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아 버틀러의 말 - 희망으로 연결된 SF 세계, 우리의 공존에 대하여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콘수엘라 프랜시스 엮음, 이수현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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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소설을 써왔다는 버틀러. [킨]이란 소설로 우리나라에 알려졌다. 나는 버틀러의 소설을 세 권 읽었는데, 그의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버틀러는 세 종류의 독자가 있다고 한다. 페미니스트, SF팬. 흑인. 모두 주류에서 벗어난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세 가지를 모두 지니고 있는 버틀러의 삶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단 3년밖에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버틀러. 지나치게 큰 키로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는 버틀러.


그래서 어려서부터 소설을 썼다는 버틀러다. 그가 어린 시절에 읽었던 소설이 주로 SF작품이었다고 하고, 그도 그런 소설을 썼다고 한다.


물론 많은 작품들이 거절을 당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를 계속 해왔다는 사실. 다른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글이 지닌 문제점을 파악하고, 계속 쓴 결과 지금처럼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는 버틀러.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하나로 규정짓기를 거부한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킨]을 SF작품으로 보는데, 버틀러는 이 작품에서는 과학에 관한 표현이 거의 없기 때문에 판타지 소설로 봐야 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노예제 사회의 실상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설을 쓴 것. 


이렇게 버틀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다고 하고, 그런 결과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소설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의 작품 세계를 알 수 있는 인터뷰집이다.


더 많은 말이 필요없다. 그가 인터뷰에서 한 말을 읽어보면 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실린 시는 지금 우리에게도 유용하다. 그가 안타까워했던 미국의 현실이 우리에게도 적용이 되고 있는 이런 현실. 답답하다.

작가에게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작가를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뭐든 타자기의 먹이로 쓸 수 있다는 거예요. 아무리 끔찍한 일이었다 해도 나중에 써먹을 수가 있죠. - P41

어떤 종류든 중요한 변화야말로 SF의 핵심이에요. - P59

저는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두 가지가 필요해요. 제목과 결말이요. 그 두 가지가 나오지 않았다면 그냥 아직 시작할 때가 아닌 거예요. - P67

...소설을 읽고 싶어 한다면, 그 소설은 꽤 좋은 이야기, 이야기로서 독자들의 관심을 붙들 이야기인 쪽이 좋아요. 다른 수많은 소설은 물론이고 텔레비전, 영화, 스포츠, 그 밖의 다른 오락물들과 경쟁해야 하죠. - P70

SF의 멋진 점 하나는 제가 파고들고 싶은 것은 뭐든 자유롭게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이에요. - P121

작가로서 제가 하는 일은 제 인생을 캐내고, 역사를 캐내고, 뉴스를 캐내고, 뭐든 거기 있는 걸 캐내는 거예요. 마치 온 우주가 광물이고 저는 그 안에서 금을 캐내야 하는 것 같죠. 그리고 물론 저는 제 글에서 제 인생의 조각들을 볼 수 있어요. 아까 이야기한 특성들로 말하자면, 당연히 저를 방해하기도 하고 저를 밀어주기도 하고 다른 일들도 해요. - P126

우리 모두가 훨씬 열악한 삶을 받아들인다면 훨씬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겁을 먹는단 말이에요. ... 문제가 실제로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믿질 않아요. - P137

사람들은 정말로 하던 대로 하는 걸 훨씬 편안해하거든요. 그 하던 대로 하던 일들이 불가능해지기 전까지는요. - P139

많은 사람이 그저 우월감을 느낄 대상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 자기 이익에 맞지 않는 투표를 하면서요. 딱 우리를 파멸시킬 근시안적인 행동이에요. - P157

작가의 글은 작가 내면의 감정과 생각과 믿음과 자아의 표현이죠. 직업 작가로서 글을 쓰는 방법을 익히기가 어려운 건 그게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이기도 해요. 거절은 정말 고통스러워요. - P168

독서는 그런 식으로 우물을 채워요. 상상력의 우물을 채워주죠. 그러면 그 우물로 돌아가서 채워둔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거예요. - P195

하지만 위험한 건 우리가 더 위계적일수록 우리나 다른 사람의 지성에 귀 기울일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거예요. - P234

글쓰기의 멋진 점은 세계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서도 계속 새로운 발견을 한다는 거예요. - P243

저는 책을 한 권 살 때, 이 책에서 아이디어 하나만 얻어도 제값을 하는 거라고 말해요. 책을 한 권 쓸 때는, 제가 단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가치 있는 일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영향이 좋은 것이라면요. - P254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모를 때 마구잡이로 희생양을 찾는 경향이 있어요. - P288

(딜레이니의 말) 텍스트는 원래 선형적이지 않아요. 텍스트는 다중적이고, 정말로 읽는 사람,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쌍방향의 과정이죠. - P323

지혜와 선견지명을 기준으로 지도자를 선택하라. 겁쟁이를 지도자로 고르면, 그 겁쟁이가 두려워하는 모든 것에 좌우될 것이다. 바보를 지도자로 고르면, 그 바보를 조종하는 기회주의자들에게 끌려다닐 것이다. 도둑을 지도자로 고르면, 그대의 가장 소중한 보물을 훔쳐 가달라고 내미는 꼴이다. 거짓말쟁이를 지도자로 고르면, 거짓말을 해달라고 청하는 꼴이다. 독재자를 지도자로 고르면, 그대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노예로 넘기는 셈이다. (443쪽.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에 나온다는 시) - P443

조심하라. 우리는 너무 자주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내 말처럼 한다. 우리는 남에게 들은 말을 우리의 생각인 양 여긴다. 우리는 봐도 좋다고 허락받은 대로 본다. 더 나쁠 때는, 보라고 지시받은 대로 본다. 반복과 자만으로 인해 그렇게 된다. 뻔한 거짓말이라도 반복, 반복, 또 반복해서 보고 들으면, 거의 반사적으로 그 말을 내뱉게 되고, 그다음에는 우리가 그 말을 했다는 이유로 옹호하게 되고, 마침내는 우리가 그 말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게 된다.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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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여름인가 싶은 날씨다. 춘하추동(春夏秋冬) 중에서 춘추는 점점 짧아지고, 하동은 점점 길어지고 심각해지고 있으니,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우리나라의 날씨가 두 계절은 뚜렷하고, 나머지 두 계절은 온듯 가버리는 현상이 만들어졌나 보다.


  이번호 편집자의 말 주제가 '인연'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는데,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우연들이 겹쳐 그러한 인연이 만들어졌을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만이 아니다. 자연과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곳에 있는 만물들이 다 나하고 인연이 있어서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어느 하나도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가끔 목이 잘린듯이 뎅강뎅강 잘라져 나간 나무들을 볼 때가 많다. 요즘은 두꺼운 가지 몇 만 남기고 다 잘라버려, 저 나무들에 언제 무성한 가지와 잎이 나올까 싶은 나무들도 있다.


나무들이 아니라 전봇대가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잘라버린 나무들. 집 근처 공원 산책길에 자목련 나무가 있었다. 색깔이 특이해서 이 맘때면 예쁜 색깔을 자랑하던 자목련. 사람들이 자목련 나무 곁에서 한참을 구경하다 사진을 찍다 하곤 했었는데...


올해 그 나무가 사라졌다. 분명 자목련 꽃을 피웠어야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어, 왜 없어졌지? 자목련 나무를 봤던 자리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없어졌다. 뿌리째 뽑아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그나마 나았으련만, 그럴 수고를 했을지 의문이다. 그냥 베어버렸다면, 왜?


나무와 맺었던 인연이 다른 사람에 의해서 한 순간에 끊기고 말았다. 해마다 그 자리에서 예쁜 꽃을 피웠던 자목련이 이렇게 나와의 인연이 끊기다니...


서운하면서 화가 났는데, 이번 호에서 이와 비슷한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자연과의 관계를, 인연을 함부로 대하는 존재들이 많다는 것에, 그런 존재들이 대부분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자리에 있다는 씁쓸한 현실에 마음이 상했다.


한창 화사한 봄꽃들이 제 자태를 뽐내고, 그러한 봄꽃들로 인해서 우리들 마음도 함께 환해지려는 이 때, 마음의 등불을 꺼버리는 행동들을 하다니...


전주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나 보다. 윤은성 시인의 글 '쓰지 못하는 사람'에 전주천에 있던 버드나무들을 베어버린 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버드나무는 시민사회와의 소통 절차가 필요했음에도 새벽에 불시에 잘려나간 것으로, 이 일은 전주 시민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홍수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베어냈다고 하지만 버드나무가 홍수 피해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를 전주시는 제시하지 못했다.' (63쪽)


시에서 이런 행위를 한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행위는 자연과 시민들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와 소통하지도 않았다면, 자연과 교감하려는 노력은 더더욱 하지 않았으리라. 그러니 인연을 소중히 여길 수가 없지.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와 관계 있는 일을 하기 전에 여러모로 따져보았으리라.


길을 걷다가 흔히 보게 되는 다 잘린 나무들.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고 함부로 뽑힌 식물들, 그런 존재들을 더는 보지 않게 되었으면 한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 이 자리를 누리고 있는, 인연을 맺은 존재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소중하게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이렇게 이번 호를 읽으면서 자연과 사람의 인연을 생각했다. 나는 과연 나와 인연을 맺은 존재들을 소중히 여겼는지, 그 존재들에 내 마음을 주기는 했는지를...


봄이 가고 있다. [빅이슈]를 읽으면서 빅이슈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나와 인연을 맺은 많은 존재들이 있음을 생각한다. 그 존재들이 내게는 소중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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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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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부분부터 뭐야?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번역으로 읽어서 원문의 문체를 모르겠지만, 적어도 번역문에서 독특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소설인데, 탁-탁-탁 하는 리듬을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짧은 문장들이 계속 나온다. 이토록 간결한 문장들이 연속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게다가 같은 단어들, 같은 문장들이 반복된다. 상황도 반복되고. 


음악에서 도돌이표가 있는 듯이 소설은 계속 나아가다 돌아가고 또 나아가다 돌아가고, 반복, 반복의 연속이다. 이런 문장들 속에서 리듬을 느낄 수 있다.


첫부분을 보자. 짧은 문장. 반복되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이런 부분이 또 계속해서 나온다. 자꾸 앞으로 돌아가, 돌아가 하는 듯이. 도돌이표. 불안에 싸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 도돌이표와 같지 않을까, 그런 점을 표현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문장들의 반복이다.


'나는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하여 나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은 바로 지난 여름이었다. 나는 적어도 10년은 보지 못했던 크누텐과 다시 마주쳤다. 크누텐과 나, 우리는 늘 함께였다. 내게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 불안 증세로 내 왼팔, 내 손가락이 쑤신다. 난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8쪽)


인물이라고 해봐야 겨우 셋인데, 아니 소설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둘인데, 이름이 나오지 않는 '나'와 '크누텐'


'나'는 시작부터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그런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서 글을 쓴다. 글쓰기가 치유의 한 방식이지만, 여기서 글쓰기는 치유가 되지 않고, 그의 불안감을 계속 심화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불안감을 계속 떠올린다. 왜 불안한가? 별것도 아니다. 그 별것 아닌 것이 별것이 되는 것. 이 소설이 지닌 장점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다치는데, 뒤로 가면 '크누텐'이 서술자가 되는 부분들이 있다. 이상하게 다른 인물인데도 이들의 서술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비슷하다. 둘다 무언가 모를 불안에 차 있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냥 감정을 안으로 안으로 들여 자신의 행동을 제약한다. '나'도 그렇고 '크누텐'도 그렇다.


이러니 이들은 어릴 적 친구라고 해도 계속 어긋날 수밖에 없다. 나와 크누텐의 관계만이 아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도 잘 관계 맺지 못한다. 무언가 계속 어긋난다. 크누텐의 아내와 만나는 장면에서 그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런 만남을 크누텐에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은 크누텐도 마찬가지다. 무언가가 관계를 맺는데 실패하게 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안으로만 들어가는 태도 때문인지도 모른다.


보트하우스라는 낡은 곳, 아무도 찾지 않는 곳. 그래서 어린 시절 그들의 피난처이자 놀이터이기도 했던 그곳이 나오지만, 그 보트하우스처럼 '나'도 '크누텐'도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못하고 제 자리에서 쇠락해갈 뿐이다.


보트하우스는 그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장소가 되는데, 그들에게 의미가 있던 그 장소가 이제는 그냥 쇠락한 공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만큼 자신들을 옥죄고 있는 불안들도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들이 그렇게 마음 졸이고, 불안에 떨던 많은 상념들이 삶에는 별다른 의미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관계는 파탄날 뿐이다. 크누텐이 아내와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유가 어린 시절의 어떤 경험때문이라면, 그런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보트하우스처럼 그 자리에서 그냥 낡아갈 뿐이라는 것, 자신의 삶을 갉아먹을 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 점은 '나'도 마찬가지다. '나'가 변변한 일자리도 갖지 않고, 그나마 어린 시절부터 해오던 연주일을 하던 것에서 이제는 집 안에만 처박혀 글만 쓰는 일은 관계의 파탄이다. 외부와 연결돼 있던 끈을 놓아버리고 만 것.


하여 인물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데, 그런 짜증을 작가는 짧은 문장들을 경쾌하게 배치함으로써 누그러뜨리고 있다.


이들의 우유부단함, 관계맺기의 실패 등이 경쾌한 문장으로 소설을 끝까지 읽어가게 만들고 있다. 아마도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문장이 짧고 경쾌했다는 사실은 남을 것 같다. 


자신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생각들의 늪을 작가의 문장처럼 날렵하고 경쾌하게 벗어던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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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수학특성화중학교 시즌 2. 1~3 세트 - 전3권 수학특성화중학교
김주희.이윤원 지음, 녹시 그림 / 뜨인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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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에 이어 시즌2다. 역시 세 권으로 이루어졌다. 시즌1에 나오는 인물들에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고,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달라진다. 그리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사실 중학생이 개입되기에는 너무도 큰 사건이다. 그렇지만 중학교 때 이런 사건을 해결한다는 환상을 품은 학생도 적지 않으니, 중학생들의 환상을 채우는 데는 이만한 이야기도 없겠단 생각도 든다.


시즌1에 나오는 악당이 제로다. 왜 이들이 악당이 되었는지 전 편에서는 알 수가 없었는데, 2에서는 피타고라스와 연결지어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한다.


질서, 인간 지식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 이것을 벗어난 것에 대한 증오. 그래서 무리수를 발견하고 주장한 피타고라스의 제자인 히파수스가 죽임을 당한다는 얘기가 시즌2에 등장한다. 그의 죽음이 바로 테러와 연결이 되고, 이것이 제로와 연결이 되게 만든 것.


소설이 어느 정도 개연성을 지녀야 한다면 왜 그런 사건을 일으키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 피타고라스와 히파수스를 등장시켰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중학생들이 겪을만한 모험을 가미해서 사건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즉 어른들 세계에 제로가 있다면, 아이들 세계에는 성찬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노을, 란희, 파랑, 아름이 있고. 여기에 성찬이 사건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무리수라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이 소설을 요약하면 썸, 아이돌, 성적,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생활을 해야 하니 당연히 성적이 들어가고, 수학특성화중학교라고 하니, 수학에 관한 내용이 간간이 나와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문을 연다든지, 온수를 튼다든지, 식사를 할 때 간식을 더 받는다든지 할 때마다 수학과 관련된 문제가 나오고, 그를 풀어야지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한 전개다.


그렇다고 이렇게 수학 문제만 나오면 대부분은 흥미를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이 겪는 소위 말하는 '썸'탄다는 말에 해당하는 연애 비슷한 감정들과 관계들이 나온다. 이것이 풋풋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제로라는 악당을 통해서 모험을 겪게 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흥미진진한 모험을 하게 한다. 책을 통해서 하는 간접 경험. 이것 역시 괜찮은 방법이다.


다만,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고민들은 이 소설에 나오지 않는다.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내용으로 전개되다 보니, 등장인물들이 모두 대단한 능력자들이다. 그리고 문제가 커다란 위기 없이 해결이 된다.


이것이 이 소설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도 한다. 어차피 문제는 해결될 것이고, 그 과정을 따라가면 되니까. 


소설을 통해서 현실을 반추하고,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지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기보다는 경쾌하고 발랄하게 사건을 진행함으로써 현실을 잊고 다른 사람의 세계에 몰입하게 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마다 등장하는 수학에 관한 문제들이 수학이 실제 생활과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비록 조금일지라도 수학은 우리 생활과 별 관계가 없다는 생각을 없애는데 도움을 준다.


빠르게,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보면서도 마음 졸이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그러면서 수학 문제도 한번 등장인물들과 함께 풀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소설이다.


청소년들이 읽으면서 수학이 이렇게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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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수학특성화중학교 시즌 1. 1~3 세트 - 전3권 수학특성화중학교
이윤원.김주희 지음, 녹시 그림 / 뜨인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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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특성화중학교'


수학 영재를 키운다고 세울 수 있는 학교다. 과학고가 있으니 수학고가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수학고는 없다. 과학고에 수학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재고가 있는데, 이 영재고가 바로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학생들이 있는 학교 아니던가.


고등학교도 그런데 수학특성화중학교라고 하면 특목고가 아니라 특목중이다. 이런 학교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글쎄?


제목은 이렇지만 수학특성화중학교답게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이 많은 학교로 설정이 되어 있지만, 소설은 중학생들을 중심으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진노을, 허란희, 임파랑, 박태수, 한아름이라는 중학생 다섯이서 겪는 갈등과 호감이 한 축을 이루고, 여기에 교사로 나오는 정태팔, 김연주, 류건과 관련된 사건이 또 한 축을 이룬다.


그리고 이 두 축이 맞물려 사건이 전개된다. 1권은 비교적 가볍게. 요즘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 거의 알파고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서는 '피피'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노을에게 발견되는 과정이, 2권에서는 류건과 관련된 제로라는 단체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3권에서는 그러한 갈등이 해결이 된다.


이런 서술 과정에서 수학 문제가 간간이 나오는데... 물론 중학교 수준의 문제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서 함께 문제를 풀어볼 수 있다.


즉, 수학을 어렵게만 여기던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어 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소설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수학 문제가 많이 나오면 아마도 중학생들은 책을 덮고 말 것이다. 그래서 적당하게 문제를 배분하고 있다. 많이가 아니라 적게, 필요할 때, 즉 모험을 할 때 힌트를 주는 식으로, 그 힌트가 바로 수학과 관련이 있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호감과 갈등이 중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으며, 여기에 컴퓨터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이 펼쳐져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수학특성화중학교라는 제목에 수학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을 거라고 하지만, 학생이 수학 천재이고, 그런 학생들에게 수학과 관련된 행사를 많이 한다는 설정으로, 수학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보면 된다.


보통 학생들보다 배경이 좋은 인물들이 설정되었다는 점에서 아마도 학생들이 감정이입을 하기보다는 자신과는 다른 멋진 학생들의 이야기를 본다는 관점에서 읽을 가능성도 많지만, 오히려 그것이 수학과 거리를 두어서 좀더 객관적으로 수학을 볼 수 있게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중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청소년들의 모험과 성장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여기에 수학이 양념처럼 가미되어 있는 소설이다. 중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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