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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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작가의 작품은 글보다 드라마를 통해 먼저 접했다. 분명 드라마는 재미있게 봤는데 책을 읽을 자신이 없었다. 한국 문학은 너무나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며 교훈을 주려 한다는 점이 영 불편해서 오랫동안 피해왔다. 그럼에도 우리 문학이고 피할 수 없는 주제이기에 언젠가는 꼭 읽어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먼저 접해 읽었다. 처음엔 그저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다가 씌여진 시기와 좀더 여러 번 읽으며 얼마나 깊이 있는 작품인지, 역시나 훌륭한 작품은 여러 번 의미있게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은 무척 적당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시대를 죽 지나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이문열이라는 작가가 수상한 작품을 한데 아우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이 책에는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새하곡"에서부터 1982년 동인문학상 "금시조", 1987년 이상문학상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992년 현대문학상 "시인과 도둑", 1998년 21세기 문학상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 2011년 한국 소설 최초 <뉴요커> 전문 게재인 "익명의 섬" 6작품이 실려있다.


어렵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만 생각하다가 "새하곡" 첫 장을 펼쳐면서부터 도대체 이게 뭔 소린가 싶다. 전쟁 중이라는 건 알겠는데 제대로 파악이 안 된다. 지금 내 상황이 차분히 앉아 책을 읽을 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작가의 말이, 주제가, 저 멀리서 손짓할 뿐이다. 한 번에 잡으려 하지 말고 공부하듯 여러 번에 걸쳐 읽고 또 읽어봐야겠다. 우리 역사 속 흘러온 이야기가, 그저 지나가는 것이 아닌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이문열중단편수상작모음집 #이문열 #중단편소설 #수상작모음집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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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연필을 씁니다 - 젊은 창작자들의 연필 예찬
태재 외 지음 / 자그마치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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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하면(물론 요즘 아이들은 훨씬 더 빨리 연필을 쥐게 되지만) 제일 많이 받는 선물이 연필이다. 한글을 익히며 글씨 쓰는 연습을 하라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연필을 한 다스씩 선물해 주고 결국 문구 서랍 가득 연필이 쌓이다가 다 쓰지도 못한 채 중학년만 되어도 아이들은 뭔가 멋져보이는 샤프로 갈아탄다. 우리 집에도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연필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문구를 정말 좋아하지만 언제부턴가 색이 예쁜 수성펜을 쓰기 시작했고 급할 땐 잘 나오지도 않는 볼펜으로 신경질을 내곤 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크레파스가 생기고 색연필에 이어 드디어 연필이 가득해졌다. 지금은 직업 특성상 집에 연필이 정말 한가득이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새 사용하게 된 연필에 조금 익숙해진 뒤 언제부터인가 그 느낌을 사랑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뾰족한 연필을 사랑하므로 색연필은 칼로 깎지만 연필은 수동 연필깎이로 아주 뾰족하게 깎는다. 그리고 메모조차 연필로는 아주 정성껏 예쁘게 쓰려고 노력한다. 그런 노력은 잊은 뒤 아~ 이것 보라며! 역시 다른 펜보다 연필이 훨씬 예쁜 글씨가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말 사실이다. 연필은 그 사각사각하는 질감, 소리, 촉감과 함께 아주 마음에 드는 필기체를 선물한다. 딱 떨어지는, 뭔가 내 손에 착 감기는!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는 나처럼, 아니 나보다 훨씬~ 더 연필을 사랑하는 젊은 창작자들이 사용한 연필에 대하여, 그 연필에 대한 단상들과 자신이 좋아하는 연필을 소개하고 혹은 연필에 대한 옛 추억 한 방울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읽다 보면 마구 공감하게 된다. 맞아, 맞아~ 나도 그랬어! 하면서. 연필을 사용하게 된 연유와 연필을 사용하는 방식 모두 다르지만 뭔지 모르게 겹쳐지는 부분들이 조금씩은 있고 그러다보니 유독 더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연필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직은 색 수성펜을 조금 더 선호하는지라, 그리고 다른 모든 예쁜 문구 덕후라서 연필을 특별히 브랜드를 따져가며 구입한 적은 없다. 이상하게 우리집은 연필이 쓰고도 넘칠 정도로 많아서 연필깎이에 들어가지 않는 5센티 정도의 연필은 그냥 버리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몽당연필을 만들어 모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찾아보니 몽당연필 홀더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그 제품은 이미 내 장바구니에 들어가있다. ㅎㅎ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연필을 사용하고 예쁘게 글도 써보고 그렇게 만들어진 몽당연필을 함께 만들어가야겠다고!


#여전히연필을씁니다. #자그마치북스 #연필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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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1-12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필로 글씨를 쓰면 좀 천천히 쓰게 되는 거 같아요. 손글씨가 특별히 예쁜 편은 아닌데 천천히 쓰니까 좀 더 반듯하긴 하더라구요. 평소에는 거의 볼펜을 쓰게 되네요. 책 표지가 예쁘네요.

ilovebooks 2022-11-13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부드러운 필기감보다는 딱딱 떨어지는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연필을 더 자주 사용하고요
 

아빠의 아빠는 일요일 밤마다 연필을 깎아 주었을까.
엄마의 엄마는 자기 딸을 으스러질 것처럼 꼭 끌어안아 주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랑을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이런 것들이 대를 이어 전해진다는 것은 또 얼마나 놀라운일인지. 부모가 된다는 건 어쩜 이렇게 신기한 일인지.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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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 : 냄새나는 세계사 (빅북) 풀빛 지식 아이
모니카 우트닉-스트루가와 지음, 피오트르 소하 그림, 김영화 옮김 / 풀빛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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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아주 옛날, 5,6세기부터 담벼락을 따라 땅이 패여 있어 집에서 버린 더러운 물들이 흘러가는 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굉장히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신경썼구나..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옛날의 우리 조상들 삶이 상상된다. 그런가 하면 유럽 중세에는 그런 하수도 시설이 없어 거리가 무척 더러웠다고 들었다. 그런 더러움이 쥐들을 불러왔고 패스트가 생겨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고 결국 하이힐도 생겨났다고. 이렇게 우리는 옛날 사람들이 남긴 어떤 단서들로부터 그들의 삶을 추측하고 역사를 거꾸로 추적해 나가는 것이다.


"역사"라고 하면 우린 사건이나 인물에 무척 집중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가며 무엇이 원인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차분히 따라가는 것이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건과 사건을 잇는 중요한 단서가 생활사이다. 우리와 다르게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았는지를 아는 건 신기하고 재미있고 흥미롭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이라면 더욱!


처음 우리 아이가 이 책을 받아들곤 환호성을 올리며 자기는 똥도 좋고 방구도 좋은데 어쩜 이런 책이 있냐고 했다. ㅋㅋ 자기가 딱! 좋아하는 이야기라나~ 하지만 몇 장을 넘기더니 우와~ 이렇게 더러운 이야기는 처음이란다. ㅎㅎ처음엔 진짜인 줄 알았는데 막상 페이지를 펼치고 읽어보니 사실 아이에겐 조금 어려웠기 때문에 허세를 부린 것 같다. <더러워 : 냄새나는 세계사>는 다양한 "더러움"을 설명함으로서 각 지역의 다른 시대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더러움의 분야가 무척 다양해서 신기했다. 아이처럼 어떤 오물 정도가 아닐까 싶었는데 말이다.


더러운 사건을 표현하는 관용어에서부터 무덤 속에 존재하는 위생용품, 목욕탕에서는 어떤 일들을 했는지 목욕 의식이나 다양한 목욕법, 화장실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다룬다. 과거의 이야기뿐 아니라 현재 우주선에서의 위생까지 정말 광범위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역사 사이사이의 생활사 빈 구멍을 메워주고 잡학다식한 지식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즐겁게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더러워 #냄새나는세계사 #풀빛 #지식아이 #초등도서 #역사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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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흄세 에세이 1
알베르 카뮈 지음,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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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에세이"라는 점에서 무조건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에세이는 작가의 소설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힌트를 주기 때문이다. 막상 책을 받고 조금 당황했는데 한 손 안에 들어오는 콤팩트한 사이즈에 그에 딱 맞는 정말 얇은 두께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에세이 중 .... 가장 어려운 에세이였다. 지금까지는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작가의 에세이를 찾아 읽곤 했는데 카뮈의 에세이를 보고선 이 글을 읽으려면 작가의 소설을 더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책에는 모두 4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다. <티파사에서의 결혼>, <제밀라의 바람>, <알제의 여름>, <사막>으로 모두 여행지에서 적은 이야기들이다. 한 여성의 이름이 아닐까(무식한 것! ㅋㅋ)했던 티파사나 제밀라 등은 모두 알제리의 도시들이라고 한다. 프랑스 태생인 알베르 카뮈가 지중해를 건너 알제리까지 여행을 다녀왔나보다 하며 읽다가 카뮈의 생애를 찾아 읽다 보니 프랑스령 알제리 태생으로 그당시는 프랑스의 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니 자신이 사는 곳에서 글을 쓰기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한 여행을 자주 떠났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모두 여행을 떠난 내용에 대한 에세이들이지만 신기하게도 이 에세이들에는 그 지역에 대한 자세한 묘사나 여정 등이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그곳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에 대한 글이 가득할 뿐이다. 그러니 아마도 이런 생각들을 내가 쫓아가기가 힘들었나보다. 공부가 더 필요함을 느끼게 하는 책!


알베르 카뮈는 습작을 위해 에세이들을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글들 안에는 세상의 부조리함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침묵과 황폐함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어떤 풍경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 궁금해져서 언젠가 시간이 되면 이런 지역을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이상도 하지. 풍경에 대한 묘사 없이 가보고 싶게 만들다니~. 그것이 대작가의 힘이 아닐런지.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결혼 #알베르카뮈 #휴머니스트 #에세이 #알제리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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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1-06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이란 게 꼭 어디 먼데를 가야하는 건 아니군요. 대작가는 가까운 곳을 여행하면서도 사유를 쏟아내는군요. 소설 읽다보면 소설 밖의 작가가 궁금해지기 마련인 거 같아요. 에세이나 서간문같은 게 있으면 꼭 찾아보고 싶어지거든요. 이 책도 그렇군요. 궁금해지네요.

ilovebooks 2022-11-06 21:29   좋아요 0 | URL
그저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