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보고 그림으로 듣는 음악인류학 - 불교와 세계종교
윤소희 지음 / 민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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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음악회 학술위원장 윤소희 교수의 엄청난 책을 만나보았다. 음악 특히 불교 음악의 역사를 만날 줄 알고 가볍게 만난 《음악 인류학 - 불교와 세계종교는 폭넓은 접근만큼이나 깊이도 상당했다. 첫 챕터의 제목이 '범패의 원음 석가모니의 음성'이다. 범패부터 막혔다. 험난할 것 같았던 만남은 저자가 조절해 주는 난이도로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었다. 학문적인 접근도 쉽게 풀어쓰고 있어서 편안하게 접할 수 있었다. 불교음악이 인류에 미친 영향을 조금씩 알아가는 즐거움은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인듯하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1장 인도·중국·한국을 통섭하다)에서는 불교음악이 인도, 중국 그리고 한국에 이어지는 길을 따라 역사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음 장(2장 이슬람·기독교·불교를 통섭하다)에서는 불교음악과 다른 세계적인 종교들의 음악을 연관 지어 설명하고 있다. 중국 불교음악의 시조라는 천재 시인 조식이 조조의 아들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됨을 시작으로 정말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이 율정 천재라는 데 율정이 무엇일까? 이런 식의 만남이 참 많다. 친숙한 이야기 속에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참 많은 책이다. 물론 낯선 불교음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더 많았다. 정도전이 작곡가였다? 어떤 음악을 작곡하였을까? 코리안 떼창의 진원지가 불교음악? 명상음악으로 사용되는 사찰 음악이?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가 결혼했다? 뭐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그 결혼과 불교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저자가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으니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어서 이 정도 이야기는 스포도 아니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관세음보살과 성모마리아는 누가 만들었나'였다. 불교라는 종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이 책에 담긴 많은 사진들과 자료들을 접하면 불교음악의 매력은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찰들이 산속으로 들어간 까닭으로 다소 왜곡된 불교음악의 멋을 제대로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민족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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겅클
스티븐 롤리 지음, 최정수 옮김 / 이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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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윅〉과 〈미나리〉의 제작사 라이언스게이트에서 영화화를 확정한 스티븐 롤리의 장편소설《겅클 The GUNCLE을 만나보았다. 제목부터 흥미를 자극한 소설은 재미와 감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간다. 유머와 위트로 웃음 짓게 하다가 감동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재미난 한편의 시트콤과 감동 넘치는 한 편의 가족 드라마를 합쳐놓은 듯하다. 배우 우피 골드버그가 왜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기분이 우울할 때 이 책을 다시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천국 같다."라고 했는지 천사 같은 아이들을 만나보면 알게 될 것이다.


제목《겅클》은 성소수자를 뜻하는 게이(GAY)와 삼촌을 뜻하는 엉클(UNCLE)의 합성어이다. 하지만 "난 우리 가족의 평범한 일원이야. 이걸 기억해 줘. 나는 가장 평범해."(p.506)라고 말하는 패트릭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조카들과 있을 때는 정말 '평범한 삼촌'이다. 물론 패트릭의 사랑 이야기도 전개되지만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린 천사들이 주도한다. 메이지와 그랜트.


두 조카와의 동거는 패트릭의 친구이자 동생의 부인인 세라의 죽음으로 비롯된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 은둔 생활에서 잠시 벗어난 형에게 동생 그레그는 뜻밖의 부탁을 한다. 자신이 약물 중독 치료를 받는 90일 동안 아이들을 돌봐달라는 것이다. 혼자 사는 데 익숙한 잊혀가고 있는 왕년의 스타, 은둔자 패트릭이 쉽게 그 부탁을 들어줄 리가 있을까? 9살과 6살인 두 조카에게 아이들이 알지도 못하는 '브런치'를 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며 꼬신다. 패트릭의 작전은 성공할까?


두 조카와 삼촌이 함께 살게 되면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은 거의 '환장 파티'수준을 보여준다. 패트릭의 절친, 두 아이의 엄마인 '세라'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면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패트릭은 삶을 향한 새로운 열정을 찾게 된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밝다. 슬픔에 빠져 있었을 패트릭은 아이들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질문을 통해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덩말이에요!"라고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그랜트를 보면서 웃게 된다. 아이들은 겅클의 엉뚱하지만 정성스러운 보살핌 속에 엄마 생일에 촛불을 끄고 춤을 춘다. 이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성소수자라는 멍에가 가족들에 의해 더욱 커지는 경우가 있는듯하다. 이 소설을 통해서 그들도 평범한 가족의 일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은둔해있던 겅클 패트릭을 연극 무대에 다시 세운 조카들의 밝은 웃음을 만나보길 바란다.


"이봄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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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미리보기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5
쿠로노 신이치 지음, 이미향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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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젊은 층이 많이 보는 월간 문예지「키라라」에서 선정하는 키라라 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 쿠로노 신이치《열일곱의 미리보기》를 만나보았다. 제목이 직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듯이 일본의 고등학생, 청소년 이야기이다. 한국의 청소년들과 일본의 청소년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입시지옥'일 것이다. 명문대에 열광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청춘의 시간을 갉아먹고 있는 입시 문제는 양국이 똑 닮은듯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대학 입시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조금 더 근본적인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가정 내 폭력, 실업, 차별, 성희롱 그리고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까지.


청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세상을 조금 더 넓고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열일곱, 미리보기'에서 '스물여섯, 건너뛰기'로 연장한다. 사회 문제를 열일곱의 두 아이가 헤쳐나가기에는 벅찬 것이었을까? 실직한 두 아이의 아버지들은 전혀 어른스럽지 못하다. 집을 나간 사람 그리고 술독에 빠져사는 사람. 그런데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야 할 어머니가 오히려 짐이 된다면 어떨까?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어려운 날들을 버텨오던 아쓰미와 유타로는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대도시 도쿄로 향한다. 그런데 두 청춘의 사랑을 엿보면서 자꾸만 불안감이 싹트는 까닭은 무엇일까? 둘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은 데...


언제나 문제는 '어른'에게 있는 듯하다. 자식들을 나 몰라라 '우울증' 뒤에 숨는 어른이 있고, 술에 빠져 혼미한 정신으로 세상을 등진 어른도 보인다. 사회적인 문제도 있지만 우선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어른의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 아쓰미의 끼니를 챙겨주는 가족이 있었다면, 유타로의 사회생활을 응원해 줄 가족이 있었다면 두 아이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스물여섯, 건너뛰기'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누구나 지나는 열일곱의 시간을 누구보다 더 빛나게 보낼 수 있게 응원해 주는 감동적인 소설이다.


"미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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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
이옥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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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이옥수의 신작을 만나보았다. 출판사 특별한서재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특서 청소년 문학'서른아홉 번째 작품이다. 주인공 한 송이는 중학생이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빠는 재혼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몄고 아이도 생겼다. 그래서 더욱더 엄마의 남자친구 '북극곰'이 싫은지도 모르겠다. 아빠의 사랑이 온전히 송이 차지가 아닌데 엄마의 사랑마저도 다른 곳을 향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겨울 기린을 보라 갔어》는 송이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많은 에피소드들을 중학생 소녀 송이의 눈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머리, 이성으로는 엄마의 연애를 충분히 이해하고 응원하고 싶지만 가슴, 감성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기에서 갈등은 시작되고 살벌한 모녀간의 전쟁으로 이어진다. 단둘이 사는 가정에서의 전쟁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에서는 '이웃'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가정을 꾸민 아빠는 나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송이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다.

북극곰이 출현한 초기에는 엄마를 이해해 주라던 이웃 가게 사장님들은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송이의 편이 되어준다. 멋진 어른들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떠오르게 하는 어른들이다. 모성애보다는 자신의 삶에 방점을 둔 엄마와 그런 엄마의 남친이 무작정 싫은 송이의 전쟁을 중재에 나선 옆 가게 어른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정겹다. 이 소설《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의 가장 큰 주제인 '소통의 중요함'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카메오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이 뜻하는 바를 짐작조차도 못했다. 겨울 기린과 여름 기린이 다른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엄마를 통해서 알게 된 겨울 기린을 혼자서 찾아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겨울 기린'이 품은 깊은 뜻을 알고 싶다면 중학생 소녀 송이를 만나보길 바란다. 겨울 기린을 만나러 올겨울에는 동물원에 가고 싶다. 겨울 기린의 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느껴보고 싶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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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뮤지엄
박소영 지음 / 산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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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이나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재미나다. 예술에 대한 상식이 거의 없는 관계로 읽을 때마다 새롭고 즐겁다. 특히 현대미술작품이나 작가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반갑다. 그런 까닭으로 예술여행 기획자 박소영 리얼 인문학 대표가 들려주는 뮤지엄 이야기《한 번쯤, 뮤지엄》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이 책이 가진 많은 매력 중 하나는 다른 책들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뮤지엄 설립자 또 설립 배경 등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뮤지엄을 건축한 유명 건축가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물론 각 뮤지엄의 주요 작품들과 예술가들의 이야기들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언제 방문해도 긴장하게 되는 뮤지엄을 쉽고 편안하게 접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뮤지엄의 동선의 끝에 늘 기다리고 있는 뮤지엄 숍을 맨 먼저 방문하라는 제안을 하며 여타의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유명 뮤지엄의 숍들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뮤지엄을 다룬 책들이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지면을 뮤지엄 숍에 할애한 것이다. 왜 뮤지엄 숍 방문을 동선의 시작으로 권하고 있는 것일까?


p.251. "그림은 사람과 교감하면서 존재한다. 감상자에 의해 확장되고 성장한다."


또, 뮤지엄에 갈 때면 도슨트 해설을 예약하거나 맞추어 갔었는데 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도슨트란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져 관람객의 상상력을 끄집어내는 사람이라며 예술 감상에는 정답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모두가 명화라고 말해도 내게는 감동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번쯤, 뮤지엄》을 통해서 미술관이나 예술 작품을 접할 때 느끼는 무거운 감정을 가볍게 만든듯하다. 특히 1장 뮤지엄, 두 시간 안에 알차게 보는 법은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아이들에게 예술작품을 대하는 즐거움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듯하다. 미국 내 유명 뮤지엄을 소개받았으니 이제 국내 뮤지엄을 소개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저자의 친절함이 국내 뮤지엄 여행에도 미치길 바라본다. 또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산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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