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것들의 기록 - 유품정리사가 써내려간 떠난 이들의 뒷모습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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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을 두 번째 만난다. 앞서 출간된 책을 읽으면서, 어느 매체에서 봤던 죽은 지 한참 지난 후에 발견된 백골 시신 이야기가 생각나곤 했다. 누군가 떠난 자리를 정리하는 일이 쉬울 거로 생각한 적은 없지만, 마음까지 어려워질 거란 생각을 크게 하지는 않았다.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남겨진 사람이 당연히 하는 거로 여겼던 마음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종종 나의 마지막 순간을 걱정하는 걸 보면, 나를 보내주는 이가 있을 거라는 당연한 생각은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나 혼자 지내다가 나 혼자 떠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마저도 누군가 확인해 주지 못한다면 죽음 이후의 모습마저 고독하고 쓸쓸함으로 각인될 것 같아서, 혼자 있다가 혼자 떠났다는 것 자체가 죽기 전까지 외로웠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보여서 우울해진다.


정말 많이 바쁜 상황이 아니라면, 하루에 한 번씩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묻곤 한다. 장난처럼, 엄마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하는 전화라고 말하곤 하는데,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혼자 계신 엄마가 넘어져서 움직이지 못 하는 상황에라도 처했을까 봐, 저자가 방문하는 작업 현장처럼 엄마가 돌아가시고 며칠이나 지나서 발견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특히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아지는 요즘에 엄마를 걱정하는 시간은 배가 된다.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손을 다쳐서 입원했고 퇴원하고서도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해 불편한 것뿐인데, 곧 다른 부분을 치료받으러 다시 입원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니 별일 없는지 묻는 안부는 끝이 나지 않겠지. 나이를 먹고 하루가 다르게 노쇠해지는 몸은 어쩔 수 없지만, 육체의 질병보다 아픈 상황에서의 마음마저 불안해진다면 몸의 회복은 더디거나 아예 낫지 않을 거다.


25년이 넘도록 이 일을 하는 저자는, 매번 유품을 정리할 때마다 전해지는 고인의 외로웠을 시간에 안타까워하고 먹먹함을 느낀다. 누군가의 관심이 한 사람의 죽음을 막는다거나 외롭지 않게 할 수는 없겠지만, 덜 외롭게 떠나보낼 수는 있다는 마음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떠난 이들이 남겨놓은 것들, 남겨진 공간의 흔적들은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온 집안에 쓰레기와 물건으로 가득 차 집 앞 도로에서 잠을 잤다는 노인의 외로움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자기 인생 책임지며 살아가는 어른이 되고 싶었으나, 번번이 좌절하는 날들에 세상을 놓아버린 청년. 자기 인생 찾겠다며 이혼하고 새 삶을 시작했던 아내가 스스로 놓아버린 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남편은 알지 못했다. 매일 짐을 싸서 이삿짐 트럭을 부르고, 그때마다 아들의 연락을 기다리며 출발하지 못하는 이삿짐 차를 붙잡고 있는 치매 노인의 안타까운 사연은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파진다.


희로애락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한 사람의 인생을 지우는 작업은 참으로 공허했다. 문득 이것이야말로 고독사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고독사는 다른 말로 절망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절망과 좌절 때문에 조금씩 생활이 무너지고 관계도 끊겨 홀로 죽게 되기 때문이다. (144)


말로 다 전하지 못하는 고독사의 여러 현장과 그들의 사연은 이 시대의 어둠인 듯하다. 그들이 삶의 애착을 가지는 동안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고 애쓰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내일을 기다릴 수 없고, 더는 붙잡고 있을 여력도 없을 때 놓아버리는 생의 쓸쓸함은 누구를 탓해야 할까. 그래서 어떤 의미로든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필요한 건가 보다.


엄마가 밥맛이 없다고 할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남편이 있을 때는 시간이 걸려도 식사준비를 하는 편인데, 나 역시도 혼자 있을 때는 매 끼니를 챙기는 게 아니라 그저 배가 고프다는 걸 느낄 때 밥을 먹는다. 그마저도 제대로 차려놓고 먹지는 않는다. 귀찮으니까. 간절한 허기를 채울 정도면, 어떤 것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입으로 무언가를 밀어 넣는다. 그러니 엄마가 밥맛이 없다고 하는 마음이 저절로 이해가 되는 거다. 누군가를 챙겨야 하거나 꼭 시간 맞춰 식사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그저 먹는 일조차 번거로울 뿐이다. 혼자서 먹는 밥이 맛있기도 어려울 테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그저 죽지 않으려고 먹는다는 표현을 종종 하시는데, 배고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외로움의 자리가 커진 건 아닐까 걱정이 되는 거다. 바빠도 일주일에 한두 번 시간 내서 엄마를 보러 가는데, 사실 그것도 쉽지 않다. 매일 전화하는 걸 챙기는 것도 잊을 때가 있는데, 직접 가서 보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수시로 찾아드는 외로움과 서글픔을 조금 덜어낼 수만 있다면, 외로움에 치여 혼자 떠나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의 이 번거롭고 귀찮음을 이기는 듯하다.


희망은 자가발전이 잘 안된다. 혼자서 아무리 기를 써봐야 쳇바퀴 위를 구르는 것 같아 지치기 십상이다.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고 꿈꿀 때 희망이 생겨난다. (178)


저자가 떠난 이들의 사연으로 전하고 싶은 것도 비슷하다.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여력도 없이 숨 가쁘게 살아가야만 하는 일상이지만, 그 사이에 생의 의지를 놓아버리는 이들이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분명히 있다고. 그가 하는 일은 누군가의 인생을 지우는 일이지만,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진심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고독사에 관한 사회적 관심은 많아지고 국가의 정책도 마련되어 있다는데, 이상하게 고독사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1인 가구도 늘어나고, 점점 더 개인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쉽게 낙관할 수도 없다고 한다. 그가 정리하려고 방문한 현장의 상황과 다르게, 단정하게 이별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의 바람일 테다. 그러려면 자기 삶을 스스로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혼자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으로 안전망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 정도만으로도 우리는 주변 사람에게 더 다정해지고, 외롭고 쓸쓸하지 않은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길 바랄 수 있지 않을까.



#남겨진것들의기록 #김새별 #전애원 #유품정리사가써내려간떠난이들의뒷모습

##문학 #에세이 #책추천 #관심 #돌봄 #고독사 #절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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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할로 베리티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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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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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늘 두 가지 선택의 순간이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후회할 가능성 역시 늘 존재한다. 첫 번째 순간은 뷰파인더에서 우리를 노리는 사건이 벌어질 때다. 두 번째 순간은 촬영한 필름을 모두 현상 인화하고 효과가 떨어지는 것들을 버려야 할 때다. 그 두 번째 순간에서 우리는 자신이 어느 지점에서 실패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이미 때늦은 순간이다.’ (본문 중에서)


아마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 마음이 왔다 갔다 하지만, 결국 해야만 하는 것을 선택하고 책임을 다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그래도 마음 한편에 남은 갈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도 불안하거나 무책임하게 여기지 않을 시간이 올 거로 믿는다. 어쩌면 그 믿음이 지금을 살게 하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벤의 현실도 그러하다. 월가의 잘나가는 변호사이고, 아내와 두 아이도 있는, 다른 이가 보기에는 충분히 행복한 삶인 것 같다. 중산층의 여유로움이 그의 일상을 더 풍족하게 해주는 듯하면서도 사회적 지위도 놓치지 않을 날들을 지내고 있다. 그렇게 만족하면서 살면 좋을 것을, 사실 그는 현재 자신의 삶에 구멍이 뚫린 것만 같다. 사진가로 살아가고 싶은 오랜 염원을 이루지 못 했기에, 변호사의 삶이 그의 현실을 풍요롭게 했을지 몰라도 그의 꿈까지 채워주지는 못 했다. 그의 빈 마음은 돈이 채워주었다. 사진을 찍지 못하지만, 언제라도 최상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사진 장비 마련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 최신의, 최고급 장비로 그의 암실을 채웠다. 그의 마음을 채워주는 건 그것뿐이었다. 아내와의 불화만 아니라면, 그럭저럭 만족하면서 살아갔을 것 같은데, 아내와 마음을 나눈 지도 오래다. 아내 역시 작가가 꿈이었지만, 결혼과 육아, 부족한 자기 시간으로 꿈을 이루지 못한 불만족이 가득하다. 그래서 자기 마음 읽어주지도 못하는 남편 말고, 앞집 남자 게리와 불륜을 저지른다.


렇다면 게리는 어떤 인물인가. 부모가 남겨준 신탁으로 겨우 생활을 유지하는 정도의 경제력인데, 그의 태도는 거만하기 이를 데가 없다. 설상가상, 벤이 놓친 사진가의 꿈을 이뤄가는 걸 자랑하느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그가, 벤은 참 꼴도 보기 싫었다. 안 그래도 자랑질에 미쳐 있는 게리가 미웠는데, 불화를 겪는 아내가 불륜을 저지른 상태가 게리라니. 어느 날 게리와의 말다툼 끝에 살인을 저지른 벤은, 이 위기를 벗어나고자 완전범죄를 기도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한다.


바로 앞에서 벌어진 살인을 수습하는 게, 완전 범죄로 만들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살아가는 게, 가능한 일인가? 도망을 친다고 해도 언제 잡히느냐 하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 그가 겁도 없이 이 상황을 이런 식으로 수습할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듯했다. 그런데 점점 그가 게리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그 자신이 어떻게 이 상황에서 벗어날지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보여주는 치밀함은 놀라웠다. 고객의 마음을 돌리고 최선을 선택(변호사가 일을 더욱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선택)하게 만드는 그의 영업 기술이 발휘된 걸까. 의외의 행운까지 그의 편이 되어 주었다. 이제는 그는 게리를 죽인 살인자 벤이 아니라, 그가 혐오했던, 아무도 찾아주지 않던 능력 없는 사진가 게리 서머스가 되었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의 외모까지 바꾸기를 어려울 테다. 벤이 게리가 되어 살아가기 위해 첫 번째로 지켜야 할 원칙은 얼굴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적당한 돈과 머물 곳이 있다면, 배가 고플 때 허기를 채울 정도만 된다는 게리로 살아가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그렇게 바라던 사진을 찍으면서 지내는 일상,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게 그저 조심히, 조용히 살아가면 죽을 때까지 살인자라는 것을 숨기고 살아갈 수도 있다. 나 역시 벤의 남은 삶이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게리를 죽인 건 이미 벌어진 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완전 범죄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그 완전범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면 될 일이 아닌가. 정처 없이 떠돌면서, 발길 머무는 곳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가면서 살아가는, 게리의 이름을 쓰는 벤을 상상하면서 읽었다. 늘 그렇듯, 인생이 어디 내가 바라는 대로만, 계획했던 대로만 흘러가지 않아서 문제였지만.


미 오래전 출간된 책이라 입소문은 익히 들어왔지만, 쉽게 읽게 되지 않아서 미뤄두었던 책이다. 페이지 수가 상당한 소설인데, 의외로 잘 읽힌다. 벤의 시선에서 보이는 여러 상황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하다. 아내와의 불화에 불편한 집안 공기, 아내가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육아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때 목격한 아내의 불륜, 모른 척하면서 한방 먹이고 싶어서 대면한 아내의 불륜 상대를 죽이게 된 일 등, 어느 것 하나 벤의 마음처럼 되는 게 없어서 안타깝기만 했다. 그러다가 기어코 벌어지고야 만 살인에, 벤이 앞으로의 항로를 어떻게 설정할지 궁금해서 계속 지켜보게 된다. 한동안 숨어 살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살인자로 붙잡힐지도 모르지. 벤이 붙잡히는 게 맞는 건지, 그래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살아가게 내버려둬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겠더라. 내가 심판할 것도 아니면서, 이상하게 와 닿는 벤의 간절함이 읽혔다고 해야 하나. 이왕 이렇게 된 거, 남은 시간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


남은 건 단 하나, 벤이 그의 살인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고 살아가는 것뿐이다. 알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살인자가 조용히 살아가게 만들지 않는다. 꿈을 이루지 못해서 갈증을 안고 살아가던 삶, 부유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시간, 살인자가 되어 비로소 그 꿈을 이루게 되었던 남자. 하지만 결코 그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었기에, 또다시 불안한 날들을 감당해야 했던 그의 인생이었다. 이제 또 어디로 흘러가려나.


한편으로는 이 소설이 혹시 코미디는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매 순간 이 남자가 잡히지는 않을지 걱정하면서 읽게 되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그때마다 우연처럼 행운(?)이 따른다. 누군가 그의 정체를 알고 신고할 것 같은데, 그의 살인을 혐오하면서 다시는 안 볼 것 같은데,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어떤 손이라도 잡을 수 있다는 듯이 보이는 설정에 웃음이 나는 건 왜인지. 아마도 작가가 벤을 통해 많은 사람의 간절함을 대신 이뤄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벤의 잃어버린 꿈, 가족이 있지만 여전히 느끼는 고독, 현실에 안주하면 편안하긴 하겠지만 가슴 속 간절함까지 놓고 살지 못하고 망설이는 나날들. 어느 곳에서도 완전한 나로 살아갈 수 없고, 내가 바라는 만족을 포기한 채로 살아가야만 하는 이들에게 소설로 전하는 일탈이라고 해야 하나. 언제나 우리 삶은 현실과 로망 사이에서 왔다가 갔다가, 간절히 바랐다가 포기했다가. 결국 를 잃어버리고 나니 이 실현되는 아이러니를 어쩌면 좋을까.


꿈을 꾸는 삶도 좋지만, 잃어버리고 나서야 아는 주어진 삶의 소중함도 잊지 말기를.


#빅픽처 #더글라스케네디 #도서출판밝은세상 #소설 #외국소설 #문학

##책추천 #소설추천 #완전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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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건 아닌 거....지?


이상하게 오탈자는 내 눈에 잘 안 보인다.

몇 번을 확인하고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고 해도, 항상 나중에서야 말이 이상하다는 걸 느낀다.

모든 것이 다 끝난 후에... ㅠㅠ


간단하게 리뷰 작성할 때도 그렇지만,


얼마 전에 수업 받는 거 마무리 서류 제출하려고 검토하는데,

몇 번을 확인하고 또 하고, 빠진 거 없나 살피고 하면서 빨리 제출하고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제출하자마자 퇴짜 맞았다. ㅎㅎㅎ

일단 실습 일지 양식에 어긋나는 게 있어서 퇴짜. 날짜와 내용 안 맞아서 퇴짜.

몇 번을 확인했던 문장들에도 오탈자.


그때는 마지막 제출까지 거의 한 달의 시간이 있어서 차분하게 처음부터 다시 쓰고 고쳤다.

내용 확인, 날짜 확인, 또 확인 또 확인, 오탈자 확인.

최종본 제출하기까지 몇 번을 반복해서 확인했는데, 제출하려니 손이 벌벌 떨린다.

다시 퇴짜 맞을까 봐.


근데 정말, 오탈자는 왜 자기 눈에는 잘 안 보여?











그 유명한 작품, <빅 픽처>를 아직 못 읽어서,

이번에 출간된 개정판으로, 새로운 표지로 만나보려고 희망도서 신청했는데,

구판으로 입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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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4-0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

구단씨 2024-04-04 20:14   좋아요 1 | URL
ㅠㅠ
정말 나중에 오탈자 발견하고 나면 당황스러워요.
그리고,
이놈의 맞춤법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ㅎㅎㅎ
 


최재봉. 상대는 나를 모르지만, 마치 나는 그를 잘 아는 듯한 느낌에 익숙한 이름. 문학 기사에 적힌 작성자의 이름을 먼저 살펴보게 되는 저자의 글에 시선이 멈춰져서 읽곤 했다. 그저 신문의 한 면을 담당하는 기자 정도로 여겼다가, 매번 어떤 문학 작품을 검색하면서 그의 글로 이동할 때마다, 차곡차곡 그의 이름이 내 기억에 쌓인 듯했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모든 글을 다 읽은 것도 아니고, 그가 써 놓은 글을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문학 작품을 읽고 기사를 쓰면서 이 분야에 뿌리내린 내공이 상당하다는 것은 알겠더라. 더 자주 그의 글을 만나보고 싶었으나 이놈의 게으름은 그저 우연처럼 걸리는 그의 글을 마주하는 데 그쳤다. 그런 상황에 만난 이 책이 그저 반가웠다. 일부러 찾아서 읽기는 어려워도, 그의 문학 기자 생활 30년을 아우르는 글을 모아 놓았으니 고마울 뿐이다.


이번 출간작 『이야기는 오래 산다』는, 책장에 오래 두고 종종 꺼내보고 싶은 책이 되었다. 구성이 다양하면서도 문학이란 분야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담아내서, 문학을 다양하게 맛보고 즐기게 해주는 기분이랄까. 소개하자면 끝이 없을 듯하여, 일단 펼쳐보고 문학 작품 만나는 재미와 감동, 저자의 설명, 한국 문학의 역사까지 두루 엿보는 즐거움의 시간이라고 해야겠다. 


1, 작가와 작품에서는 오랫동안 사랑 받은 작가와 작품을 이야기하며, 사적으로 만난 시간까지 문학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박완서 작가와 이별하는 시간에는 추모의 글을 담기도 했다. 가장 의외였던 건 김소진 작가의 이야기였다. 같은 기자 생활 하면서 똑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데, 책을 세 권이나 낸 게 놀라웠다는 것. 나 역시 그 시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라기만 했다. 지금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취재하던 시절이었으니 시간이 더 모자랄 것 같은데,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왔다는 꾸준함이 그의 작품 세계의 바탕이 되었나 싶기도 하다. 마지막 부분의 황현산 작가의 인터뷰는 그의 모든 작품을 만나보고 싶게 했다. 유감스럽게도 찾아보니 그의 작품을 완독한 게 하나도 없더라.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목록을 만들어두고 한 권씩 찾아봐야겠다는 다짐을 남긴다.


2부, 쟁점과 인물에서 언급한 노벨문학상에 관한 생각은 앞으로도 많은 작가와 노벨문학상 관계자들이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를 던져준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 문제는 저자가 언급하기도 전에 많은 사람이 생각했던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변이 없다면 반년 후에는 올해의 노벨문학상이 발표되겠지. 많은 후보가 언급될 테고, 몇몇은 수상을 기대하며 발표의 순간을 기다릴 거다. 누가 받아도 그에 걸맞은 작품으로 인정받았을 테지만, 스웨덴인 심사자 여섯 명이 결정하는 수상 작가는 정말 전 세계의 작가를 대상으로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아무래도 유럽 문학에 익숙하기에 특정 문학 작품들에 더 마음이 쏠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남는다.


3부 칼럼에서 저자의 다양한 시선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그 역시 문학 작품 소개와 더불어 이야기를 꺼낸다. 그중에서도 코로나 시대의 문학은 정말 많은 공감을 담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21세기의 집단 감염병이라니, 말 그대로 과거의 어느 시대에, 소설에서나 봤을 듯한 상황을 현실에서 겪으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고민했다. 저자는 특히 문학의 역할을 이 소설에서 다시 확인한 게 아닐까 싶다. ‘입 다물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무리에 속하지 않기 위하여라고 이 소설을 설명하는 부분을 발췌해서 들려준다. 이 책의 1부에서 소개했던 조세희 작가가 왜 후속작을 완성하지 못했는지, 어떤 고민으로 오랜 세월 수정을 거듭하며 붙잡고 있었는지 추측할 수 있는 것과 닮았다.


4, 서평에서는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더 채우는 시간이었다. 알지만 읽지 않았던 작품, 몰라서 접근하지 못했던 작품, 내용을 듣고 보니 꼭 한 번은 읽어보고 싶은 작품 등 다양한 작품 소개를 담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애란 작가의 달려라, 아비를 옆에 두고 오랫동안 읽지 않은 게 생각나서 눈앞에 꺼내두었다. 아마 그때, 나는 나의 아버지를 두고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청소년 시절에 친구의 아버지가 친구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알았다, 세상 모든 아버지가 같을 수 없음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하고 싶은 몸부림이었을까. 김애란의 작품 속 아버지들은 참, 많은 감정을 뒤섞이게 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자가 소개한 달려라, 아비작품 속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마지막 부분의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도 인상적이다. 많은 부분에서 올해의 책,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음에도, 많은 독자가 읽고 여러 번 증쇄를 거듭했음에도, 문인 주소록에 담기지 못하는 작가라는 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단편으로 인정받는 분야에서 장편으로 승부를 내는 작가를 차별하는 건지 뭔지,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굳이 이런 구분이 필요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그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으므로 함부로 말할 수도 없고. 그저, 이 말은 할 수 있겠다. 나는 장르소설도 좋아하고, 로맨스 소설도 좋아해.


5부와 부록에서는 이미 작고한 작가의 이야기와 북에서 만난 작가들을 소개했다. 한국 문학사의 큰 줄기를 대변한다는 그의 부고 기사는 한 시대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엄숙한 풍경이라고 했다. 작가의 이력을 듣는 것 같기도 했고, 그들의 작품을 언급하면서 작가와의 인연도 같이 소환되었다. 독자로 보면 그냥 멀리 있는 작가, 작품으로 만나는 정도가 전부였다면, 저자는 그들과 대화하고 작품 설명을 더 들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내가 읽은 한 문장의 의미를 되새기고 마음의 연결 고리를 찾아서 기뻤다면, 저자는 그 문장 너머의 이야기까지 듣는 경험으로 작가와 작품을 더 이해하게 되는 건 아니었을까 싶은 부러움도 살짝 생긴다. 북에서 만난 작가들 소개도 특이하다. 시대가 만들어준 평화의 분위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이런 기회 또 없을 때를 저자는 놓치지 않았다.


단순히 문학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어서 좋았던 글들이고, 또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짊어져야 할 고민이 무엇인지 듣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 역시 문학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일단 지루하고 재미없으면 완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감히 저자의 문학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많은 작가가 고민하는 것들, 문학으로 담아내고 싶은 이야기들, 이 시대의 문제를 작품에 녹여내고 싶은 간절함을 모르는 건 아니기에, 그렇게라도 전하고 싶은 연대의 마음을 읽는 듯했다. 저자가 만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 미완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 유작이 되어버린 이야기는 씁쓸하기도 했다. 오랜 세월 붙잡고 있는 작품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담으려고 했으나, 또 변화하고 그렇게 변화하는 세상 속의 사람들 행태가 못 마땅해 성토하듯 꺼내놓은 말들은 차마 문장으로 옮겨지지 못한 채로 머물러 있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이야기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저자의 문장에, 이 책에서 소개된 많은 책을 또 한 번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낳는다. 작가와 작품 속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독자에게 다가와 만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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