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이철환 글.그림 / 자음과모음 / 2015년 5월
평점 :
수수해서 좋다.
담백해서 좋다.
편안해서 좋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반대로 그 마음을 얻고 싶다면 나름의 방법,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라는 거창한 제목 때문에 깜박 속은 느낌이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이철환님의 에세이다.
사람의 마음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해준다. 주변 지인과 있었던 일이나 동네 이웃과 나눈 대화들이 등장한다.
인간의 마음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성'과 '인간의 감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해준다.
처음에는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초점을 맞추어, 답을 알아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점점 읽어갈수록 그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되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글로 마음을 표현한다는 건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훌륭한 글들이 많지만 진심으로 와닿는 글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내게는 수많은 책들도 각각의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별 감흥이 없는 책이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을 변화시킬 만큼 특별한 책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우선 이 책은 억지로 꾸미지 않아서 좋고, 뭔가를 가르치려 들지 않아서 좋다.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이것이 책 제목이면 당연히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설명할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을 빗나갔다. 그냥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어, 누가 들려준 얘긴데 이런 내용이 있더라는 식으로 툭툭 한 가지씩 화두를 던진다. 그러다가 인간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 필요한 두 가지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건 바로 인간의 본성과 인간의 감정이라고 알려준다. 질투, 배신, 변덕, 배은망덕, 이기심, 이중성, 속물근성, 허영심, 인정받고 싶은 마음, 무례함, 비판, 폭력성이라는 12개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와 어른의 차이를 내게 묻는다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느냐, 감추느냐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같은 동네에 사는 소년에 대한 일화를 보면서 공감한 부분이다. "너처럼 잘생긴 아이는 처음이냐"라고 말하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말하던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니까 그냥 웃으면서 답변을 안 하더란다. 아마도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대답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순수함과 솔직함이 어른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점점 변해간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이나 마음을 함부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걸 은연중에 배우게 된다.
만약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세상에 산다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라는 책은 출간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과 감정은 옳고 그름으로 판단해야 될 대상이 아니다. 그냥 인간이기때문에 지니고 있는 일부분이다. 오히려 인간의 본성과 감정을 가로막는 건 이 사회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인간의 본성과 감정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가장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어서 적어본다.
"당신의 마음이 책입니다. 당신이 읽어야 할 유일한 책은 당신의 마음입니다."
내게는 이 문장만으로 충분한 대답을 얻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