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척학전집 : 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세계척학전집 5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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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지식 유튜버 이클립스의 세계척학전집 시리즈는 맛깔나는 교양 서적이네요.

이론적 지식에서 실전에 필요한 전략만을 쏙쏙 뽑아서 '보기 좋게', '알기 쉽게' 구성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네요.

《싸움의 교양》은 세계척학전집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네요.

이번 책에서는 인류의 위대한 전략가들에게서 훔친 싸움의 기술을 다루고 있네요. 저자는 이 책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사람, 뭔가 놓치고 있다는 감각은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짚이지 않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라는 부제처럼 더 이상 맨손으로 싸우지 않도록 그 손에 판을 읽고 설계하는 무기를 쥐어주네요.

이 책에는 네 칸의 무기고가 있어요. 첫 번째 칸은 간파, 두 번째 칸은 장악, 세 번째 칸은 심전, 네 번째 칸은 불패네요. 각각 판을 읽고 주도권을 잡아 우위에서 상대를 움직여서 쟁취하는 전략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있네요. 저자는 '척'이 가벼운 허세나 거짓이 아니라 승패를 가르는 설계라면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전략가들은 전부 이 '척'의 구조를 꿰뚫고 있었기에 그들의 설계 원리를 설명해주고 있네요. 이것이 척학의 핵심이네요. 진심만으로 이길 수 없는 불리한 판에서 필승법은 치밀한 설계와 연출로 판을 장악하는 것이며, 여기에서는 그 전략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를 짚어주고 있어요. 싸워야 할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는 모든 전투를 이길 필요가 없고, 오직 전쟁에서 이기면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떤 싸움을 할 것인가를 고르는 것 자체가 전략인 거예요. 효과 극대화를 위한 실전 가이드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전략을 집중적으로 익히면 될 것 같아요.


"'이기고 있다'는 착각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진짜 질문은 '이기고 있는가?'가 아니라 '이 게임이 계속될 것인가'다.

유한 플레이어와 무한 플레이어가 만나면,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한 플레이어가 유리해진다.

유한 플레이어가 이기려고 자원을 쏟는다. 무한 플레이어는 계속하려고 자원을 아낀다. 시간이 지나면 이기려는 쪽이 먼저 지친다." (117p)

"그런데 왜 사람들은 계속 정면으로 가는가? 정면 돌격이 '옳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것은 비겁해 보인다. '당당하게 정면으로 승부해야지'가 미덕으로 느껴진다. 1차 대전의 장군들도 같았다. 기관총이 기다리는 참호를 향해 병사를 보내면서, 그것을 '용기'로 포장했다. 우회는 비겁이라고. 첫날에만 57,47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용기가 아니라 관성이다. 정면 돌격은 용감한 것이 아니다. 편한 것이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우회하려면 지형을 읽어야 하고, 상대를 분석해야 하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 더 어렵고 더 불안하다. 하지만 더 효과적이다.

··· 지금 불리한 싸움에서 버티고 있다면, 물러서는 것을 선택지로 넣어라. 물러서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이길 수 있는 자리로 옮기는 것이다." (197-200p)

"대부분의 사람은 판이 바뀌면 함께 쓸려간다. 이전 체제와 운명을 함께 한다. 탈레랑은 다른 곳을 봤다. 판이 아니라 판 위에 서 있는 자기 자신을 봤다. 어떤 판이 오든 자기가 필요한 이유를 만드는 것, 바뀌기 전에 바뀔 것을 읽는 것, 가진 것이 없을 때 원칙을 무기로 쓰는 것. 다섯 번의 세상이 바뀌었다. 한 사람이 남았다." (3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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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사 강의 - 10개의 강의로 스페인사 쉽게 이해하기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테이시 히로타카 지음, 정애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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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역사의 현장, 인생에서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바르셀로나, 최근 가우디에 관한 책을 읽다가 그가 남긴 걸작 사그리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메인 탑이 곧 완공된다는 걸 알게 됐네요.

가우디 서거 100주기를 맞아 6월 10일 오전 10시경, 중앙 주탑인 '예수 그리스도의 탑' 준공 기념 축복식이 시작된다고 하니, 144년에 걸친 성당 건립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이 되겠네요. 사실 아는 것이 단편적이었는데 이번에 스페인의 역사를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네요.

다테이시 히로타카의 《스페인사 강의》는 방대한 스페인 역사를 관통하는 10개의 핵심 강의로 압축한 역사책이네요.

이 책은 스페인의 역사를 지리적 위치에 기반한 복합적 국가 형성에 주목하고 있어요. 유럽과 아프리카,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지리적 특성에 대해 '대륙과 대양의 십자로'라고 표현하면서 지구본과 지도를 제공하네요. 선사시대의 이베리아반도에서 시작해 고대 지중해 세계, 로마제국과 히스파니아의 형성, 서고트 왕국에서 안달루시아로, 레콩키스타의 시작과 기독교 제국의 형성, 카스티야왕국의 확대, 아라몬 연합 왕국의 지중해 진출, 가톨릭 양왕의 통치에서 스페인 군주국으로, 카탈루냐의 반란, 합스부르크 왕조, 스페인왕위계승전쟁, 칠년전쟁과 에스킬라체 폭동, 프랑스혁명과 스페인 구체제의 위기, 나폴레옹의 침략과 스페인 독립전쟁, 카디스 헌법에서 1813년 헌법으로 자유주의 국가 체제의 성립, 제1공화정의 탄생과 붕괴, 왕정복고 체제에서 스페인 내전까지, 프랑코 독제 체제, 민주화의 진전과 자치구 국가 체제, 산체스의 단독 정권에서 연립 정권까지 다루고 있네요. 지금 스페인은 자치주 국가 체제의 민주주의 국가지만 카탈루냐 문제와 우익적 내셔널리즘의 대두는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 같네요. 10개의 강의로 방대한 스페인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핵심적인 사건들을 짚어볼 수 있어서 유익했네요.

"근세 초기에 스페인 제국이 유럽의 패권을 쥐기는 했으나 근대화가 늦어지면서 '유럽화'가 언제나 스페인의 큰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이베리아반도가 유럽 대륙의 남서부 끝에 위치하여 유럽과 아프리카의 경계 영역으로서 그 역사를 이어왔음에 주목해야 한다. ··· 스페인 땅에서도 기독교도, 이스람교도, 유대교도 사이의 대립과 공존의 역사가 700년 동안이나 펼쳐졌던 것이다. 이미 반세기 전에 아메리코 카스트로(Americo Castro, 1885~1972)는 중세의 세 종교의 공존과 그 후의 비非기독교도 배제 속에서 생겨난 정신적 갈등에서 스페인의 특수한 본질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클라우디오 산체스-알보르노스 Claudio Sanchez-Albornoz, 1893~1984)는 일찍이 고대 로마화 시대에 스페인인이 형성되어, 그 후의 흐름은 서유럽과 궤를 같이한다고 반박했다. ··· 스페인의 역사를 고찰할 때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경계 지역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여러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포르투갈과 스페인이라는 이베리아반도의 두 개 국가가 '대항해시대'의 시작을 짊어졌다는 사실도 이 반도가 대서양으로 열려 있었다는 것, 즉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항로 개척이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는 지리적 우위를 빼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 (16-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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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수업 - 예일대 감정 과학자 마크 브래킷 교수의 마음 관리법
마크 브래킷 지음, 정지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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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힘든 순간에서 벗어나 마음이나 감정을 회복시키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감정 수업》은 예일 대학교 감성 지능 센터의 센터장이자 아동연구센터의 마크 브래킷 교수가 알려주는 마음 관리법 책이네요.

최근에서야 스스로의 감정을 살피고 돌보는 데에 신경쓰고 있네요. 이전에는 수시로 바뀌는 감정에 휩쓸리는 나 자신이 싫어서 애써 외면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감정을 숨기고 모른 척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차곡차곡 켜켜이 쌓여서 원하지 않는 순간에 존재를 드러내어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죠. 감정은 우리가 삶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느끼는 감정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현명하게 다룰 수 있네요.

저자는 힘겨웠던 코로나 시기에 잊지 못할 교훈을 얻었다고 해요. 장모님의 방문이 원래 예정된 몇 주에서 무려 여덟 달로 늘어나면서 부담이 컸는데, 지쳐 있는 자신에게 "마크, 자네 감성 지능 센터 책임자 아니었나?" (16p)라는 장모님의 말이 신경을 건드렸고 급기야 짜증이 터져버렸던 거죠.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니, 장모님의 말씀이 옳다는 걸 깨달은 거죠. 감성 지능 센터 책임자가 이 정도로 감정을 다루지 못한다면,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겠느냐고, 그래서 다짐했고, 다음 날 아침 장모님에게 사과하고 커피를 내어드렸다는 거예요. 우리는 완벽하지 않지만 얼마든지 그 부족함을 채워나갈 수 있고, 특히 감정을 다루는 방법은 누구든지 배우고 익힐 수 있네요.

이 책에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고 관계를 살리는 감정 조절의 기술을 알려주네요.

저자는 감정 지능을 기르기 위한 다섯 단계 프레임워크 '룰러 RULER'와 그 핵심 도구인 '무드 미터 Mood Meter'를 감성 지능 센터 연구진과 함께 개발했다고 하네요. '무드 미터'는 X축과 Y축을 기준으로 화면을 4개의 사분면, 각각 4가지 색상인 노란색(활력 높음, 쾌적함 높음), 빨간색(활력 높음, 쾌적함 낮음), 파란색(활력 낮음, 쾌적함 낮음), 초록색(활력 낮음, 쾌적함 높음)으로 나누어 감정을 에너지 활력 수준과 쾌적함의 정도를 측정하고 인식하는 감정 내비게이션이네요. 첫 장에는 '무드 미터' 표가 있어서 현재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네요. 그동안 늘 어렵게 느껴졌던 감정 조절에 대해 그 의미와 원리, 구체적인 실천 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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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 - 복종 본능에서 깨어나 주체성을 회복하는 행동과학
수니타 사 지음, 이윤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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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불의에 맞서는 용기야말로 저항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네요.

저항은 크고 대범하며, 뭔가 영웅적이고 초인적인 특징이라고 말이죠. 그러니 소소한 일상에서는 저항 대신 순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네요. 다수의 의견을 따르고,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하는 것이 마땅한 줄 알고 살아 왔네요. 근데 이 책을 통해 그것이 엄청난 착각이자 오류였음을 깨달았네요.

의사 출신 조직심리학자 수니타 수의 《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는 저항하는 법에 관한 책이에요.

우리가 왜 저항하는 법을 배워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저자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적혀 있는 '저항'의 뜻 대신에 새롭게 정의하고 있네요. "저항이란 그 어떤 압박에도 자신의 참된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30p)

가정에서, 일에서 인간관계에서, 집과 일터에서,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우리는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저항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이때 주변의 시선이나 압박에서 벗어나 오직 자신의 가치관에 따르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러한 선택과 결정이 옳기 때문이에요.

"너무 자주, 무심결에 주체성을 포기한다. 원하지 않는데도 '네'라고 말한다. 반드시 '아니요'라고 말해야 할 때는 입을 닫는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저항에 반대한다." (30p)

저자는 우리가 저항하지 못하는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어요. 첫째는 타인이 원하는 바를 행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어서, 둘째는 대부분 사람들이 순응과 저항의 무엇인지 제대로 몰라서, 셋째는 저항하기로, 참된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기로 결심한다 해도 어떻게 실천할지 몰라서, 내면의 저항을 외적인 행동을 옮길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거예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마지못해 '네'라고 답했을 때, 일종의 무력감과 함께 목덜미의 긴장감, 두통, 위경련, 땀 내지 불편한 느낀 적이 있을 거예요. 그런 느낌을 무시하고 싶겠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저항하는 힘의 열쇠라고 할 수 있어요. 단순히 개인적 불평 불만을 표시하라는 게 아니라 불의한 상황에서 어떻게 맞설 것이냐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따라서 진정한 '아니오'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가치관을 아는 데서 시작해야 해요. 책 속에 '저항 나침반'이라는 간단한 도식이 나와 있는데,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가치관'을 세우고, '이것은 어떤 종류의 상황인가?'라는 질문으로 안정성과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긍정적 영향력을 평가한 다음,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에서 나 같은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를 통해 자신의 책임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행동을 선택하는 거예요. 이러한 행동이 뒤이어 자기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끊임없는 성찰과 행동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현실에 반영되는 거예요. 처음으로 목소리를 낼 때는 비틀거릴 수 이씾만, 반복을 통해 점점 더 자신감을 얻고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는 거예요. 저항의 힘은 한순간의 결단을 통해 자신을 비롯한 하나의 상황을 바꾸는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삶 전체를 지배하는 지속적인 실천으로써의 힘이네요. 건강한 저항 연습은 우리가 입장을 드러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대비하도록 만드네요. 저항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대개 이성적인 판단이 가장 어려운 순간일 때가 많아요. 신경과학자들은 우리가 새로운 과업을 익힐 때 뇌의 전전두엽에서 실제로 뇌의 배선이 바뀐다는 걸 발견해냈네요. 꾸준한 훈련으로 저항을 위한 새로운 신경회로가 생성되면 저항은 더 쉽고 밀접한 것이 되어 나중엔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저항이 우리 자신 그 자체가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 저항하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 바뀔 필요 없이, 오히려 더욱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해요. 우리가 지향하는 자아, 더 나다운 사람이 되기만 하면 돼요. 올바른 가치관을 뿌리에 두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저항은 내면에 강력한 힘으로 발휘될 거예요. 저항은 나를 가장 나답게,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수단이네요. 어른들이 나서 반드시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내용이네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주체성을 회복하는 행동과학의 지침서라는 점에서 강력 추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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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섹스의 역사 - 20억 년간 작동해온 생존과 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베이커 지음, 김숲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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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쩌다 이 주제가 부끄럽거나 불편하다는 감정을 유발하게 되었을까요.

본질은 '자연'인데, 우리의 반응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으니 말이에요.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이 주제를 대단히 흥미롭게 여길 거라고 짐작하네요. 다만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할 뿐인 거죠. 네, 그 주제는 바로 '성 SEX'이네요. 학창 시절에 받았던 어설픈 성교육 말고는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는 데다가 암묵적으로 꺼리는 주제라서 속시원하게 궁금증을 해소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여기, 인류 역사 속 성을 경이로운 진화적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 나왔네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너무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꽤나 거친 여행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이 책의 목표는 성을 '기본부터' 탐구하고, 인간의 성을 둘러싼 모든 것이 어디에서 유래했으며,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욕망과 충동, 페티시가 어째서 이런 모습을 띠게 되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우리는 대략 20억 년 전 성이 탄생한 순간부터 시작해 진화의 계보를 따라 내려오며 현재에 이를 때까지

기나긴 여행을 떠날 것이다." (8p)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섹스의 역사》는 세계 최초 '빅 히스토리 박사' 학위를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 데이비드 베이커의 책이네요.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우주적 관점인 빅 히스토리의 시선으로 20억 년에 걸친 성과 진화의 대서사를 다룬 과학교양서네요.

어쨌거나 20억 년을 관통하는 거대한 스케일을 한 권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매우 '짧은' 분량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단순한 생물학적 접근을 넘어, 미생물에서부터 공룡, 영장류 그리고 인류의 수렵 채집, 농경,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했는지, 이러한 진화적 경향이 문화와 결합한 성의 현주소와 미래의 잠재적인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있네요.

최초의 섹스는 서로를 잡아먹으려던 굶주린 포식자의 DNA가 실수로 우연히 얽히면서 교환이 이뤄졌다는 이론이 가장 믿을 만하네요. 데본기 후기(약 3억 7천5백만 년 전에서 3억 5천8백만 년 전 사이)는 우리의 조상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와 완전한 양서류로 진화하여 섹스를 하던 시기였고, 1억 2천5백만 년 전 태반을 지닌 포유류와 유대류가 분리되었으며, 1천7백만 년 전에 일부일처제를 하는 유인원이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31만5천년 전에는 문화로 인한 다양한 성행위, 독특한 성적 취향이 탄생하는 시기였네요. 성 연대기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정리한 연대표가 나와 있어서 변화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네요. 인류의 성에 일어난 거대한 혁명은 최근 반세기 동안 벌어졌는데, 그 변화 속도가 전례가 없는 수준인 데다가 자연계 그 어디에서도 이런 예를 찾을 수 없다는 거예요. 호모 사피엔스의 섹스와 사랑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네요. 역설적이게도 성적 자유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장 외롭고 가장 행복하지 않은 시기라는 거예요. 소셜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과 포르노 콘텐츠가 현실의 섹스를 대체하고 있고, 인구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네요. 저자는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에서 '말 도 안 되는 미래'에 도달할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는데, 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거예요. 중요한 건 인간의 성적 욕망이 단순한 본능을 넘어 진화와 생물학적 기원에서 비롯되었고,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저자의 말처럼 성에 관한 부끄러움이나 당황스러움을 납득 가능한 맥락으로 정리할 수 있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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