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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아카데미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ㅣ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1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잠이 안 오는 밤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뱀파이어가 등장하니까.
독특한 소재로 된 소설을 읽을 때는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잠시 안개 속에 갇힌 느낌이 든다. 그건 낯선 용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을 곁들이고 싶다. 그러면 바로 뱀파이어 아카데미의 매력 속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뱀파이어 종족은 둘로 나뉜다. 그리고 이색 종족인 댐퍼가 있다.
* 모로이 : 인간처럼 생명을 지니고 태어난다. 자신의 종족 유지를 위해 전통을 중시한다. 인간 사회와 흡사하게 자신들의 왕국이 있다. 여왕은 절대적인 권력보다는 명예를 중시하는 지도자 역할을 한다. 왕족이라는 계급이 존재한다. 뱀파이어지만 인간 사냥을 하지는 않는다. 인간 중에 자원한 사람들의 피를 정기적으로 섭취한다.
* 스트리고이 : 영혼이 없는 불멸의 뱀파이어다. 끊임없이 모로이를 공격하여 그들의 피를 섭취하려고 한다. 모로이의 피는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 댐퍼 : 모로이와 댐퍼 사이, 모로이와 인간 사이에 태어난 종족으로 댐퍼끼리는 자식을 낳을 수 없다. 이들은 모로이처럼 피를 먹지 않는다. 모로이족이 있어야 종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리고이로부터 모로이를 지키는 수호인 역할을 한다. 계급 간의 뚜렷한 차별은 없지만 하층민 대우를 받는다. 수호인이 된 댐퍼는 평생 모로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 뱀파이어 아카데미 : 모로이와 댐퍼가 함께 다니는 학교지만 각각 기숙사가 다르다. 모로이는 각자 물, 불, 흙, 공기라는 자연마법 중에서 한가지를 특화한 마법을 갖게 되고, 댐퍼는 수호인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열 일곱 살의 두 소녀다. 모로이 공주인 리사와 댐퍼인 리즈.
흔히 그 또래의 인간 여고생은 친구 간의 각별한 우정이 있을 수 있지만 리사와 리즈는 그 이상이다. 정신적으로 연결된 결속관계라서 리즈는 리사의 머릿 속에 들어가 함께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협때문에 두려워하지만 점점 용감하게 맞서게 된다. 평범한 여고생같은 일상과 뱀파이어 아카데미만의 특별한 사건들이 펼쳐지면서 읽는 이를 꼼짝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설마 독자에게 마법을 쓴 것은 아니겠지. 점점 재미를 더해가는 이야기라서 다음 권이 벌써 기대된다.
뱀파이어 아카데미란 곳은 거의 인간 세상과 흡사하다. 왕족과 왕족이 아닌 모로이와 댐퍼는 동등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불평등하다. 외향적이며 독립심이 강한 리즈를 보더라도 댐퍼로서의 한계가 느껴진다. 원래 자신을 무시하거나 얕보는 모로이나 댐퍼는 가만두지 않는 불같은 성격인데 점점 댐퍼로서 참아야 된다는 걸 알게 된다.
모로이 왕족 친구들 중 몇몇의 야만스러운 행동을 보면 문득 재벌 2세의 추잡한 모습과 겹쳐진다. 부모 덕택에 편안한 삶을 누리면서 자신들보다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며 희열을 느끼는 야비한 족속들이다. 모로이 왕족이지만 심성이 여리고 착한 리사와는 대조적이다. 부디 리사가 당당한 여왕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이하게 느낀 점은 뱀파이어를 인간의 다양한 계층과 견주어 새로운 종족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일단 모로이족은 피를 먹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마법을 쓰기 때문에 해리포터를 연상시킨다. 물론 마법사들처럼 마법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특화마법를 타고나지만 말이다. 뱀파이어가 인간을 유혹하듯이 마법이 지닌 매력 또한 거부할 수 없이 강렬한 것 같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망설일 필요없다.
<뱀파이어 아카데미>와 함께라면 잠 안 오는 밤이 즐거울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