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마음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 기울어진 삶의 중심축을 다시 세우는 동양 고전의 말들
하승현 지음 / 생각지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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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내 책상 눈높이 위치에 '공생시도'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더불어 사는 것이 (바른) 길'이라는 뜻을 날마다 되새기고 있다. 신영복 선생의 글씨체다. 맹렬히 공부하는 누구나 이처럼 자기 책상 앞에 꿈과 각오를 되새기는 만트라 같은 글귀가 있을 것이다. 조선 시대의 유생들도 다르지 않았다. 조선의 유자들은 잠(箴)과 명(銘)의 형식으로 처세의 교훈과 경계가 될 만한 내용들을 써붙여 심신 수양의 기준으로 삼곤 했다. 어디 그뿐이랴. 잠명은 구약성경의 잠언이나 철학적 아포리즘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문학적 장르이기도 하다. 가령 송나라 때 유학자인 진백의 〈숙흥야매잠〉, 주자의 〈경재잠〉과 〈사물잠〉, 장재의 〈서명〉 등이 대표적이다.

고전번역가 하승현은 조선시대 유자의 문집에서 그러한 잠명의 글귀를 가려 뽑았다. 텍스트로 『계곡집』, 『존재집』, 『격몽요결』, 『졸재집』, 『목민심서』, 『담헌서』 등 43권이나 된다. 성리학의 도와 심신수양의 지혜를 담은 글귀를 주제에 따라 다섯 갈래로 묶었는데, 각각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을 갈고 닦는 학문에 힘쓰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나쁜 습관을 끊고, 일상을 평화롭게 유지하는 것"이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송익필은 『구봉집』에서 "나의 하늘을 즐길 수 있게 되면, 남과 함께 하늘을 즐기게 되리"라는 문구를 남겼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앞서 언급한 '공생시도'와 통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군자의 경지를 보여준 절묘한 아포리즘이 아닐 수 없다. 잡념을 거두고 마음의 본원으로 돌아가면, 자기 수양의 소체 차원을 넘어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윤택하게 하는 이른바 대동사상의 대체 차원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철학의 기본정신이라 할 수 있는 일심(一心)의 오묘한 경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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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경영자의 조건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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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모르면 불편하지만 일단 알고 나면 매우 편리한 생활의 지혜 가운데 '삼의 원리'가 있다. 올림픽 시합의 금·은·동 메달 순위처럼, 뭐든지 하여간 세 가지로 귀결하면 편해지는 원리다. 특히 '삼의 원리'는 아이디어 구상이나 문제 해결 발상에 효과적이라고 소문이 났다. 독서 메모나 자료 정리를 할 때 내용의 중요도에 따라 각각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삼색 볼펜을 이용하는 것도 삼의 원리에 기반하고, 글쓰기 얼개를 잡을 때 세 가지 아이디어를 키워드로 삼아 써내려가는 것도 그러하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사이토 다카시는 '삼의 원리'의 열혈 신도이면서 충실한 전도사다. 대표작 《일류의 조건》에서도 숙달에 이르기 위한 근본적인 힘으로 '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 추진하는 힘' 세 가지를 강조한 바 있다. 어떤 분야든 일류가 되려면 '삼의 원리'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후속작 《일류 경영자의 조건》에선 삼의 원리에서 벗어났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류 경영자가 되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을 언급하고 있는데, '각색하고 응용하는 힘, 이미지화하는 힘, 낭비를 없애는 힘, 매뉴얼을 훔치는 힘, 여백을 만드는 힘'이다. 어허, 스스로 아주 쓸모있는 삼의 원리를 위반하고 있다. 그래서그런지 전반적인 글의 긴장감이 늘어진다는 약점이 보인다.

저자는 일류 경영자를 만드는 다섯 가지 조건의 실제 사례로 다수의 텍스트를 참조한다. 가령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저서 《연전연패》, 호텔 경영의 신 구보야마 데쓰오의 《프로젝트 호텔》,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을 다룬 《도요타식 개선력》,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큰 인기를 누린 매거진하우스의 취향 잡지 <뽀빠이>의 편집 과정을 소개한 《증언구성-뽀빠이의 시대》, 스티븐 킹의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아폴로 13호 무사 귀환 일화를 다룬 《아폴로 13호, 기적의 생환》, 일본 철도 시스템과 열차 운행표의 특성, 기관사의 일화를 소개한 《정시 출발》 등이다.

저자는 각색하고 응용하는 힘을 예시하기 위해서 안도 다다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안도 다다오는 일본 도시 오사카의 교외에 빛의 교회를 세웠는데, 이는 스위스 출신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롱샹성당을 각색하고 응용한 결과다. 낭비를 없애는 힘을 예시하기 위한 사례로 도요타식 생산 공정과 개선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고, 매뉴얼을 훔치는 힘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에서 '호텔 경영의 신'으로 통하는 구보야마 데쓰오가 맥도날드 매뉴얼을 훔치고 싶어한 사례를 소개한다. 그리고 여백을 만드는 힘을 예시하는 케이스로 잡지 《뽀빠이》 편집진의 경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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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지연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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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가 비르지니 그리말디의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저녁달, 2025)는 100일간의 크루즈 세계여행을 무대로 펼쳐지는 여자 세 명(마리, 안, 카미유)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자기성장 이야기다. 화려한 크루즈 여행의 테마는 얄굿게도 '고독 속의 세계일주'다. 여행객들은 다섯 개의 대륙을 지나고 서른 개가 넘는 나라를 방문하게 된다. 여행객 대다수가 사별이나 이별 등 친밀 관계에서 온 내면의 상처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나홀로 탑승했다. 물론 어디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사십대 전업주부인 마리는 바람둥이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고 배에 올랐다. 육십대의 안은 소심한 성격으로, 오랜 배우자와 헤어지는 아픔과 분리 불안을 견디기 위해서 배에 올랐다. 그리고 이십대의 자유분방한 카미유는 꿩 먹고 알 먹기 위해서 배에 올랐다. 전 세계 남자들을 유혹한다는 야심찬 로망을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대담한 로맨스를 칼럼에 기고하기 위해서다.

세 여자 모두 자신의 제대로 된 짝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낭만적인 로맨스 공식에 충실하다. 특히 마리가 만난 영혼의 짝은 첫인상이 영 아닌 츤데레 스타일이다. 하지만 둘이 삐끄덕대며 일으킨 사랑의 스파크가 그리 강열하지 않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서로 똑같이 한 가수를 무척 추앙한다는 점이나 노래 가사를 매개로 한 러브레터의 교환은 다소 유치한 면도 있다. 크루즈 선내 방침상 나홀로 여행을 유지해야 하기에 '연애 금지'라는 금칙이 있다. 하지만, 너무나 깨지기 쉬운, 그래서 결국 말썽을 일으키는 꽤나 신파스런 금칙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의 다이제스트판을 닮았다. 마리와 안이 보수적인 샬롯과 사업가 기질이 있는 미란다를 반씩 닮았다면, 카미유는 연애에 거침없는 사만다와 자기욕구에 충실한 캐리의 화신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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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 내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집파리 효과
에바 반 덴 브룩.팀 덴 하이어 지음, 최기원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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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고난 '인지적 구두쇠'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할 때 오래 생각하지 않고 빠르고 쉽게 판단하기 위한 사고의 지름길을 택한다. 거칠게 말하면,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성과 논리가 아니라 감성과 느낌적인 느낌이다. 강한 불굴의 의지가 아니라 작은 자극이다. 그동안 인지과학, 행동경제학과 사회심리학은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미묘한 요소들을 탐구해왔다. 그런 요소들을 혹자는 '휴리스틱'이나 '인지편향'이라고 했고, 혹자는 '넛지 효과'라고 했다. 그리고 경제학자 에바 반 덴 브룩과 광고기획자 팀 덴 하이어는 휴리스틱과 넛지 효과 같은 것들을 통틀어 '집파리 효과'라고 부른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 그림처럼, 미세한 유도나 자극이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에 착안한 이름이다.

이 책 『뇌는 어떻게 성공하는가』(매일경제신문사, 2025)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좌우하는 72가지 집파리 효과와 인지 편향을 두루 소개하고 있다. 나비 효과, 효과 효과, 골든 해머 효과부터 바넘 효과, 더닝-크루거 효과, 근본 귀인 오류, 플라시보 효과, 노시보 효과, 델뵈프 착시, 점화 효과, 이유 검증, 복잡성 편향, 설명 깊이의 착각, 선택 설계, 미끼 효과, 디폴트 효과, 가용성 편향, 부여된 진행 효과 등등 줄줄이 사탕이다. 책은 이런저런 집파리 효과들이 정책 결정과 비즈니스, 나의 일상에까지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준다.

한마디로 말해서, 집파리 효과는 실용적이면서 과학적이다. 집파리 효과는 의사결정의 비합리성이라는 덫에 빠지게도 하지만, 반대로 집파리 효과를 활용해 보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게끔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효과적인 심리기법인 집파리 효과를 문제 해결에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행동을 어떻게 하면 더 간편하게, 더 매력적으로, 그리고 더 적절한 시기에 실행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게 필요하다. 일테면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집파리 효과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보자. 그럴러면 일단 환경보호에 진심인 개인의 발목을 잡곤 하는 현재 편향이나 얼간이 효과 같은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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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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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는 민주주의의 보증수표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이 습격당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의 소행이었다. 트럼프는 일립스 공원에 모인 지지 군중들에게 정치적 폭동을 선동했다. 의사당까지 행진하고 의원들에게 똑바로 행동하라는 압박을 가하라고 말이다. 의사당 포위는 네 시간 이상 지속되었고 무려 다섯 명이 사망했다. 미국 의사당의 습격 사태는 미국의 민주주의 쇠퇴를 제대로 보여준 케이스다. 그리고 올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노골적으로 지향하는 트럼프 정권의 재집권이 민주주의의 쇠퇴 조짐을 다시금 입증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두 번째 내전이 일어날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의 정체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독재와 민주주의 그리고 독재도 민주주의도 아닌 중간 상태인 아노크라시다. 미국의 내전 전문가 바버라 F. 월터는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열린책들, 2025)에서 정체의 이행(아노크라시), 파벌화, 극단주의, 소셜 미디어 등을 내전이 일어나는 계기적 요소로 간주한다. 보스니아, 우크라이나, 이라크, 시리아, 북아일랜드, 이스라엘 등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현대의 내전은 예측 가능한 각본에 따라 진행된다. 저자는 "2010년 이래 해마다 세계는 민주주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나라보다 내려가는 나라가 더 많은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뭐, 한국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전형적인 독재 국가와 가장 민주적인 체제에서는 내전이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권력 공백과 불균형으로 특징지어진 아노크라시 경계에 진입한 정체 이행의 나라들이다. 예컨대 독재가 무너지고 민주제로 이행하는 나라와 민주제에서 독재로 변하려는 나라에서 내전이 벌어진다. 내전의 촉매제는 소셜 미디어다. 허위 정보와 가짜 정보가 넘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내전으로 이어지는 조건을 부추기는 완벽한 촉매제다. 덕분에 사회적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사기꾼, 음모론자, 트롤, 선동가, 반민주주의자 등이 득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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