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냐 > '주먹이 운다' - X같은 인생
인생 X같아...정말 그랬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사회 열 중 예닐곱은 X같은 인생, 꼬이고 또 꼬여...나락에서 허우적거리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재벌2세, 성공한 선남선녀의 로맨스만 보여주던 TV에 익숙한 탓일까. 모처럼 색다른 인생, 아니 현실이 등장한 스크린이 낯설었다. 그리고 문득...그동안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류승범, 꽃미남도 아닌데, 그 웃음 하나는 괜찮았지.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의 표정은 거의 풀리지 않는다. 뭘 봐도 X같은 인생. 잘난척 허세를 부려봐도, 깡다구로 버티며 꼴통이라 불려도...그 인생, 별 볼일 없었고, 앞으로도 저 진창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싶은 인간. 휴먼감동 영화라면....안 풀린 인생, 복싱으로 성공해서, '록키'가 되는게 맞는데...그렇게 순진하게 해피엔딩을 꿈꾸기 어렵다. 하기야...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복서의 삶이란 것두...그렇게 쓰디쓴데. 하물며 전과자 출신 복서를 우리 사회는 제대로 품어줄 것인가.

최민식, 평소 보여주던 바로 그 연기. 설경구나 송강호로는 표현못할 몸뚱아리, 얼굴 주름 자체가 페이소스인배우다. 아, 정말 저러다 자살하는 거구나...싶은 상황. 1분에 만원받고 '인간 샌드백'이 된 사내. 몸에 밴 마초적 허풍만큼은 잊지 않아, 그래서 더 불쌍한 사내다. 얼마나 많은 이땅의 가장들이 바로 저런 표정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까.
밑바닥의 심연을 확인하는 두 사람의 삶이 교차편집된다. 최민식, 영화 속 표현대로...머리에 똥 밖에 들은게 없어서....아들 친구들, 선생님 앞에서 저지르는 실수는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어이없는 범죄의 현장에서, 화장실에서 빵 베어무는데서, 류승범의 표정은 말문이 막히게 한다. 지랄같은 부부싸움 하는 엄마아빠에 지치는 아이, 몸뚱아리 하나로 자식 키워, 감방보내놓고 어처구니 없이 무너지는 아버지나. 영화 내도록....사는게 이런건데...우리 사회가 너무 많은 패잔병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걸...새삼 깨닫는다. 답답해진다.
그래서....이 두 사내의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꿈과 환상을 주던 영화와 180도 다른 펀치에 맞으면서, 정신이 맑아진다. 고개를 슬쩍 왼쪽으로 돌리면, 이런 현실이 보인다는 걸 잊고 산다. 지리멸렬하고, 억울한 삶들.
그래서 아, 정말 영화, 징하네.....하면서 다소 감동받는다.
그러다가...........................영화의 하이라이트, 즉 두 사내의 결승전이 시작되면서 아, 영화 정말 지루해진다. 감독은 갑자기 멋을 부리느라 정신을 못차리고, 음악도 슬로모션도, 결정타를 날리는 가족사랑도 진부해진다. 마지막 엔딩까지 배신하지 않고 아쉬움을 엄청 남긴다. 그래서 '마지막 하이라이트만 빼고는 아주 좋았던 영화'로 기억할거 같다. 가족만이 희망이란 거, 뭐 밑바닥 인생이든 아니든 당연한 얘기고, 굳이 온몸으로 설교않고 드라이하게 전해도 좋았을텐데...
그러나, 이 영화는 요 사진처럼 지오다노풍으로 '인생은 그래도 아름다워'라고 강변하지 않는다. 문득 사진을 찾다보니...이 둘 활짝 웃은 사진을 많이도 찍었네. 영화에서는, 그리고 아마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표정이다.

사족 하나 더... 이 남자,

오달수씨. 최근 '마파도'에서 기이한 전직 조폭 두목의 모습을 보여줬고, 그제 본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연습은 많이 했으나 웃긴 러시아어를 구사했고, 어제 본 영화 '주먹이 운다'에서, 다시 양아치로 등장했다. 억양도 참으로 독특하다. 어찌보면, 얘기안되는 말투인데...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볼때마다 웃긴다. 우리 사회 열 중 예닐곱은 '주먹의 운다'의 류승범, 최민식, 임원희, 그리고 오달수씨를 닮았을데다. 그게 '삼(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