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
제임스 볼드윈.라울 펙 지음, 김희숙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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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교묘해지고 혐오는 노골화 되고 폭력은 공공연해진다. 그게 인종이든 뭐든간에 구분하지 않으면 안되는 비겁한 부류들이 있다. 있어서는 안되는건 바로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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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스 페이지터너스
그레이엄 그린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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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펀딩한 책보다 늦게 나왔지만 기다릴 가치가 충분함.
블랙코미디의 결이 어떤것인지 잘드러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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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 -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변진경 지음 / 아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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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상처를 드러내거나 알리지 않는다.참을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두려움과 불신때문이다. 그것을 알아채 줄 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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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우울증 - 죽을 만큼 힘든데 난 오늘도 웃고 있었다
훙페이윈 지음, 강초아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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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많은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제목만으로 어느 정도의 수긍과 동의가 이루어진다는 건 양면성을 갖는다. 그만큼 공감할 준비가 된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수많은 미디어의 정보와 넓고 얕은 지식들을 기반으로 속칭 '뻔 한'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 대신 미리 형광처리 된 밑줄을 그어 놓은 편집은 내 경우는 달갑지 않았다. 독자들의 처지나 취향이나 시각에 따라 밑줄은 다르게 그어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조금 성가셨다.


미소우울증을 정의하길 '우울증 문제가 있으나 이를 성공적으로 감추고 있는 사람의 심리'라고 한다.

사회와 가정과 자신이 속한 모든 공동체에서 원하는 모습.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편적'이라고 배우며 살았다. 배려와 감사가 넘치는..아주 어릴 때 형제끼리 싸워도 엄마는 상황이야 어찌되었든 둘의 손을 꼭 잡고 마주 쥐어주며 언니한테 잘못했다고 해. 동생한테 미안하다고 해. 사이좋게 지내자 악수 하고. 사랑해 안아줘야지. 를 주문했다. 내 안에 나의 주장과 요구 그리고 화해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납득 없이 내가 아닌 상대에게 너그럽고 친절해야 한다고 우격다짐으로 배워왔던 것이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개천에서 용은 더이상 나오지 못하고 한 번 쯤 실패할 수도 없는 시간을 사는 사람들에게 '안정'과 평안'은 화두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적 기반.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 좋지 않은 직장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가능성을 제시해야 살아남는 직장에서 기꺼이 해내야 하는 역할은 힘겹기만 하다. 

하지만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은 없다. 세상은 '나'를 제외하고 화려하고 신나게 돌아가고 있다. 여유로운 삶, 즐거운 삶, 그런 삶의 표정들이 온갖 매체 속에서 보여진다. 나의 서러움과 불안함이 세상에게 들켜서는 안된다는 강박은 방어기제처럼 저절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럴리가 없어.' '그렇게 밝은 사람이?'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떠난 이는 누구에게도 우울증을 들키지 않았다. 애도하는 이들은 떠난 이의 우울을 들으며 자신의 우울이 아직 들키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이제 너무나 흔하게 말해지는 우울, 마음의 감기라고 친근한 표현도 있는 우울. 하지만 자신의 우울만큼은 들켜서는 안된다.


가르치는 아이 중에 '해피 바이러스'라고 불리웠던 아이가 있다. 아버지와 자매가 산다. 어머니는 아이가 꼬마였을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고 아이는 저보다 더 어린 동생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버지를 돌보며 자랐다.

아이는 늘 웃었고 아이의 가방엔 늘 과자며 젤리가 그득했다.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가도 1/n 보다 조금 더 내는 아량도 보였고 수업시간에도 열심이었다. 학급 임원도 했고 댄스동아리도 했고 한국사연구동아리도 했고 캘리그라피를 배워 엽서를 만들기도 했고 쿠키를 구워오기도 했다. 매 순간 열심인 아이가 신기했다. 사춘기도 없나? 저 아이 정말 대단해. 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그 아이를 좋아했다. 늘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었고, 나 역시 칭찬을 이어갔다. 어느 날 그 아이가 종일토록 엎드려 울기 전까지 말이다. 아이가 스스로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렸다. 힘들었던 거다. 아무리 괜찮다고 다짐을 해도 더이상은 감출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어떻게 다 잘하고 사니? 여태까지 잘 해왔는데 그것만으로도 대단해' '때때로 울어, 울어야 사람이지 울어봐야 우는 사람 마음도 헤아릴 줄 알게 되는거지' '다 잘하려고 하지만 젤 잘하는 거 하나만 잘 해도 돼.' 따위의 말을 늘어놓았고 안정을 찾기 까지 1년도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아버지와 상담을 다녔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나의 옆지기는 공황장애 3년차이다. 딸아이의 친구는 항우울제를 먹고 있다고 했다.

우울은 더이상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며 자포자기의 심정들도 늘어가고 있다. 

책에서는 행복을 부르는 열가지 생각을 말한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우울증 처방을 말해보라고 하고 하나씩 적으면 이 열가지 방법을 다 적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당연하기도 하고 별것 아닌 것 같기도 한 방법. 

하지만 잘 안된다. 그만큼 우리는 우울과 가까이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으며 뚱딴지 같은 생각을 했다. 

우울이 바이러스로 전염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호흡기 정도야 참아줄 수 있는데 우울이 창궐하면 방도가 없을텐데? 

마스크에 스마일을 그리고 다닐까?


오랫동안 웃는 법을 잊은 것 같다. 소소한 행복. 너무나 소소해서 있었는지도 모를 만족과 어려운 현실에 우리는 조금씩 미소우울증을 앓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어쩌면 미소우울증을 앓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를일이다.

나는 약한 사람입니다. 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라고 요구할 수 있다면..

당신도 내게 기대시겠습니까? 라고 제안할 수 있다면..

우울증은 조금 더 쉽게 걷혀질 수 있을까? 를 생각한다.

" 우울증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이런 노력이 전부 사후에 이뤄진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사람들은 선택적으로 증거를 수집한다. 예를 들면 자살한 사람의 가까운 친구를 만나서 그가 우울증을 앓았던 흔적을 찾아보려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달라질 것이 있을까?" - P28

"세상 사람들은 미소를 ‘힘들지 않다‘, ‘나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다‘, ‘걱정할 일은 하나도 없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미소를 전부 이렇게 이해하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더 안타까운 사실이 있다. 미소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마음 속 고통을 완벽하게 감추지 못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불행한 표정을 들켰을 때, 연약함과 우울함이 밖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슬퍼한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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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봉 - 장정희 장편소설,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장정희 지음 / 강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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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돌아오는 생일, 해마다 책을 받은지가 꽤 되었다. 잊지 않고 챙겨주는 친구 덕에 호사를 누린다.

이번 생일에도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달라며 메시지를 보냈지만 딱히 읽고 싶은 게 없다고 했다. 그러다 몇 권의 책 목록을 주었고, 거기 옥봉이 있었다.

새빨간 표지, 문득 펑지차이의 '전족'이 생각났다. 어떤 프레임 때문일 것이다. 여성, 억압, 차별, 기타 등등의 억울함과 불공평함을 호소하는 프레임.

사실, 이옥봉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허난설헌일지 이매창일지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살아가며 이렇게 저렇게 듣고 읽은 탓에 아는 것일 뿐, 관심 있게 들여다보진 않았던 게 사실이니까. 그럼에도 궁금하고 호기심이 동한 건 사실 어이없다 싶은 계기가 있었다.

티브이 프로그램 중, 천일 야사(?)라는 것이 있다. 사흐라자드의 천일야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말 그대로 옛날이야기이다. 서프라이즈 국내판 같은 느낌?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르거나 익히 아는 이야기들이 자주 편성되는 데다 너무 가볍게 다루고 넘어가는 내용들이 많지만 굳이 채널을 돌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무심히 그냥 본다. 어쩌다 얻어걸리는 소재들이 있어서다.

여하튼 어느 날엔가 이옥봉의 이야기를 했다. 온몸에 종이를 휘감은 여인이 절벽 위에 서 있는 장면이 오래도록 머리에 남았다. 그녀는 어떤 글을 썼을까?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천형 같은 재능의 결과물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궁금했다. 몇 개의 시들을 찾아 읽고 낮은 탄성을 내놓긴 했지만 이내 잊었다. 그 후 일요일의 루틴처럼 보게 되는 서프라이즈에서도 이옥봉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러다 옥봉(장정희 장편소설)을 알게 되고 급기야 단숨에 읽어냈다.

이물감이 없는 이야기.

이야기에 이물감이 없다는 건, 억지스러움이 없다는 말이다. 개연성 없이 감정을 충동질하는 글들이 없다는 말이다. 때때로 역사 속 여성들에 관련된 도서들을 읽다 보면 그 억울함과 참담함을 드러내기 위해 과하게 감정을 찔러대는 서사들을 만나곤 한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차라리 더 냉정하게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래 준비하고 써냈음이 분명한 글. 이렇게 자분자분하게 써내리기까지 작가는 얼마나 오래 옥봉을 앓았을까? 싶다. 서두름 없이 담담하게 내어놓는 이야기가 때로는 더 수긍이 되고 더 저릿하게 공명된다는 걸 다시 확인한다.

자신의 이름도, 사랑도, 죽음까지도 스스로 선택한 옥봉은 시대의 희생양(?)이 아닌 시대를 뚫고 나온 오롯한 봉우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서녀였던 옥봉은 의붓어머니 장 씨의 타박을 견뎠다. 아버지의 자애로움과 시에 기대어. 어찌 되었든 출가를 시켜 집에서 내보내려 하자 스스로 선택한 사람의 첩실이 되기로 한다. 그곳에서도 정처 이 씨의 질투와 견제를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자신을 아껴주는 남편에 기대어 버텨낸다. 시는 남편이 원할 때, 허락할 때만 가능하다. 시를 반쯤 빼앗기고 얻은 사랑일지도 모를 일이다.

당파의 정쟁이 치열했던 시기, 외직으로만 돌다 결국 멈춰버린 사내는 언제 어떻게 누명이 씌워진 채 처참한 말로를 맞이할지 전전긍긍했고 뾰족해질 대로 뾰족해진, 더는 여유도 낙관도 없는 두려움만 남은 사내에게서 옥봉은 내쳐진다.

이 대목에서 나는 혼자 울컥했다. 기구한 삶의 여인이어서일지도 모르지만 팍팍한 삶에 가슴 한편 연필 한 자루 꽂을 여유도 없던 시절의 내가 생각났다. 제일 먼저 책 읽기를 놓았다. 시를 놓았고, 소설을 놓았다. 내 조금만 상황이 나아지면 원 없이 읽을 거야!라고 다짐은 했지만 그 다짐을 실행할 수 있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버려진 옥봉을 부축한 이들은 천민들이었다. 부월이, 두만이, 두만 엄마 그리고 맹아. 옥봉의 시를 읽을 수 있는 이들은 옥봉을 내쳤지만, 그 시를 읽을 수 없었던 이들은 옥봉의 곁에 머물렀다. 고통 속에서 고통을 뚫고 맑게 솟는 휘파람 소리 같은 것이 시의 처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시는 고관대작들의 술놀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처절하게 바스러지는 뼈 마디마디를 모아 글자를 짓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서녀로 태어나 첩실로 살다 마지막 숨까지 시로 적어 온몸을 휘감은 채, 삶의 마지막 결정을 내린 옥봉. 스스로 시에게 몸을 내어주는 것으로, 자신의 소멸로 시를 지켜낸 건가? 모진 처지를 타고 났고 처절하게 살았기에 옥봉의 시는 애절한 사랑의 노래마저 생기가 있다. 마치 장애가 있는 여성비정규직노동자의 순한 미소조차 강단이 있어보이는 것처럼.

나는 옥봉을 읽으며 어떤 인물에 집중하기 보다 옥봉이라는 이름 대신 '시' 혹은 '문학'등을 대치시키며 읽었다. 비슷비슷한 구조 속에 담아두고 애닲아만 하는 건 어쩐지 무례일것 같아서. .

살기 위해 시를 쓴다는 사람들이 적잖이 있는 요즘, 죽음으로 시를 지켜내고 살려내려는 숭고함은 좀체로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시기에 읽은 '옥봉'

이제 한 물 가고 있는 밈으로 이 느낌을 치환해본다면.

진심으로 가슴이 웅장해진다고...말할 수 있겠다.

애당초 생에 만약, 은 없을 터였다. 그러니 너도, 나도, 아무도 생의 뒷모습을 모르는 것 아닌가. 너와 나의 생이

그런것 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각자의 굴레에 머리끄덩이를 잡힌 채 살아가는 것, 그게 생(生)인 것이다.

옥봉 307쪽

당신들은 내게 시를 '재앙'이라 말하지만, 그건 틀린 말입니다. 내게 시는 오로지 나의 존재 증명이자 여자로서, 서녀로서, 소실로서 살아야 했던 내 생의 전부를 내건 발언이고 항변이고 싸움이었던 거지요.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이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가 그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임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지요.

옥봉 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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