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1억을 모았다고 하고 누구는 집을 샀다 하고 누구는 일찍 결혼해서 애가 둘이라느니 하는 말들... 들을 때마다 태연한 척 하지만, 속으론 부럽기도 하고 조바심도 난다. 그렇다고 재테크를 하거나 소개팅에 나가거나 하진 않지만. 어차피 그건 내 소관이 아닌데,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다른 일도 많은데... 하고 마음을 다잡지만, 가끔 다잡은 마음이 풀릴 때가 있다. 


그러다 오늘,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을 듣기 시작했는데 풀린 마음이 꽉 잡혔다. 트위터로 서밤 님의 그림일기를 종종 보다가 오늘 팟방 메인 보다가 생각이 나서 바로 구독하고 시즌1부터 청취 시작했는데 왜 이제야 구독했나 후회 막심 ㅠㅠ


시즌1 듣기 http://www.podbbang.com/ch/12142

시즌2 듣기 http://www.podbbang.com/ch/14056



0회 '백조도 닭장 속에서는 낙오된 닭이지'부터 어쩜 그리 내 마음을 울리던지(정말 울진 않았다). 진행자 분들 말씀도, 청취자 사연도 하나같이 다 내 이야기 같았다. 하라는 것만 하면서 범생이처럼 살았는데 어느 순간 직장에도 적응 못하고 돈도 못 벌고 결혼도 안 하는 문제아가 되어버린 나. 정말 내가 '문제'일까.


머리가 뻥 하고 터질 것 같았는데, 이 방송 들으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남들도 다 그런 고민하면서 산다고, 무한 공감받고 위로받은 느낌이 들었다.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지만, 그렇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때로는 다부지게 때로는 부드럽게, 그렇게 유연하게 살아보자, 라는 메시지를 제멋대로 받고 제멋대로 치유됐다 ㅎㅎ 


내친김에 진행자인 서밤 님 페이스북에도 가봤는데 그림일기가 마음을 후벼판다. 공감가는 이야기도 많고,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도 많고. 앞으로 자주 찾게 될 듯하다.


https://www.facebook.com/leeoj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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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8-04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팟캐스트 1 회차부터 들어오고 있어요^^
 

여동생과 유독 사이가 좋은 나는 예나 지금이나 형제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 내 일처럼 감정을 이입한다. 초등학교 때 <오세암>을 읽고 앞 못 보는 누나와 어린 동생이 부모님도 없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사는 모습이 얼마나 애처롭고 안타까웠는지. 책을 읽으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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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년 전으로 돌아가 젊었을 적의 자신을
꿈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꿈속의 당신에게 말을 걸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무슨 말을 하시겠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4년 만의 신작 장편

 『잠』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꿈을 제어할 수 있거나 꿈을 통해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주인공은 자크 클라인, 28세의 의대생이다. 자크 클라인의 아버지는 항해사로, 자크가 열한 살 때 항해 중에 목숨을 잃었다. 자크의 어머니 카롤린은 유명 신경 생리학자로, 수면을 연구하는 의사다. 카롤린은 아들 자크가 어렸을 때부터 꿈을 통제하는 법을 가르쳤고, 역설수면이라고 불리는 수면의 다섯 번째 단계에서 자신만의 꿈 세계인 상상의 분홍 모래섬을 만들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카롤린은 비밀리에 진행 중인 수면 탐사 실험에서 수면 6단계를 발견하고, 콜럼버스 시대에 탐험가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개척지를 지도에 테라 인코그니타라고 표기했던 사실에 착안해 수면 6단계를 <미지의 잠(Somnus incognitus, 솜누스 인코그니타)>이라 이름 붙인다. 수면의 6단계는 심장 박동은 느려지고 근육은 이완되지만 뇌 활동은 훨씬 활발해지는 단계로, 시간의 지각도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실험 도중 사고로 피험자 아킬레시가 사망하고, 이 일은 카롤린의 해고로 이어진다. 충격을 받은 카롤린은 그날 저녁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당황한 아들 자크가 어머니를 찾기 위해 고민하던 어느 날, 꿈속의 분홍 모래섬에서 20년 뒤의 48세 자크를 만나게 된다. 48세의 자크는 어머니가 말레이시아에 있다며 위험한 상황이니 빨리 어머니를 구하러 가라고 권한다. 자크는 꿈속의 만남을 믿지 않고 무시하다가 두 번째로 같은 꿈을 꾼 뒤 말레이시아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머니 카롤린이 찾아갔던 <꿈의 민족>으로 알려진 세노이족을 찾아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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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출판사 창비에서 <공부의 시대>라는 이름의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원로 역사학자 강만길, 미학자 진중권, 작가 유시민, 전 대법관 김영란, 정신과 의사 정혜신 등이 각자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기까지 체득한 공부법과 독서법을 소개하여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올여름 창비에선 <정치의 시대>라는 이름의 시리즈를 출간할 예정이다. 작년 말 불거진 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켜줄 만한 시리즈로 보인다. 미학자 진중권, 국회의원 은수미, 변호사 최강욱, 역사학자 한홍구가 필자로 참여했다. 시리즈 출간을 앞두고 <정치의 시대> 시리즈 중 한 권을 먼저 만나 보았다. 내게 주어진 책의 필자는 은수미 전 국회의원. 오랜 시간 노동 문제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 사회에서 노동의 의미와 현실의 노동 문제,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청년 실업 문제 등에 대해 심도 있게 풀어놓는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술이 발전해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이 발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산재로 죽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의자를 없애는 극소수가 교묘하게 책임을 회피하면서 노동자를 쥐어짜고 있습니다. 사회가 의자놀이의 규칙을 따르면서 벌어지는 비극입니다. (26쪽) 


저자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 현실을 의자놀이에 비유한다. 의자가 10개 있고 사람이 10명 있으면 모두가 의자에 앉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사람 수와 똑같은 수의 의자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죽어라 경쟁하고, 대학교에서 스펙을 쌓아도 사회에 나오면 앉을 자리가 없는 것을 그 때문이다. 경기가 좋아지고 국민 소득이 높아져도 의자는 늘지 않는다. 내 자리 어디 갔냐고 물으면 '저기 너보다 능력 좋은 정규직이 앉아 있다', '공기업 철밥통이 앉아 있네', '네 부모가 차지하고 있잖아',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 '지방대 나왔으면서 눈만 높다'라는 답이 돌아올 뿐이다. 최근에는 정리해고, 성과연봉제, 명예퇴직, 비용 절감, 민영화 등 기업 입장에서 의자 수를 보다 쉽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늘고 있다. 


백화점은 출퇴근, 매출, 접객 태도 등 모든 것을 통제하면서, 고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물론 백화점에도 정규직이 있긴 합니다. 10퍼센트를 넘지 않지만요. 아무런 근로계약 없이도 노동자를 지배할 수 있는 사회, 이게 하청 사회입니다. (21쪽) 


사회가 의자놀이의 규칙을 따르면서 두 가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첫째는 하청 사회, 둘째는 포스트 민주주의이다. 하청 사회의 특징은 '노동자는 있는데 고용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배달 대행업체나 백화점에서 직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파견 회사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청의 형태로 고용하고 고용에 따르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그 예다. 포스트 민주주의는 '시민은 가상 정치에 끌려들어 가고, 정치인은 판촉행사를 열고, 실제 정치는 기득권 1퍼센트가 밀실에서 진행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10여 년 전 사회학자 콜린 크라우치가 쓴 책에 나오는 개념인데, 한국에선 2016년에 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드러나면서 정치가 밀실에 숨은 비선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바 있다.

 

삼성이 정유라에게 주려던 220억 원만 있으면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는 2만 명에게 최소 21년 동안 산재보험을 지원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은 박근혜 정권에, 최순실에게 돈을 줘서 대대손손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할 뿐이지요. (70쪽) 


저자는 노동 전문가이자 정치가로서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헌법 조항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실생활의 규칙으로 보장하는 '국민 기본선'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실업급여 마련, 비정규직 노조 조직 등이 그 예다. 또한 저자는 어떻게 하면 광장의 촛불을 어떻게 일상으로 옮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모두가 자기 몫의 의자를 지니는 사회, 헌법이 생활의 규칙으로 적용되는 사회, 국민 개개인이 일상적으로 정치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이 밖에도 국회의원 은수미의 이름을 대중에게 깊이 각인시킨, 2016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제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 후일담과 현재 한국 정치에 대한 조언, 일상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 등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강연록을 엮은 책이라서 문장이 어렵지 않고, 강연 말미에 진행된 질의응답 내용이 실려 있어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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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일본에 갔을 때 한창 화제를 모으던 애니메이션이 두 편 있었다. 하나는 한국에서도 크게 흥행한 <너의 이름은>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근 개봉한 <목소리의 형태>였다. <목소리의 형태>는 일본 방송에서 신작 영화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즉시 흥미를 가졌다. 아무도 모르게 자살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 이시다 쇼야.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니시미야 쇼코라는 아이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따돌림을 당하며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 하나 없이 고독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쇼야와 쇼코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쇼코에게는 청각장애가 있었다. 쇼코가 전학온 날, 쇼야네 반 아이들은 청각장애가 있는 쇼코를 따뜻하게 맞았다. 하지만 반 아이들은 점점 쇼코를 불편하게 여기고 따돌리기 시작했다. 가장 짓궂은 아이가 쇼야였다. 쇼야는 쇼코를 밀치거나 보청기를 억지로 떼내어 던지는 등 크고 작은 '장난'을 일삼았지만 당하는 쇼코에겐 '괴롭힘'이었을 터. 그러나 쇼코는 울거나 화내는 대신 미소로 화답하거나 도리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 때마다 쇼야는 당황했고 쇼코를 더욱 짓궂게 괴롭혔다. 결국 쇼코가 전학가기로 결정하자 학교측은 가해자를 찾아 나섰고 담임 교사와 반 아이들은 일제히 쇼야를 지목했다.


담임 교사가 쇼코를 괴롭힌 가해자로 쇼야를 지목한 것은 반 아이들에게 쇼야를 괴롭혀도 좋다는 허가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날부터 쇼야가 새로운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반 아이들 누구도 쇼야 곁으로 오거나 쇼야에게 말 걸지 않았다. 어제까지 쇼야와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은 누구보다 가혹하게 쇼야를 괴롭혔다. 작은 동네이다 보니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쇼야가 초등학교 시절 장애가 있는 아이를 괴롭힌 가해자라는 소문이 금방 퍼져서 쇼야는 새로운 친구를 한 명도 사귈 수 없었다. 쇼야로선 이대로라면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리하여 쇼야는 자살하기로 마음 먹지만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결국 쇼야는 다시 한번 쇼코를 만나 사과하기로 한다. 쇼코에게 사과하기 위해 수화까지 배운 쇼야는 긴 망설임 끝에 쇼코를 만나러 간다. 쇼야는 쇼코가 자신을 만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쇼코의 동생에게 위선자라는 말까지 듣지만, 정작 쇼코는 쇼야가 자신을 위해 수화를 배운 것에 감탄하며 헤어질 때에는 "또 보자"라는 수화까지 한다. 과연 쇼코는 쇼야를 용서한 것일까? 쇼코와 쇼야는 이대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쇼야와 쇼코가 다시 만나도 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우선 쇼코의 가족인 쇼코의 어머니와 쇼코의 여동생 유즈루는 쇼야를 용서하기 어렵다. 초등학교 시절 쇼야와 함께 쇼코를 괴롭힌 우에노 나오키와 카와이 미키는 쇼야에 비하면 자신들이 쇼코를 괴롭힌 죄는 가볍다고 변명하지만, 쇼야에게 있어 이들은 같이 쇼코를 괴롭혔고 나중에는 자신까지 괴롭힌 이중 가해자이다. 쇼코의 유일한 친구였지만 끝까지 쇼코를 지켜주지 못하고 도망친 사하라 미요코의 심정도 편하지 않다. 쇼야와 쇼코는 그들의 재회가 오랫동안 덮여 있었던 문제를 들춘 것 같아 또 다시 괴롭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집단 따돌림이라는 소재 탓에 이 영화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불편함을 느낀 지점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집단 따돌림이 아니라 어느 사회나 집단마다 존재하는 배척과 무시, 불통의 기억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교실 풍경은 내게도 익숙했다. 조금 튀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면 사정 없이 공격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꾸짖기는커녕 방관하는 교사. 어릴 때도, 어른이 되어서도 어느 집단에나 그런 사람들이 있고 그런 리더가 있었다. 그 때마다 나는 직접적으로 배척하지도, 배척하는 사람들을 비판하지도 않고 수수방관했다. 그러나 배척당하는 사람에게 과연 나의 태도가 '수수방관'하는 것으로 보였을까. 그에겐 배척하는 것이나 나처럼 수수방관하는 것이나 자신의 고통을 몰라준다는 것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배척 당한 사람의 고통을 이해한 건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배척당하고 무시받는 일을 몇 번인가 겪고나서야 그들이 느꼈을 고통을 짐작했다. 쇼야는 보다 빠르게, 분명하게 쇼코의 고통을 느꼈다. 쇼코의 자리가 비워지고 그 자리에 자신이 들어가 따돌림을 당하는 입장이 되자 그동안 쇼코가 느꼈을 고통을 알 수 있었다. 그제서야 쇼코가 언젠가 자신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던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고, 이제는 자신이 쇼코에게 친구가 되자고 손을 내밀어야 할 차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쇼코를 찾아가 사과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쇼야는 쇼코의 언어인 수화를 배우기로 한다. 마침내 고등학생이 되어 쇼코를 찾아갔을 때, 쇼코가 의외로 너무 쉽게 쇼야의 사과를 받아들인 것은 쇼야가 쇼야의 언어가 아닌 쇼코의 언어로 사과했기 때문이다. 가족 이외의 사람과는 제대로 소통해본 적이 없는 쇼코가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렸던, 자신에게 말 걸어주고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줄 친구. 바로 그 사람이 쇼야라는 사실에 어쩌면 쇼코는 두려움보다 고마움을 더 느끼지 않았을까. 나는 왜 이제서야 배척 당하는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나보다 힘든 사람에게 손내밀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그 기억이 나를 찔렀다.


이 영화에는 쇼야와 쇼코 외에도 제대로 소통해본 적이 없거나 소통하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쇼야처럼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다가 쇼야와 친구가 되는 나가츠카 토모히로, 청각장애가 있는 언니를 챙기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쇼코의 여동생 유즈루, 초등학교 시절 쇼코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았던 사하라 미요코 같은 인물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다른 인물들은 영화를 보다가 '이런 XX'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싫은 구석이 없지 않지만, 그들에게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 수 있다(그렇다고 용서할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쇼야와 쇼코의 5학년 때 담임 교사는 보는 내내 욕이 나왔다. 원작에선 더 심하다는데 과연 눈 뜨고 볼 수 있을지).


나는 그동안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케이온>, <빙과>, <타마코 마켓>, <FREE!>, <울려라! 유포니엄> 등 다수의 쿄애니 작품들을 봐왔고, 재작년에는 교토에 있는 쿄애니 본사에도 가보았을 만큼(내부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외부만 자체 견학 ^^) 쿄애니 작품을 좋아하는 팬이다. 쿄애니 팬으로서 <목소리의 형태>는 이제까지 본 쿄애니 작품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작화나 연출, 내용 면에서 훌륭했다. 영화도 좋았는데 원작 만화는 더 좋았다고 하니 어서 구입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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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7-06-0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와 만화 모두 보니
영화의 특성이 제대로 보여주기는 좋으나
원작 만화가 더 내용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쇼타의 어머니역을 맡은
성우분 목소리를 들어서 좋았습니다..우히히

키치 2017-06-10 13:03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를 먼저 보고나서 원작 만화를 보니
원작 만화가 내용 면에서 훨씬 충실하고 풍부해서 좋았습니다.
말씀하신 분은 쇼야의 어머니 역을 맡은 유키노 사츠키 성우분 맞나요?
이력을 찾아보니 제가 본 만화에도 많이 나오셨네요!
덕분에 좋은 성우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