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티 마을 마리네 집 밤티 마을 4
이금이 지음, 한지선 그림 / 밤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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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티마을 큰돌이네 집>가 출간된 지 벌서 30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 큰 아이를 키우며, 또 11년이 차이나는 둘째를 키우면서도 "큰돌이네 이야기"를 함께 했다. 나와 함께 수업하는 친구들도 큰돌이네 집뿐만 아니라 뒤이어 영미네 집, 봄이네 집까지 함께 돌려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나 오래 된 이야기인데도 괴리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시대적 이야기가 들어가기보단 큰돌이와 영미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워져서가 아닐까 싶다. 내가 큰돌이라면, 내가 영미라면~ 하고 생각하며 읽다 보면 충분히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밤티마을" 시리즈가 드디어 네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사실 그동안은 첫 편만 한 책이 없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돌아온 <밤티마을 마리네 집>은 좀 다르다. 어른이 된 영미와 다문화 가정인 마리의 이야기는, 바로 이 시대, 이곳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졌고 더욱 큰 공감이 일었다.

처음 "마리네 집"이라는 제목만 보고선 봄이에 이어 팥쥐 엄마가 낳은 둘째 아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작가의 말을 보고선 어른이 된 영미의 이야기라는 데 크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작가만큼이나 이 시리즈를 읽어 왔던 부모, 아이들은 이 영미라는 아이가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을 테니 말이다.

다른 집에 보내지기도 했고, 돌아오는가 싶었는데 친엄마에게 다시 보내지고... 영미는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갖지 못한 채 자신만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지 않았을까. 그런 영미는 도대체 어떻게 자랐을까, 한번씩은 상상해 보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런 상상 속의 영미가 <밤티마을 마리네 집>에 딱! 등장하는 거다. 정말 그 상상 속의 모습으로.

그런가 하면 또다른 아픔을 지닌 네팔 가족인 마리의 이야기를 통해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고민할 수 있다. 그런 마리와 영미가 만나 그야말로 대 통합의 시대를 연다. ㅋㅋ 나이 차는 있지만 서로를 보며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너무나 따뜻하다. 그 누구보다 푸근한 팥쥐 엄마의 아량은 언제 읽어도 기분 좋다.

생각도 못했던 네 번째 시리즈가 이렇게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봄이네 집이 끝인 줄 알았던 아이들에게 마리네 집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서로 먼저 읽겠다고 난리일지도~!^^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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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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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되고 싶은 사람이 다 될 수 없고, 원하는 삶을 모두 살아볼 수도 없다. 원하는 기술을 모두 배울 수도 없다. 그런데도 왜 그러길 바라는가? 난 내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경험의 모든 음영과 색조와 변주를 살아내고 느끼고 싶다.

-실비아 플라스

7p

가치관이라는 것을 만든 게 13살 때였던 것 같다. 학급 안에서 돌아다니는 앙케이트에 적을 요량으로 만든 건데 내 딴에는 정말 열심히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지 생각해서 만든 회심의 역작이다. 그리고 정말 그 가치관대로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어른이 되고 30대가 지나 40이 되어서야, 그 가치관이 좀 잘못됐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에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고 다시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니까~ 난, 후회를 잘 하는 인간이 아니다. 물론 짧게, 짧게 "아~ 이럴 걸!, 저럴 걸!" 하는 순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순간 내게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 결정을 나 스스로 내렸고 그러므로 그 결과도 책임져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한다. 내가 하지 못한 선택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책 앞부분을 읽으며 어느 정도 이 책의 결말이 충분히 예상되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또 누군가에겐 이 책이 아주 많이, 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난 그냥 재미있게만 읽었다.

노라 시드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유일하게 자신과 함께 하던 고양이가 죽고 다니던 일터에선 잘렸다. 노라는 더이상 살아갈 힘이 없다고 여기고 죽기를 결심한다. 그렇게 노라는 자정 도서관에 도착한다. 삶과 죽음의 사이에 있는 곳. 내 어린 시절 유일하게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사서 선생님이 그곳에서 나에게, 그동안 후회됐던 일들을 살펴보고 다시 살아갈 기회를 준다고 한다. 노라는 어떤 후회를, 어떤 삶을 다시 살아보게 될까. 노라는 원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강요로, 할 수 없을 거라는 자신감 하락으로 선택하지 못했던 다양한 삶을 살아보며 노라는, 자츰 인생이 무엇인지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슬픈 일이 있으면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기고, 좋은 일이 있는가 하면 슬프고 화나는 일이 생긴다. 계속해서 우울할 일도, 계속해서 기쁘기만 한 일도 없다. 세월이 흐른 뒤에는 모두 참을 만한 일이 된다. 심지어 웃으며 이야기할 만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깨닫는 게 무척 힘들지도. 그러니 우리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나며 배우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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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음모 - 베나로자 왕국의 시간 여행자
한정영 지음 / 올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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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의 포스터같은 책이다. <천 년의 음모>라는 제목에 소제목이 붙어 있다. 처음엔 이 소설을 설명하는 문구인지 알았는데 마지막 장까지 읽고난 지금은 왜 소제목이 붙었는지 알겠다. 아마도 <천 년의 음모>는 시리즈로 출간될 것 같다.



첫 시작부터 바쁘다. ‘추적자‘라는 첫 챕터부터 주인공으로 보이는 남매 앞에 한 여성이 나타나는가 하면 알 수 없는 자들로부터 쫓긴다. 그러므로 독자는 이들이 누구이고, 왜 쫓기고 있는지, 또다른 여성은 누구인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야 한다.



매 챕터마다 새로운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등장인물들을 따라 함께 미스터리를 풀어야 한다. 그래서 재미있다. 긴장감이 계속해서 이어질 때 어느 정도 이 이야기의 세계관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든다. 베나로스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로물루마도 그렇고 원래의 주민들과 이민족 사이의 갈등도 그렇다. 이름뿐만 아니라 도시들의 상태도 그렇다. 이 익숙함 덕분에 전체 도시를 시뮬레이션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처음엔 기후 위기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읽다 보니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보단 쌓인 갈등이 일으키는 복수가 얼마나 큰 위기를 불러오는지 보여준다.



제나와 제타는 한 달 동안 불탔다는 로물루마를 구하기 위해 또다른 여행을 떠났다.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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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을 파는 가게 - 아시베 다쿠 연작소설
아시베 다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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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헌책방 첫 경험은,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였다. 얼마나 신나던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마구 사 왔던 기억이 있다. 자주 갈 수 없는 곳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하지만 곧 대형 중고서점이 생겼다. 직접 가서 고르는 맛은 없지만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전국에서 찾아 결국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쁨도 있고, 점점 더 많이 생겨나면서 외출했다가 잠깐 오프 매장에 들르는 기쁨도 생겼다. 그러면서 절제하는 마음도, 중고책을 제대로 고르는 노하우같은 것도 생겨났다. 이후에는 진짜 헌책방도 보이면 들어가 꼭 한 권이라도 들고 나온다. 그런데....

또 샀네.

늘 가는 헌책방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헌책을 샀을 때 중얼거리는 말이다.

같은 말이지만 부정적일 때와 긍정적일 때가 있다.

부정적일 때는 엄청난 실수라도 저지른 것처럼 허무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기껏 책을 사놓고 왜 그러는 걸까. ...103p

<기담을 파는 가게>에는 총 6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런데 그 6편의 이야기 첫 시작은 "또 샀네"로 시작한다. 그러니까 결국 이 소설은 헌책방에서 책을 산 '나'의 이야기가 담긴 연작 소설이다. 6편의 '나'는 같은 '나'가 아니다. 한 편이 끝날 때 '나'는 죽는다.

각각의 단편은 일반적인 미스테리 형식을 띠기도 하고, 공포 소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가 하면 만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등 개성이 뚜렷하다. 하지만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이들은 모두 같은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들이고 그러므로 책 제목이자 마지막 단편의 제목인 "기담을 파는 가게"편에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책 속의 "나"는 모두 책을 너무 사랑하거나 책을 쓰는 작가들로 책을 통해 자료를 모으는 이들이다. 무엇보다 책에 대한 집착이 있는 이들이다. 작가 후기를 통해 작가는 이번 에피소드에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갔음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 또한 읽으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어쩌면 그 포인트가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 같다. 이 공포심은 순수하게 무섭다는 아니고 나도 책에 먹히는 지경까지 가는 게 아닐까~ 하는 것.

내가 읽어치우는 책보다 하루에 출간되는 책들은 너무나 많고 그러니 당연히 읽고 싶은 책들이 자꾸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올해 목표는 최대한 많이 읽고 많이 정리하는 것. 전혀 안 들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으로 절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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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양식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5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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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쓴 6권의 소설 중 3번째로 읽은 책이다. 제일 두꺼워서 가장 마지막에 읽고 싶었으나 절판으로 중고책 가격은 올라가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보자니 순서 상 3번째로 읽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좀 아쉽다. 뭔가 앞의 두 권보다 훨씬 포괄적이어서 가장 마지막에 읽었더라면 작가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읽었던 두 권은 여성 소설의 느낌이 많았다면, <인생의 양식>은 그야말로 인간의 인생에 대한 책인 것 같다. 주인공도 한 명이 아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베넌과 사촌인 조, 이웃에 사는 시베스천과 넬, 그리고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만나 얽히게 되는 제인까지. 그야말로 한 시대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19세기 말에 태어난 이들은 각자의 환경에서 자라나 자신만의 꿈을 찾고 나아간다. 때로는 방황도 하고 때로는 맞서기도 하면서. 하지만 전쟁(제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고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 이야기의 중심은 사실 베넌이다. 그럼에도 주인공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 인물들의 인생에 대한 서술도 너무나 뛰어나기 때문이다. 각자의 환경에서 각자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가지고 자란 이들은 자신들이 생각한 대로, 그 방향대로 행동하며 서로 반목하기도 하고 다시 이어지기도 하면서 삶을 이어간다. 그 중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인물도 있고 공감이 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동정하게 되고 안타까운 이들도 있다. 인물들이 너무나 생생해서 그야말로 이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면서 확신하게 됐어. 인간만큼 가련하고 바보 같고 우스꽝스럽고, 그러면서 그다지도 완전히 놀라운 존재는 없다는 것을......."...15p

그런 거 아니겠는가! 때론 좌절하고 때론 행복해하며 그렇게 삶을 이어간다는 것! 자신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을 삼키는(그 과정까지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예술가란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인생을 살 수도, 그저 눈앞의 편안함과 안정감만을 생각하며 사는 삶도 있고, 눈앞의 진실을 깨닫지 못한 채로 허황된 꿈을 쫓아 사는 이도, 그런 이를 기다리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도 있는 것이다.

반백 살이 되고 보니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다만 어그러진 인생관을 갖게 되지 않도록 아이들만큼은 잘 키워야겠다고,ㅋㅋㅋ 그런 생각이 든다. 무려 6주간에 걸쳐 읽느라 힘들었는데, 다음엔 한번에 쭉~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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