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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문제
J.A.홉슨 지음, 김정우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8월
평점 :
가난은 나랏님도 어찌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도, 지금도, 빈곤의 문제는 심해지면 심해졌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는 심해지고,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세계 경제가 허우적거리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에 홉스라는 경제학자가《빈곤의 문제》라는 책을 집필한 것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이 책이 홉슨의 1906년작이라는 점이 흥미를 돋구었다. 시대를 앞서간 경제학계의 이단아의 첫 단독 저서라는 점과 케인스가 훗날 찬사를 보낸 홉슨의 '비평과 통찰'을 담은 이 책을 읽어보며 과거의 모습을 짐작하고 현재의 문제를 되짚어본다.
이 책의 저자는 J.A. 홉슨(1858-1940)이다. 존 애트킨스 홉슨은 영국의 사회경제학자로서 '경제학계의 이단아'라고 불렸다. 중산층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옥스퍼드에서 고전을 공부했고 졸업 후에 그 분야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쳤다. 런던에서 불황과 대규모 실업을 목도한 그의 관심은 금방 경제학적 사안들로 옮겨갔는데, 멈머리와의 교류를 통해 당시의 경제학의 전제를 뒤집는 이단적인 사상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실업과 빈곤의 원인이 과도학 저축과 저소비에 있다고 주장한 그의 사상은 당시로서는 매우 급진적이었기 때문에, 홉슨은 런던대학의 대학확대과정 강사직을 잃게 되고, 경제학계에서도 추방당하게 된다.
이 책의 목적은 현대 산업사회에 존재하는 빈곤 문제를 면밀히 조사하고 파헤침으로써, 실현 가능한 처방을 제시하고자 함이다. (6쪽, 머리말 中)
이 책은 총 11장으로 나뉜다. 제1장 '빈곤의 측정', 제2장 '기계화가 노동자 계급의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 제3장 '대도시의 인구 과밀', 제4장 '노동 착취 구조: '고한제도'', 제5장 '고한제도의 원인', 제6장 '고한제도의 처방', 제7장 '노동시장에서 미숙련 노동자 계급의 초과 공급', 제8장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 제9장 '빈곤이 비윤리적인가', 제10장 '사회주의 법', 제11장 '미숙련 노동자 계급의 미래' 등 총 11장에 걸쳐 진행된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찰스 부스(영국의 통계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의《사람들의 삶과 노동》제1권에 실린 연구 조사를 다수 빌려 썼다.《사람들의 삶과 노동》은 빈곤 문제를 연구하는 데 튼튼한 과학적 토대를 제공한다. 이 책은 찰스 부스 및 기타 출처를 참고해서 현대 산업사회를 분석한다. (7쪽)
빈곤층의 거주지, 비정규직 문제, 기계가 빈곤층의 삶에 미치는 영향, 대도시 인구 과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등 1장부터 3장까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는 문제들을 들고 있다. 1906년 영국의 상황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와 장소가 다르지만 커다란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읽어나가게 되었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있었던 경제 상황을 바라보며, 우리의 현실을 짚어본다.
4장에서는 다소 생소한 '고한제도'에 대해 언급한다. 저자는 빈곤이란 개인의 게으름과 같은 윤리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즉 '고한제도'의 산물임을 밝힌다. 이 책을 통해 고한 노동자의 유래에 대해 차근차근 짚어간다. '고한제도'라는 것은 뜻이 20가지가 넘고 용어도 애매모호하지만, 산업계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양복점의 재단사들인 것으로 추청되며, '고한 노동자'라는 용어가 외부 노동자와 일반 노동자 사이에서 도시의 소규모 하청업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고한'의 유래와 오늘날의 의미, 주요 '고한' 산업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고한제도의 원인과 처방을 파악해본다.
'고한'과 '고한제도'의 뜻은 하청업자 밑에서 장시간 노동하는 재단사를 가리키는 좁은 의미였다. 점차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열악한 주거 환경에 맞닥뜨린 도시 노동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넓은 의미로 발전했다. '고한'이야말로 도시빈곤의 산업적, 경제적 폐단을 한마디로 압축하는 용어이다. (111쪽)
현재를 알고 미래의 방향을 세우기 위해서는 역사를 공부해야하며, 경제의 흐름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잡는 데에는 경제학자의 책을 읽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과거에 폐단이라고 생각하던 문제가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의 사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보다. 이 책을 읽으며 답답한 생각이 드는 것은 과거에도 풀 수 없었던 문제가 지금이라고 딱히 해결되고 있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한 번 짚어보는 것만으로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