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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명인과 딴따라를 가르는 한 끗 - 사료 속 옛 음악꾼들에게 배우는 삶의 통찰
서신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열정이 명인을 만든다
대금 소리가 좋아 배우기 시작한지 4년여가 지나는 동안 함께했던 사람들 마음속엔 열정이 꿈틀거렸다. 성별, 나이, 연령을 불문하고 대금 소리를 향한 그 열정은 누구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취미는 분명 전공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소리를 향한 열정은 동일 범주에 들지 않을까?
가슴으로 기억하는 연주회가 있다. 우연히 참석한 그 자이엔 대금, 피리, 가야금, 거문고, 해금 연주로 한 평생을 살아온 명인들의 시나위 공연이었다. 시나위란 ‘즉흥 기악합주곡 양식의 음악’을 부르는 말이다. 정해진 악보 없이 앞사람의 연주에 반응하는 자신의 마음을 악기에 실어 내는 그 감동의 순간을 가슴이 기억하는 것이다. 그 후 그와 같은 감동의 무대는 아직 없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국악기분야의 명인들의 솜씨를 어디서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기억을 더듬는다. 명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기에 달랐다. 그 자리에 있었던 연주자들의 삶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지 무엇으로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옛 명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 본다.
고전문학을 전공한 국문학자 서신혜의 ‘열정, 명인과 딴따라를 가르는 한 끗’은 그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책은 옛 음악꾼들의 행적을 사료에서 찾고 그들의 삶을 상상하며 명인이 명인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밑바탕엔 무엇이 있는지를 밝혀가고 있다. 이는 사람들의 삶의 근본문제라 할 수 있는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서 생각할 것들’, ‘만인 가운데 특별한 사람이 된 이들의 특성’, ‘음악이 삶의 여정과 어우러지는 사연’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연주인으로 절정의 순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영광은 당대나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 사람들에게까지 입에 오르내린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절정의 영광이지만 최고의 영광은 한 순간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확인하는 길이기도 하다. 스승과의 소중한 만남, 개인의 열정적인 노력 등이 ‘미천한 꾼을 명인으로 만든 힘’이었음을 확인한다. 노래꾼 석개, 학산수, 명필 최흥효, 화가 이징 연주가 김운란 등은 천한 출신의 계집종, 가난한 선비, ‘미친놈’이라는 비난의 소리에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던 소리꾼이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출신성분이나 사회적 지위의 한계를 뛰어넘는 열정과 우직함 때문이라고 것이 저자는 이야기다.
삶에서 음악이 빠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음악이 노래를 부르는 것에 한정하지 않는다면 모든 일상에 음악과 동반한다. 듣고 흥얼거리고 때론 멜로디나 노랫말을 떠올리는 것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이처럼 음악은 곧 삶이다. 그런 음악이 만들어지고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음악인들은 그 과정의 험난함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사람이 분명하다.
옛 음악인들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지기’다. 알아줄 이를 얻었을 때 완성되는 것은 음악을 비롯한 예술분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삶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인지를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다. 무슨 일을 하던지 살아가는 동안에 그런 사람을 얻을 수도 있지만 찾아가는 도중에 끝날 수도 있다. 자기 삶의 완성은 곧 이렇게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얻음으로써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