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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서 내가 취한 것, 오로지 마음에 닿은 것은...
신에 대한 냉소, 타인의 공감과 연민에 대한 비아냥.
상실이 누구보다 당사자에게 거대한 사건임을 부끄러움 없이 덜어내거나 보태지도 않고,
드러내보이는 글을 쓴다는 용기.
어쩌면 대단한 자의식.
그게 줄리언 반스 인가보다.
원제 levels of life가 이 책을 이해하는데는 훨씬 어울리는 제목이지만, 그랬다면
좀 덜 팔렸겠다는 생각도 덤으로 살짝.
우리는 평지에, 편편한 면위에 발을 딛고 산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망한다. 땅의 자식인 우리는 때로 신 못지않게 멀리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종교로 날아오른다. 대개의 경우는 사랑으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날아오를 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리를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힘에 의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외국의 어느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 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p.60
˝이건 그냥 우주가 제 할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
바로 `이것`, 이토록 거대하고 강렬한 `이것`이 `모든 것`의 이유일 뿐이었다. 그 말엔 어떤 위안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어쩌면 그 말은 가짜 위안에 저항하는 대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주가 다만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면 우주 자신에게도 똑같이 할 수 있을 터이니, 우주 따윈 될 대로 되라지. 세상이 그녀를 구할 수도 없고 구하려 하지도 않는다면, 도대체 내가 뭣 때문에 세상을 살리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단 말인가? -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