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박권상 씨가 70년대에 영국 특파원 시절 쓴 글에 '관대한 무관심'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박 씨는 가족과 함께 런던에서 살았는데  이사 온 뒤에도 이웃들이 인사는 하면서도 사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캐묻지 않았다는 겁니다. 도시 생활에서는 이것도 하나의 예절이 되겠구나 생각한 박 씨는 이런 태도를 관대한 무관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네요.

 

  가수 인순이 씨는 아버지가 흑인이어서 어렸을 때에 놀림을 많이 받았고, 특히 피부색과 곱슬머리 때문에 열등감을 지녔다고 합니다.그러다가 아버지 나라인 미국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들에게 내 아버지는 미국인이고 어머니가 한국인이라고 말해도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인순이 씨는 처음엔 이상하게 여겼죠.우리나라에서는 더 알고 싶어  많은 질문공세를 퍼붓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요.하지만 인순이 씨도 박권상 씨처럼 그런 무관심에 익숙해지고 편해지면서 그런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영국과 미국을 들먹일 것도 없이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은 좀 유별나죠.최근 중국인 관광객인 유커들이 한국을 많이 방문하는데 그들 중에는 일본을 방문한 사람들도 있습니다.중국인들이 모여 다니면 아무래도 좀 시끄럽죠.일본에도 "중국사람 잠꼬대 같다"는 표현이 있습니다.뭔지 모를 소리를 계속 해대는 것을 말합니다.하지만 중국인들이 시끄럽든 말든 일본인들은 별로 안 쳐다보는데 한국인들은 쳐다보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다르고 생소한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일본인에 비해 미숙하다고 해야 할까요.

 

  예전에 어떤 장애인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습니다.장애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자신들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라고...특히 불쌍하다는 듯이 쯧쯧 혀를 찬다거나 연민에 가득찬 표정까지 곁들이면 모멸감까지 생긴다고...그러면서 그 장애인이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그냥 무관심하게 지나가라고요.아마 그 장애인도 우리에게 필요한 건 관대한 무관심! 하고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세월호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등교하기 시작했습니다.그들 역시 자신들을 특별히 주목하지 말아달라는 글을 올렸습니다.배려나 위로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다른 학생 대하듯 해달라는 뜻이지요."어머머...쟤들 단원고 애들 아니니?" 하고 수군수군 댄다거나...괜히 위로랍시고 상처만 덧내는 말을 건네느니 그냥 관대한 무관심으로 대해달라는 것이죠.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다"는 말이 거의 고정관념처럼 되어버렸습니다.무관심이 마치 큰 죄악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죠.하지만 도시화가 높아진 현대 사회에서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을 만날 일이 훨씬 많습니다.그래서 타인과의 접촉에서 관대한 무관심은 반드시 지녀야 할 미덕이 되었습니다.남에게 상처 주는 질문을 한다거나 빤히 응시한다거나 해서는 안 되죠.관대한 무관심이 있다면 그 반대로 잔혹한 관심도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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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4-06-2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장애인에 대해 그런 시선이 있단 말입니까? 문제네요.
전 가끔 지하철이나 버스에 장애인석 따로 해놓는 것도 묘한 아이러니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원고 학생들이 상처 받아 전학 간다고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오히려 마음은 아프더라도 끝까지 단원고 출신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를 졸업해 줬으면 좋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6-27 13:39   좋아요 0 | URL
장애인이나 외국인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은 저도 꽤 많이 봤습니다.

전학 가도 낙인 효과는 계속 따라다니면 문제입니다."쟤 단원고에서 왔대 수군수군..." 그런 식이죠.

transient-guest 2014-06-27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근데 유독 우리가 그런게 있나봐요. 여기서도 한국식당에 가면 늘 한번씩은 누가 들어오는지 쳐다봅니다. 주로 연세드신 분들이 그런데, 젊은 친구들도 많이 그래요. 전 그게 싫어서 눈을 피하다가 이제는 뻔히 같이 봅니다. 그러면 바로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떨구더군요.

중국인들의 경우 쳐다보게 되는게 사실 다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공공장소에서 너무 떠드는게 시끄러워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모습 또한 한국이나 미국에서나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군요.

노이에자이트 2014-06-27 13:41   좋아요 0 | URL
음...다른 나라에 가도 그러는 모양이군요.

중국 관광객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경쟁하는 모양새라서 우리는 좀 더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되겠죠.

루쉰P 2014-06-2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자님 잘 지내시죠? 저도 관대한 무관심 덕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ㅎ
근데 써주신데로 세월호 학생이나 장애인분들에겐 도움도 안 되는 관심 만큼 무서운 게 없겠어요 ㅠ
관대한 무관심 ㅡ 이 단어 속엔 단순한 무관심이란 표현 같지가 않아요 알면서도 상대방을 위해 모른 체 해 준다는 듯한 느낌? 무관심 한 척 하지만 그들을 위해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ㅎ

노이에자이트 2014-06-27 13:42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잘 지내시나요?

관대한 무관심이란 단어에 깊은 인상을 받았기에 널리 퍼뜨리려고 합니다.

세실 2014-06-2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대한 무관심, 잔혹한 관심.......어쩜! 맞춤입니다.
저도 가끔은 푼수 아줌마처럼 개인사를 물어 볼때가 있는데 조심해야 겠습니다.
지나친 동정심도 삼가할 필요가 있겠죠.

노이에자이트 2014-06-27 16:10   좋아요 0 | URL
푼수가 아닌 꽤 똑똑해 보이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무례함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더라고요.
 

   "농 축산업에 관심이 많군요". 나와 이야기해본 사람들 중 이런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 성인이 된 이들이 많은 시대라서 농사짓기나 가축 사육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런 이들에겐  조금만 아는 척을 해도 전문가 소리를 듣게 됩니다.하지만 정작 나는 농사나 가축 사육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게으르기 때문이지요.특히 가축 사육은 전혀 쉴 수가 없는 직업입니다.동물 좋아한다고 덥썩 시작했다간 낭패 보기가 쉽습니다.

 

  나는 선사 시대, 그것도 농사나 목축이 시작되기 이전에 살던 사람들의 본능을 격세유전으로 물려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도시의 야산에라도 가면 나무 뿌리나  나물, 꽃잎 등을 따서 씹어먹는 습관이 있기 때문입니다.물론 누구에게 식용식물 식별법을 배운 것도 아닙니다.그래서 때로는 엄청나게 쓴 열매를 먹고 퉤 퉤 뱉을 때도 있습니다.이런 때는 초식동물들이 부러워지기도 합니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약초산업이 발달되어 있습니다.요즘엔 산삼에 열을 올리고 있지요.이렇게 된 것은 원주민들 덕택입니다.백인들은 원주민들의 약초 채취법을 익혔고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진 것입니다.그런데 원주민들 역시 동물에게 배운 것입니다.이 세상에서 독초와 식용 식물을 구별 못하는 유일한 동물이 사람입니다.독버섯 먹고 죽은 사람은 있지만 동물은 그런 일이 없습니다.그들은 신기하게도 독이 든 식물을 먹지 않습니다.원주민들은 바로 동물들이 먹는 식물을 채취하여 식용으로 혹은 약용으로 이용한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에서 염소나 소를 몰고 다닌 사람들은 가축들이 먹는 풀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동물들 하는 대로만 따라 하면 죽을 일이 없지요.게을러서 농사 짓기나 가축 사육엔 부적당한 나 같은 사람은 나중에 염소 한 마리를 길러서 그가 먹는 풀을 모두 채취해 보려고 합니다.물론 채취한 식물은 식량으로 쓰기 위해서죠.웬만한 것은 생식으로 먹으려고요.반찬 해먹기도  귀찮으니까요.

 

  몇 주 째 도심 보도 위에 버찌가 떨어져 밟히고 있습니다.어떤 사람은 그냥 보기 흉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작은 열매이긴 하지만 꽤 맛있거든요.음식이 길거리에서 밟히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겠습니까? 그래서 아직 안 밟힌 것은 주워서 먹기도 합니다.그런데 깊은 산골도 아니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신사복 입은 아저씨가 쪼그려 앉아서 땅에 있는 뭔가를 집어먹고 있으니 그다지 아름다운 장면은 아닌 모양입니다.성질 같아서는 자루에 가득 담아 왕창 먹고 싶은데 온전한 것이 거의 없으니 그럴 수도 없고...

 

  며칠 전 일요일에 시골에 갔더니 뒷산 저수지 옆에 뭔가 시커먼 게 떨어져 있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아! 내가 좋아하는 오디가 우수수 떨어져 있었습니다.오디를 흙에 묻은 채 입에 넣어 먼저 흙을 빤 다음 오디 열매를 꺼내고, 입에 남은 흙은 뱉으면서 몇 개를 먹었는지 셀 수도 없었습니다.손가락이 차츰 검게 물들어가고 혀도 검어져서 중국 개 차우차우 혓바닥처럼 되었습니다.아...이것도 감질나...왕창 먹었으면 좋을텐데...

 

  어딘지 모르게 원시인 같은 본능은 당근 먹는 방식에도 남아 있습니다.반찬 만들기 귀찮으면 그냥 당근을 들고 바로 된장에 찍어 우적우적 씹어먹습니다.이가 안 좋은 사람은 이것도 못하더군요.그러고 보니 가끔 생선이나 닭고기 먹을 때도 아주 센 것이 아니면 가시나 뼈도 씹어먹어서 음식 쓰레기가 거의 안 나오죠.그러나 이런 생활을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아무래도 도시에서 오래 산 사람에겐 안 맞을테니까요.

 

  아...그리고 수렵...그것도 귀찮으니 저수지에서 우렁이나 잡아먹는 게 수렵이죠.밤에 우렁이가 물가로 기어나올 때가 있거든요.그거 잡아서 삶아먹으면 되죠.다슬기는 맛은 있는데 탱자가시로 까먹는 게 귀찮은 반면 우렁이는 살이 많아서 쏙 쏙 빼먹으면 좋습니다.

 

  책보다 산나물이나 산열매가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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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4-06-20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혈거인에 가까운 유전자가 남아있나봅니다.ㅎㅎ 그래도 길에 떨어진 건 좀...ㅎ
동물 키우는건 끝없는 인내와 부지런함이죠. 애완동물도 그런데, 하물며 수익을 위해 목장을 경영하게 된다면 정말 평생 거기서 못 벗어날 것 같아요. 완전 공감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6-20 14:22   좋아요 0 | URL
혈거인은 땅에 떨어진 것도 주워 먹을 줄 알아야 하죠. 하하하...

농사 짓는 사람들은 가끔 자기들끼리 모여 물놀이도 갔다 오는데 양돈업 등, 가축 키우는 사람들은 꼼짝을 못하는 사람들을 저도 알거든요.

transient-guest 2014-06-21 02:38   좋아요 0 | URL
그래서였을까요? 니어링 부부는 가축은 키우지 않고 채집과 약간의 농사로 살았지요. 4시간 노동 4시간 학습 4시간의 여가로 하루를 나눈 것이 부러워 가끔 시도해보는데, 쉽지가 않네요.ㅎ

노이에자이트 2014-06-22 00:47   좋아요 0 | URL
이상적인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시도하지요.도시의 평범한 생활인들은 힘들 겁니다.

페크pek0501 2014-06-2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근이 딱딱하다 싶으면 삶아서 양념간장을 찍어 먹으면 된답니다.
호박도 양배추도 양파도 그렇게 먹으면 좋아요.

으음~~ 님의 새로운 면을 보네요. 땅에서 주워 드시고...
헌 책 수거를 하신 적도 있으셨는데... ^^

노이에자이트 2014-06-20 14:23   좋아요 0 | URL
당근이나 감자를 채 썰어서 볶아먹어도 맛있죠.

외모는 곱상하답니다.
 

   "결혼해서 부모가 되어 봐야 부모 마음을 알게 된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라디오의 시창자 사연에도 결혼해서 부모가 되어 보니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고마운 분인지 알게 되었다는 절절한 내용이 종종 올라옵니다.여기서 더 나아가면 독신으로 사는 사람, 특히 독신녀는 아이가 없어서 독하고 모질다는 결론까지 나아가는 것은 쉽습니다.

 

  이번 지방 선거 전에도 앵그리 맘이라는 꼬부랑 단어가 대중매체에 등장했습니다.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이들 중 청소년이 많았고 그래서 그들의 부모, 특히 어머니에 해당하는 연령대의 여성들이 투표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독신여성임을 들어 세월호 유가족이나 희생자 가족들과 소통이 부족한 원인이 되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아이가 없으니 아이 가진 사람들 심정을 알지 못한다는 단순명쾌한 결론이지요.

 

  그런데 이런 결론이 맞냐 틀리냐를 떠나 불편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있습니다.바로 40세를 넘은 독신여성들입니다.아무래도 동일연령의 독신남성에 비해 "아이를 안 낳아봐서..."하는 식의 비난의 표적이 되기 때문입니다.결혼을 했는데 아이가 안 들어서서 고생하는 여인에게는 그런 비난이 부도덕하다는 생각이 있습니다만 독신여성에겐 그렇지 못합니다.더군다나 대통령이 독신여성이라 "아이를 안 낳아봐서..."하는 말이 더 크게 들리기도 하고요.그런데 이런 식으로 내리는 결론이 다소 잔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박 대통령 개인에 대해서도 부당한 지적이기도 하거니와 점점 늘어나는 중년의 독신여성에게도 뜻하지 않은 날벼락이 되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은 중년 유뷰남과 독신남이 만나도 여러가지 화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하지만 여자들끼리는 다릅니다.지인들 중 여성들의 말을 들어보면 여자들은 직장여성들도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남편과 아이들 이야기, 시댁 이야기 등으로 화제가 한정된다고 합니다.전업주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거죠.그러니 아이가 있는 중년여성과 독신의 중년 여성이 만나면 이야기가 겉도는 것이 사실이라고 합니다.

 

  이제 앞으로 중년의 독신여성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그리고 이들의 상당수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그러니 "여자가 아이를 안 낳아봐서 뭘 모른다"느니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저래서  여자가 독하다"느니 하는 말에 마음 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서 적절히 대처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검토를 해야겠지만 "독신이라 아이를 안 낳아봐서 저렇다"는 결론은 대통령만이 아닌, 가만 있는 또하나의 집단을 조리돌림하는 것 같습니다.이제 세월이 지나 지금의 중년 독신여성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나이가 되어야 이런 말이 부적절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될까요?

 

  여성의 모성은 중요합니다.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을 위한 정책 수립도 중요하지요.그렇다고 고개를 돌려서 독신여성들에게 "아이를 안 낳아봤으니..."하는 화살을 쏘는 것이 정당화되어서는 곤란합니다.그건 일종의 인신공격입니다.그리고 그런 인신공격은 독신의 여성 대통령에게나 평범한 중년의 독신여성에게나 가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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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6-1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입니다.
말을 함부로 해서 상처를 주는 일이 있어요. 별 말 아닌 것 같아도 누군가에겐 독화살을 품은 말이 될 수 있죠. 그래서 말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말에 담겨 있는 뜻 이외에 은연중 함께 전해지는 뜻도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6-13 14:04   좋아요 0 | URL
특히 오랫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말을 특히 조심해야 되겠더라고요.옛말씀 그른 게 없다는 생각으로 경솔하게 한 말이 불화의 씨앗이 될 때가 있으니까요.
 

   키르기스스탄에 가보고 싶다고 하면 "거기가 어디야?" 하고 묻습니다.그러면 간단하게 설명해줍니다."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스위스보다 더 볼 게 많아..." 하면서 키르기스스탄의 자연환경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줍니다.넓은 평원이 있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첩첩 쌓인 험산준령이 있고, 우거진 숲도 있으며 폭포도 있다고...예전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었을 때부터 동구권 관광객들이 스키 타러 놀러온 곳이었다고도 알려줍니다.마치 가 본 것처럼.

 

  최근 몇 년 간 방송에서 중앙아시아 다큐 붐이 일었을 때 가장 눈에 들어온 나라가 키르기스스탄이었어요.호수가 많은 나라거든요.정말 맑은 물...중앙아시아는 바다가 없지만 그 대신 큰 후수들이 있어요.그 호수 대부분이 키르기스스탄에 있습니다.그래서 이 나라는 중앙아시아에서는 드물게 담수가 풍부합니다.화면에 나오는 키르기스스탄의 이시쿨 호수를 보면 손으로 떠마시고 싶을 정도로 맑디 맑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산을 비교해보면 이웃나라인지라 비슷해 보입니다.하지만 아쉬운 것은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큰 호수가 없다는 것입니다.특히 산 속에 있는 일본 호수들을 보면 정말 부럽습니다.그래도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은 우리나라 저수지입니다.산골짜기 물울 받아놓은 저수지를 보면 크지는 않아도 포근한 느낌을 줍니다.

 

  저수지는 대부분 인공입니다.농사에 쓰려고 만들었지요.그래도 높지 않은 산 속에 있는 저수지는 아름답습니다.특히 봄꽃이 한창일 때 저수지 물에 비치는 모습은 경탄을 자아내지요.여름이 한창일 땐 물위로 날아가는 검은 잠자리의 날씬한 모습이 멋집니다.깊은 밤 저수지가를 걸으면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퐁! 하는 소리도 듣기 좋습니다.

 

  세량지를 아십니까? 광주광역시와 전남 화순군 경계에 있는 저수지입니다.별로 지명도가 없었는데 21세기 들어 사진작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지요.몇 년 전부터는 4월과 5월에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드는 명소가 되었습니다.평지엔 벚꽃이 지고 산벚꽃이 피는 때가 좋습니다. 저수지를 둘러싼 얕은 봉우리에 가득 핀 꽃들이 물에 비치는 모습이 신선들이 올 것 같은 경치가 되니까요.게다가 이른 아침 물안개가 끼는 모습은 입을 떡 벌리게 할 정도로 환상적입니다.

 

  세량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외신에서도 절경으로 소개되었더군요.이제 사진작가들은 반드시 와야 하는  곳이 되었습니다.혹시 세량지를 처음 들으신다면 일단 인터넷 검색으로 그 절경을 확인해보신 뒤에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 곳은 숙박업소라든가 그런 게 없는 진짜 소박한 시골 마을이라서 주차한 뒤 1km 가까이 흙길을 걸어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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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4-05-3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페이퍼 읽고 세량지 검색하고 오는 길인데요,,, 와우 스위스 마을 어디메줄 알았어요. 아름답네요. 여기 알았으면 저번 오월 연휴때 갔다올 걸 그랬어요. 5월 연휴때 담양으로 해서 무주까지 쭈욱 돌았거든요~

노이에자이트 2014-05-31 01:30   좋아요 0 | URL
내년 4월엔 한번 방문해 보세요.그때가 꽃이 절정이니까요.

페크pek0501 2014-05-3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말씀대로 세량지 풍경을 인터넷으로 보고 왔어요. 멋지네요.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퐁! 하는 소리"가 있는 곳이라니 멋지고
"주차한 뒤 1km 가까이 흙길을 걸어와야"하는 것도 멋지네요.
언제 여행할 일이 있을 때 들러 볼 곳으로 찜하겠습니다.

사람 많은 유명한 곳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깊은 산 속에서 보내는 휴가에
더 맘이 끌립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5-31 16:02   좋아요 0 | URL
세량지 있는 마을은 그냥 조용하고 평범한 곳이에요.그래서 여느 번잡한 관광지에 질린 사람들이 한가로이 와보면 좋죠.

세량지가 개발이 많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지방의 대도시 주변엔 큰 산들이 있습니다.하지만 그 중에서도 광주 무등산 만큼 지명도가 높은 산은 없습니다.대구에 팔공산이 있고, 부산에 금정산이 있지만 타지역 사람들에겐 무등산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심지어 광주가 광역시인줄 모르는 이들도 무등산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겠지요.

 

   무등산 하면 수박이 유명합니다.하지만 광주에서  팔리는 수박 중 무등산 수박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무등산 수박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무등산 장등이라는 산동네에만 살고 있습니다.수백년 동안 옛날 수박 품종 그대로를 그 당시와 동일한 방법으로 키웁니다.당연히 나오는 물량도 한정되어 있고 굉장히 비싸지요.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무등산 수박은 서울과 경상도의 부자들에게만 팔기 때문에 광주에서는 안 보인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무등산 수박은 다른 수박과는 다르게 줄무늬가 없습니다.진한 초록색으로 덩치도 엄청납니다.여름이 다 지나 9월부터 나는 것도 다른 수박과는 다른 특징입니다.그래서 광주에서도 여름엔 고창 수박이나 함안 수박을 먹습니다.광주 근교에서 재배하는 수박도 무등산 수박이 아님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무등산 수박은 오로지 무등산 장등에만 나오니까요.

 

  무등산 수박은 왜 우리나라의 다른 곳에서 나오는 수박과 모양이 다를까 하고 궁금하게 여기던 차에 우연히 이집트 여행을 다룬 방송을 보았습니다.그러다 무릎을 치게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이집트 사막의 오아시스인데 그곳에서 재배하는 수박이 무등산 수박과 똑같았습니다.줄무늬가 없이 진한 푸른색...그렇다면 무등산 수박은 품종개량이 안 된 상태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에 이집트에서 들여온 그 모습 그대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었습니다.

 

  수박이 아프리카에서 온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다소 놀랐는데 동물의 왕국에서는 더욱 재밌는 광경을 보았습니다.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사자가 수박을 먹는 장면.사막은 물이 없어서 수박으로 수분을 보충한다는 것이지요.수박은 익으면 별 충격을 세게 안 줘도 쫙 하고 갈라집니다.사막의 수박도 그럴까요? 사자가 앞발로 한  번 툭 건드리면 갈라질까요?

 

  광주는 한정식이 유명하다지만 워낙 비싸서 안 먹어본 광주사람들도 많습니다.무등산 수박도 마찬가지지요.나도 한번도 못먹어 봤습니다.광주 사람들은 무등산 수박 먹고 사니 좋겠다고 잘못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예전에 서울이나 경상도에 살면서 무등산 수박을 먹은 사람들은 행세깨나 한 권세가였다고 합니다.올 가을부턴 나도 권세가 행세를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만 글쎄 잘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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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05-22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 제가 작년여름에 부산에 놀러가서 엄청 비싼 주상복합 옆에 딸린 슈퍼마켓에서1통에 오만원짜리 무등산 수박을 보았답니다. 너무 놀래서 사진을 찍어올까 하다가 뭐라할거 같아서 못했는데요... 먹어본 적이 없어서 맛이 다른지 궁금하긴한데 기회는 없지 싶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5-22 17:47   좋아요 0 | URL
우와! 권세가들만 먹는다는 무등산 수박...역시 부산의 부유층들이 먹나보군요. 휘모리 님은 아직 못 드셨군요.

무해한모리군 2014-05-22 17:57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님 그 슈퍼에는 제겐 그저 놀라운 가격대의 물품들이 많아서 아이 우유만 사서 나왔던 슬픈 기억이 ㅠ.ㅠ 5만원이면 제 일주일치 용돈인걸요 =.=

노이에자이트 2014-05-23 00:13   좋아요 0 | URL
오...알뜰살뜰하게 사는군요...

바람돌이 2014-05-23 10:16   좋아요 0 | URL
부산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그 엄청 비싼 주상복합의 주인이 대부분 서울사람이라는거죠. ㅠ.ㅠ
오랫만에 잠시 눈팅 들어왔어요.
다들 잘 지내시죠?

노이에자이트 2014-05-23 16:52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군요.이제 자주 만납시다~

세실 2014-05-23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등산 수박이 오만원이나 하는군요. 비싸군! 전 그냥 소고기 사먹을래요^^

노이에자이트 2014-05-23 16:53   좋아요 0 | URL
좀 더 싼 것도 있고...더 비싼 것도 있어요.

후애(厚愛) 2014-05-2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박이 정말 비싸네요...ㅠㅠ
5만원이라면 저렴하게 가족끼리 외식을 하거나 보고싶은 책을 살거에요.^^

노이에자이트 2014-05-23 17:25   좋아요 0 | URL
비싸기도 하거니와 그 대신 워낙 커서 먹을 게 많아요.귀한 집 잔치에도 쓰이고 그렇죠.평소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죠.

여울 2014-05-2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다신 분들 수박계 하나 만들어야겠요. 먹고싶네요. 평상 나무그늘과 계곡에 발 담글 수 있는 곳에서요.

노이에자이트 2014-05-23 16:54   좋아요 0 | URL
저도 먹고 싶습니다.산자수명한 골짜기에서...

페크pek0501 2014-05-23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막의 수박도 그럴까요? 사자가 앞발로 한 번 툭 건드리면 갈라질까요?"
그걸 저희한테 물어 보시면 어떡해요? 님이 답을 가르쳐 주셔야징...ㅋㅋ

제 경험에 따르면 수박에 칼을 대자마자 쫙 쪼개지는 수박이 있는 걸로 봐서
아마도 사자가 앞발로 한 번 툭 건드리면 쪼개질 듯해요.
수박 먹고 싶네요. ^^

노이에자이트 2014-05-25 23:52   좋아요 0 | URL
아마 다 익은 수박이면 쉽게 갈라질 거에요.

요즘은 봄에도 수박이 많이 팔리니까 한 번 사드세요.

기억의집 2014-05-30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광주살 때 남편 회식때 따라갔다가 먹어봤어요. 그 때 직원분이 워낙 귀한 수박이라고 해서 먹어본 기억이 납니다. 음. 근데 수박이 아프리카에서 온 거였군요. 첨 알았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5-31 01:29   좋아요 0 | URL
오...그 귀한 것을 맛보셨군요.

감자나 옥수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