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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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눈앞의 이 남자는 애써 닿으려 해도 닿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메우려 해도 메워지지 않고,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 블랙홀 같은 존재. 

너도 이미 잘 알고 있잖니..."

내 안에서 누군가가 몇 번이고 나를 간절하게 흔들어 깨웠다. 정말 이대로 계속 외면해도 되는 걸까.            p.17


프로그래머인 밍런은 친구와 함께 웹디자인 회사를 차린 뒤부터 밤낮없이 일에만 매달렸다. 혹시 다른 여자가 생긴 거냐고 의심할 만큼 가정에는 무관심하던 그는 어느 날 이제 혼자만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혼을 선언한다. "당신에 대한 감정이 죽었어. 어쩌면... 당신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감정이 죽은 걸지도 몰라." 의미를 알 수 없는 그의 말이 답답한 아내 정팡은 그의 뒷조사를 시작하고, 남편이 1년 전 동업자에게 자기 지분을 전부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그 시간 동안 매일 출근해서 어디로 갔던 걸까. 흥신소에 의뢰했지만 다른 여자는 발견되지 않고, 결국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얼마 뒤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남편이 사람을 죽여 체포되었다는 거였다. 벌레 한 마리도 무서워서 못 잡는 그가 사람을 죽였다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정팡은 남편의 심리를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애초에 그가 이혼하자고 말을 꺼낸 것도 '코끼리'를 내세우는 추상적인 이야기였다. 우리 부부 사이에는 코끼리가 존재했고, 그들은 코끼리의 배 밑이자 네 발 사이에서 코끼리를 집 삼아 살며 아이 둘을 낳았다고. 하지만 이제 아이들이 일곱 살, 여섯 살이 되었으니 자신은 더 이상 아빠인 척, 남편인 척 살아갈 수 없다며,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으니 말이다. 경찰의 연락 이후 변호사는 필요 없다며 침묵으로 일관하던 밍런은 결국 구치소에 수감된다. 정팡은 아이들을 데리고 면회를 가지면 그는 더 이상 오지 말라고,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구치소에서 전화를 걸어 명회를 와달라고 하는데, 찾아갔더니 밍런은 부탁을 하나 한다. 집 안에 숨겨둔 ‘어떤 물건’을 찾아달라고. 그리고 돌연 이튿날 구치소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사랑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식기만 하는 걸까?"

안커에게서 이렇게 감상적인 이야기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듯 추락하는 상황도 있겠지."

"하긴. 그래도 대부분은 내가 말한 것처럼 서서히 식어 가겠지."

"내 생각에 사랑은 추억이나 순간, 아니면 소유할 수 없는 상황에만 존재하는 것 같아."              p.282


남편의 죽음에 얽힌 비밀과 살인 사건의 진실 등 추리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이 작품은 여타의 장르소설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 남편을 이해할 수 없는 아내의 상실감, 평범한 모습 이면에 감춰진 비틀린 욕망, 세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멀었던 관계의 파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망치거나 외면하지 않고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려는 모습 속에서 묵직한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었다. 아내가 남편의 비밀을 파헤쳐가는 과정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도 같았다. 열기 전에는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고, 연 다음에는 그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충격적인 비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은 대만의 3대 문학상을 석권한 화바이룽의 장편 미스터리이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데,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의 색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누구나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상처,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하나쯤은 있겠지만, 이 작품 속 남편이 숨겨둔 진실은 그야말로 지독하다. 외면하고 싶을 만큼, 상상조차 어려운 재앙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비밀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옳다고 믿었던 인내와 포용이 점차 무관심이 되어가는 부부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평범한 일상 속에 스며든 균열에 대해서 치밀하고 세심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가족과 관계의 이면을 되짚어보게 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서는 깊이를 보여준다. 과연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 감정의 실체는 무엇인지, 완벽해 보이는 일상 속에 숨겨진 낯선 진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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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칼 세이건 Who 인물 사이언스 15
함석진 지음, 김광일 그림, 송인섭 추천, 전국과학교사모임 감수 / 다산어린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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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개정판으로 출간된 <who? 사이언스> 시리즈! 이번에 만나본 것은 과학의 대중화에 앞섰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다. 아마도 국내의 과학 책 중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것이 <코스모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칼 세이건의 저서들은 사랑받아왔다. 과학을 잘 모르는 이들도 <코스모스>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출간된 지 4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으며, 꾸준히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과학책이니 말이다. 


바로 그 <코스모스>라는 책으로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던 칼 세이건의 생애를 만나보자. 




이 책은 칼 세이건의 어린 시절부터 점차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만화로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위대한 인물들의 화려한 업적과 성공보다 그들의 어린 시절을 충실히 담고 있어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재단사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칼은 수줍음이 많고 몸이 약해 또래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 아들을 위로하기 위해 가족은 천체 박물관에 갔고 난생 처음 보는 태양과 별에 감탄한 칼은 점점 더 우주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우주의 신비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훌륭한 청문학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칼은 열세 살의 이른 나이에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다른 아이들보다 수업을 이해하는 속도가 매우 빨랐고, 친구들에게 어려운 과학을 쉽게 설명해 주며 인기를 얻게 된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천문학 연구에 대한 꿈을 다지게 되는데, 외계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던 칼은 생물학 전공 친구에게 노벨상을 받은 생물학자를 소개받고, 점차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지게 된다. 




.미국이 최초로 사람을 달에 보내려는 계획을 세웠던 시기였다. 바로 '아폴로 계획'이다. 하지만 화성에 생명체가 없다는 증거가 나오고, 칼은 자신의 연구가 가치 있는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강의와 연구에 몰두하며 대중 과학책을 출판하기 시작한다.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결혼 후 공영 방송이 제작하는 13부작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게 된다. 대중에게 우주 과학의 즐거움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이 프로젝트가 바로 '코스모스'이다. 이 방송은 무려 60개 국가에서 5억 명의 사람들이 시청한, 텔레비전 방송 역사상 가장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된다.


곧이어 방송 내용을 담은 과학책 <코스모스>가 출간되고, 두어 달 만에 40만 부가 판매되고 70주 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과학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who? 시리즈 중에 '사이언스' 편은 물리, 화학, 생물, 환경부터 첨단 컴퓨터 공학까지 기술로 세상을 발전시킨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찰스 다윈, 마리 퀴리, 리처드 파인먼, 칼 세이건,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앨런 튜링 등 40명의 인물을 만나볼 수 있다. Who?시리즈는 사이언스 뿐만 아니라, 인물 중국사, 아티스트, 한국사, 세계 인물, 그리고 스폐셜, K-pop라는 다양한 카테고리로 위대한 인물들을 소개해왔다. 위인들의 어린 시절을 통해 어린이들이 유명한 사람들도 어릴 때는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관심사와 적성을 찾는데도 도움을 준다. 


별을 관찰하는 것을 싫어하는 어린이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천체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어린이가 모두 천문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칼 세이건의 스토리를 통해 별과 우주를 좋아하던 어린이가 어떻게 위대한 천문학자가 되었는지 배워보자. 자신의 꿈을 찾고, 적성을 알아가며,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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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리처드 파인먼 Who 인물 사이언스 8
오영석 지음, 밀크 그림, 전국과학교사모임 감수 / 다산어린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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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who? 사이언스> 시리즈가 옷을 갈아입고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who? 시리즈 중에 '사이언스' 편은 물리, 화학, 생물, 환경부터 첨단 컴퓨터 공학까지 기술로 세상을 발전시킨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찰스 다윈, 마리 퀴리, 리처드 파인먼, 칼 세이건,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앨런 튜링 등 40명의 인물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에서 먼저 만나본 것은 리처드 파인먼이다.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손꼽히는 리처드 파인먼은 특히 양자 역학에서 뛰어난 업적을 많이 남겼는데, 196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했던 그의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들을 가르쳤다. 틈틈이 책을 읽어 주었고, 언제나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점을 알려 주었으며, 아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분인지 리처드 파인먼은 어릴 때부터 백과사전을 읽으며 지식을 쌓았고, 현미경으로 무언가를 관찰하거나 책에서 본 것을 직접 실험했다. 동네에서 라디오 수리공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는데, 호기심이 강하고, 끈기있게 탐구하는 모습은 바로 이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이 책은 리처드 파인먼의 어린 시절부터 점차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만화로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who? 시리즈만의 장점이 위대한 인물들의 화려한 업적과 성공보다 그들의 어린 시절을 충실히 담고 있다는 점인데, 웬만한 동화,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통합지식 플러스 코너에서는 유대인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리처드 파인먼이 살았던 시대적인 배경에 대해 알려주고, 그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중요한 과학자들에 대한 정보도 수록되어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그리고 우리나라의 과학자인 우장춘, 이원철, 이태규의 업적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이야기가 후반부에 이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팬하이머>의 주요 소재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때는 파인먼이 결혼 후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논문 준비로 바쁘게 보내던 시기였다. 선배가 나라에서 진행하는 비밀 연구에 참여할 것을 권하는데, 관심이 없었던 리처드 파인먼은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시대의 석학 아인슈타인 박사도 참여하고 있다는 말에 함께 하기로 결정한다.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면, 그 배경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불리는 리처드 파인먼에 대해 배워볼 수 있었다. 무엇이든 궁금해하던 호기심 많은 소년이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과학자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통해 물리학자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했던 열린 마음의 따뜻한 사람으로서 과학자의 삶을 넘어 훌륭한 한 인간의 삶으로도 배울 점이 많은 인물이었다. 


Who? 시리즈는 사이언스 뿐만 아니라, 한국사, 인물 중국사, 아티스트, 세계 인물, 그리고 스폐셜, K-pop라는 다양한 카테고리로 위대한 인물들을 소개해왔다.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진로를 탐색하고 설계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양한 직업군을 다루고 있는데다, 각 책의 후반부에는 진로 탐색 워크북을 구성해 인물의 직업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말이다. Who? 시리즈를 통해 문해력도 기르고,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찾고 이루어 가는 방법을 배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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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서점을 만들기 위해 2000일 동안 내가 한 일 - 117년 노포 서점의 유튜브 & 브랜딩 생존기
하야시 유타카 지음, 유서윤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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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째서 오래된 아이디어를 조합해야 할까? 그 이유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발한 발상만으로 이루어진 콘텐츠는 보는 사람의 이해력이나 센스를 필요로 하기에 대부분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고 아주 소수만 즐기게 되는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다. 이때 이미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은 오래된 아이디어, 즉 ‘이미 검증되어 확실한 재미가 보장된 소재’를 토대로, 거기에 새로이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즐겨 보는 좋은 기획이 탄생하는 것이다.               p.52


2024년 9월 28일, 노포 서점 유린도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24시간 공개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다. 무려 라이브 방송을 24시간 연속으로 진행하는 기업이 있을까. 하지만 이들은 위험천만한 24시간 공개 라이브 방송을 실현해 냈다. 위기에 처한 유린도의 한 매장에 어떻게든 새바람을 불어넣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쿄 니혼바시에 있는 거대한 상업시설 코레도 무로마치 테라스의 2층에 있는 '성품생활 니혼바시' 매장이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꾸어 보고자, '성품생활 니혼바시'를 무대로 한 24시간 공개 라이브 방송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 


결과는 24시간 동안 매장에 방문한 사람 약 4,000명, 매장의 매출은 오후 5시에 오픈 첫날의 기록에 이르렀고, 최종적으로 850만 엔을 넘기게 되었다. 라이브 방송 동시 접속사는 최대 8,000명을 넘엇으며 총 28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이 수치는 도쿄돔이 만석이 된 광경을 다섯 차례 이상 반복한 것과 같은 규모라고 하니 엄청나다. 성공의 원인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하나의 캐릭터가 도전한 24시간 라이브 방송을 직접 보고 싶다는 목소리에 진심으로 답하려 한 점에 있다고 한다. 그 캐릭터는 바로 유린도의 공식 유튜브 채널의 MC인 R.B. 붓코로이다. 부엉이를 모티프로 한 이 캐릭터는 여러 컬러가 한데 섞여 있고 오른손에는 초록색 표지의 책을 품고 있다. 우리나라에 '펭수'가 있다면, 일본에는 '붓코로'가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발언으로 사랑을 받는 캐릭터이다. 그렇다면 117년 노포 서점은 어떻게 ‘활자’와 상극인 ‘영상’ 매체에서 독설가 부엉이 캐릭터를 통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며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게 된 것일까. 




어느 서점에 가도 대중적인 베스트셀러밖에 없고 수요가 낮은 전문 서적이나 마니악한 책은 모습을 감출 것이다. 출판사는 수익이 불확실한 신인 작가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서점의 즐거움 중 하나인, 처음 보는 책과의 우연한 만남도 사라질 것이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책도 당연히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서점이 큰 이익을 남기지 못하면서도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문화와 지식을 폭넓게 제공한다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p.152


세상에 재미있고 매력적인 책은 많지만, 그런 책을 소개하는 것은 재미있거나 매력적이기 쉽지 않다. 이 책은 좋은 책을 와닿게, 멋진 책을 그에 걸맞게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2000일 동안의 기록을 담고 있다. 그렇게 117년 된 노포 서점 유린도의 유튜브 채널 <유린도밖에 모르는 세계>는 현재 구독자 52만 명, 누적 조회 수 1억 회를 돌파하며 서점과 출판 업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는 독설가 부엉이 캐릭터 붓코로가 있는데, 2년 만의 새 점포 개업 소식을 듣고는 "오픈해도 괜찮겠어요? 이렇게 책이 안 팔리는 시대에." 라던가, 나카야마 시치리 선생님에게 "작가라기보다는 골프만 치러 다니는 경영자 같은 외모시네요?" 라고 하고, 유리 펜의 매력을 소개하는 사원에게 "아마존에서 사는 게 더 싸잖아?"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야말로 자유분방한 솔직함은 기존 기업 마케팅의 공식을 뒤집었고, 가공되지 않은 진정성이 찐 팬과 팬덤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인터넷 서점에서 클릭 한 번이면 바로 책이 내 집 현관 앞으로 오는 시대에 굳이 수고롭게 오프라인 서점을 가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프랜차이즈 서점이 등장했다 금세 사라지고, 온라인 쇼핑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전자책 독자들이 탄생하면서 책과 서점이 여전히 의미가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런 면에서 노포 서점이 백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뭉클한 부분이 있다. 게다가 위기에 빠진 노포 서점이 보여준 기적은 '가장 서점답지 않은 행보로 책의 가치를 지켜냈다는 점이 더욱 특별하다. 꼭 서점이 아니더라도 유튜브와 브랜딩에 관심이 있다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을 사로잡는 기획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차근차근 만나볼 수 있으니 말이다.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책과 서점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를 보여준다는 점도 매우 흥미로웠다. 자, 사양 산업이라는 출판, 서점업계의 판을 뒤집은 노포 서점의 기상천외한 마케팅 분투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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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2 : 세종 - 백성을 품은 공감의 군주, SEL + 한능검 워크북 수록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2
하지강 지음, 김기수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서울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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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국사 학습 만화 시리즈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이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 남겨진 기록을 토대로 구성한 학습만화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가 조선의 제22대 임금 정조였다면, 이번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성군이었던 조선의 제4대 임금 세종이다. 


렘과 앰버가 조선 전기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직접 겪으며, 세종의 어린 시절부터 왕이 되어서 조선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그 과정을 살펴본다. 역사 체험 프로그램의 가이드인 해치몬이 미션을 하나씩 주면서 렘과 앰버가 역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과거 역사 인물이 처했던 상황을 간접 경험하고, 역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당대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했다. 




조선왕조실록이란 조선 태조로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기록한 책으로 인류 역사상 단일왕조 역사서로서 가장 규모가 크다. 전체 1,893권 888책으로 왕이 승하하고 바뀌는 과정에서도 대대로 편찬한 것이 축적된 기록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 연구를 할 수 있었고, 조선의 생생한 역사를 현대의 우리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린이가 읽을 수 있는 버전의 조선왕조실록이 없어서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학습만화로 읽을 수 있는 시리즈가 나와서 반가운 마음으로 읽고 있다. 충실한 역사 기록을 상상력 넘치는 판타지로 엮어 내어 아이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 




렘과 앰버, 그리고 젤로스는 조선의 3대 임금인 태종의 세 아들, 이제, 효령군, 충녕군을 만난다. 첫 번째 미션은 태종 다음 왕이 될 사람을 맞혀라! 였고, 세 아들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며 학문, 무예, 성품 별로 점수를 매겨 총점을 낸다. 정답은 과연 누구였을까. 두 번째 미션은 세종의 눈이 반짝이는 순간을 찾아라! 아이들은 제일 즐거울 때를 말하는 거라고 예상하지만, 좋아하는 고기를 먹을 때도, 밤늦게까지 몰입해 책을 읽을 때도 정답이 아니었다. 그것들 보다 세종이 애정을 쏟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차곡차곡 이어지는 미션을 따라가다보면 중간중간 '재미있고 쓸모 있는 실록 TMI' 코너가 나온다. 실제 <조선왕조실록> 속 소소하고 재미있는 기록들을 뽑아 쉬어 가는 페이지로 만든 것으로 조선의 첫눈 장난, 초가집에서 사는 왕, 원숭이를 분양합니다, 별 폭발의 비밀을 밝히다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놀라웠던 사실은 조선 시대 사람들도 개나 고양이, 새 등을 반려동물처럼 기르며 아꼈다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학습 '만화' 형식이지만, 본문의 내용을 복습하고 확장할 수 있는 워크북이 포함되어 있어 독후 활동과 교과 연계 학습도 가능하다. 워크북이 굉장히 알차게 만들어졌는데, 본문에서 배운 내용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복습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왕과 같은 시대에 활약했던 중요 인물들의 정보도 수록했고, 개념 확인 문제 풀이로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까지 대비할 수 있다. 독후 활동 페이지도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아주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부록으로 조선왕조 계보 포스터도 받을 수 있어 더 좋았다. 태정태새문단세...로 시작하는 조선왕조 계보 노래를 아이가 늘 부르고 다니는데, 각각의 왕이 이룬 주요 업적까지 잘 정리되어 있어 아이 방에 붙여 주었다.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문종, 단종, 세조' 편이라고 하니,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봤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조의 사회 정서 역량을 '회복탄력성'과 '소통'으로, 세종의 사회 정서 역량을 '공감'과 '포용'으로 배웠는데,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키워드로 만나게 될지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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