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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천천히 감상하고 조금씩 행복해지는 한글꽃 동심화
김문태 글.그림 / 라의눈 / 2015년 6월
평점 :
살다보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일 것 같다.
"그냥~"
좋을 때는 좋은대로, 안좋을 때는 안좋은대로 그 모든 걸 담을 수 있는 한 마디.
<그냥>이라는 책은 제목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동심화'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한글을 동양화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캘리그라피와 비슷하다. 그림 같은 글씨, 글씨 같은 그림이라고 해야 할까. 뭐든 상관없다. 그냥 그 자체로 좋다.
'행복'이라는 글씨가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 보인다. 하하하 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스치는 바람, 시냇물 소리, 이름 모를 들풀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마음이 머무는 그것... 저자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적는다. 아니 그린다.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은 다를 것이다. 행복을 느끼는 순간도 다를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 스스로가 행복에 대해 굳이 배우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든지 느낄 수 있는데 왜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걸까. 그건 어쩌면 행복을 자기 내면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은 아닐런지.
뭔가를 이뤄내야 하고,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되고, 모든 것이 완벽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닌데......
행복을 무엇이라고 규정 짓는 것부터가 행복과 멀어지는 일인 것 같다. 행복은 우리가 치뤄야 할 시험이 아니다. 점수로 매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오래 전에 봤던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오죽했으면, 그런 영화가 나왔을까.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라고 떠들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성적에 매달리고, 어른들은 실적에 매달리며 살고 있다. 무엇을 위해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대부분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행복하기 위해 안달복달 쫓기듯 사는 건 아닌지.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그냥, 뭐라고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사는 것에 대해서, 행복에 대해서 잊고 있던 것들을 떠올리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모든 생각들을 잠시 미뤄두고 그냥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동심화라는 멋진 작품을 마주하니 기분이 절로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