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라지지 마 - 노모, 2년의 기록 그리고 그 이후의 날들, 개정판
한설희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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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일이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청취자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그걸 들으면서 자동판매기 버튼이 눌러진 것마냥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나중에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흘러 꺼이꺼이 울었다. 다행히 주위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혼자 눈물을 닦아내며 스스로 눈물의 의미를 헤아렸던 것 같다. 하늘나라에 계시는 것도 아니고, 먼 곳에 계셔서 자주 못 만나는 것도 아닌데 왜 다시는 엄마를 만날 수 없는 것처럼 감정이 북받쳐 울었을까. 그 때 이후로 '엄마'라는 단어는 내게 있어서 '눈물 자동판매기' 버튼이 되었다.

<엄마, 사라지지마>라는 책을 보면서 그때의 감정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 눈물은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엄마 품에서 떨어지기 싫은 아기처럼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일이다.

일흔의 딸이 아흔의 엄마를 사진에 담았다. 그 사진들로 전시회를 열었는데 엄마 사진 앞에관람객들이 울먹이다가 눈물을 쏟아냈다고 한다. 그 순간만큼은 사진 속 엄마가 그들 자신의 엄마였을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엄마라는 존재다. 엄마라는 존재는 그 무엇으로 표현해도 사람들에게 한결같은 반응을 이끌어낸다.

책 속의 사진은 모두 엄마의 일상이 찍혀 있다.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모습이다. 앙상하게 마른 몸을 보니 안쓰럽다. 딸이 항상 엄마의 끼니를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엄마를 걱정하는 딸 역시 젊은 나이는 아니다. 늙은 엄마와 나이든 딸. 나이든다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저 바라는 건 엄마가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 것이다.

엄마를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는 딸의 마음에 공감한다. 점점 연약해지는 엄마를 보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붙잡고 싶은 시간들을 카메라로 담아낸 것이다. 소중한 순간들, 문득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이 책을 보면서, 엄마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아, 오늘은 엄마한테 전화 한 통 안했구나. 그 사실이 가슴을 콕콕 찔러댄다.

책 속의 수많은 사진 중에서 가장 좋은 사진은 <함께>라는 사진이다. 뭔가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엄마의 등 뒤에 살짝 기댄 딸의 모습이 보기 좋다. 마치 한 사람 같다. 딸의 얼굴에는 엄마의 과거 젊은 시절이, 엄마의 얼굴에는 딸의 미래 나이든 때가 보이는 듯하다. 한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현재 찰나에 담아낸 것처럼 느껴진다. 엄마와 딸은 닮아 있다. 영원토록 함께 할 수 없지만 마음 속에는 늘 엄마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붙잡고 싶은 것이다.

엄마, 제발 ...... 사라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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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행복을 줄게 - 날마다 행복을 채집하는 엄마의 그림일기
강진이 글.그림 / 수오서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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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행복한 그림일기를 보았다.

<너에게 행복을 줄게>라는 책에서 '너'라는 대상은 저자 자신일 수도 있고, 두 아이일 수도 있고, 이 책을 읽는 독자일 수도 있다.

행복이 이렇게 단순했나. 문득 편안하게 차 한 잔을 마시는 순간이 행복할 때가 있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버려서 금세 잊어버리지만 분명히 행복한 순간이다. 그러고보면 행복은 바람 같다. 붙잡을 수는 없지만 분명히 느낄 수는 있다. 그런데 붙잡을 수 없는 행복을 붙잡으려고 하니 괴롭고 힘든 게 아닐까.

누군가의 말처럼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않다면 미래에도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행복할 수 없는 이유를 대느라 행복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강진이님의 그림일기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엄마의 일상이 눈 앞에 펼쳐진 것 같다. 그림만 봐도 어떤 상황인지를 알 수 있다. 부엌에서 요리하는 모습, 거실에서 tv를 보는 모습, 잠든 두 아이와 창문 커튼을 젖혀 밤하늘을 보는 엄마의 모습,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 큰 아이의 교복을 맞추러 간 모습 등등

아기였던 아이가 어느새 엄마만큼 자라있는 그림을 보니 저절로 흐믓한 미소가 지어진다. 예쁜 수채화 그림을 통해 한 가정의 행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 같다.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다들 비슷한 것 같다. 북적거리며 사는 모습을 그림으로 보니 더 정겹다. 강진이님의 그림일기를 보니 근래에 벽장에 모셔두었던 가족앨범을 꺼내본 생각이 난다.

가족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사진을 보니 새록새록 떠오른다. 즐거웠던 순간들이다. 여행을 가거나 무슨 기념일에 찍은 사진들이라서 다들 표정이 밝다. 그 사진들처럼 날마다 활짝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쓰던 일기가 어느 순간, 일 년에 한두 번 쓰는 기록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을 때만 일기를 쓰겠다고 마음 먹은 후에 바뀐 것 같다. 행복하지 않아서 일기를 못 썼다기보다는 그냥 핑계를 댔던 것 같다. 늘 반복되는 일상인데 굳이 적을 일이 뭐 있겠냐고.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일기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일기를 쓴다는 건 날마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이구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답답할 때도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감사하고 기쁠 때가 더 많다는 것을 깜박 잊었던 것 같다. 일기는 그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고, 편안히 잠자리에 들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그리고 날마다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

그동안 잊고 있었구나, 곁에 있는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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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부모는 강하게 키운다
미야모토 데쓰야 지음, 혼다 토모쿠니 옮김 / 아이위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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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자기다운 삶을 살며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호랑이처럼 강한 아이로 길러주세요." - 미야모토 테츠야

교육열 높기로는 일본도 만만치 않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 일본 최고의 수학 학원인 '미야모토 수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입시가 치열한 일본에서 최고의 진학률을 자랑하는 유명 학원이라고 한다. 저자의 전공은 수학이 아니라 연극이다. 그런데 우연히 학원 강사 일을 시작하여 학습법에 관심을 갖다보니 자신만의 독특한 코칭법을 개발해낸 것이다. '가르침 없는 가르침'이라는 교육방침으로 학생에게 질문을 받지 않는데 그 이유는 학생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함이다.

이 책에서는 수학공부를 예로 들어 교육법을 설명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육아서 못지 않다.

미야모토 선생은 독하고 냉정하게 키워야 아이가 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말한다. 자녀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자립이다. 성인이 되어 오롯이 자신의 인생을 꾸릴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다. 그런데 요즘의 부모들은 자립보다는 성적에 연연하는 성향이 있다. 아이의 모든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줘야 안심이 되고, 아이의 모든 인생을 부모가 설계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아이의 인생은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무조건 공부를 잘해서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학에 갈 것이고, 그다음은 좋은 직장에 취직할테니 행복한 미래가 보장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성공을 위한 엘리트 코스는 존재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 길을 가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애매모호하게 행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녀들에게 흔히 하는 부모의 말 중에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이 있다. 부모로서 자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야 똑같겠지만 어떻게 키우느냐는 천지 차이일 것이다.

수학공부로 자녀교육을 설명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학습법에 대해 더 관심이 간다. 미야모토 선생이 말하는 수학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시행착오형 학습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활용되는 자기주도형 학습과 비슷한 것 같다.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도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풀다보면 나중에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나와도 거뜬히 풀 수 있다. 선생님이 모든 것을 일일이 설명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생각하며 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문제를 풀어본 아이는 자신의 인생도 마찬가지로 잘 풀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맹목적으로 다 퍼주는 것에 익숙한 부모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아이들은 자란다. 더이상 아기처럼 모든 것을 해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부모의 역할은 자립할 수 있도록 믿고 지켜봐주면 된다. 그래서 지혜로운 부모는 아이를 강하게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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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 바이블
(주)인텔리코리아 지음 / 제이앤씨커뮤니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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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테크놀러지 세상이다.

처음에 3D 프린터를 소개한 글을 보고 SF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상상만 하던 것을 현실에서 직접 만들수 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2015년 6월 27일 '3D프린팅 전문자격증 1급 검정시험'이 치뤄졌다. 2급 시험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됐지만 1급 검정시험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와, 이런 놀라운 기술이 있구나'라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는데 벌써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민간등록자격증이라서 자격증 취득 후에 구체적인 전망은 없지만 관심이 가는 분야이다. 그렇다면 3D 프린팅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사단법인 3D프린팅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기관들이 많이 있지만 우선 책으로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아서 선택한 것이 <3D 프린팅 바이블>이다. 3D프린팅의 개요부터 작동방식과 구체적인 정설계 방안(CADian3D), 역설계 방안, STL 파일 확인 및 수정하기, 3D프린팅을 위한 데이터 변형이 차근차근 잘 설명되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CADian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토종CAD라고 한다.

3D 프린팅 기술은 3D 모델링 프로그램의 설계 방법, 3D 프린터 사용법, 모델의 출력 후 후처리 방법 등을 말한다. 처음 3D 프린팅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길라잡이 책인 것 같다. 기존에 3D프린팅에 관한 책들이 다수 출간되었지만 <3D 프린팅 바이블>이 처음 만나는 ​책이라서 그런지 초보자들에게는 적합한 책인 것 같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CADian3D가 어렵게 느껴지지만 CAD 사용자라면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3D 프린팅을 활용한 기술들이 더 많이 보급된다면 집집마다 누구나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과거에 MS-DOS를 배우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어마어마한 발전이 된 세상이다. 이제 겨우 맛보기 수준이지만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공부한다면 충분히 전망있는 분야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본격적으로 실용화될 때까지는 준비하는 시기일 것이다. 앞으로 ​3D 프린팅으로 변화될 세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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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한테 차이기 전 33분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3
토드 하삭 로위 지음, 김영아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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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 책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평소에 아이들과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인데 조금씩 변화를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시시콜콜 모든 이야기를 들려줬다면 지금은 뭔가 감추는 게 생긴 것 같다. 본인 입으로도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단다. 이제는 개인적인 부분을 존중해줘야 할 시기라는 얘기다. 정말 당연한 성장과정인 줄 알지만 부모로서 섭섭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뭐든 얘기하면 다 들어줄텐데 왜 말을 못할까.

하지만 서서히 적응 중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부모만 바라보는 어린애가 아니라는 걸.

<친구한테 차이기 전 33분>은 중학교 2학년인 샘이 어릴 때부터 베프였던 모건과 싸우게 된 이야기다. 샘이 무심코 '모건은 진짜 멍청해'라고 쓴 쪽지때문에 화가 난 모건이 "내일 점심시간에 엉덩이를 완전 작살내줄테다"라며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모건한테 엉덩이를 차이기 전 33분이라는 시간 설정이 샘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샘은 어쩌다가 모건과 이 지경이 되었을까.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꼴통으로 불리는 크리스때문이다. 샘과 친해진 크리스가 모건과 같이 만나면서 두 친구 사이를 갈라놓는 역할을 한 것이다. 처음에는 샘과 크리스, 모건이 함께 어울렸는데 어느새 크리스와 모건이 단짝이 되어 샘은 외톨이 신세가 된 것이다. 사실 크리스가 아니었어도 샘과 모건은 친구로 지내기엔 서로 너무나 다르다. 샘은 수학을 좋아하는 공부벌레 스타일이고, 모건은 풋볼팀 대표선수로 운동맨 스타일이다. 중학생이 된 후에는 서로의 차이점이 점점 많아지면서 사이가 멀어지게 된 것이다.

샘은 사춘기의 절정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중2병'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예민한 시기에 친구와의 갈등을 겪게 된 것이다. 베프였던 친구와의 우정이 끝난다는 건 어떤 심정일까. 실제 현실에서는 친구와의 갈등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영원할 것 같은 우정, 친구 관계가 끝난다는 것이 엄청난 충격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고민과 갈등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어른들의 어설픈 위로나 조언은 아닐 것이다. 부모 혹은 믿을만한 누군가에게 먼저 도움을 청한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웠으면 좋겠다. 샘이 겪은 일들은 하나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던가. 부디 덜 아팠으면, 샘처럼 잘 견뎌냈으면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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