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삼월
박서함 지음 / 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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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함 배우님 제대 기다렸어요~ 시맨틱 에러 너무나 재밌게 잘 봤습니다. 포토 에세이 출간 너무너무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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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라이프 2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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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알고 명성도 익히 들었지만 읽을 엄두가 안 나는 책들이 있다. 한야 야나기하라의 소설 <리틀 라이프>가 그랬다. 2015년 전미도서상과 맨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다수의 유력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작품이라는 걸 알았지만, 1,2권을 합쳐서 1천 페이지를 넘는 분량과 백인 남자의 우는 얼굴이 담긴 표지 사진이 이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와 읽고 싶은 마음을 오랫동안 억눌렀다.


그랬던 내가 하필 지금 <리틀 라이프>를 읽은 건, 애정하는 북튜버 편집자K 님이 이 책을 강력 추천하셨기 때문이다. 편집자K 님이 추천하시는 책에 대한 신뢰도가 원래 높은 편이기는 한데, 편집자K 님 또한 <리틀 라이프>를 읽기 전 이야기의 길이와 주인공이 백인 남자 대학생이라는 점 때문에 주저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왜 이제야 이 작품을 읽었을까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강렬한 독서 체험을 했다고 말씀하셔서 (언제나처럼) 믿고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대학 시절 내내 늘 붙어다녔던 네 친구 윌럼, 맬컴, 제이비, 주드가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잘생긴 윌럼은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며 배우가 될 날을 꿈꾼다. 부잣집 아들인 맬컴은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건축가가 된다. 가족의 기대와 응원을 전폭적으로 받는 제이비는 자신의 그림으로 세상을 놀래키고 싶다. 명문대생인 네 친구 중에서도 가장 머리가 좋고 성적이 뛰어난 주드는 로스쿨에 진학한다.


대학 동창 중에서도 유별나게 친한 네 사람이니 닮은 점이 많을 것 같지만, 사실 이들 네 친구는 닮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 특히 주드는 자신이 다른 세 친구와 아주 많이 다르다고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그에게는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비밀이 있다. 윌럼, 맬컴, 제이비는 주드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이 없고, 팔과 등에 상처가 끊이지 않고, 다리를 절게 된 사연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으나 주드를 존중해 캐묻지 않는다.


그러나 친구들의 선의와는 반대로 주드의 인생은 점점 바닥으로 치닫는다. 겉으로는 결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로스쿨 졸업 후 주드는 뉴욕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들도 만나고, 안정된 수입과 꿈에 그리던 집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겪은 학대와 폭력, 성장 과정에서 학습한 불안과 자기 혐오로 인해 주드는 자신의 삶이 행복에 가까워질수록 고통을 자초(自招)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헌신적으로 자신을 돕는 사람이 주변에 몇 명이나 있는데도 과거를 봉인하고 자해를 일삼는 주드의 모습은 일견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주드의 과거를 통해 주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좀처럼 할 수 없었던 이유와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주드의 상태는 일종의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보인다. 어릴 때 고문과 사고 수준의 심각한 사건의 경험했고, 사건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모습이 그러하다.


어떤 고통은 너무나도 심각하고 치명적이라서, 마음의 준비가 되면 편하게 털어놓으라는 격려나 이제 그만 잊으라는 선의의 조언조차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걸 주드를 보면서 실감했다. 그만큼 주드가 경험한 어린 시절의 성적 학대와 폭력이 한 인간의 생애에 얼마나 깊은 고통과 상처를 남기는지도 재확인했다. 우리 중 누가 이런 사연을 품고 견디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너무 쉽게 남에게 이런 저런 것을 권하고 심지어는 충고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반성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삶을 궁금해 하고, 비난 받을 것을 감수하면서도 기꺼이 개입하는 사람들의 고결함과 숭고함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윌럼, 맬컴, 제이비 그리고 앤디, 해럴드, 줄리아 같은 사람들이 주드의 주변에 없었다면, 주드는 얼마나 더 고통스럽고 비참했을까. 우리 모두의 '리틀 라이프(보잘 것 없는 인생)'를 조금이라도 덜 '리틀'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우리 자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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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라이프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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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알고 명성도 익히 들었지만 읽을 엄두가 안 나는 책들이 있다. 한야 야나기하라의 소설 <리틀 라이프>가 그랬다. 2015년 전미도서상과 맨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다수의 유력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작품이라는 걸 알았지만, 1,2권을 합쳐서 1천 페이지를 넘는 분량과 백인 남자의 우는 얼굴이 담긴 표지 사진이 이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와 읽고 싶은 마음을 오랫동안 억눌렀다.


그랬던 내가 하필 지금 <리틀 라이프>를 읽은 건, 애정하는 북튜버 편집자K 님이 이 책을 강력 추천하셨기 때문이다. 편집자K 님이 추천하시는 책에 대한 신뢰도가 원래 높은 편이기는 한데, 편집자K 님 또한 <리틀 라이프>를 읽기 전 이야기의 길이와 주인공이 백인 남자 대학생이라는 점 때문에 주저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왜 이제야 이 작품을 읽었을까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강렬한 독서 체험을 했다고 말씀하셔서 (언제나처럼) 믿고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대학 시절 내내 늘 붙어다녔던 네 친구 윌럼, 맬컴, 제이비, 주드가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잘생긴 윌럼은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며 배우가 될 날을 꿈꾼다. 부잣집 아들인 맬컴은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건축가가 된다. 가족의 기대와 응원을 전폭적으로 받는 제이비는 자신의 그림으로 세상을 놀래키고 싶다. 명문대생인 네 친구 중에서도 가장 머리가 좋고 성적이 뛰어난 주드는 로스쿨에 진학한다.


대학 동창 중에서도 유별나게 친한 네 사람이니 닮은 점이 많을 것 같지만, 사실 이들 네 친구는 닮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 특히 주드는 자신이 다른 세 친구와 아주 많이 다르다고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그에게는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비밀이 있다. 윌럼, 맬컴, 제이비는 주드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이 없고, 팔과 등에 상처가 끊이지 않고, 다리를 절게 된 사연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으나 주드를 존중해 캐묻지 않는다.


그러나 친구들의 선의와는 반대로 주드의 인생은 점점 바닥으로 치닫는다. 겉으로는 결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로스쿨 졸업 후 주드는 뉴욕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들도 만나고, 안정된 수입과 꿈에 그리던 집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겪은 학대와 폭력, 성장 과정에서 학습한 불안과 자기 혐오로 인해 주드는 자신의 삶이 행복에 가까워질수록 고통을 자초(自招)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헌신적으로 자신을 돕는 사람이 주변에 몇 명이나 있는데도 과거를 봉인하고 자해를 일삼는 주드의 모습은 일견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주드의 과거를 통해 주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좀처럼 할 수 없었던 이유와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주드의 상태는 일종의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보인다. 어릴 때 고문과 사고 수준의 심각한 사건의 경험했고, 사건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모습이 그러하다.


어떤 고통은 너무나도 심각하고 치명적이라서, 마음의 준비가 되면 편하게 털어놓으라는 격려나 이제 그만 잊으라는 선의의 조언조차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걸 주드를 보면서 실감했다. 그만큼 주드가 경험한 어린 시절의 성적 학대와 폭력이 한 인간의 생애에 얼마나 깊은 고통과 상처를 남기는지도 재확인했다. 우리 중 누가 이런 사연을 품고 견디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너무 쉽게 남에게 이런 저런 것을 권하고 심지어는 충고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반성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삶을 궁금해 하고, 비난 받을 것을 감수하면서도 기꺼이 개입하는 사람들의 고결함과 숭고함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윌럼, 맬컴, 제이비 그리고 앤디, 해럴드, 줄리아 같은 사람들이 주드의 주변에 없었다면, 주드는 얼마나 더 고통스럽고 비참했을까. 우리 모두의 '리틀 라이프(보잘 것 없는 인생)'를 조금이라도 덜 '리틀'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우리 자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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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창창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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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몽에 용과 호랑이가 나와서 '용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곽용호는 거창하고 비범한 태몽과는 다르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찌질한 인생을 살고 있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 얼굴은 본 적이 없고, 외할머니와 외삼촌으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자랐으며, 삼수 끝에 4년제 인서울 대학에 간신히 들어갔지만 몇 년째 취업을 못하고 있다. 이런 용호를 가장 괴롭히는 건, 용호와는 정반대로 하는 일마다 잘 되는 인기 드라마 작가인 엄마 곽문영이다.

용호의 엄마 문영은 드라마계의 스타 작가로서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사람들은 문영의 인생에서 유일한 오점은 별 볼 일 없는 딸뿐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어릴 때부터 그런 시선 속에서 자란 용호는 문영을 원수처럼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엄마와 대판 싸우고 집을 나온 용호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문영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는 피디 오혜진. 그에 따르면 엄마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데... 

설재인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 <별빛 창창>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이다. 소설 초반 용호와 문영 모녀의 현재 관계가 묘사되고, 문영이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용호가 친구 장현과 함께 문영이 할 일을 대신하는 상황이 펼쳐질 때만 해도, 나는 용호가 문영의 삶을 살아보면서 문영의 심정을 이해하고 마침내 용서하는 전개가 이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용호와 장현이 문영의 이름으로 새 드라마의 극본을 집필하는 와중에 '광혜암'이라는 뜻밖의 장소가 등장한다.

용호와 장현이 광혜암을 찾아간 이후에도 반전은 계속된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반전 덕분에 내가 얼마나 편견에 갇혀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고, 거듭되는 반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실과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주는 관계를 더욱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광혜암이 어떤 곳이며,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인지에 대한 묘사들도 좋았다. 작가님의 다음 소설에서도 만나고 싶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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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의 말 - 글쓰기의 경이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김혜순 지음, 황인찬 인터뷰어 / 마음산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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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의 '말' 시리즈를 좋아한다. 인터뷰를 통해 몰랐던 인물을 알게 되어서, 알았던 인물은 더 깊게 알 수 있어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구입해서 읽어보는 편이다. <김혜순의 말>은 김혜순 시인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구입했다. 수많은 한국의 문인들이 김혜순 시인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아서 김혜순 시인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고 그의 시집과 책도 읽어 보았지만, 시심이 깊지 않은 나에게는 오랫동안 멀게 느껴지는 존재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김혜순 시인의 모든 시집과 책을 읽어보고 싶다, 눈으로 가볍게 훑어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사유하는 경지에 다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1979년 <문학과지성>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해 40년 이상 시를 써온 김혜순 시인을 후배인 황인찬 시인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와 시 창작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김혜순 시인의 개인사도 많이 담겨 있어서 전기(傳記)의 느낌도 난다.


서문에서 황인찬 시인은 "김혜순 시의 최종 심급이라 할 수 있을 '여성성'에 대해서는 장을 따로 할애하지 않았다."라고 밝히며 그 이유를 "저 모든 사유의 저변에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여성으로서 쓴다는 것'이라는 의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9쪽)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 시인으로 산다는 것과 시를 쓴다는 것만큼이나 여성으로 태어나 산다는 것과 여성으로서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 책에 따르면 여성으로 태어나 산다는 것뿐 아니라 여성으로서 말하고 쓰는 것에도 수많은 억압과 차별이 작용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기본적으로 남성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언어로 여성의 체험이나 생각,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상화, 타자화의 관습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그래서 김혜순 시인은 시 쓰기가 아니라 '시하기', '남자-인간-서구 되기'에 대항하는 '여자-짐승-아시아 하기'를 제안한다.


김혜순 시인은 삶과 죽음을 분리해서 보는 이분법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죽음은 '나'만의 개인적인 체험이 아니라 복수의 사람들이 함께 경험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의 죽음뿐 아니라 국가적 재난이나 사고로 인한 죽음 또한 나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남긴다. 김혜순 시인에게 '시하기'는 이러한 고통을 언어로 형상화하려는 시도 너머의 그 무엇이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 알 때까지, 김혜순 시인의 시와 글을 계속 따라 읽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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