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세트 - 전2권 - 신영복 1주기 특별기획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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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그 후로 다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돌베개, 1998이후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놓치지 않고 보아오다 '강의'와 '담론'에서 머뭇거렸다무엇 때문이었는지 이제야 짐작이 간다짐작이 간다는 것은 그간 신영복 선생님을 이해하는 바가 단편적이었다는 것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많은 배움을 받으며 혼자 따르게 되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또한 발간되는 책을 중심으로 언론에 등장하는 글을 통해 선생님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알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선생님의 일상에서 앎과 삶의 조화를 떠올렸던 것이 사실상 전부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편견은 신영복 선생님의 1주기를 맞아 기획된 만남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1주기 특별기획에 포함된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와 손잡고 더불어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보여 진다우선 신영복 선생님을 떠올리면 바른 가치관과 바른 삶의 태도로 곧은 선비라는 인상을 떠올리며 그 틀 속에 갇혀 동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가 아닌 시대의 스승으로만 바라본 시각에서 보다 확장된 이해의 폭을 바탕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시된 것으로 볼 때 만남,신영복의 말과 글은 의미가 크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는 신영복 선생(1941~2016)이 생전에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재구성하다생전에 책으로 묶이지 않은 글들을 모은 유고집이다특히 20대 청년 시절 신영복의 자취를 보여주는 글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지극히 단편적으로밖에 알 수 없었던 신영복의 성장배경이나 청년 시기에 겪었던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선생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에 충분하다.

 

신영복과의 대화라는 부제를 건 손잡고 더불어는 선생님이 20년 20일의 수형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이듬해인 1989년부터 타계하기 직전인 2015년까지 나눈 대담 중 선생의 사상적 편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담 10편을 가려 뽑아 수록한 대담집이다. 25년 동안 김정수정운영홍윤기김명인이대근탁현민지강유철정재승이진순김영철 등 가톨릭 사제경제학자철학자문학평론가언론인문화기획자과학자 등의 인터뷰어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연대순으로 실려 있다신영복 선생님의 수많은 인터뷰 가운데 선생의 육성과 사유가 오롯이 담긴 대담을 선별하여 수록하였다대담 당시의 사진이 기록의 생생함을 더했다.

 

여전히 글이 가지는 힘에 대해 생각한다당연히 글의 힘이란 무엇인가도 함께 따라 붙는다여기에서 주목하는 것은 누구의 글인가라는 사람이다지은이를 떠난 글이 독립적으로 힘을 가진 경우가 없진 않을 것이지만 글쓴이와 결부되었을 때 글이 가지는 힘은 배가될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고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시대의 어른으로 주목받는 이들 중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신영복이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길게 보면서먼 길을 함께 걸었으면 합니다저도 그 길에 동행할 것을 약속드리지요.” 선생님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손잡고 더불어 함께할 우리 모두가 걸어 가야할 길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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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인간 - 식(食)과 생(生)의 숭고함에 관하여
헨미 요 지음, 박성민 옮김 / 메멘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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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일의 가치에 주목 한다

먹는 것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다당연히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에도 별 흥미를 갖지 못한다그렇다지만 잘 차려진 음식상을 보면 외면하지는 않는다나아가 음식이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것엔 공감한다.

 

먹는 것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할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 중의 하나다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먹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이런 기본적 시각에서 먹는 것에서 미를 찾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소 멀리 와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하지만 특정한 지역이나 인위적인 환경의 변화에 따라 먹는 문제가 여전히 목숨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수단인 지역과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교도통신 외신부 데스크로 일하던 헨미 요가 1992년 말부터 1994년 봄까지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과 음식에 관한 현장 보고서다. ‘먹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역사정치사회적으로 분쟁을 겪었거나 여전히 위험과 갈등이 산재하는 방글라데시베트남필리핀독일크로아티아소말리아러시아,우크라이나한국 등 15개 국을 찾았다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이유로 '먹는 행위'에 주목했다.

 

음식그 이상의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저자는먹다라는 주제로 식()과 생()의 숭고함에 관하여 탐구한다이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침샘을 자극할 정도로 활력이 넘치게 먹는 행위에 열중하는 사람들민족과 종교도 어쩌지 못하는 맹렬한 식욕의 굶주린 사람들전쟁의 공포에 짓눌려 식욕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삶에 밀착해 들어가 그들이 간직해온 이야기와 기억을 나누어 받아먹는다.

 

가난한 아시아갈등하는 유럽뜨거운 아프리카가깝지만 낯선 한국 등을 주제로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의 나라를 찾아가는 저자의 시각은 언제나 음식그 이상의 무엇에 닿아 있다기자라는 시작과 신분으로 오지나 분쟁지역의 한복판을 찾아가며 그 속에서 삶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의 먹는 행위에 주목한다. ‘너덜너덜한 인간세계의 풍경에서 포착한 먹는 인간의 모습은 애잔하고 슬프지만 때론 풍요롭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루가 멀다고 올라오는 먹는 사진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먹방에 이르기까지 먹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기본적인 요소임에는 분명하다식도락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기본 행위를 넘어서 있다하지만세계는 여전히 기갈과 포식이 공존하는 것 또한 변화지 않았다.

 

모든 가치와 의미를 상품화와 소비로 환원해버리는 고도의 소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이 먹고사는 일의 본래 가치와 의미가 묻히고 만다자본주의의 풍요가 어쩌면 먹고 살아가는 행위가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를 잊은 것은 아니까먹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 저자의 물음에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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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것 - 인류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는가!
후베르트 필저 지음, 김인순 옮김 / 지식트리(조선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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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출발은 최초다

처음첫 번째무엇인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다그 처음을 기억하고 그로부터 출발한 변화가 사람들의 일상에 미친 영향력의 크기에 따라 첫처음첫 번째는 이에 의미를 부여하기에 따라 넘볼 수 없는 가치를 가지게 된다하지만 그 첫처음첫 번째를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대가를 지불해야만 찾을 수 있거나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그 시작이 일상에서 가늠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 책 '최초의 것'은 바로 그런 첫처음첫 번째를 찾아가는 책이다인류가 역사상 처음으로 일구어 낸 크고 작은 것들오늘날의 우리를 만들어 낸 크고 작은 변화들의 시작점을 찾아 가는 여행이다인간으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최초의 것들 직립보행도구이주자언어살인무기예술가,음악가축수학자신전정착민관리푸른 눈맥주스포츠 대제전컴퓨터” 등 열여덟 가지를 연대순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미 익숙하여 그 시원을 찾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른 것들로부터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만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간다운 좋게 남아 있다 더 운 좋게 발견되어 인간의 시원을 찾아가는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유물을 근거로 추론을 통해 그 의미를 다시금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저자는 인간은 선천적인 유희 충동에 힘입어 이런 저런 일들을 거듭해서 시험해 봤고그 아이디어가 과연 적합하고 장기적으로 실용 가치가 있는지는 나중에야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한다그것은 대부분 주변 환경에 더욱 효율적으로 적응하는 결과를 낳았는데이것이 바로 진화의 원리이다다른 곳으로 이주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호기심과 열린 마음가짐이 필요했으며그것은 결국 인간의 진화를 장려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최초의 것을 추적하는 저자는 인간이 오늘날까지 우수한 문명을 발전시켜올 수 있는 비결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의 부단한 발전에 있다고 말한다. “이타주의는 이기주의보다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득을 가져온다대부분의 혁신은 특히 집단에서 완벽하게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조상들이 그래왔듯이 지금 우리가 시작하는 최초의 것 역시 어쩌면 인류의 문명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금까지 있어왔던 최초의 것보다 더 엄청난 힘을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우리의 삶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18가지 인류 최초의 것들에 주목하는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최초는 700만 년 전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이처럼 저자가 첫처음첫 번째와 같은 '최초의 것'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변화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지향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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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지 못한 피렌체 - 욕망으로 피어난 도시
성제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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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출발은 내재된 욕망으로부터

대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면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이는 형체를 가진 유형의 대상이나 형체가 없는 무형의 대상이나 마찬가지다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배경을 살펴 대상의 본질로 접근해 가는 것이 이런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이처럼 시각을 달리해서 대상을 살펴본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낯설게 보기가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여기에 있다.

 

특히현실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지혜를 얻고자 역사를 살피는 시각의 변화로 인해 도출되는 결론은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특정된 대상을 무엇을 중심으로 살피느냐에 따라 결론을 도출해가는 과정과 그 과정으로부터 도출된 결론은 시각을 달리한 이전의 그것과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그런 맥락에서 성제환의 당신이 보지 못한 피렌체는 의미를 갖는다고 보여 진다.

 

당신이 보지 못한 피렌체'는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하는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졌던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기존의 익숙한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시도하고 있다그 출발점으로 “10세기 후반 인구가 채 1만여 명이 넘지 않는보잘 것 없는 촌락에 지나지 않았던 피렌체가 어떻게 새로운 르네상스 문명의 발원지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는 점이다.

 

저자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의 중심에는 인간의 욕망이 있고그 욕망의 핵심인 (경제)과 권력(정치)”을 키워드로 헤서 르네상스와 그 중심 도시 피렌체를 살펴보는 것이다이는 기독교 교리를 바탕으로 운영된 사회에서 경제활동의 내용과 그 주체들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된 사회를 운영하는 핵심들의 사고방식과 사회운영의 페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교황과 주교의 대립 그리고 그 사이에서 경제적 이익을 챙기며 사회 지배세력으로 성장했던 신흥상인 세력 상호간의 욕망이 가져오는 사회와 정치지형의 변화가 어떻게 문예부흥의 구체적인 문제와 결합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런 맥락으로 이 책 당신이 보지 못한 피렌체는 르네상스 문명의 중심지였고 그 문명의 광채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피렌체의 대표적인 르네상스 건축물과 예술품을 7일간의 일정으로 연대순으로 찾아가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중세 말기부터 르네상스의 황혼기까지 그 역사의 주역이라 할 성직자토착귀족신흥상인시민인문학자공화주의자 등 이들의 이상과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피어난 피렌체 르네상스의 본질로 접근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뛰어난 예술품의 향연장인 피렌체의 역사적 배경을 낯선 시각으로 살펴 그 이면의 새로운 모습을 통해 보다 본질적인 피렌체의 모습을 만나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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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여행이 되다 : 작가가 내게 말을 걸 때 소설, 여행이 되다
이시목 외 9인 지음 / 글누림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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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담고 있는 문학성

한때역사기행이나 문학기행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책을 손에 든 여행자들을 만나곤 했다문학작품 속 배경이 되었던 장소나 작가와 관련된 공간을 찾아보고 작품과 작가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되며 긍정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였던 기억이 있다유행이 지나가버린 요즘도 간혹 그런 여행자들을 보면 반갑기 그지없다.

 

이 책 '소설여행이 되다'는 현직 작가들에 의해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와 작가를 잉태한 공간을 여행하며 작품과 작가에 대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문학기행에세이다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현대 작가와 작품들을 깊이 있게 사유하는 한편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여행이라는 방식을 통해 깊이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박완서와 인왕산 골짜기김소진과 미아리박태원과 서울이상과 통인동김유정과 춘천 실레마을이기호와 원주 단구동이효석과 평창 봉평한수산과 춘천심훈과 충남 당진김원일과 대구 장관동권정생과 안동김주영과 청송 진보면성석제와 낙동강의 상주김정한과 부산 긍정최명희와 남원문순태와 담양 생오지마을한승원과 전남 장흥이청준과 전남 장흥현기영과 제주시

 

서울에서 제주까지 남북을 잇고 동서를 아우르며 이미 작고한 작가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에 이르기까지 열아홉 명의 작가의 작품과 그 작가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간다이 문학여행에 동참한 작가들이 발품팔아 확인한 현장의 생생함과 더불어 작가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통해 작가와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는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방식으로소설여행이 되다는 두 가지 테마로 작가와 작품에 각각 방점을 둔 작가가 내게 말을 걸때와 작품이 내게 찾아올 때의 두 권으로 엮어졌다여기에 덩참한 작가는 이시목박성우박한나배성심여미현유영미이정교이재훈이지선정영선 등 열 명이다여기서 궁금증 하나가 책을 다 읽도록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 있다문학기행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기 어떤 작가를 만나는 여행을 했을까?누구 어떤 글을 쓴지 밝히고 있지 않다.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와 작가를 잉태한 공간을 다른 작가가 말을 거는 방식의 접근이 새롭다이 문학기행에는 시간 사이의 틈낯선 곳에서의 한걸음과 일상에서의 걸음과의 차이소설을 쓴 이와 그 소설을 읽은 이 그리고 그 사이를 건너는 독자 모두가 각기 주인공으로 참여할 틈을 열어두었다.

 

문학여행 그리고 작가이 매력적인 조합이 만들어 낸 독특한 문학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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