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전 문살에 넋을 놓다 - 늦깎이 답사꾼의 불교 문화재 기행
박필우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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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느끼고 담아온 우리 문화재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국도를 따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길을 가다 가장 반가운 것이 고동색 안내판이다. 문화재를 안내해주는 이정표는 고동색으로 통일되어 있다. 모르는 길을 가다 고동색 안내판을 보면 반갑고 지금 아니면 언제라도 반드시 찾아가 봐야할 것 같은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를 문화재 답사의 길로 나서게 만든 것이 있다.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을 보고난 후다. 높지 않은 언덕에 오직 하늘만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던 그 아름다움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로부터 시작된 문화재 답사는 수년 동안 이어져 가깝고 먼 길을 가리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문화재가 몇 개 있다. 석탑으로는 이미 말한 국보 제289호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이고 건물로는 보물 제1310호인 나주 불회사 대웅전이며 석등으로는 보물 제111호 담양군 남면에 있는 개선사지 석등이다. 내가 거주하는 곳과 그리 멀지 않아 자주 찾아보곤 했다. 유홍준의 문화유적답사기가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전 일이지만 지금도 눈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모습만으로도 반갑기만 하다. 오랜만에 답사 다니면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하는 책을 만났다. 박필우의 ‘나한전 문살에 넋을 놓다’가 그 책이다. ‘역사학자도 아니고 전문 답사가도 아니며 그저 우리 역사가 좋고 답사 여행이 즐겁다’는 저자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한의 애정을 나타낸다. 돈 주고 해라고 해도 안할 일들을 서슴치 않고 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온갖 어려움까지 즐거움을 주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이 여행이든 스포츠든 취미활동을 넘어선 일상의 무엇이 되는 것이다. ‘나한전 문살에 넋을 놓다’는 이런 과정을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경험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렇게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화재는 대부분 불교와 관련이 있다. 이는 우리 역사와 불교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수궁이 가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 마음 속 깊숙이 자리 잡은 불교와 민간신앙이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현재의 자신과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특별히 신앙이 되는 종교적 이해요구와는 상관없다. 그렇더라도 불교의 교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나한전 문살에 넋을 놓다’라는 제목에 낚였다. 이 낚임은 기분 좋은 낚임이다. 전통 문살이 주는 그 깊은 정을 느껴 수십 장의 사진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표지의 사진 한 장은 큰 미끼다. 이 제목이 본문을 따라가 보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 영주 성혈사 나한전의 문살에 넋을 놓았던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저자는 일부러 찾아가서 만난 문화재에 대해 지극히 감성적 접근을 하고 있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문화재를 찾아다니는 대부분의 마음을 대신 담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점이다. 그렇기에 더 친근하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솔직히 문화재를 직접 대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전문 용어로 설명된 안내판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만 한 이유도 있다. 건물, 탑, 등, 가람 등의 명칭에서부터 세부적인 사항을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식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이런 점은 문화재에 담겨 있는 사람들의 흔적이나 마음을 알아가는 장애가 되기 일쑤다. 저자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전문 답사가도 아니라고 하지만 10여 년 동안 같은 길을 걸어왔기에 그러한 전문지식이 이미 익숙한 언어가 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전문용어에 매이지 않으면서 감성을 바탕으로 한 안내를 하고 있다. 마치 자신이 걸어가는 길 위에 독자를 초대해 함께 걸어가듯 말이다.

 

나한전 문살에 넋을 놓다라는 제목에 낚인 사람으로 저자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본다. 사찰 건물의 문살은 특이한 것이 많다. 이 책에서도 언급한 성혈사뿐 아니라 미황사, 불갑사, 내소사 등 독특하고 오래 묵어 더 깊은 속정을 보여주는 그 문살들만을 모아 저자의 감성적 마음으로 본 느낌을 한권의 책으로 엮어본다면 어떨까?

 

우리역사와 문화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저자처럼 열정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한다. 그런 독자들에게 내가 살아가는 인근에 있는 문화재로 찾아갈 용기를 낼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을 발간한 저자의 속마음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나처럼 비전문가인 사람도 감성적으로 바라본 문화재에서 감동을 얻기에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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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훔친 위험한 冊들 - 조선시대 책에 목숨을 건 13가지 이야기
이민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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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조선을 담았던 책

조선을 설명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왕조국가라고는 하지만 유약한 왕들이 많아 신권에 의해 좌지우지 된 경험이 많았던 나라가 조선이다. 그런 조선을 지탱하고 이끌어 왔던 사상적 본류가 성리학이고 보면 조선을 성리학의 나라라고 하는 말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보여 진다. 하나의 사상으로 일관되게 지배된 나라는 다양한 문제를 노출한다. 나 이외에는 타자를 인정하지 않기에 공존이 실현되지 못하게 되며 결국 스스로도 존재의 기반을 잃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본다면 조선은 성리학으로 기반을 다진 것이 국가의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사회저변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활발한 활동을 막게 되는 요인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조선을 볼 수 있는 기록은 당시 권력을 쥐고 주류로 있었던 성리학의 편에서 작성된 것들이 대부분이기에 성리학 측면에서 바로 본 것 이외의 분야나 시각과는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재하고 살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주류의 시각에서 벗어난 흐름을 통해 조선이라는 사회를 살피고자 한 것이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이유로 금지되었던 책을 찾아내고 그 책이 금지된 이유를 앞 뒤 정황을 따져 당시 권력의 성격과 시대의 흐름을 파악해 보자는 것이다. 성리학의 시각에서 배재된 흐름이기에 그 흐름만을 찾는 것은 동전의 한 면만을 보고 다 본 것처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에 주류의 시각인 성리학과 동시적으로 파악하고 다른 시각이 지닌 의의와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될 것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책으로는 훈구파와 사림파의 간의 힘의 대결에서 사람파가 권력의 전면에 등장과 관련된 채수(1449~1515)의 ‘설공찬전’, 어득강(1470∼1550)의 상소를 통해 조선에서 책의 유통과정에 관한 이야기, 성리학의 독주에 다른 해석을 전하는 과정에서 논쟁을 일으킨 첨릉의 ‘이단변정’, 나흠순의 ‘곤지기’, 진건의 ‘학부통변’, 실생활과 유리되었던 성리학의 귀신 논의를 해체시킨 정약용의 ‘중용강의’, 문(文)에 치우쳐 무(武)에 약했던 조선에서 무에 대한 준비를 강화했던 한교(1556~1627)의 ‘연병지남’과 ‘무예제보’, 역사의 가정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현세자와 관련된 ‘심양장계’, 훌륭한 의학서를 갖추고도 전염병에 허약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허준의 ‘동의보감’과 정약용의 ‘마괴회통’, 현실의 문제를 도외시 했던 성리학의 이상주의자들로부터 사문난적으로 몰렸던 박세당의 ‘사변록’과 ‘색경’, 영조왕의 분노에 엉뚱한 책쾌들의 죽음을 불러온 ‘명기집략’, 정조로 하여금 문체반정을 불러온 ‘원중랑집’, 18세기 조선의 학문적 흐름을 반영한 박학다식한 선비들의 총서 ‘임원경제지’와 ‘오주연문장전산고’, 조선말 혼란스러움을 조장한 ‘조선책략’ 등이다.

 

저자의 시각으로 보는 조선사회는 일방적인 흐름이 아니다. 성리학이라는 단일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본다면 성리학이 이룬 성과의 이면에 흐르는 다양한 요소를 간과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주류에서 벗어난 금기 사항을 매개로 앞 뒤 정황을 살핀다. 저자는 ‘사상사를 벗어나 대화와 투쟁의 사상사를 그리기 위한 기초적인 시도’라고 했다. 조선을 보는 시각을 새롭게 구성한다는 말이다. 한 사회를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시도로 책을 매개하고 있다. 책은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의 반영이다. 그 사상이 주류에서 비켜나 있기에 더 깊은 속내를 표현할 수도 있다. 하여, 책을 통해 한 사회를 살핀다는 점은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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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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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현실의 문제에 답을 제시해야 한다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보게 되는 국회는 아수라장이다. 그곳엔 대의는 사라지고 옳고 그름도 안중에 없어 보인다. 피터지고 욕하며 결국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국민의 생존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싸운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뭘까? 개인적 영달, 자파의 이익을 위해 한순간 피가 터지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한 장면의 화면을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수년, 수십 년간 그들이 보여주었던 행동에서 유추된 것이기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권력에 대한 끝없는 지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사람만이 정치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험한 꼴을 보고, 당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힘, 권력을 향한 몸부림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이는 국민이 위임해준 힘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그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기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에게 자신들의 소중한 권력을 위임하고도 그 권력의 힘에 좌절하고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국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지점에서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2011년 한국사회의 국민들에게 ‘아~ 시원하다’, ‘그래, 우리도 뭔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라는 가능성을 전해준 ‘나는 꼼수다’와 같은 선상에서 보다 깊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김어준이 바라본 오늘날 한국의 정치지형이 바로 이 책 ‘닥치고 정치’가 아닌가 싶다.

 

우선, ‘닥치고 정치’는 거칠 것이 없다. 누구 눈치 보며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거나 조율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소의 말해 막말을 내뱉으면서도 저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독자들로 하여금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다. 이는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말은 원래 나와 타자 사이의 소통할 수 있는 매개다. 하지만, 이 말이라는 것이 요상스러워 같은 말을 사용하는데도 서로 다른 의미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목소리 높여 강조하는 말잔치나 대중의 마음을 얻고 표를 획득해야 하는 과정에서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도 모를 말들이 난무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김어준은 말이 담고 있는 상징성을 자르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들어본 적 없는 이론과 무학이라고 자신을 표현하지만 그 말에는 애둘러 말하지 않고 누구나 무슨 말인지 수 있는 명쾌함이 있다.

 

김어준이 지승호와 대담을 통해 무엇을 하자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가 가지는 근본적인 결함을 까발리자고 한다. 또한 목에 힘깨나 주고 있는 정치세력들의 실체를 확인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 시각에서 비켜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오연호와 조국의 ‘진보집권플랜’을 접하며 김어준이 느낀 솔직하며 애정어린 감정을 드러내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잠시 한눈팔 시간을 허락지 않고 내달리고 있다. 그가 달리는 길에 이명박의 국정운영의 근본 핵심을 뚫고 BBK나 삼성의 이건희 일가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닥치고 정치’에서 김어준이 주목하는 것은 다음 총선과 대선이다. 그 총성과 대선에서 이기자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 반드시 점검하고 넘어가야할 사항들을 조목조목 검증한다. 이기기 위해서 그들의 지형을 살피고 그 지형에서 놀 사람들의 면면을 따져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혀간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재조건이 붙는다. 정치는 가장 현실적인 일이다. 대의나 정의와도 때론 등을 돌리며 표를 획득해야 하는 것이기에 그만큼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닥치고 정치’가 발행된 시기가 2011년 10월이다. 그 후 김어준의 시각이 얼마나 정치정세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심상정, 이정희, 노회찬, 유시민, 한명숙, 박근혜 등 현실정치인들에 대한 그의 시각은 아주 현실적이다. 현실적이라는 말은 다분히 정치적 시각을 바탕으로 그 사람들의 미래를 본다는 것도 포함된다. 결국 정치는 이러한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한 표가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김어준은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저런 정황을 파악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알고 찍으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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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들의 평생 공부법 - 공자에서 모택동까지 공부하는 사람이 세상을 움직인다
김영수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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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서에서 공부로 전환을 모색하자

조선후기 개혁을 이끌었던 왕 정조는 신하들과의 경연에서 ‘배우는 것과 실천하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물었다. 실천하는 것의 어려움을 들어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한 신하의 답에 정조는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올바르게 배운 것이라면 배움은 곧 실천으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이는 ‘공부’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 본다.

 

김영수의 ‘현자들의 평생 공부법’은 공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공부는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를 중국 역사서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현대 중국을 이룩한 사람들의 공부법을 통해 그 근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사를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작업을 하는 중국전문가로 사마천의 사기에 주목했다. 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특성을 살피는 과정에서 그들의 공부법이 그들의 삶을 결정지었다는 점을 파악하고 그들의 공부법에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알아보며 이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제대로 된 공부야말로 세상을 밝고 착한 쪽으로 이끄는 힘이라는 메시지를 준다.’는 공부의 순기능을 통해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주목하는 중국의 현인들은 누구이고 그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저자가 주목했던 사기 속 인물로는 소진, 장의, 손빈, 장량, 이사, 편작, 사마상여, 항우, 주매신 등 아홉 명을 우선 살핀다. 사마천의 시각으로 선택되어 사기에 등장하는 이들의 삶 속에서 공부하는 현자들의 모습을 찾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본질인 중국의 역대 명인 10명을 선별하고 그들의 공부법과 이어진 삶을 살핀다. 저자가 이렇게 주목했던 인물은 ‘공자, 맹자, 사마천, 제갈량, 한유, 주희, 고염무, 정섭, 노신, 모택동’ 등이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의 출발은 독서다. 독서는 책에 담긴 사상을 탐구하는 훌륭한 대상이 된다. 하여 저자는 현인들이 독서를 어떻게 했는가에 주목하여 그들이 독서하는 방법을 찾아 살핀다. 통독이니 정독, 다독 등 책을 읽는 방법에서부터 무슨 책을 어떻게 읽었느냐를 살펴 공통점과 차이를 구별하고 공부가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런 시각으로 찾아낸 현자들의 공부법의 공통점에는 공부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공부는 개인의 영달의 도구나 출세를 위한 방법이 아닌 삶의 가치를 바꿔주는 길임을 말한다.

 

저자가 주목했던 사람 중 하나인 항우의 경우가 눈에 들어온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그 공부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았다. 하지만 항우는 시작한 것에 대해 끝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무엇이든 시작만 했지 중도에 그만 둔 것이 자신의 삶에 그대로 반영되어 유방에게 패하게 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현대인들의 공부에 대해 깊이 있는 반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특별한 공부방법이 있을까? 평범하지만 특별한 그들의 공부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공부로 얻은 지혜를 현실의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 공부한다고 독서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닌 실제 삶 속에서 이를 확인하는 여행과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 배움을 자기성찰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독특한 부록이 눈에 띈다.독서에 관련된 어록이나 고사성어를 모아놓은 것이다. 이 부분만을 따로 읽어봐도 책과 독서 그리고 현인들이 독서에 대해 어떤 가치를 두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독서는 그만큼 사람들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일상이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공부는 더 이상 배움에 대한 실천이나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나 취업을 위한 도구로 공부를 보는 것이 거의 전부가 아닌가 싶다. 이렇다 보니 공부를 통해 배운 것을 실천한다는 것이나 자기성찰로 이어지는 공부는 가치를 상실한 것으로까지 보인다.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은 좋다. 이는 평생 함께해야할 습관인 것이다. 이제 독서를 통해 선인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고 이를 내 삶의 가치를 밝히는 공부로 전환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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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모든 역사 : 한국사 - 1월에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12개월의 모든 역사 1
이종하 지음 / 디오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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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미래를 내다보는 창이다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과거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를 자신을 살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역사를 살펴본다’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대부분 인정할 것이다. 그렇기에 역사는 한 민족의 미래를 개척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에서 보면 이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수능시험에서 선택과목으로 전락하더니 고급공직자 선발시험에서 배재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현대사회를 지칭하는 말로 세계화, 지구촌이라는 말이 있다. 국경이 허물어지고 경제단위가 국제화되고 더욱 인터넷이라는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한 국가 단위의 일은 더 이상 한 국가의 문제로 치부할 수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민족주의니 단위국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에 소홀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와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소위 힘 있는 국가나 경제대국들의 대외 정책을 살펴보면 자국의 이익을 확대하거나 절대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나라가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당당한 자신의 몫을 할 수 있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특히, 일본이나 중국이 자신의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역사전쟁을 불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역으로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전락시켰다. 여기서 국사의 중요성이 제기된다고 본다.

 

이종하의 ‘1월의 모든 역사 한국사’는 ‘역사란 매일매일 일어난 사건이 쌓여 이루어진다’고 전재하며 역사를 사람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공식기록인 역사서나 야사, 역사소설이나 역사드라마 등 역사를 접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다양성에 다시 하나를 더하는 방법으로 엮었다. 바로 매일 매일의 흔적이 쌓여 역사를 이룬다는 측면에서 역사에 접근하는 방법인 지난 시간이었던 오늘 어떤 일이 있었나?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시각에서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역사에서 있었던 사건들에 주목하고 있다.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시리즈로 발행된다고 하니 월별 책을 모아두면 흥미롭게 역사적 사건들을 만날 수 있겠다.

 

‘1886년 1월 1일 태양력을 처음 사용하다’로 시작하여 ‘1951년 1월 31일 북한 부수상 김책 사망’으로 끝나는 이 책은 역사적 사건들 중에서 저자에 의해 선별에 사건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주목되는 사건에서 최근의 정치적 사건이나 일반 사건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에 날짜를 중심으로 하는 간략한 우리 역사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의 선택이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지 불분명하고 선택한 사건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는 것도 아니기에 일관성이 떨어져 보인다. 역사를 보는 방법으로 사건의 병렬식 나열이라는 방식이 어떤 가치를 가질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매일 첫머리에 선택한 사건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한 설명을 포함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국경 없는 사회, 세계화, 글로벌 금융, 세계무역자유협정 등은 모두 국제화 사회와 관련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자국의 이해관계와 떨어질 수 없는 것들이지만 그것이 일국의 차원에서 끝나는 일은 아니다. 앞으로 국제관계는 더욱 더 긴밀한 관계를 맺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바탕으로 자국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지혜를 얻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로 대두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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