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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엔젤 -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예요
조문채 글, 이혜수 글.그림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마빡소녀와 배추벌레의 정체는 뭘까요? 바로 엄마와 딸 사이랍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산뜻한 노란색 책표지처럼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귀엽고 개성 넘치는 일러스트 덕분에 피식 웃음이 납니다.
"있잖아아, 세상엔 너무도 사람이 많잖니?"
"으응..."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어쩌면 너와 나는 엄마와 딸로 만났을까.
길 가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아니고, 가끔 보는 친구도 아니고...
어쩌면 너하고 나하고는 이렇게 어미와 자식으로 만났을까.
이렇게 만나게 해준 이 인연이 너무도 감사하구나..."
프롤로그 중에 이 부분을 읽으면서 괜시리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내 소중한 딸들에게 오늘 "사랑해!" 라고 말해주지 못해서, 더 꼬옥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두 팔 벌려 이만큼인데 표현은 아주 쪼금밖에 못해준 것이 아쉽습니다.
마빡소녀인 엄마와 배추벌레 딸이 보여주는 사랑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처음에 딸 혜수의 일기가 보입니다. 학교에서 처음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썼다는 내용을 보니 이제 막 입학한 1학년 때의 일기인가 봅니다. 우리 아이도 자신의 성씨 '이'라는 글자와 '10'이라는 숫자를 헷갈려했던 기억이 나서 웃음이 납니다. 내게는 '우리 애도 이랬었지.'하며 떠올리는 기억들인데 마빡소녀 엄마는 일기 속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며 편지를 써줍니다. 소중한 아이의 마음이 담긴 일기를 훔쳐보지만 당당하게 너의 마음을 훔치고 싶은 도둑엄마라고 밝히면서 말입니다. 흔히 엄마들이 아이의 일기를 훔쳐보는 일은 많지만 편지를 써주는 경우는 드문 일입니다. 서로 마주보며 대화하는 것도 좋지만 글로써 마음을 주고받는 것도 참 멋진 것 같습니다. 감정이 상할만한 말실수 할 일도 없고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도 생길테니까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해주는 것보다는 더 현명한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의 머리를 감겨주면서 엄마는 말합니다. "너는 머리냄새나는 아이다, 꼭 기억해라. 가난하거나, 더럽거나, 다리를 저는 아이를 보거든 아참!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지! 하고....... 그러면 그 아이들과 네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이런 엄마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누구나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숨기려 합니다. 아이 역시 자신의 결함이 달갑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엄마는 그걸 콕 집어서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자기의 결함을 숨기지 않고 인정할 줄 알아야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말입니다. 대단한 엄마입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지혜입니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라고 부추기는 엄마들, 너만 최고라고 말하는 엄마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이 세상을 생각하는 엄마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욕심때문에 올바른 가치와 양심을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엄마가 바로 서야 아이도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말과 행동으로 세상을 가르쳤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엄마의 사랑이 단순한 이기심을 벗어나야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배추벌레 딸의 일기는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벌써 이런 생각을 할만큼 자랐구나 느껴집니다. 아이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즐거웠던 일들을 함께 이야기하는 그 순간순간이 모두 행복해 보입니다. 100% 엔젤을 꿈꾸며 사는 엄마와 딸이 있기에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함께 한 시간만큼 쌓인 일기장은 정말 멋진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은 <너의 자궁을 노래하라>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살아온 엄마의 자부심과 딸에 대한 사랑을 함축한 제목이지만 영 마음에 와 닿지는 않습니다. <100% 엔젤> 그저 제목만 바뀌었을 뿐인데 따뜻한 엄마의 마음 같아서 저절로 끌립니다. 내용만 좋으면 됐지, 제목이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우리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늘 한결 같지만 오늘은 어떤 제목으로 그 마음을 전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