 어느 정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사실 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는 "어린이"들과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아들은 없지만 딸은 11년 터울로 둘이나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 어린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사람이다. 그러니 내겐 필요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언젠가 둘째와 서점가를 거닐고 있을 때, 베스트셀러 목록이 있는 곳에서 9살이었던 둘째가 주장했다. "엄만, 이 책을 좀 읽을 필요가 있어. 어린이들에게 너~무 공감 능력이 떨어져." 충격이었다. 발끈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난 어린이들과 아주 잘~ 지내고 있고, 어린이들이 나를 참 좋아한다고 반박했으나 둘째는 그럴 때도 있지만 아주 중요한 한끝, 그 세심한 하나를 모르고 지나치는 때가 있다고 한다. 음~ 사실 나도 안다. 왜? 난 극 T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잘 공감해주고 함께 웃고 위로해줄 수 있지만 뭔가 아주 미묘한 감정 하나는 뒤늦게 생각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내 딸들일 경우에 더 심하다. 그래서 구매!

읽으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우선, 김소영 작가와 나는 같은 일을 한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하는 것이다. 너무나도 감성적인데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잘 챙길 줄 아는 사람이 바로 김소영 작가이다. 그러니 하루하루 있었던 일 속에서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소중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어린이"들의 감정 하나, 행동 하나에 감동하고 공감해준다.

그렇다고 좌절감에 휩싸이진 않았다. 난 나만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나는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의 장단점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 냉철해 보이지만 듣기 싫은 말, 옳지 못한 행동 등에 대해서도 올바르게 알려준다. 그리고 자고 나면 잊는다. 아이들은 그런 내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큰 기복없이 자신들을 받아들여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미묘한 감정 싸움이나 조금 큰 잘못을 했어도 한번 이야기하고 나면 다음에 올 땐 밝은 얼굴로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반성은 됐지만 내가 고쳐나갈 점을 생각하며(성격이 그런다고 바뀌나 싶긴 하지만) 즐겁게 읽었다. 무엇보다 어린이는 사랑스럽고 때로는 감탄하게 하며 열심히 배워나가는 존재라는 데에 무한 공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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