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머나, 선생님! 정말 솔직하시네요."

현실에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의사 선생님을 이 책을 통해 만났어요.

저자 왈, 이 책은 "B급 의사의 S급 현실 이야기"라네요. 네, 정확한 자가 진단인 것 같아요. 

우리가 급을 평가할 수는 없으니 B급 의사라는 건 겸양의 표현으로 이해할게요. 주목할 건 S급 현실 이야기인데, 진짜 솔직함에 깜짝 놀랐어요.

아무리 글이지만 이토록 속내를 드러낸다는 건 굉장한 용기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론 오죽 답답했으면, 이런 생각도 들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자 입장이니까 당연히 의사의 생각을 알 수 없고, 그로 인한 오해 혹은 편견이 쌓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의사도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이상하게 진료실에서 만나는 의사 선생님은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 같았거든요. 서로 입장을 바꿔보면 이해 못할 게 없다지만 아무래도 병원이라는 공간이 사람을 주눅들게 만들잖아요. 이건 제 경험인 거고... 책속에 황당하고 무례한 환자들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어요. 이래서야 누가 의사를 하겠나 싶을 정도로 심하더라고요.


새롭게 알게 된 건 왜 의사는 검사를 권하는가,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의학은 어렵고 법적 책임은 더 커졌으니 의사는 자기 방어에 바쁘고, 사람들은 더 이상 의사를 믿지 않는다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신만을 지키려다 보니,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한 거예요.

여기서 한가지 확실한 건 있어요. 나쁜 인간이 문제인 거지, 의사와 환자로 나눌 문제가 아니라는 것.

코로나19 시기에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진들이 있는가 하면, 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의사 면허로 진료하는 파렴치한들이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아픈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의사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누구나 아픈 환자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의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모두가 바라는 의사는 마음 따뜻한 명의일 거예요. 


문득 대한의사협회 산하 기관인 의료정책연구소가 SNS에 올린 내용이 떠오르네요.

"어떤 의사를 고르시겠습니까?"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둘 중 어느 의사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이에요.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르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라는 두 가지 선택지에서 고르는 거예요. 어이 없는 질문이죠?  


저자는 현실 생계형 의사인 동시에 매우 양심적인 의사인 것 같아요. 한때 명의를 꿈꿨으나 좌절했던 시기의 실수담까지 모조리 들려주니 말이에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이고, 그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양심을 지키는 의사의 노력이라면 믿을 수 있어요. 결국 환자는 믿을 만한 의사를 찾는 법.



... <다른 의사가 아니라 '나'여서 살린 환자, 또는 진단을 내린 환자>에서

<'내'가 아니라 다른 의사였다면 살렸을 환자, 또는 진단을 내렸을 환자>를 빼면

지금까지 플러스일까, 마이너스일까.

처음 의사가 되었을 때는 계속 마이너스였다. 수련을 받으면서 가끔 플러스가 있긴 했지만,

실수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마이너스가 더 많았다.

그리고 지금은 마이너스가 간혹 있지만 플러스를 천천히 채워나가고 있다. 

어느 순간 확실히 플러스가 되면, 그제야 의사를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다.  (264p)


+++ 뒷이야기 +++

"질병을 돌보되 사람을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작은 의사라 하고,

사람을 돌보되 사회를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보통 의사라 하며,

질병과 사람, 사회를 통일적으로 파악하여 그 모두를 고치는 의사를 큰 의사라 한다."

꿈에 부풀었던 20대 초반에 읽은 『닥터 노먼 베쑨』 서문에 나오는 글귀다.

아직 질병도 돌보지 못하는 나는 작의 의사조차 되지 못했으니, 책을 읽을 때마다 부끄럽기만 하다.  (265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다이어트 주치의가 있다 - 다이어트와 폭식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 해결법
전승엽 지음 / 라온북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이어트 관련 서적은 정말 많아요. 요즘은 굳이 책이 아니어도 여러 매체를 통해 다이어트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다이어트 방법은 입소문이 아닐까 싶어요. 누구는 이걸 먹고 혹은 이런 운동으로 살을 뺐더라~~

뭐 어떤 방법이든 효과가 있었다면 다행이지만 혹시나 살을 뺐는데 건강을 해쳤다거나 다시 요요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건 잘못된 방법이라는 뜻이겠죠.

과연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은 뭘까요.

<나는 다이어트 주치의가 있다>는 입소문이 아닌 의학적 지식을 응용한 다이어트 내용만을 담고 있어요.

저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비만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이어트 분야에 대가는 없다는 점이에요. 이것은 저자가 강조한 말이에요. 다이어트를 전공으로 하는 의사라고 해도 모든 사람의 살을 백퍼센트 빼줄 수는 없다는 거예요. 다만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꼭 주치의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뭐야, 비만클리닉을 다니라는 얘긴가, 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정말 다이어트가 필요한 비만이라면 의학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런데 다이어트 자체를 단순히 살빼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문제인 거죠. 의학적 지식이 부족해서 체중이 증가하는 사람도 있고, 살을 빼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다이어트 클리닉을 찾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하네요. 다이어트의 본질은 우리 몸을 제대로 아는 것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모든 독자들의 다이어트 주치의가 되어준다고 볼 수 있어요. 부록에 나온 <비만 원인 분석표>로 자가 진단을 할 수 있어요. 그 결과를 보면 비만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어요. 자신에게 해당되는 비만의 주된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나면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요. 스스로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고 주치의와 상담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좋아요. 또한 병원 다이어트가 궁금했다면 그와 관련된 정보들이 자세히 나와 있어요. 


이 책에서 배운 건 다이어트의 핵심이에요.

"습관을 분석하면 살이 빠진다"라는 것과 "다이어트는 혼자 하지 말라"라는 거예요.

살찌는 원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볼 수 있어요. 습관 문제, 감정 문제, 수면 문제, 음식 문제, 가공식품 문제.

이 중 습관 문제는 무엇을 언제 얼마나 먹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해요. 좋은 것들을 좋은 시간에 먹는다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다이어트를 혼자 하지 말라는 건 다이어트의 핵심이 개입과 꾸준함이기 때문이에요. 앞서 감정 문제를 살펴보면 외로우면 폭식한다는 연국 결과가 있고, 1인 가구일수록 식이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는 점을 들고 있어요. 폭식증과 거식증은 정신과 치료를 요하는 문제예요.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에요. 감정을 알고 습관을 분석하면 자신의 문제점이 보이니까, 좀더 정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요. 책속에 타입별 맞춤 다이어트 처방이 나와 있어요.

참고로 저한테 해당되는 범인을 잡았어요. 믹스커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차이나 - 중국이 꿈꾸는 반격의 기술을 파헤치다
박승찬 지음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더 차이나>는 국내 중국 전문가가 들려주는 중국 혁신전략에 관한 책입니다.

정확하게는 대對 중국 전략을 위한 중국의 혁신 변화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과 중국의 미래가 경쟁 구도가 아닌 융합해야 성장, 발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중국식 혁신을 제대로 분석하는 것이 향후 한중 경제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과연 중국식 혁신이란 무엇일까요.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괴적 혁신은 초기에는 간단한 모바일 앱으로 중국 시장에 뿌리내리고, 끈질기게 시장을 잠식해나가다가 점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재편하여 최종적으로는 기존 선진 경쟁자를 물리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른바 중국의 신新4대 발명품(알리바바로 대표되는 온라인 쇼핑,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중국의 고속철도, 알리페이·위챗페이와 같은 모바일 지불결제 시스템, 공유경제)이 파괴적 혁신을 통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속적 혁신을 통해 선두 기업의 기술과 실제 시장의 수요자 간 가격과 기술의 갭을 발견하고, 기술적 성능이 다소 떨어져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파괴적 기술로 이 갭을 메꿔나가는 전략입니다. 사실 파괴적 혁신의 성공 여부는 어느 국가가 먼저 규제를 풀고 완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즉 그 기술을 누가 먼저 시장에 꽃피우느냐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기술적 인프라가 앞서 있다고 해서 지속적 혁신을 잘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파괴적 혁신을 위한 동력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부분 파괴적 혁신을 수행하다 보면 정책이나 제도적 규제 등 제약에 당면하는데, 중국은 그런 제약을 과감히 없애고 정부가 나서서 파괴적 혁신자의 파트너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막강한 지원정책과 자본력 그리고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국 AI 기술역량이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파괴적 혁신을 넘어 빅뱅 파괴의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가장 중심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빅뱅 파괴라는 용어는 창조 Bigbang와 붕괴 Disruption 를 동시에 발생시키는 혁신이라는 의미로, 중국의 핀테크 기술과 같이 시장을 새롭게 창조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어느 지역이든 창업지원센터에 가면 '공산당과 함께 창업을'이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공산당이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내수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창업 인프라가 융합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스타트업 플랫폼으로 몰렸으며,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 덕분에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점 또한 강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중국 사회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습니다. 중국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공산당-기업-14억 명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디지털 플랫폼 제국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유통혁명은 MPT(모바일, 플랫폼, 기술혁신)을 필두로 14억 명의 중국인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와 연결된 모든 비즈니스 생태계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가공해 새로운 미래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제품의 원료 공급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중국이 맡아서 하는 시스템인 '홍색공급망'을 'CVC China Value Chain 중국 가치사슬'라고 부릅니다. 중국의 CVC 전략은 한마디로 중국 국산화 전략의 중장기 마스터플랜으로, 크게 5단계로 나누어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CVC 5단계는 최종 목표는 세계 최고 제조강국으로 일어서서, 미국을 추월해 경제력, 기술력 등 각 분야에서 세계 1위 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입니다. 

시진핑 정부의 주요 기술혁신 어젠다는 '국가혁신 구동형 발전전략'입니다. 2050년까지 15년 중장기 전략이며, 국가혁신 구동형 '1+2+6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시스템을 '팬더날기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1개의 국가혁신 시스템 구축은 팬더의 몸통으로서 공산당을 의미하고, 2개의 핵심축은 중국의 핵심 구동력이 빠른 속도로 가도록 하는 과학기술 혁신과 플랫폼 체제 혁신을 뜻합니다. 6개의 전환은 팬더(중국)가 향후 10년 이후 날 수 있도록 만드는 날개 역할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팬더날기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중국이 지금까지 철저하게 혁신성과지표를 지켜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중국의 신문매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중국지조中國智造'라고 합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중국식 표현인 '중국제조中國製造'와 중국식 발음은 똑같지만 그 의미는 완전히 다릅니다. 중국지조는 영어로 하면 'Intelligent Manufacturing in China'이며, 중국이 지智 혁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해 만든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에서 향후 지식 기술 기반 첨단산업의 핵심으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중국이 꿈꾸는 미래는 중국창조中國創造 라고 합니다.

이 책은 바로 중국의 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과거의 중국을 잊고, 새롭게 변모한 중국을 바라봐야 합니다. 저자는 한국이 중국 신형 인프라에 주목하고 올라타야 할 때이며, 중요한 건 어떻게 한국판 뉴딜과의 연계협력을 진행하고, 한중 디지털 경제협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드느냐라고 이야기합니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중국의 존재는 반드시 협력해야 할 국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강해져야 중국과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뇌리에 남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개정판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 그르니에의 『섬』을 만난 건...

2020 서울국제도서전 [다시 : 이책]으로 소개되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이 책의 초판은 1980년 12월 10일 민음사에서 출간되어 독자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 왔는데, 

사십 년 만에 완전히 새로 번역되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고.

그래서 궁금했어요. 어떤 책이길래 꾸준히 사랑받았을까.


우선 장 그르니에는 누구인가.

프랑스의 사상가, 작가, 철학가라고 해요. 

1922년 철학교원자격시험에 통과해 교사로서의 이력을 시작했대요.

1968년까지 약 40년간 아비뇽, 알제, 나폴리, 몽펠리에, 릴, 알렉산드리아, 카이로, 파리 등 방랑의 철학교수 생활을 보냈대요.

알제리에서 고등학생이던 알베르 카뮈를 가르쳤대요.

아하, 알베르 카뮈!

카뮈는 그르니에가 쓴 『섬』이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된 인생의 책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 책 서문은 알베르 카뮈가 썼어요.


"알제에서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스무 살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충격...

... 이십 년이 넘도록 나는 이 책을 읽고 있다. 

...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펼쳐 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해 

내 방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펼쳐 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 알베르 카뮈 (5-15p)


굉장한 극찬이죠. 한 권의 책을, 그 안의 문장들을 조금씩 아껴 읽을 정도로 소중하게 여기다니.

무엇보다도 그 첫만남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니.

저 역시 궁금해요. 스무 살에 처음으로 『섬』을 펼쳐보는 심정은 어떨까.

스무 살도 아니고, 카뮈도 아니라서 저한테는 영원한 미스터리가 될 것 같아요.


유난히 얇은 책인데 쉽게 책장을 넘기질 못했어요.

문장들이 자꾸 말을 거는 것 같아서... 내 생각을 묻는 것 같아서.

<공의 매혹>에서 장 그르니에가 예닐곱 살 무렵의 기억을 들려주고 있어요.

여기서 '공'은 '비어 있음'을 뜻해요. 

"어느 한 그루의 보리수 그늘 아래 가만히 누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눈길을 던지고 있다가

나는 문득 그 하늘이 기우뚱하더니 허공 속으로 송두리째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내가 처음 느낀 무(無)의 인상이었다."  (23p)

저 역시 어릴 때 이와 유사한 기억이 있어서, 약간 놀랐어요. 정확히 제 느낌은 무(無)가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것 같아요.

잠시 내가 '나'가 아닌 하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느낌 혹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뭐라고 표현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작가의 글을 통해 만나는, 묘한 경험을 했어요. 그건 일상에서 느끼는 공감과는 다른 것 같아요. 마치 신호탄처럼 그의 문장들이 제 안에 뭔가를 드러나게 만든 것 같아요.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쪽만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 

우리는 추론을 통해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87p)


"섬들을 생각할 때면 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일어나는 것일까?

난바다의 시원한 공기며 사방의 수평선으로 자유롭게 터진 바다를 

섬 말고 어디서 만날 수 있으며 육체적 황홀을 경험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섬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섬에 가면 '격리된다(isole).' - 섬(lle)의 어원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섬, 혹은 '혼자뿐인' 한 인간. 섬들, 혹은 '혼자씩일 뿐인' 인간들."    (120p)


"세계는 오직 내가 깨어 있는 순간에만 자기가 부재함을 말한다.

... 내가 나의 가장 깊숙한 것 쪽으로 기울어지면 

나는 존재하기를 그치며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다. - 그리고 남도 아니다. 나는 '그것'이다.

나의 가장 은밀한 사고와 나의 욕망들은 그것들을 불러일으키는 그이에 비한다면 한갓 환영들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잠들면 나는 '그것'에 가까워지고 내가 죽으면 나는 그것과 하나가 되려 한다.  나는 돌이 우물 속 깊이 떨어지듯 그의 속으로 떨어진다."  (145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과서가 쉬워지는 주말여행 - 2020-2021 최신개정판 교과서 여행 시리즈
김수진.박은하 지음 / 길벗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초등학생들은 학교 수업 외에 각자 자유롭게 체험학습을 할 수 있어요.

대부분 부모와 함께 박물관이나 유적지 등 체험하는 활동이에요. 올해는 다들 체험학습을 많이 못해서 많이 아쉬웠을 거예요.

아이들은 교과서로 배우는 지식보다 직접 보고 느끼는 체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역사에는 통 관심이 없던 아이가 역사박물관이나 역사관 탐방 후에 달라졌어요. 우리 역사와 위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적극적으로 찾아보게 됐어요. 

<교과서가 쉬워지는 주말여행>은 꼭 가봐야 할 초등학교 과목별 여행지 212곳의 정보가 담긴 책이에요.

전문 여행작가 2명이 우리나라 곳곳을 누비며 찾아낸 여행지를 소개한 것이라서 더욱 신뢰가 가는 것 같아요. 특히 이 책에 수록된 여행 정보는 2020년 9월 기준이라는 점이 지금 이 책을 봐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가장 최근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주말여행 계획을 바로 짤 수 있어요.

솔직히 어디를 가야 할지, 매번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보면서 그동안의 고민이 싹 사라졌어요. 그만큼 각 여행지의 정보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교과서 영역별로 살펴보면 사회&역사 영역, 과학&자연 영역, 언어&문학 영역, 예체능 영역마다 가볼 만한 곳들이 나와 있어요. 각 여행지마다 학습 포인트, 여행지 기본 정보, 알차게 돌아보기 정보, 사전 조사를 위한 정보를 알려주네요. 또한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체험 학습지와 미취학 아동을 위한 신나는 놀이터까지 다양한 여행지가 소개되어 있어요.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아이들 스스로 자기 주도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 방법과 정보를 알려준다는 점인 것 같아요.

체험 학습 과정은 체험 장소를 정하고, 체험 일정과 시간, 교통편을 알아보면서 구체적으로 체험 활동 조사 계획을 세워요. 현장에서는 체험하면서 보고 들은 내용과 느낀 점을 자세히 기록해요. 마지막으로 체험 학습 보고서를 작성해요. 이러한 전 과정을 아이 스스로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이 진짜 공부인 것 같아요. 바로 그 부분이 "초등학생을 위한 자기주도여행법 Tip"으로 설명되어 있어서 도움이 되었어요.

이제껏 가족 여행을 겸해서 체험학습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거의 부모가 주도하는 여행이었는데, 이 책 덕분에 제대로 된 체험학습 방법을 배웠네요.

세심하게 지역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어 여행 코스까지 안내하고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책에 여행지 관련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편리하네요. 아이들의 관심사와 학교 교육과정에 맞는 주제를 정해서 원하는 여행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아이와 함께 여행지에 관한 사전 조사를 하면서 궁금점들을 찾아보는 과정이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책속에 담긴 국내 교육 여행지를 다 둘러볼 때까지, 늘 곁에 둬야 할 책인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