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밥 1
시카와 유우키 지음, 채다인 옮김 / 냉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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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지만 개그가 취향저격.. 작가가 미디어를 많이 접한, 책을 많이 읽은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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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 바통 2
최은영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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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등 여러 작가들이 음식을 모티프로 쓴 단편들을 모은 <파인 다이닝>은 은행나무에서 나왔고 5,500원이다.

음식이 주 소재가 아니고 살짝 사용되는 정도라서 '파인 다이닝'이라는 타이틀이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다. 단편집이 그렇듯 어떤 건(병맛 파스타, 에트르) 인상적이고, 어떤 건(커피 다비드, 배웅) 못 읽겠고, 나머지는 무난했다. 노희준작가 글은 처음인데 '병맛 파스타'는 두 남자의 발랄한 화법이 좋았고, 서유미작가의 '에트르'는 화려한 백화점 케이크 코너에서 일하는 젊은 여자아이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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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맥도날드의 <소름>은 휴양지에서 신혼여행 중 사라진 아내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탐정 루 아처에서 시작된다. 줄을 당기면 계속해서 덩굴 속에 숨어 있던 속사정이 끝도 없이 나오는 격이랄까. 아처가 주변 인물들을 탐문해 나가는 과정이 곧, 플롯이다. 
하드보일드로 분류되지만 탐정이 쓸데없이 과한 포즈를 짓지 않는 점이 매력이다. 인간의 내면과 욕망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치정 스릴러물 정도 되려나. 
로스 맥도날드 작품을 좀더 읽고 싶어 찾아보니  <블랙머니>, <소름> 제외하고는 동서문화사(번역이 정말이지 괴로워 못 읽겠다)에서 몇 권 나온 게 전부여서 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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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최윤아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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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지금처럼 환대를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는 기자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저자의 에세이다. 돈을 벌 때와 다르게 남편의 수입에 의존해 살면서 은근히 시댁의 눈치를 더 보게 되고 가사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 된, 그러면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글쓰기라는 제 2의 잡을 만들어나가는 82년생 세대의 이야기다. 제목을 보고 끌렸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책의 완성도는 오락가락 하는 느낌이다. 발랄한 일상 에세이로 읽기는 재미가 부족하고, 철학서로 읽기에는 깊이가 부족하다. 저자만의 특수한 일상을 늘어놓는 느낌도 들고, 아이를 키우지 않는 전업주부로서의 외침에는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다. 제목을 잘 지었다. 요즘 단행본 시장은 제목 전쟁인 듯.  

 

가사 노동의 흔적은 시간과 함께 증발한다. 기껏 낑낑대며 온 집안에 청소기를 돌려도 창문 몇 시간 열어두면 다시 원점이다. 가사 노동의 흔적은 예외 없이 가족의 흔적에 덮인다. 가사 노동의 꽃, 요리도 예외는 아니다.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고, 인터넷 상 수만 가지 레시피 중 가장 믿음직스런 하나를 고르고, 재료를 손질하고, 볶고 찌고 데우고... 이 복잡다단한 단계를 거친 결과물은 가족의 젓가락질 몇 번이면 사라진다. 더 지독한 건 끼니때가 오면 이 과정을 처음부터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메뉴를 정하는 건 생각보다 난이도 있는 작업이다. 어릴 때 저녁마다 뭐 먹고 싶냐고 묻던 엄마에게 ‘또 그 질문이냐‘며 핀잔을 주곤 했었는데, 주부가 되고서야 엄마의 고충이 이해가 갔다.
76p

그래서 나는 가사 노동을 대충한다. 그게 가사 노동의 휘발 속도를 늦춰주기 때문이다. 가사 노동은 안 해야 그 존재가 드러난다. 단 며칠만 하지 않아도 집안은 불결하고, 불편해진다. 당연하게만 여기던 집안 상태가 주부의 가사 노동으로 유지된 거였다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 그제야 증명된다. 그렇기에 가사 노동을 대하는 가장 적절한 태도는 완벽주의가 아니라 ‘적당주의‘다. 적당히 설렁설렁해야 내 노동이 귀한 줄 안다. 조직에서나 가정에서나 ‘일한 티‘를 내야 대접받는다는 게 조금 서글프지만 말이다.
79p

경제활동을 중단한 내가 가계에 보탬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아끼는 것‘ 뿐이다. 돈을 아끼려면 시간을 써야 하고, 시간을 아끼려면 돈을 써야 한다. 직장에 메어 있지 않은 나의 경우 시간은 풍족했지만 돈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돈 대신 시간을 썼다. 시간은 내게 허락된 유일한 자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점 때문에 전업주부는 시간 부족에 허덕인다. 돈 대신 시간 자본을 쓰려 하기 때문이다.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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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딩, 턴
서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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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딩, 턴>은 이혼하는 30대 부부의 이야기다. 돌연 이혼을 결정하고 헤어지는 과정과 그 반대의 이야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둘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눈부신 순간들을 교차시킨다.
상대의 큰 결함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흠들이 쌓여 결혼 지속 불가능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지원과 영진. 묘하게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결혼은 일상이니까.
서유미작가는 <틈> 이후 두 번째. 문장이나 구성은 안정적인데, 캐릭터는 다소 평면적이고 훅 빠지기에는 조금 무난하다.

 

청소기란 먼지를 빨아들여 청소를 돕는 기계라 주기적으로 먼지 통을 비우고 부속품을 닦아줘야 제대로 쓸 수 있다. 그런데 영진은 청소기를 꺼낸다, 전원 버튼을 누른다, 집 안을 돌아다닌다, 의 순서만 반복했다. 지원이 뒷마무리까지 부탁해, 하며 먼지 통을 비우는 모습을 몇 번 보여줬지만 매번 알았어, 하고는 잊었다. 지원은 영진의 알았어, 가 지긋지긋했다. 그는 알았다는 말을 곧잘 했지만 행동으로 옮긴 적은 거의 없었다. 그 대답은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 것, 지금을 지나가기 위한 수단에 가까웠다.
41p

영화의 몇 장면과 가을날 오후의 포크댄스에 대해 얘기하면서 지원은 잘 우러난 차 한 잔을 마시는 기분이 되었다. 지나온 어떤 순간, 인상적인 장면을 꺼내 후후 불며 맛볼 수 있는 건 인생이 베푼 행운임에 틀림없다. 그런 면에서 인생에는 언제든 꺼내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우려먹을 수 있는 티백이 필요하다.
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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