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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아의 소중한 것과 오래도록 함께하는 생활
가도쿠라 타니아 지음, 김정연 옮김 / 테이크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의외로 책이 얇다.
<타니아의 소중한 것과 오래도록 함께하는 생활>이라는 제목처럼 삶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고 기대했다.
가도쿠라 타니아. 이 책의 저자는 일본에서 유명한 푸드, 라이프 스타일리스트라고 한다. 독일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서 아버지의 전근으로 독일, 미국, 일본 등에서 자랐다. 외국계 증권회사에 입사해서 도쿄, 런던, 홍콩에서 근무했고 결혼 후에는 남편의 유학으로 다시 런던에서 살다가 현재는 일본에 살고 있다. 굳이 저자의 이력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 책에서는 그녀가 주인공이 아니라 그녀의 소중한 것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오래도록 함께 한 물건들을 보면 마치 친구처럼 정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타니아의 소중한 것들 역시 그녀의 삶을 느끼게 해주는 물건들이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식기장, 두 번이나 천갈이를 한 소파, 시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옻 그릇, 어머니에게서 받은 나뭇잎 문양의 접시, 오랫동안 찾아온 식탁 의자, 편안한 휴식을 위한 라탄 체어 등은 세월이 묻어나면서도 굉장히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그건 타니아만의 물건과 교류하는 규칙 덕분인 것 같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르고, 물건 손질을 즐기고, 물건을 너무 늘리지 않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스타일의 중심이 되는 물건을 적정한 가격에 구입하며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기, 사용하는 방법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오래된 물건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기, 아름답다고 느끼는 물건을 생활 속에 들여놓기. 특히 '소유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와 닿는다.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반드시 자신의 집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익숙한 산책길, 언제나 바라볼 수 있는 나무, 마음이 차분해지는 건물 등 집 밖에도 훌륭한 물건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즐거움도 배가됩니다." (9p)
역시나 왜 타니아라는 사람이 일본에서 사랑받는 라이프 스타일리스트인지 알 것 같다. 인테리어를 멋지게 연출하기는 쉽지만 삶 자체를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아름답게 가꾸기는 쉽지 않다. 책 표지에 보이는 집이 가고시마에 있는 타니아의 집이다. 도쿄에 거주하면서 한달에 4~5일 정도 머무는 전원주택인 것 같다. 창문을 보면 고풍스럽고 멋져보이지만 여닫는 일이 다소 번거로울 것 같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알맞지 않은 집이지만 타니아처럼 집안 곳곳을 관리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꼭 알맞은 집일 것이다.
이 책에는 타니아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다. 대신 그녀의 소중한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니아라는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그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과 물건만으로도 그 사람이 보인다는 게 신기하다. 그리고 부럽다. 남들보다 더 멋지고 값비싼 물건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것과 오래도록 함께 했기 때문이다.
가장 멋진 라이프스타일이란 '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나답게 살아가기' 라는 것을 타니아에게 배운 것 같다.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에는 많은 말이 필요 없는 것 같다. 그냥 보이는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