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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푸른 눈
토니 모리슨 지음, 신진범 옮김 / 들녘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60년대 아름다움의 잣대가 인종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각성이 일면서 나 또한 그런 움직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인종마다 다른 아름다움의 잣대를 주장하는 것은 모든 집단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화적, 인종적 약점에 대한 자조적 비판이 아니다. 그것은 외부의 시선 때문에 생기는, 상처만 안겨주는 열등감을 벗어버리자는 것이었다. (작가후기 中)'
얼마전 신문 보도에 따르면 하버드대생들이 가장 많이 사보는 책 100선 중 1위로 조지 오웰의 <1984>가 뽑혔다고 한다. 그외 <백년의 고독>,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같은 유명한 고전들이 눈에 띄는 가운데 2위에 오른 토니 모리슨의 <비러브드(beloved)>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토니 모리슨이 누구지? 부끄럽게도 난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그녀의 이름을 이때 처음 들었던 것이다.
토니 모리슨의 첫 소설 <가장 푸른 눈>은 193,40년대 미국에서 살고 있는 흑인 자매 클라우디아와 프리다 자매의 시선으로 그녀들의 친구 피콜라와 그 가족의 삶을 서술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피콜라는 불우하게 자란 부모 밑에서 불우하게 자란 소녀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비롯해 신체적인 학대, 부모의 불화 등 온갖 시련과 고통을 겪는다. 그 중에서도 그녀를 가장 힘들게 만들고 괴롭혔던 것은 놀랍게도 자기 자신이 '못생겼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사회는 백인은 아름답고 흑인은 아름답지 않다는 잘못된 편견이 상식으로 자리잡아 있었다. 우습게도, 피콜라를 예쁘게 보아주고 사랑해주어야 마땅한 부모마저도 그녀를 못생겼다는 이유로 구박했다. 자신이 못생겼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피콜라는 점점 자기 표현의 의지를 상실하고 무기력해졌으며 결국 비극을 맞았다.
작가 후기에 나온 말대로 <가장 푸른 눈>은 피콜라를 통해 백인들이 설정한 일방적인 미의 기준이 어떻게 사회를 파괴하며, 가장 약하고 힘없는 계층인 비주류 인종의 어린 여성 집단을 병들게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렇게 소설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작품으로는 <앵무새 죽이기>를 비롯해 다수가 있는데, 법적으로는 인종 차별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사회의 잘못된 편견, 관행 등을 고발하는 소설이 쓰이고 읽힌다는 것은, 오히려 문학이 그 사회의 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문학계도 정형화된 주제와 한정된 소재에서 벗어나 보다 풍부하고 깊이있는 내용을 담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