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때를 기다리는 마음이 이토록 간절했을까? 어제밤부터 전해지는 바다 소식에 애써 억눌러왔던 감정이 틈을 냈나 보다. 그 바다와 그 바다를 가슴에 묻은 이들에게 다시 희망을 이야기해도 어색하지 않을 봄을 맞이하고 싶다. 아이들이 향했던 그곳도 바닷길을 따라 노오란 수선화가 피었을 것이다. 그 마음에 수선화 한송이 놓는다.
수선水仙이란 중국명이며 하늘에 있는 것을 천선天仙, 땅에 있는 것을 지선地仙, 그리고 물에 있는 것을 수선이라고 하였다.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시인 정호승도 수선화에게 기대어 울었다. 어쩌면 외로움의 본질은 나르시스의 그것일지도 모를일이다. 유독 봄앓이로 먼산을 자주 보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설중화·수선水仙이라고도 한다. 품종에 따라 다르며 흰색, 주황색, 노란색 등이 있다.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가꾸며 줄기, 꽃 등을 약용한다. 나르시스 그것처럼 목숨을 걸어도 좋은 것이다. '자존심', '자기사랑', '고결', '신비' 등의 꽃말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