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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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신작 만화 <오늘의 인생>은 매일매일의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것들을 담았다. 때로는 소중한 걸 안타까이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약간은 냉소적으로 꼬아보기도 하는 40대 중반의 여자 주인공의 시각으로. 작가 자신일까, 아마도 자전적인 에피소드들일 것 같다.
2컷에서 20컷 넘는 만화까지 자유로운 분량에, '오늘의 인생'이라는 소제목을 손글씨로 매번 다르게 쓴 점이 귀엽다. 표지는 넓은 띠지 포함  3중이고 내지를 분홍, 연두, 하늘색의 색지로 디자인하였다.

 

개인의 행복.
다른 사람은 모른다.
그 사람이 어떻게 행복한지는
그 사람만 안다.
그렇기에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누군가의 행복을 가볍게 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 오늘의 인생.
1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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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듯 저물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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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마지막 날은 에쿠니 가오리, <저물 듯 저물지 않는>을 읽으며 평화롭게 보냈다.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유유자적하는 중년의  미노루는 책을 좋아하는데 늘 책을 읽으며 그쪽 세상을 편하다고 여긴다. 나기사와의 결혼 같으면서 아닌 결혼 생활은 파탄이 났고,  나기사는 평범한 직장 후배 남자와 재혼한다. 미노루와의 사이에서 낳은 하토(비둘기)라는 딸을 데리고. 미노루의 누나 스즈메(참새)는 독일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다가 가끔 귀국해 동생과 만난다.
이외에도 미노루의 친구이자 세무사인 오타케, 세입자이자 이웃인 치카와 사야카 커플, 미노루 소유의 아이스크림 숍 아르바이트생 유마와 아카네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온다. 요즘의 에쿠니 가오리가 선호하는, 모든 인물을 거의 등가로, 병렬적으로 늘어놓는 방식으로.
미노루가 읽는 소설이 '책 속의 책'으로 소설 중간에 계속 끼어드는데, 미스터리 장르의 그 소설 내용에는 집중이 잘 안 되었지만, 책 속으로 빠져들어 버리는 미노루의 상태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미노루 같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분명히 소외감을 느끼리라. 특히 혈연은 상관없겠지만 아내라든가 하는 위치에서는. 하지만 다른 결혼을 찾아 떠난 나기사는 그 '평범한 행복'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여러 의미에서 결혼이란 참 어려운 것이긴 하다.
에쿠니 가오리는 음식이나 술자리의 묘사를 참 잘하는데, 작가 자신이 상당한 취향의 소유자임이 분명하다.

 

책을 읽고 있을 때면 미노루는 거기에 있으면서 없는 사람 같았다(더구나 늘 그는 책을 읽었다).
38p

이것은 그런 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있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이라고 형용하는 가족의 단란한 순간, 먼 훗날이 되어서야,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때는 행복했다‘고 깨닫는 유의 순간이다. 그런데 왜, 때로 자신은 도망치고 싶어지는 것일까.
175p

맥주 다음으로 주문한 시원한 정종을 마치 물처럼 꿀꺽꿀꺽 마시면서 말했다.
"멋대로 내놓지 말라고 해."
스즈메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마침 은어 튀김이 나온 참이었다. 이 계절이면 치카가 즐겨 하는 요리 중 하나라서 미노루는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누나에게는 맛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메뉴판을 달라고 해서 스즈메는 토마토 샐러드와 은대구 된장구이를 주문했다.
180p

"증권회사에서 온 포트폴리오와 파일 정리해놓았으니까, 나중에 무슨 주식인지 이름과 금액이라도 봐둬."
미노루는 알았다고 대답했다.
"말리백호, 금계홍차, 동정오룡차, 그리고 이름은 모르겠지만 벚꽃찰떡 향이 나는 차도 있는데, 뭐로 할래?"
276p

지금 좀 긴박한 장면이라서, 이 장이 끝날 때까지 읽지 않으면 궁금해서 안 될 것 같아."
"그건 또 뭔 소리야. 지금 왜 책을 읽는 건데."
오타케는 볼멘소리를 했지만,
"금방 읽을게"
하고 단단히 약속한 미노루는 다시 침대의자에 누워 책을 펼쳤다.
3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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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카마수트라 1 - 지금 하고 싶어… 너랑!
김민조(민조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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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성에 대한 여자들의 솔직한 수다를 깔끔한 일러스트풍 그림에 담은 <쉘 위 카마수트라>. 마치 '섹스 앤 더 시티'의 한국판이랄까. 19금으로 분류되었는데 이런 컨셉을 살려 빨간책×야한 비디오 스타일로 디자인되었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이렇게 솔직한 성 담론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존경스럽다. 그러니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

민조킹 작가는 전작 <모두의 연애>에서는 연인의 사랑하는 모습, 그 다양한 시츄에이션을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표현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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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쓰무라 기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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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덥석 집게 되는 그런 소설이 있다.
쓰무라 기쿠코의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는 30대 초반 직장인 나카코와 시게노부의 사정이 평행선처럼 이어진다. 그리고 가끔 교차한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제목처럼 무심하게.
나카코는 여자 직장 동료들의 민감한 감정 변화가 불편하지만 꾹 참으며 일하고, 시게노부는 원치 않는 지역으로 전근하고 개발 일 때문에 지역 주민의 불평을 듣는다.
일본 소설 특유의 담담함이 배어나오는 가운데, 경제난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의 체념도 느껴진다. 두근두근 하는 일은 현실이 아닌 미디어 같은 가상세계 한정인 건가.

 

피클 병을 열면서 구텐모르겐, 하고 중얼거린다.영어로 굿모닝이다.
마가린이 잘 녹지 않아 군데군데가 맨 빵인 토스트를 베어 물면서, 완전히 현실도피 같다고 생각한다.
아침이 좋을 리가 없다. 구텐모르겐도 굿모닝도,
아마 누군가가 자신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일 것이다.
아침이라는 잔혹한 상황을 견디기 위해.
22p

나카코는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 1층 양과자 매장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뭔가 적당히 싸고 좋은 것이
있으면 살까 하고
이곳저곳 가게를 둘러보지만,
자신이 정한 수준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것만 있어서
세상 사람들의 양과자 가격에 대한 관대함과 자신의 가난함이 싫어진다.
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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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파도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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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은, 그러면서 손에 잘 안 잡히고 달아나버릴 것 같은 안타까움.
<아홉 번째 파도>는 척주시를 배경으로 핵발전소 건설 찬반 이슈, 사이비 종교, 탄광과 비정규직, 시골 정치인의 경제 유착, 보건소 약 관리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개인의 드라마를 잘 녹여냈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송인화와 공익 서상화, 시의원 보좌관 윤태진이 주인공이지만 그외 척주에 사는, 선과 악 어느 편도 아닌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치밀하고 다층적이다. 동해안의 폐쇄적인 지방 소도시, 거기에 던져진 주인공 세 사람은 모두 각자만의 불행과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사랑은 끝나고, 다시 시작된다.
최은미 작가의 글은 처음 읽는데, 소설적 서사에 충실하면서도 생략과 여운을 살린 점은 현대적이다. 그 전에 소설집 2권을 냈고, 장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 중 하나인 권여선 작가님의 추천사도 참 좋다.

 

그날 서상화가 아빠의 얼굴에서 본 것은 멸시받는 게 만성이 된 사람의 표정이었다. 누군가가 일터에서 매일매일 오랜 세월에 걸쳐 인격적 모독을 당한다는 것. 그게 내 가족이라는 것. 그 사실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휘저어놓는지를 서상화는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먼저 느껴버렸다.
225p

송인화는 생각했다. 얼굴의 어느 선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심장이 내려앉는구나.
"누나."
"응."
311p

반핵 입장인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꿈꾸는 희망이 있었다. 찬핵인 사람들의 욕망 속에도 그들대로의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윤태진의 욕망에는 희망이 없었다. 윤태진은 미래에 대한 희망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없는 남자였다.
3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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