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장 희순 - 노래로, 총으로 싸운 조선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정용연.권숯돌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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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서울 청계천

--오늘은 웃대(인왕산 아래)로 가보자. 거기에 부자들 별장이 많대.

    와~ 이런 집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사는걸까?

=적어도 독립운동가 후손은 아니겠지.


--엄마, 저 사람들은 왜 저런 일을 하는거야?

=부모 말 안듣고 공부 안하면 저렇게 되는거야, 알았어?

+누군 공부 안하고 싶어 안했겠습니까?


​우리네 현실의 민낯을 바로 보여주는 '들어가며'를 보며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문장에 맺혀 있는 슬픔과 허무 그리고 분노가 함께 느겼집니다. 웃대 근처에 살아서 인지도 모르겠고, 독립운동과 맥락을 같이 하는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을 많이 뵈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그래픽노블로 나온 '의병장 희순'을 읽게 된지도 모릅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서 양반 가문의 여성이 있었던가 싶었습니다. 잠시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밝혀지지 않은, 아니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너무 많은 듯합니다. 다양한 형식으로 많은 부분이 알려지고 국민들과 공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힘든 작업을 진행한 권숯돌 글작가님과 정용연 그림작가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을텐데 그래도 이렇게 책으로 출판해주셔서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작가님들의 에필로그를 보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윤희순은 혼자 싸우지 않았다. 공동체속에서 가부장적인 남자들과 협력했고 다양한 계급과 계층을 아우르며 독려했다. 조선땅을 떠나 간도로 간 이우호는 중국인들과도 연대했다. 그런 일들이 어떻게 한 개인의 탁월함만으로 가능하거나 사회의 진보성만으로 탄생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둘 다 였을거라고 믿게 된다."-글쓴이의 말


​"​오늘 내가 누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제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결과다. 독립운동은 공동선을 위해 자신을 제단에 바치는 일이다. 자기 안의 비겁함과 끊임없이 싸워 이겨야만 한다."-그린이의 말


​작가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은 에필로그를 보면서 알 수 있습니다. 글쓴이의 "독립운동의 연속성과 집단성"이라는 부분이 다가옵니다. 윤 선생 삶의 과정 과정을 보면,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쉽고 친근하게 다가와 사람들과 '같이'를 하는 부분이 눈에 뜁니다. 군자금을 모아 의병활동을 지원하고, 화학과 탄약까지 만들었고, 중국 망명 이후는 연설과 모금활동을 통해 독립운동가를 키우는 활동을 하면서 두 아들을 독립운동단체에 가입시키고 뒷바라지를 합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구한말, 나라를 뺏기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윤희순 선생의 삶은 같은 여성으로서, 같은 국민으로서 '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되묻게 됩니다. 시아버지와 남편을 잃고 핏자국, 멍자국을 닦아내지 못한 큰아들까지 일본의 고문으로 잃게 되는 과정, 그리고 아들의 죽음앞에서 울분을 참지 못하였던 그녀는 '고흥 유씨 항재 처 해평 윤씨 가정록'(해주 윤씨 일생록)을 지어 삶을 기록하고 후손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정리한 후 곡기를 끊어 숨을 거두셨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윤 선생이 자손들에게 남기는 말씀인지, 작가가 독자에게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읽는 이들이 가슴에 새겨봐야 하는 문장같습니다.


용서하거라. 죽음보다 어려운 삶을 너희에게만 떠 안긴채 혼자 떠나간 것을.

나라 잃은 백성으로 내 어찌 자식 잃은 슬픔을 혼자만 겪은 듯 유난스레 굴까마는.

이제는 정말 기력이 쇠하고 고단하여 쉬고 싶구나.

한 번도 나만을 위해 살아보지 못한 할미에게 마지막 이기심을 허락해다오.

할미가 다 미치치 못한 일기는 광복된 세상에서 너희가 채워주기 바란다.

그리고 부디 기억해다오.

좋은 옷, 기름진 음식, 푹신한 잠자리에 입히고 먹이고 누이진 못했으나

우리는 너희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는 것을.

무엇을 지키려 했냐고?

글쎄다.

때로 그것은 누군가에겐 가족이었고 누군가에겐 이름이었고

못숨이었고 땅이었고 하늘이었고 자존이었고 독립이었을 테지.

그러나 그 대답은 좀 미뤄두기로 하자.

우리가 그토록 처절히 지키려 한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는

훗날 너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겠느냐?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이다.

의병장 희순  제14화 〈남겨진 사람들〉 중에서(412~414쪽) p. 411-414



더 늦지않게 독립운동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독립운동가 후손들도 선조들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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