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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로 피어
손남숙 지음, 장서윤 그림 / 목수책방 / 2019년 9월
평점 :
나무가 전하는 우리의 이야기
한적한 국도변을 다니다 보면 마을 입구나 인근에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들을 제법 많이 만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차를 멈추고 나무를 돌아보며 그 이력을 확인해 본다. 느티나무, 은행나무가 주를 이루지만 간혹 팽나무나 푸조나무, 회화나무도 있다. 이들 나무는 대부분 마을의 당산나무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던 이야기를 품고 있을 나무, 주목하는 것들 중 선두에 있다.
이 책 ‘나무 이야기로 피어’는 나무와 관련된 책이기에 선 듯 손에 들었지만 여기에 한 가지 더 선택의 이유가 있다. 창녕 우포늪에서 자연환경해설사로 일하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손남숙 시인이 쓴 책이라는 점이다. 페이스북에서 손남숙 시인이 전하는 우포늪 이야기에서 시인의 자연을 바라보는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가 짐작되는 바가 있기에 더 주목한 책이기도 하다.
벚나무, 느티나무, 산수유, 회화나무, 대나무, 은행나무, 오동나무, 밤나무, 소나무, 버드나무, 무궁화, 진달래 등 우리 일상과 친숙한 50여 종의 나무들이 나온다. 나무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각이 식물학이나 생태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나무와 얽힌 시인과 우리 이웃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고 어린 시절 마을 어른들의 일상이 있다. 어디에서 주어들은 이야기가 아닌 겪고 느끼며 함께 살았던 나무들의 이야기다. 여기에 더하여 잔잔한 미소를 떠올리는 나무 이야기에 온기를 더해주는 것이 나무를 주제로 한 삽화가 또 다른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나무는 그저 산과 들에 존재하며 사람이 바라보며 이용하는 대상으로서의 존재만은 아니다. “오랜 세월 나무는 먹을 것, 입을 것, 머물 곳을 제공하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온 존재로 인식이 그것이다. 시인은 친구이자 이웃 같은 존재로써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한 잎의 물은 나무에게로 가서 크고 탐스러운 꽃이 된다. 한 방울의 나는 다른 사람에게로 가서 작고 더 작은 사람이 된다. 한 나무의 꽃에서 사람의 일생이 피고 지는 것을 본다.”
시인이 나무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의 삶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지만 굳이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친구이자 이웃의 든든함으로 자리 잡고 있는 나무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비춰볼 기회를 제공한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시인의 손을 빌려 나무가 전하는 따스한 이야기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