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 : 모든 것에는 가치가 있다 레오나 시리즈 The Leona Series
제니 롱느뷔 지음, 박여명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제니 롱느뷔의 "레오나" 시리즈 세번째입니다. 앞선 1, 2권과 마찬가지로 자신감 가득한 표정,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그 나이를 잘 알 수 없는(사실은, 꽤 드신 분이죠) 시크한 이미지와 날씬한 용모의 작가 사진이, 둘러진 띠지에 선명히 잘 나와 있습니다. 1, 2권을 안 읽으신 분들은 구태여 전편을 먼저 찾아 읽을 필요는 없지만(책을 그렇게 쓰는 베스트셀러 장르 작가는 없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나면 자연스럽게 전작들에 손이 갈 테고, 만약 읽은 이들이라면 이 3권을 도저히 피해갈 방법이 없을 겁니다.

레오나처럼 소신 뚜렷하고 타협을 모르고 강단 있는 여성이 어떻게 이런 조직(경찰)에서 버틸까(그냥 버티는 정도가 아니라 동료, 상관에게 두루 인정 받고 일정 지위도 확보한) 싶기도 하지만, 그래서 소신과 능력을 겸한 것과 그저 부적응자일 뿐인 것은 큰 차이가 난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도 됩니다. 도무지 제멋대로이고 자신만의 폐쇄적인(앞뒤가 맞지도 않는) 세계에 빠져있는 타입은 그저 부적응자일 뿐인데, 이런 타입도 일일이 주변에 반항하며 여튼 정직한 에고를 노출하는 유형이 있고, 대외용 자아와 진짜 에고를 분리시켜 겉으로는 아주 비굴한 아부로 때우다가 결국 실체가 들켜 조직에서 쫓겨나는 유형이 있으며, 눈치를 살펴 강자에게는 선택적으로 굴신하고(말할 수 없이 비굴한데, 그 정도가 지나쳐 지켜보기에 좀 놀라울 정도입니다) 약자다 싶으면 마구 함부로 굴다 상황 판단이 오산이었을 경우 비참한 응징을 당하고 상처회복을 위해 "어린이 모드(아무도 안 속는 자기기만)"로 돌아가는 유형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레오나는 이 셋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훌륭한 적응자, 위너 스타일이지만, 우리 독자들도 아직 모르는(대충 감은 잡는) 어두운 과거가 있습니다. 이 과거가 그녀의 발목을 잡도록 게임에서 질지, 멋지게 수렁에서 빠져나올지는 물론 더 지켜봐야 합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레오나가 특히 이 세번째 작품 중에서 "사회적 약자를 노리는 연쇄 범행"과 집중적으로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이 된 이들은 노숙자 등 사회 위계 구조에서 최하위에 놓인 불쌍한 자들입니다. 레오나는 우리가 전편들에서 잘 봐 와서 알듯, 또 스스로를 그렇게 평하기도 하지만, "어딘가 감정이 좀 부족한 타입"입니다. 하긴 풍부한 감성을 타고났다 해도 그런 조직에서 그처럼 오래 비비다 보면(?) 자연 몇 군데는 죽고 몇 군데는 무뎌지기 마련이죠. 남자 같으면 천성이 그러니 넘어가는데 여성에게 감성을 희생한다는 건 꽤 가격이 비싼 선택입니다. 이럴 때 뭔가 손해 봤다는 느낌을 면하려면 "아, 난 타고나기를 그리 태어났나 보다."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게 현명할 수도 있겠는데, 레오나가 어느 쪽인지는 또 뭐 우리 독자 모두가 잘 아는 편입니다.

이런 레오나이지만, 달리는 열차 앞에 놓여(처음에는 자살 시도인 줄) 비참한 죽음을 맞은 어느 여인, 이어서 드러나는 연쇄 살인 범죄 앞에서 "왜 이들은 가장 취약한 이들을 상대로 몹쓸 짓을 저지르는가?" 같은 분노를 격하게 느낍니다. 물론 우리가 잘 알듯 혹 내면에서 엄청난 분노가 일어도 이를 표출하는 그녀의 방식은 언제나 침착하고, 또 그 결과를 따져 보면 효율적이기까지 합니다(그러니 부럽죠).

언제나 그래 왔듯 레오나는 수사의 정석을 밟아 기관사(여성입니다. 하긴 우리 나라도 여성 버스 기사분, 전철 조종기사 등이 무척 많고 이런 분들이 섬세하기까지 해서 자기 직분을 잘 수행하는 편입니다)를 찾아갑니다. "어떤 상황이었죠?" "자살을 시도하려다 나중에 마음을 바꾼 것 같았어요. 제동거리가 너무 길어서...." "여성인 줄 바로 알 수 있었다는 말인가요?" "아뇨, 나중에 '비현실적으로 변한' 시신을 보고서야..." 어디까지가 증인의 평가, 감정이고 어디서부터가 팩트인지 잘 가려 듣는 건 그녀에게 이제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여성 기사에게, 폭력적인 남편이 있었나 봅니다. "이 미친 경찰년, 당장 내 집에서 나가지 못해?" 사실 여기서 레오나가 쓰는 "제압 방법"은 통쾌하긴 하나 과연 후환이 없을까 싶은 좀 미심쩍은 수완이긴 한데, 여튼 놈이 워낙 바보라서 통하긴 했나 봅니다. 레오나는 이 장면뿐 아니라 언제나 대응 방법을 선택함에 있어서 판단이 빠르고 정확한 편입니다. 레오나는 이 장면에서처럼 "찌질한 남자"들을 다루는 데에만 능숙한 게 아니라, 조직 내 자기 상관처럼 "성공했고 유능한 남자"들을 놓고도 역시 속을 훤히 들여다보며 적당히 잘 다루거나, 정 힘에 부친다 싶으면 그냥 물러선 자신의 내면이라도 다독이는 재주가 있습니다. 이 선을 잘 넘나들어야 여성들이 조직 안에서 성공할 수 있는데(무조건 양보해서도 안 되고 무조건 개겨서도 안되는), 하긴 이런 이치가 어디 여성들에게만 해당하겠습니까.

이런 레오나에게 무슨 약점이 있을까 싶은데, 있죠.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남자 다비드인데, 이혼도 거치고 여러 번 신산을 맛본 그녀로서는, 제 인생의 보다 이른 국면에 진즉 만났어야 했을(=인생이 덜 꼬였을) 이성이었습니다. 야물딱지고 빈틈없어 보여도 이상하게 허술한 남자한테 크러시되어 정신 못 차리는 딱한 여성들도 종종 봅니다만, 다비드는 그렇지는 않으나 여튼 레오나가 그에게 좀 과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다비드가 이 작품에선, 말하자면 언더커버 비슷하게, 못된 놈들 사이에 침투하여 결정적인 단서를 잡아낸다는 식입니다.

강자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을 몹시도 싫어하는 레오나이지만(이런 여성들이 경찰에 투신해야 우리 나라의 장래가 밝을 텐데....) 범죄자들에 대해 필요 이상의 폭력을 휘두르며 제압(이 아닌 개인적 응징)을 하려 들지는 않습니다(그래도 될텐데 ㅋ). 여기서도 야밤에 산에서 잡은 두 놈을 두고, 딱 필요한 만큼만 "결박"하곤 돈과 증거를 챙겨 몸을 피하죠. 한 놈이 레오나의 위력에 지나치게 위축되어 숨도 못 쉬고 고개를 처박자, 혹시 어디 탈이라도 났나 싶은 걱정에 상태 체크까지 하고 현장을 떠나는 장면에선 절로 웃음이 납니다. 레오나를 만나는 모든 범죄자들이 이처럼 상황 판단이 빠르게 되면 좋으련만(그녀나 그들 자신에게나 공히 말이죠).

여기서도 우리를 사로잡는 다른 캐릭터로는 알렉산드라가 있습니다. 사실 제 생각으론 작가 롱느뷔가 자신의 페르소나를 이 셋(이라 함은, 레오나, 다비드, 알렉산드라)에 나눠 담지 않았나 싶은데, 1인칭 주인공 레오나는 능력, 다비드는 "누군가가 나에게 확 꽂혀 나만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진짜 욕구", 그리고 알렉산드라는 소수인종으로서의 피부색, 취약한 출발점, 뭐 이렇게 말입니다. 여튼 표면적으로 불량배들의 일탈 범죄로 보이는 이 불쾌한 현상들 이면에 엄청난 음모가 숨어 있었음을 추적해 가는 과정의 후련함이 작품의 키 포인트이지만, 역량 있는 장르 작가는 이처럼 여러 주변 장치까지 풍성하게 마련하여 픽션의 세계 그 깊이를 더하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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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찬반 논란,

그 믿음과 불신의 역사를 파헤치다!


스튜어

트 블룸 지음 추선영 | 152×225 412 16,000 | ISBN 978-89-6570-651-9 (03400) | 2018629

스튜어트 블룸 지음 추선영 | 152×225 412 16,000 | ISBN 978-89-6570-651-9 (03400) | 2018629


 1. 책 소개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결핵, 콜레라, 소아마비, 황열, 말라리아, 자궁경부암.

질병 예방과 부작용 우려 사이, 백신 논쟁의 모든 것


현대 의학의 발전 지표이자 공공보건의 승리로 여겨졌던 백신. 백신은 인간의 면역 체계를 지원해 잠재적인 감염(혹은 질병의 심화)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한다. 백신접종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활동이었고 실제로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백신뿐 아니라, 그 이후에 개발된 소아마비와 홍역 바이러스 백신은 지역사회의 아동 수백만 명을 살렸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떠한가? 백신 안정성에 대한 불안으로 많은 사람이 접종 자체를 망설이고 있고, 더 나아가 백신접종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MMR(홍역-유행성 이하선염-풍진) 백신의 경우에는 자폐증과 명확한 연계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안은 늘어가고만 있다.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라는 극단적인 행동까지 나오게 된 데에는 현대 의학, 특히 백신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매년 겨울이 가까워지면 인플루엔자 백신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인플루엔자 백신접종을 권고받는데, 특히 독감에 걸렸을 경우 위중한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집단이 그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인플루엔자 백신은 어린 시절 한두 차례 접종받으면 그만인 대부분의 다른 백신과 달리, 보호 기간이 왜 고작 1년에 불과한가?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바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 때문이다. 또 한 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이 다른 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이 될 수도 없다. 따라서 그 백신은 현존하는 (하위) 바이러스주에 걸맞게 조정해 효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필요 때문에 WHO세계 인플루엔자 감시 및 대응 체계를 구축해, 매년 현존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샘플을 수집해 가장 큰 위험이 될 수 있는 샘플을 확인하고, 확인된 바이러스주는 곧바로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하는 업체에게 제공한다. 그런데 그해 유행할 바이러스주를 제공하는 시점과 백신접종을 받아야 하는 계절성 인플루엔자 유행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기간은 일반적으로 몇 달에 불과할 만큼 짧은 편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WHO와 각국의 공공보건당국은 누구의 조언을 받아 무슨 근거로 인플루엔자 유행을 선언하는 것인가? 혹 첨예한 이해관계가 개입된 것은 아닌가?

이 책 두 얼굴의 백신(원제: Immunization: How Vaccines Became Controversial)에서 저자는 냉전 시대의 정치 논리에서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에 이르기까지, 백신과 관련된 최근까지의 논쟁과 이슈들을 정리하면서, 그 의심의 근원을 파헤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백신을 하나의 기술이자,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몇몇 접근법의 하나로 제시한다. 그럼으로써 백신이 가지는 편협한 이익과 위험을 산정하기보다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 판단을 내린다. 이 책은 백신을 둘러싼 우리의 선택에 보다 명확한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2. 출판사 서평

 


인류의 유일한 희망으로 여겨졌던 백신, 왜 누구는 신뢰하고 누구는 불신하는가?

냉전시대 정치논리부터 신자유주의 경제논리까지, 백신의 연대기

 


백신접종은 당연한 것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태어나 돌(생후 12개월)까지 맞아야 하는 필수 예방접종은 무려 9개다. 결핵을 예방하는 BCG, B형 간염, 뇌수막염 예방접종, 소아마비 예방접종, 폐렴구균, 그리고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등을 예방하는 DPT와 홍역과 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 풍진을 예방하는 MMR, 수두, 일본 뇌염 등이 그것이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자녀에게 백신접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백신접종이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므로 단순히 수동적인 태도로 접종하는가? 아니면 자녀가 직면할 위험을 평가해 적극적인 태도로 백신을 접종하는가?

이 책 두 얼굴의 백신은 백신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다각적으로 살펴본다. 논란이 무성했던 백신의 탄생 과정과 백신 사용이 확대된 과정을 자세히 검토함으로써, 최근 증가하는 백신에 대한 망설임이라는 현상의 근원을 매우 객관적인 관점에서 선명하게 그려낸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백신의 역사를 크게 기술(2~4), 정책(5~7)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특히 저자는 백신이 특별한 유형의 기술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해나간다. , 백신은 사람과 공동체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련의 도구로, 유일하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한 도구라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 냉전시대 정치논리부터 신자유주의 경제논리까지의 연대기처럼, 백신 개발 및 생산과 백신 사용과 관련된 정책 및 활동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저자는 백신이라는 건강을 위한 매우 중요한 도구를, 그 기술 자체와 그 기술의 사용 방식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신과 백신접종에 대한 많은 사람의 믿음이 사라져가고, 그에 따라 백신접종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경우 집단면역의 이점을 누릴 수 없게 되어 홍역이나 백일해 같은 질병이 심각한 수준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공공보건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져가는 상황이다. 백신접종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무엇인가? 백신을 둘러싼 논란들이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한번 살펴보자.

 


백신 개발의 원동력, 공공보건인가 정치경제 논리인가?

 


위키피디아는 백신을 특정 질병에 대한 능동획득 면역을 제공해 특정 질병에 생물학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물질이라고 아주 단순하게 정의한다. , 백신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물질에서 유래하고 특정 질병에 연계되는 생물학적인 물질로, 유익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천연두를 제외하고는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한 백신접종의 가치를 수용하는 과정이 더뎠을 뿐 아니라 일관성 없게 진행됐다. 수십 년 동안 백신이 개발될 수 있도록 자극해온 강력한 추진력의 하나는 무장 갈등이었다. 1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각국 군대의 사령관들이 장티푸스 백신접종의 가치를 인식하게 됐으니, 전시라는 상황 자체가 백신접종의 사용을 촉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세기로 접어들어 맞이한 첫 60년에서 70년 사이 개발된 백신은 말 그대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 이 시기의 백신은 대체로 보건의료의 필요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개발됐는데, 1980년대를 거치면서 그 원동력에는 경제 논리가 자리한다. 최빈국에는 개발된 백신을 구입할 자원이 없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선진 산업국가에는 필요 없지만 최빈국에는 필요한 백신은 거의 개발되지 않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예를 들어 열대지방 국가에서는 기생충병이 질병과 사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었지만 기생충병에 관련된 백신은 없을 뿐 아니라 개발 의지도 부족한 형편이었다. 그에 따라 어떤 백신을 먼저 개발할지, 이 백신이 꼭 필요한 것인지 등 다양한 논란이 벌어졌다.

 


첨예한 백신 논쟁, 개인의 책임부터 부작용까지

 

이 책의 저자 스튜어트 블룸은 집단 백신접종이 도입되던 초기부터 찬반 논란은 계속되어왔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1920년대 영국에서 BCG(칼메트-게랭 간균) 집단 백신접종에 반대하는 근거로 제시된 개념의 하나는 바로 개인의 책임이었다. , 감염은 자기 통제가 부족하고 잘못된 생활방식을 선택한 개인의 탓이라는 논리였다. 따라서 보호 효능을 발휘한다고 약속하는 백신접종을 하면 사람들은 스스로를 성찰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자기의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지 않을 터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에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접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와 동일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저자에 따르면, 백신접종 반대 목소리가 등장하게 된 사건의 중심에는 백일해 백신접종이 자리한다. 백일해 백신접종은 1950년대 이후 광범위하게 시행됐는데, 일반적으로 디프테리아 변성독소와 파상풍 변성독소를 결합한 혼합 백신인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을 투여했다. 백일해 백신이 도입된 이후 어린 아동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백일해 발병률이 극적으로 감소했지만, 백일해 백신에는 거부 반응이나 우울증 유발 같은 부작용이 있었다. 의학적으로는 부작용이 일반적으로 하루나 이틀이면 사라지는 경미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부모들이 경각심을 가지기에는 충분했다. 1970년대 말 무렵에는 백일해 백신이 뇌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이는 역학 연구 결과가 소개되면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유사한 논란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바로 ‘MMR(홍역-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풍진) 백신관련 논란이다. 1998년 소화기내과 전문의 앤드류 웨이크필드는 12명의 공저자와 함께 랜싯에 발표한 논문에서, MMR 백신이 아동에게 자폐증과 장() 질환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이내 통제되지 않은 소수의 샘플을 토대로 작성됐다는 이유로 연구 방법론을 둘러싼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고, 그로부터 12년 뒤 랜싯은 온갖 우여곡절 끝에 앤드류 웨이크필드의 논문을 정식으로 철회했다. 그리고 오늘날 인유두종(자궁경부암 유발 바이러스) 백신을 둘러싼 논란까지, 부작용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 전반을 살펴보면 백신접종률은 상승하는 추세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의 부모 가운데 자녀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거나, 국가에서 권장하는 백신접종 일정에 완벽하게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 논란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일각에서 벌어지는 백신접종 반대 운동이 부작용에 대한 불안을 넘어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는 수단일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이 책은 백신과 관련된 가장 최근까지의 이슈들을 명쾌하게 전달하면서, 백신 찬성론자나 반대론자들이 생산해낸 손쉬운 일반화를 피해 이에 대한 하나의 통찰을 제시한다. 분명한 것은 백신에 대한 망설임 같은 현상은 분명 공공보건이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그 현상의 이면에 있는 복잡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시작이다.

 

 

 

 

 3. 저자 소개

 

지은이_ 스튜어트 블룸(Stuart Blume)


암스테르담대학교 과학 및 기술학부 명예교수.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서섹스대학교와 런던 정치경제대학교를 거쳐 영국 정부에서 일한 바 있다.

공공보건의 승리로 여겨졌던 백신. 하지만 백신에 대한 망설임에서 백신접종에 대한 맹렬한 반대까지,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백신 논쟁의 한가운데서 이 책의 저자는 사실에 근거한 신선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냉전 시대의 정치 논리에서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 정책과 진보를 논하면서, 공공보건이 상대적으로 덜 숭고한 관심사에서 밀려나게 된 배경을 파헤친다. 이 책은 백신과 관련된 최신 논쟁과 이슈들에 대한 정보를 명쾌하게 제공한다.

 

옮긴이_ 추선영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천재에 대하여, 복지의 배신, 퓰리처, 여름전쟁, 세상을 뒤집는 의사들, 감시 사회: 안전장치인가, 통제 도구인가?, 의료 세계화: 자본은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유엔: 강대국의 하수인인가, 인류애의 수호자인가, 에코의 함정, 추악한 동맹, 이슬람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이단자(개정판), 녹색 성장의 유혹,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 생태계의 파괴자 자본주의, 세계사, 누구를 위한 기록인가?, 자본의 세계화, 어떻게 헤쳐 나갈까?등이 있다.

 

 


 

4. 차례

 


1백신, 인류의 유일한 희망인가?

전염병은 통제할 수 있다 | 전염병 유행과 공포의 조장 | 인간의 면역 체계를 보완하는 백신 | 집단면역을 통한 공동체 보호 효과 | 백신접종의 딜레마 | 백신에 대한 맹신과 불신 | 백신에 의존하게 된 공공보건 | 의무 백신접종과 대중의 저항 | 백신접종, 의무인가 선택인가

 


2백신의 탄생: 죽음을 극복하려는 노력

19세기 유럽을 휩쓴 전염병 | 면역혈청 개발과 세균학의 태동 | 디프테리아 백신 개발 | 결핵 백신: 투베르쿨린과 BCG | 콜레라와 황열 백신 | 누가, 어떻게 백신을 생산할 것인가? | 백신의 기준을 세우다 | 더 정교해진 백신의 검증 기법 | 20세기: 백신 개발의 전환기

 


3백신의 역할: 바이러스에 도전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국제적 차원으로 | ‘여과성 바이러스의 발견 | 바이러스학의 견인차, 인플루엔자 | 실패로 돌아간 인플루엔자 백신 | 첫 단추를 잘못 꿴 소아마비 백신 |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백신 개발 | 소아마비 정복을 위한 재도전 | 소크의 소아마비 사백신 | 대규모 임상 시험과 사백신 의 실패 | 세이빈의 생백신과 논쟁의 촉발 | 백신 개발의 황금기를 장식한 홍역 백신 | 유산과 기형을 유발하는 풍진을 막아라 | 볼거리 백신은 정말 필요했을까? | 백신과 특허

 


4 백신의 논리: 공공보건의 수호에서 상업화로

어떤 백신을 먼저 개발할 것인가? | 전혀 새로운 바이러스, B형 간염 | B형 간염 재조합 백신 | 백신 산업에 불어온 자유주의의 바람 | 전염병의 상식을 깬 AIDS | 공포를 부추기는 신종 감염성 질환 | 인플루엔자 변이: 누구를 위한 백신인가? | 역동하는 전 세계 백신 시장 | 첨예하게 맞선 공공보건과 제약 산업

 


5 백신의 수용: 확신과 망설임 사이에서

공공보건을 수호하는 기술 | 시대의 변화에 따르는 백신 개발 및 정책 | 백신접종의 주체는 누구인가 | 디프테리아: 백신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시대 | BCG 도입과 회의주의 | 세계보건기구와 BCG 백신접종 프로그램 | BCG는 정말 안전한가? | 논란의 중심에 선 백신

 


6 냉전 시대의 백신: 이념 경쟁의 도구화

진영 논리로 맞선 각국의 공공보건 | 세계보건기구와 주도권 경쟁 | 미국을 강타한 소아마비 | 각국의 소아마비 백신 도입 과정 | 진영 논리도 뛰어넘은 천연두 퇴치 프로그램 | 기초 보건의료가 먼저다 | 홍역 퇴치 총력전 | 더 많은 전염병에 더 많은 백신을 도입하자 | 효과적인 백신접종 확대 프로그램 | 전 세계 모든 아동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목표 | 이념적 우월성을 표방하는 백신

 


7 세계화 시대의 백신: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정책 결정 논리의 변화와 대중의 인식 | 풍진 백신접종 전략 | 유행성 이하선염의 재탄생 | 질병 통제에서 질병 퇴치로 | 소아마비 퇴치는 실현 가능한가? | 홍역 퇴치와 말라리아 근절 | 새로운 시대, 새로운 우선순위, 새로운 절차 |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인유두종 백신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유두종 백신 도입 | 자유무역 시대의 백신: 질병의 재탄생

 


8 백신접종, 왜 망설이는가?

왜 백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가는가? | 이윤 추구와 사유화를 꾀하는 백신 개발 | 세계 정치경제 논리에 좌우되는 백신접종 정책 | 백신접종에 대한 저항 | 백신의 안정성 논란 | 조작된 부작용 | 백신접종 반대 단체로 비난을 돌리다 | 확신, 거부 그리고 망설임 | 인유두종 백신의 실패와 교 훈 | 백신접종 거부의 상징적 의미 | 우리는 무엇을 믿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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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추천사

 


백신접종 프로그램이라는 뜨거운 쟁점과 그에 대한 대중의 저항을 면밀히 파고든다. 이 책은 설득력 있고 도발적인 백신의 연대기로서, 백신이 어떻게 인간의 건강과 제약 산업의 근간을 증진시켜왔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백신이 수많은 생명을 구했으나, 그것이 누구에게나 두루 이롭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도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백신접종과 그 문제점의 역사를 다룬 대단히 흥미로운 책.” _<타임스 고등교육>

 


중요하고 종합적이며 선구적인 책이다. 저자는 국제 보건 계획과 전달 체계를 지나치게 단순하고 극단적인 개념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세계적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현대 백신접종의 역사와 공급 상황을 제시한다. 백신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논란이 무성했던 백신의 탄생 과정과 백신 사용이 확대된 과정을 자세히 검토한다. 또한 매우 풍부한 정보들을 통해 공공보건의 모든 사안에 도사리고 있는 기술적 결정주의의 위험을 전반적으로 짚어준다. 이 책은 신중하고 투명한 협의를 바탕으로 백신을 공정하게 도입하려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_산조이 바타차르야, 세계보건역사센터 소장

 


이 책은 최근 증가하는 백신에 대한 망설임현상의 근원을 매우 세련된 관점에서 명료하고도 선명하게 그려낸다. 저자는 공공보건 기관이 이런 세태를 두고 쏟아내는 피상적인 해석을 거부한다. 그리고 백신에 대한 망설임의 원인을 선입견을 가지고 추측하거나 적절치 못한 틀 안에서 분석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실제 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일 때 어떤 통찰을 얻을 수 있는지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_윌리엄 무라스킨, 뉴욕 시립대학교 퀸스칼리지 교수

 


이 책은 백신이라는 이슈에 대한 굉장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왜냐하면 백신 찬성론자나 반대론자들이 생성해낸 손쉬운 일반화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백신을 하나의 기술이자,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몇몇 접근법의 하나로 제시한다. 그럼으로써 백신이 가지는 편협한 이익과 위험을 산정하기보다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 판단을 내린다. 이 책은 백신 논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극화된 입장들을 넘어서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독서가 될 것이다.” _브라이언 마틴, 오스트리아 울런공대학교 교수

 


 


 

 6. 책 속에서

 


공공보건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는 백신이 유도하는 면역 반응의 정확한 본질을 밝히는 일보다 백신을 사용할 최선의 방법을 밝히는 일이 더 중요하다. () 너무 어린 나이에 백신을 접종하면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아 신생아를 보호하는 항체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위험이 극대화되는 시기에 도달하기 전에 백신의 효능이 사라져버릴 위험이 있다. 반면 백신접종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백신을 접종하기도 전에 먼저 감염되고 말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백신접종과 관련된 문제는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

접종해야 할 백신이 나날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백신접종 일정도 복잡해지고 있는데, 사실 오늘날 아동에게 보편적으로 접종하는 백신은 대부분 최근에 들어서야 접종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수두는 1996년부터, A형 간염은 2000년부터, 폐렴구균은 2001년부터 백신접종을 권고하기 시작했고, 영국은 20159월부터 뇌수막염 B혈청형 백신을 생후 2개월 된 아기에게 접종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아동들은 부모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질병에 백신을 접종받게 될 것인데, 조부모 세대와 비교하면 거의 갑절에 달할 것이다.

_1장 백신, 인류의 유일한 희망인가?, 24-25

 


사회가 백신접종률에 큰 관심을 보이는 한 가지 이유는 백신접종률이 매우 높은 경우에만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보통은 백신접종을 받은 사람이 인구의 80~90퍼센트를 차지하는 경우에 집단면역이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정확한 백신접종률 수치는 알려져 있지 않은데, 백신의 효능에 따라 그리고 특정 병원체의 감염 가능성에 따라 그 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영화 컨테이전에서 역학자들이 시급하게 확인하려 했던 R0라는 매개변수가 바로 이 병원체의 감염 가능성을 의미한다. 매개변수 R0를 통해 감염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감염되지 않을 테지만, 감염된 사람이 존재한다면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수를 확인할 수 있다. 즉 매개변수 R0 값이 높을수록 해당 질병의 감염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현재 HIV/AIDS의 매개변수 R02~5, 소아마비의 매개변수 R05~7, 홍역의 매개변수 R015~18로 알려져 있다.

_1장 백신, 인류의 유일한 희망인가?, 26-27

 


과거에 일어난 개입과 경험을 통해 사람들의 집단 기억 속에 각인된 정보에 의존하는 현상을 문화 자원 시나리오라고 한다. 모든 사회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문화 자원 시나리오라고 부를 만한 정보를 접하면서 백신과 백신접종에 대한 생각을 형성해나간다. 따라서 근대 산업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에는 백신접종에 무관심하거나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위험과 공포를 느끼면 백신접종을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가에서 백신접종을 의심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백신과 관련해 사람들이 보일 수 있는 태도의 하나다. 세부사항이 달라질 수 있고 백신을 맹신하거나 의심하는 방식이 구성되는 과정도 변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맹신과 의심 모두 깊은 근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_1장 백신, 인류의 유일한 희망인가?, 46

 


2차 세계대전 참전 준비의 일환으로 미국은 인플루엔자 분야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1941년 미군은 인플루엔자 위원회를 구성하고 바이러스학 분야를 선도하는 학자와 인플루엔자 백신 연구자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토머스 프랜시스가 위원회 의장이 되어 효능을 발휘하는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에 나섰다. () 열정적인 뉴욕 출신 젊은이인 조너스 소크가 연구를 보조하는 가운데 프랜시스는 불활성화 백신(사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처음에는 자외선을 조사(照射)해 바이러스를 죽이려고 시도했고 다음에는 화학작용제를 활용해 바이러스를 죽이려고 시도했다. 1942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여러 바이러스주와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담은 뒤 포르말린을 활용해 불활성화한 백신이 테스트에 들어갔고, 1945년 모든 군인에게 상업적으로 생산된 백신을 접종하는 데 성공했다.

_3장 백신의 역할: 바이러스에 도전하다, 113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동서 양 진영 모두가 과학이 진보의 기초라는 생각을 공유했다. 따라서 앨버트 세이빈이 개발한 소아마비 백신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확인한 것처럼 과학자들은 정치적 장벽을 극복하고 과학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공보건 정책은 과학과는 사뭇 다른 문제여서 역사가 도라 바르가는 이렇게 지적했다. “[소아마비] 생백신이 철의 장막을 넘나들며 개발된 철두철미한 협업의 결과였다면 [소아마비] 생백신을 접종하는 문제는 냉전이 갈라놓은 단층선을 따라 추진됐다.”

동서 양 진영은 자국에서 공공보건을 발전시켜나가는 방식과 1950년대 독립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여러 개발도상국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두고 다투면서, 이들 국가에서 공공보건을 발전시켜나가는 방식에 서로 다른 입장을 표방했다. 이념으로 갈라진 동서 양 진영의 정치인들은 감염성 질환을 통제해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방지하는 일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둠으로써 각자의 정치 체제가 우월하다는 사실을 웅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_6장 냉전 시대의 백신: 이념 경쟁의 도구화, 253

 


앞서 많은 백신이 도입됐지만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만큼 뜨거운 논란을 불러온 적은 없었다. 문제를 제기하는 주체는 나라에 따라 달랐는데, 백신 생산업체들이 논란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생산업체들이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접종에 강력한 저항이 일어났다. ()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접종이 도입됐다고 해도 논란이 그치는 것은 아니어서,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백신접종 피해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2011년 미국의 보수적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미셸 바크먼은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접종이 뇌손상을 일으킨다는 기존의 주장을 철회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지난 몇 년 사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2012년 당시 백신접종을 시행하지 않은 국가는 대체로 새롭게 EU 회원국이 된 중유럽 및 동유럽 국가들뿐인데, 이 지역은 자궁경부암 사망률이 서유럽 국가보다 사실상 더 높다. 한편 오스트리아는 서유럽 국가 가운데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접종을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몇 안 되는 국가로, 비용 대비 효과가 높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안전성 우려 때문에 백신접종을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개별적인 백신 구입은 가능하다.

_7장 세계화 시대의 백신: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337-338

 


최근까지도 의료 전문 매체와 공공보건 매체는 백신접종률의 하락 원인을 설명하는 데 단 한 가지 근거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제시한다. ,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한 백신접종 반대 운동이, 앤드류 웨이크필드 같은 인물을 순교한 영웅으로 치켜세우면서 활개를 치기 때문이라는 것이 유일한 설명인데, 모든 사람이 이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

따라서 메이요 클리닉 백신 연구 집단의 두 의료 전문가가 백신 프로그램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심지어는 중단시켜 이환율과 사망률을 높이는 결과를 빚어낸 원인으로 백신접종 반대 운동을 지목하고, “측정할 수 있는 방식을 동원하는 오늘날의 백신 반대 운동은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의 공공보건 정책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보건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_8장 백신접종, 왜 망설이는가? 370-371



 

 

 ☆ 서평이벤트 일정 안내

 

도서명 : 두 얼굴의 백신

서평이벤트 기간 : ~6월 28()

서평이벤트 발표 :   6월 29(금

모집인원 : 10

당첨자 배송 정보 취합 : 6/29()~6/30() 오전 11시 

도서수령시점 : 7월 2일 이후 /출판사 직접 배송(배송사정으로 늦어질 경우 서평기간도 늘어남)

  1. 서평등록 : 7월 21일() 24시까지

1)개인블로그인터넷서점 2(예스24, 교보문고,알라딘,인터파크 등) 총 3곳에 서평등록 후

2)문충 서평 후기방에 리뷰 등록 (1.개인블로그온라인서점 1,2, 댓글로 등록바람)




 

 

▷신청전 필독 사항

 

1. 이번 서평이벤트는 도서 수령 후 리뷰를 등록해 주셔야합니다.

 

2. 도서 배송에 필요한 배송정보(연락처/주소)를 당첨자에게 별도로 쪽지를 받습니다.

기간내에 쪽지를 미발송하시면 당첨은 취소되고,대기자에게 넘어갑니다.

 

3. 지역에 따라 배송기간에 약간의 편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4. 이벤트 불참으로 인한 패널티 회원은 신청 불가합니다.

 

5. 추후에 당첨된 도서를 유상판매하다 적발시에는 강퇴조치하겠습니다.

 

문의 : 문화충전 스탭 에스테르 (010-9360-9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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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평이벤트에 많이 당첨 안 되신 분(많이 당첨되신 분은 이벤트에 제외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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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터[631]번째 책이야기

JavaScript가 보이는 그림책(개정증보판) / ANK Co. Ltd.

내가 몰랐던 책 책이야기 텍스터(www.texter.co.kr)
JavaScript가 보이는 그림책(개정증보판) / ANK Co. Ltd.
누구에게나 쉽게 그림으로 설명하는 최신 자바스크립트 프로그래밍 입문서 개정 신간!

JavaScript가 보이는 그림책 (개정증보판)

브라우저나 브라우저 안의 문서를 조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인 자바스크립트는 웹의 수요가 보편화됨에 따라 웹마스터나 웹디자이너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한 번쯤은 공부해야 할 프로그래밍 언어가 되고 있다. 개인 블로거, 카페 운영자, 개인 홈페이지 관리자라도 웹 언어를 이해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자바스크립트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그림책 시리즈로 제2판인 개정증보판이 새롭게 선보였다. 웹페이지를 열면 툭 튀어나오는 팝업 창, 동적인 웹페이지 조작은 모두 자바스크립트를 이해함으로써 가능하다.

이 책에 따르면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는 1995년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즈가 ‘라이브스크립트(LiveScript)’라는 이름으로 개발하여 웹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 2.0에 탑재하면서 시작되었고 그 후 인터넷 익스플로러에도 JScript라는 동일한 기능이 탑재되어 빠른 속도로 퍼져갔다. 1997년에는 정보통신의 표준화 단체인 ECMA(유럽 전자계산기공업회)가 자바스크립트의 사양으로 ECMAScript를 규정했는데 이것들을 통틀어 넓은 의미에서 ‘자바스크립트’라고도 한다고 한다. C나 자바같은 컴파일러형 언어가 아닌 인터프리터형 언어로 작성한 소스를 실시간으로 컴퓨터가 결과를 표시해주는 자바스크립트는 HTML에 포함되는 형태로 정의하여 브라우저 측에서 실행되어 결과를 표시한다.

이 책은 월드와이드웹의 개념부터 ...
◆ 참가방법
  1. 텍스터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먼저 해주세요.
  2. 서평단 가입 게시판에 "JavaScript가 보이는 그림책(개정증보판) 서평단 신청합니다"라고 써주시고 간단한 서평단 가입의도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3. 자신의 블로그에 서평단 모집 이벤트(복사, 붙여넣기)로 본 모집글을 올려주세요.
  4. 자세한 사항은 텍스터 서평단 선정 가이드를 참고하십시오.
※ 문의 : 궁금하신 점은 lovebook@texter.co.kr 메일로 주시거나 텍스터에 북스토리와 대화하기에 문의사항을 적어주시면 빠르게 답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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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터[630]번째 책이야기

테슬라와 아마존을 알면 데이터 금융이 보인다 / 김민구

내가 몰랐던 책 책이야기 텍스터(www.texter.co.kr)
테슬라와 아마존을 알면 데이터 금융이 보인다 / 김민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 일상의 혁명이 된, 4차 산업을 말한다!

2016년 1월 클라우스 슈밥이 “제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는 기술들이 모든 산업에 걸쳐 기업에 거대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이야기한 지 2년여 지난 지금 시중에는 관련 책이 넘쳐나고 어디를 가나 ‘4차 산업’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실제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확장현실(XR), 커넥티드 카, 암호 화폐와 블록체인까지,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 테크 트렌드는 빠른 속도로 우리 일상생활과 가까워졌다. 특히, 과거 우리가 알던 금융이 점차 사라지고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데이터 금융의 시대를 맞고 있다.


미래의 화폐, 미래의 에너지는 데이터 융합이다!
이것이 4차 산업의 원동력이다!

이 책은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 기사화된 관련 내용을 읽기 쉽게 정리한 책이 아니다. 자율주행,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암호화폐, 블록체인, 핀테크, 공유경제, 사물인터넷 등에 대한 우리 생활 속 4차 산업 사례를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눈앞에 전개되고 있지만 추상적이었던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어떤 도구로 분석해야 하는지 단순 명쾌하게 풀어내었다.
현금 대신 QR코드로 구걸하는 중국 거지의 모습에서 중국의 미래 10년과 함께 ‘핀테크’를 설명하고, 올겨울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 미세먼지를 통해 테슬라에 장착된 ‘생물 무기 방어 모드’를 이야기한다. 또 얇고, 가볍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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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위인전"이라는 말 속에는 얼핏 보아 역설이 배어 있습니다. "위대하지만 평범하다"라는 뜻도 되니까요. 하지만 이 책 제목은, 특히 책을 다 읽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 독자에게, 어쩌면 반성을 촉구하는 뜻을 담았을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위인'이란 무엇인가? 당신은 당신의 오늘이 있게 한 진짜 위인들을, 위인으로 생각하고 대접해 본 적이 있는가? 그분들께 그저 무심한, 평범한 이웃이나 보듯 열의 없는 시선이나 주고 지나치지는 않는가?"

개인 단위에서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그 개인이 속한 민족 전체가 다른 겨레에 의해 노예 취급을 받고, 다른 나라로부터 자존을 인정 못 받는 형세라면, 그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의 번영한 독립 국가을 일구는 데 피와 땀을 바친 애국지사들께 각별한 감사와 존경을 가져야 하는 거죠.

헌데, 아직도 정정히 살아계신 유공자, 지사들께 대해 우리는 조금의 관심이라도 과연 품고 있을까요? 사실 우리들 중 많은 수는, 독립 투사들의 활약과 족적을 그저 과거에 속한 일로 치부합니다. 이처럼 곱씹고 되새기고 현재의 맥락으로 재해석해야 할 과거를 그저 망각의 늪에 묻어 두는 민족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죠. 당장 애국지사, 독립유공자들에 대해 물어 보면, "응? 그분들 중에 아직 생존해 계신 분도 있나?" 같은 대답이 고작입니다.

겨레의 생존과 자존을 위해 일생을 바치신 분들을 그저 이처럼 무덤덤히 지나치니, 침략자의 후손들이 여전히 우리를 우습게 여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작 우리는 최상의 사의(謝意)와 존경을 바쳐야 할 인물들에 대고는, "그저 평범한 장삼이사를 대하듯" 소홀한 마음만 가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그래서인지, 마음아프고 죄스럽게도 "평범한 위인전"입니다.



지금부터는 "진짜 위인, 우리가 마땅히 기리고 우러러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던" 오희옥 여사님에 대해, 이 짧지만 긴 책을 통해 그 생애를 살펴 보겠습니다.

사실 이 책은 80페이지의 분량임에도, 그리 짧은 책 같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일단 한 페이지에 수록된 텍스트의 양이 꽤 많아서도 있고, 텍스트가 담은 그 가슴아프고 장엄한 사연의 무게 때문에도 그런 이유가 있습니다.

오희옥 여사는 아버님 오광선 선생, 어머님 정현숙 여사의 슬하에서, 두 분이 20대 중후반이던 시절 태어나셨습니다. 1926년생이니 아흔을 훌쩍 넘기신 나이이건만, 당신 스스로 자랑하시듯 여전히 정정하시고 맑은 정신으로 그 먼 과거(정작 기억해야 할 젊은 우리들은 까맣게 잊고, 아예 챙기려 들지도 않는 과거)를 생생히 기억하고 증언하십니다. 특히 독자로서 눈여겨 본 점은, 사항이나 행적을 일일이 새기시는 일도 그 연세에 쉽지 않겠건만, 목격하고 체험하신 일들에 대해 하나하나 그때의 진솔한 감정까지 그대로 재현, 토로하신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보죠.

"(전략)일어는 몰라. 포로수용소 갔을 때야 봤는데, 뚱뚱해. 돼지같이 앉아서 장기 뜨고 있었어."

저는 이 인상깊은 술회에서, 마치 그 시절 극우파 세력의 연합에 맞서 투쟁한 서양의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파시스트 돼지"라고 즐겨 조롱하던 정해진 문구가 생각났습니다. 일제도 분명 이탈리아- 나치 독일의 전범 진영과 "축"의 연대를 이뤘으니, "돼지" 맞죠. 뭐 일인들의 평균체형이야 남달리 뚱뚱한 편인지는 (당시건 지금이건)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하필 오희옥 지사님의 눈에 띈 그 자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신적 특질을 (용케도) 혼자 대변하고 있었나 봅니다. "뜨고"는 "두고"의 강한 발음으로 짐작되나, 지사님의 생생한 육성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여 좋았습니다.

"'자'는 일본식이야. 우리는 희, 옥, 숙, 영을 주로 썼지." 사실 지사님보다 훨씬 이후 세대들(여성분들)도, 자신의 세대 명명 관습에 대해 민감히 의식들을 잘 하지 않습니다. 어리석은 이들의 특징은, 자신을 외부의 객관적 틀에다 놓고 보지를 못한다는 거죠. 이런 사람들이 예를 들어 "노래는 일본 노래가 최고야!"라며 큰 소리로 술자리 등에서 정체 모를 가사와 곡조를 열창하곤 하는 모습도, 우리는 그리 드물게만 보지는 않습니다. 지사님은 일상을 스쳐지나가는 사소한 모습에서도, 이족의 지배가 할퀴고 간 아픈 상처를 일일이 체감하시는 듯합니다.

이 책에는 컬러판 여러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물론 사진술 발달의 한계로, 찍힐 당시에 모노톤인 사진은 어쩔 방법이 없습니다만, 그 시절 특유의 세피아색채, 흐릿하게 빛이 바랜 귀퉁이 등이 그대로 표현된 도판들은, 텍스트 못지 않게 소중한 기록을 후대인, 독자들에게 남겨 주고 있습니다.



오 지사님과 함께 사진에 실린 분들은, 아무리 못난 후손들이라도 그 함자나 존영을 알아챌 만한, 정말 쟁쟁하신 순국 선열들이십니다. 오 지사님은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백범이나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 성재 이시영 선생 같은 분의 함자를 예사롭게 거론하십니다. 그도그럴것이, 오 지사님이 어린 소녀였던 시절, 이들 까마득히 거룩한 애국 지사들께서 딸처럼 손녀처럼 돌보고 교양도 가르치셨던 환경이었으니 말입니다. 평생을 헌신하여 조국의 광복만을 도모하신 이 어르신들은, 그 마음씀도 이처럼 다정하고 자애로우십니다. 얼마나 공사에 다망하셨을 텐데도 말이죠. 우국지사들은 평소에 학문도 게을리하지 않고 연마하셨기에, 학식도 풍부하고 필체도 어쩜 그런 명필이 다시 없을 만큼 글에서 풍기는 혼과 얼이 누구 눈에도 두드러집니다. 그런 분들을 사사하신 오 지사님 역시, 얻다 내놓아도 고아한 품격이 느껴지는 멋진 필체를 선보이십니다.



오 지사님의 부친께서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선대 어르신들도 예외 없이 무장 투쟁 계열의 항일 운동가들이셨습니다. 모친 정현숙 여사는 비교적 최근에 타계하신 편인데, 여전히 우리 일반인들에게 그 함자가 낯설게 들리니 근현대사 교육의 부실함과 방향 없음이 얼마나 심각한지 새삼 실감합니다. 오 지사님께선 또 남달리 총명하시고, 운동 신경까지 빼어나셔서 당신이 직접 회고하시는 과거사 중 재미있는 대목이 꽤 많았습니다. 노령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귀중한 기록과 구술을 남겨 주신 것도, 유달리 맑고 청명한 정신에 그 육신이 그대로 조화를 이룸을 증명합니다. 이처럼, 대의를 위해 헌신한 영혼은 위인됨을 언제나 "승자"로 자리매김하게 마련입니다. 부정한 권력과 재물을 건사해도 사악한 자들은 언제나 건강도 나빠진 채 패자로 죽듯이 말입니다.


오 지사님은 평생을 교직에 복무하다 정년을 맞아 퇴임하셨습니다. 이렇게 불꽃처럼 올곧게 사신 분은 어떤 처지에서도 여한이 안 남는 정정당당한 마음과 뜻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으시고, 그 자체가 거대한 축복입니다. 문제는 우리들이죠. 어느 버스기사가, 오 지사님이 내민 "보훈대상자 카드"를 보자, "여자는 이런 것 안 될 텐데"라고 했답니다. 미국 같으면 전쟁 영웅이 모습을 드러내는 어느 공공장소에서도, 시민들이 기립하여 숭고한 애국심을 기리는 게 보통이죠. 하물며 노령의 애국지사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여자"라니요. 그 기사 욕할 것 하나도 없습니다. 저 분별 없는 기사가, 다 은혜를 모르는 우리들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누가 누굴 나무라겠습니까. 오희옥이라는 함자를 들어 본 적도 없는 우리, 아예 들어보고자 노력도 않은 우리들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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