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형 평전 1 - 중국.일본에서 펼친 독립운동
강덕상 지음, 김광열 옮김 / 역사비평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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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사 전반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수준 높은 역작인데 후속권이 번역이 안 되고 있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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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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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는 천재다. 똑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리즈물에서 매 작품마다 전혀 다른 구성과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극적인 장면으로 극도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선사하는 <스노우맨>,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 큰 스토리 전개로 독자를 압도하는 <레오파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역사적 상처와 개인의 고통을 함께 어루만지는 <레드 브레스트>, 완벽한 범죄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현미경처럼 탐구하는 <네메시스>, 이국 땅의 역사적 아픔 속으로 젊은 이방인 형사를 빨아들이며 시리즈 전체를 관통할 비극을 예고하는 데뷔작 <박쥐>까지,

 

요 네스뵈의 작품은 예술의 경지에 오른 정교한 건축물을 연상케 한다. 이 뛰어난 장인의 '건축물'은 이번에 출간된 <데빌스 스타>에서 단순한 은유적 표현이 아닌 작품 전체를 가로지르는 시각적 스펙터클로 격상된다. 실제 건축물이란 소재 자체가 스토리 전개의 주요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건축물은 이 작품 전체의 주요 배경이자, 작품의 정밀한 플롯을 상징하는 은유적 표현이면서, "어떻게"가 아닌 "왜"를 해명하는 범죄 동기의 핵심적 단서이기도 하다.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데빌스 스타>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의 완벽한 건축물을 꿈꾸는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묘사하는 작품이다.

 

 

1. 톰 볼레르의 건축물

 

"난 늘 뭔가를 짓는 게 좋았어. 큰 건물을. 어릴 때도 레고로 거대한 궁전을 지었지.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크게."

"해야 하는 게 아냐. 해야 하는 건 없어, 해리. 어릴 때 다른 아이들의 레고를 뺏어다가 내 건물을 더 크게 만들곤 했지. 이건 무엇을 원하느냐의 문제야. 초라하고 시시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초라하고 시시한 집에서 살고 싶어? 아니면 너 자신보다 위대한 무언가, 네가 얻으려고 애쓰는 무언가를 가리키는 오페라 하우스와 대성당, 웅장한 건물을 갖고 싶어?

"성당을 짓는 일은 소명이야, 해리. 이탈리아에서는 성당을 짓다가 죽은 석공들에게 성인의 자격을 부여하지. 비록 성당이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는 해도 인류 역사상 인간의 피와 뼈 위에 세워지지 않은 성당은 없어. 우리 할아버지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지. 앞으로도 그럴 거고. 우리 가문의 피는 여기 보이는 숱한 건물의 반죽으로 쓰였어. 난 그저 더 많은 정의를 원할 뿐이야. 모든 사람을 위한 정의. 필요한 건축 자재가 있다면 얼마든지 쓸 거고." (pp.265-266)

 

이 작품에는 수많은 등장인물의 내면적 상처(트라우마)가 등장한다. 각자는 저마다의 사연과 고통을 안고 있고, 그래서 모두가 범인이 될 수 있는 동기를 갖고 있다. 결국 나는 이번에도 범인을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맥거핀(낚시)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데빌스 스타>를 하나의 정교한 건축물이라고 한다면, 등장인물 하나하나는 모두 작품의 주제를 완성시키는 건축 자재로 활용된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범인의 트릭은 독자에 의해 간파되기 힘들어지지만, 작품의 주제는 더 생생하게 부각된다. 극적 긴장감과 작품의 주제의식을 동시에 살리는 절묘한 캐릭터 구성인 셈이다.

 

하지만 이 모든 캐릭터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오슬로 3부작"의 악역이자 우리의 주인공 해리 홀레의 숙적인 톰 볼레르이다. 역자도 언급하다시피, <레드 브레스트>와 <네메시스>에서 그저 겉과 속이 다른 교활한 악역으로 묘사되던 톰 볼레르는 <데빌스 스타>에서 상처투성이의 내면을 갖고 있는, 그래서 이를 극복하는 자신만의 완벽한 왕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불행한 '소년'으로 묘사된다. 이 소년의 욕망은 또다른 '소년' 해리 홀레와 거울상처럼 만나 상승작용하며 종반부의 극적인 엘리베이터 혈투씬을 통해 클라이맥스까지 상승(elevation)한다. 전작들에서 해리 홀레와 톰 볼레르가 양립할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보였다면, 이 작품에서 둘은 묘한 동질감마저 느껴지는 두 개의 자아처럼 뒤엉키며 섞인다. 숙명적인 안티 히어로 해리 홀레는 다른 작품들에서도 악역들과 묘한 케미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데빌스 스타>는 그 악역과의 조화가 절정에 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2. 범인의 건축물 - 펜타그램

 

"나는 텔레비전 모니터 위로 손가락을 움직여서 당신의 별 사인을 그리지. 텔레비전은 죽었을지라도 먼지 쌓인 모니터와 내 손가락 사이에서 긴장감이 느껴져. 전기가 흐르는 게 느껴져. 암축된 삶. 그걸 살아나게 하는 게 바로 내 손길이야." (p.158)

 

<데빌스 스타>의 제목으로 쓰인 펜타그램의 기하학적 완결성은 이 작품에서 강조되는 "어떻게"가 아닌 "왜" -행위의 내면적 동기- 를 밝혀내는 핵심 단서이다. 펜타그램의 기하학적-종교적 상징성은 음산하고 신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극적 장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마지막 순간 그 의미 속에 숨겨진 전혀 완결적이지 않은 혼란스러운 세계의 진실을 드러낸다. 펜타그램은 혼돈에 빠진 세계의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인간의 자기완결적 욕망을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이는 또한 작가의 욕망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요 네스뵈는 작품 전체를 완벽하게 설계된 건축물처럼 쌓아올리다가, 마지막 순간 정신없는 혈투를 통해 정교한 기계를 가혹하게 헤집는다. 결말 역시 깔끔하다기보다 다소 성급하며 상당한 찜찜함과 여운을 남긴다. 이는 해리 홀레가 후속작에서 겪을 고난의 복선이겠지만, 완벽한 건축물, 완전한 인생이란 없다는 세계의 현실을 냉정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메시지로 읽힌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망가지는 해리 홀레의 정신과 신체는 이러한 현실의 은유일 것이다.

 

3. 그리고 해리의 건축물

 

"그가 바라보고 있던 텅 빈 하얀 공간이 서서히 검은색으로 변해갔다. 내가 기절한 걸까? 사라져가는 메아리처럼 비명이 잠잠해졌다. 그는 둥둥 떠내려갔다. 그들이 옳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는 늘 곁에 없었다. 일부러 다른 곳에 있도록 손을 써두었다. 가방을 꾸렸다. 술을 마셨다. 문을 잠갔다. 겁을 먹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늘 그들이 옳았다. 아니라면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될 것이다." (pp.564-565)

 

우리의 주인공 해리 홀레는 <데빌스 스타>에서 과거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여지없이 망가진다. 하지만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그의 반응은 톰 볼레르를 포함한 작품의 다른 등장 인물들과 상당히 다르다. 그는 늘 건설하기보다 파괴한다. 알콜중독에 맞서기 위해 마약으로 신체를 괴롭히며, 해결되지 못한 과거의 사건에 집착하다가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마저 망가뜨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살아남고, 결국 사건을 해결한다. 정신적으로 가장 망가진 인물이 가장 완벽한 수사관이란 점이 해리 홀레 시리즈의 역설이기도 하다. 때로는 자기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통으로부터 도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서서히 파괴되는 자신을 묵묵히 관조한다. 두려움에 맞서야 한다는 그의 신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해리 홀레는 그 누구보다 강인한 인간이 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독자는 이렇게 자기파괴적인 주인공의 창조적인 사건 해결을 지켜보면서 고통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는 변태(...)적 중독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4. 맺으며

 

<데빌스 스타>, 정말 재미있다. 다소 급한 마무리가 아쉽기는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또한 작품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리얼리티가 넘쳐 흐르는 게 제일 좋다. 범인도, 범행 동기도 현실적이고, 뜨거운 여름 오슬로 사람들의 생활 모습도 생생하게 묘사된다. 다른 작품들에서 해리 홀레는 다소 비현실적일 정도로 늘 그가 아니면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는데, 이 작품에서는 특별한 소설적 비약이나 초인적인 활약 없이 현실의 유능한 수사관처럼 차근차근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다. 대중적인 서사를 추구한 나머지 플롯이 다소 단순해진 <스노우맨>과 비교해서 트릭과 복선도 훨씬 복잡하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연쇄살인을 다루는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스릴러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완벽한 건축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을 그린 현실적인 범죄 스릴러, <데빌스 스타>를 자신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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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라이트 형사 로건 맥레이 시리즈 2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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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다양한 사건들을 둘러싸고 비극적 진실과 영국식 유머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명품 범죄 스릴러. 두 번째 작품이 이 정도 수준이라니 후속작이 더 기대되는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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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그래닛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8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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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수사물인데 중간중간 빵 터지는 유머가 의외로 신선. 주인공처럼 성격 부드럽고 연애에 있어 좀 답답할 정도로 소심한 형사 캐릭터도 매력적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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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엔지니어의 성장
이내주 외 지음 / 에코리브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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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노동의 결합으로 탄생한 근대 산업사회를 역사적으로 탐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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