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배운 고조선은 가짜다 - 한국고대사 천 년의 패러다임을 넘어
김운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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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뿌리를 찾아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진실일까? 알고 있는 사실의 진위 여부는 어디서 배웠는가에 의해 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사실이 절대적인 진실이라는 믿음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른 경로의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알게 된다. 이때 오는 혼란스러움을 때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정치권력의 성격이나 정치적 상황과 환경의 변화에 의해 주목하는 점이 달라질 수 있지만 진실을 왜곡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부분에서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특히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은 자신의 삶의 근거가 되는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정체성은 개인의 경우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나라와 민족의 정체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역사 교육에 얼마나 큰 의미를 두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정규학교 교육과정에서 역사교육을 선책의 문제로 전락시키는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정부 당국이나 학계에서 해내지 못하는 일을 재야 학자들이 해결하는 부분이 늘어난다. 특히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안타까움과 더불어 안도감이 함께한다. 재야 사학자들의 노력이 없다면 진실에 대한 접근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기록을 바탕으로 살필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수천 년이 지나 기록마저 사라져버린 역사를 올바로 밝혀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일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사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재구성하여 사라진 기록과 남아 있는 기록 사이를 연결시켜 단절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야 말로 중요한 일일 것이다. 이 일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필요한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강화되어가는 국제관계에서 자국의 지위를 높여갈 수 있는 단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운 고조선은 가짜다의 저자는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처하는 적극적 방안으로 우리 자신이 잘못알고 있는 역사의 흔적을 올바로 이해할 때 가능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중국의 고대사 왜곡은 우리 역사의 뿌리를 뒤흔드는 일이기에 이에 적절한 대안을 찾아내지 못하면 향후 국제사회에서 우리 자신을 지켜나갈 근거를 잃어버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런 시각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시기는 고대 역사인 고조선이다. 고조선은 우리 역사의 시작으로 보고 있지만 고조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문하게 만들고 있다.

 

사라진 역사의 흔적들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단편적인 기록들을 면밀하게 살펴 해석하고 추론하며 기록과 기록 사이에 다리를 놓아가면서 복원하는 일 그것을 바탕으로 올바른 역사적 이해를 하자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와 우리는 떨어뜨려 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특히 고대사의 경우는 남아 있는 사료의 부족으로 중국의 사료를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기록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나라의 근거가 될 땅이 바로 오늘날 중국의 땅이고 이로부터 고대사는 함께 공유되는 부분이 많다. 저자가 중국 고대사의 기록을 중심으로 살피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단군신화로 시작되는 고조선에 대한 이해에서 무엇이 중심인지를 다시 살피게 한다. 고조선의 실체에 접근하는 방식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은나라를 비롯하여 그 당시의 기록에 근거하고 있고 단편적인 사료들에 한정되는 측면이 강하기에 추론하거는 부분이 많지만 사료와 사료사이의 연결 다리가 때론 명확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어 이 연구의 진정성을 찾을 수 있다고 보여 진다.

 

고조선이 사라진 후 그 후예들의 진출 경로를 밝히는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 역사의 지평을 확대하며 풀리지 역사적 의문을 해결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이후 나아갈 방향과도 일치한다고 보인다. 바로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소 중화주의나 국수주의 같은 역사를 보는 시각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점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현실의 우리 역사학계나 역사 교육에 대해 자성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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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조선 최고의 사상범 - 한 천재의 혁명이 700년 역사를 뒤바꿔버렸다
박봉규 지음 / 인카운터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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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백성의 나라를 꿈꾼 정치가, 정도전

조선 500여 년 역사에서 불운한 사람으로 꼽히는 사람들은 제법 많다. 정도전과 조광조를 비롯하여 허균 등이 그들이다. ‘불운했다’라는 말의 이면에는 그들이 가진 사상이나 삶이 시대를 앞서 당대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목숨을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불운은 대부분 정치적인 환경과 관계 깊은 것이기에 정치적 환경이 바뀌면 ‘신원’이라는 제도에 의해 대부분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조선이 개국하는 시기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했던 정도전만은 그렇지 못했다. 그가 개국한 조선이라는 나라가 운명을 달리하게 되는 후기에 와서 겨우 신원되었다.

 

500여 년 동안 철저하게 잊혀진 사람 정도전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왜 조선은 자신을 있게 한 그를 버렸을까? 에 대한 의문은 그가 죽은 지 600여 년이 지난 21세기 오늘날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왕조국가에서 왕 다음으로 권력의 2인자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죽임을 당하고 철저히 매장당한 그에 대한 시각은 차츰 변하고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그 승자들의 기록 속에서 살아남아 훗날 자신의 진가를 밝혀줄 후데 사람을 기다린 것일까?

 

저자 박봉규는 ‘조선 최고의 사상범’이라는 시각으로 정도전을 바라본다. 이는 곧 ‘정치가요 혁명가다’라는 규정 속에 그가 지향했던 사상을 밝혀 온전한 자리로 돌려놓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이 점은 현실 정치와 관련하여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의 참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필요성도 한몫하고 있다. 역사를 보는 진정한 의미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는 ‘한 천재의 혁명이 700년 역사를 뒤바꿔버렸다’고 붙여있다. 700년 역사는 그가 나고 자란 고려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다. 저자가 이런 부제를 단 이유는 조선이라는 나라는 고려를 딛고 일어선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 최고의 사상범’에서 저자는 정도전의 면모를 살피기 위해 그가 남긴 ‘조선경국전’과 ‘r경제문감’ 등의 저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의 저작은 막 개국한 조선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전반적인 기틀을 마련한 것들이다. 이 속에서 사상가요 정치가며 혁명가인 정도전의 면모를 살펴 그가 조선이라는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힌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다’와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로 표현되는 조선 건국의 주된 목적이 정도전의 핵심 사상이며 정책이라는 점이다. 왕조국가에서 왕의 절대적 권력이 미흡할 때 무엇이 중심이 되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는지를 비롯하여 왕이 정치를 펼칠 때 누구를 중심에 두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핵심적인 문제가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의 부패한 권력에서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자 절취부심 한 결과가 혁명이었다. 혁명의 성공을 위해 기반이 없는 자신이 군사력을 가진 이성계를 만나 혁명에 대한 모의를 시작한 것이다. 그렇기에 개국 초 새로운 나라 조선의 기틀을 만들어가는 부분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거위 모든 기반을 마련한 것이고 이러한 정책의 근간에 자신이 고려를 딛고 역성혁명을 주장한 사상과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한 것이다. 재상중심정치, 중앙집권적 관료체계, 토지개혁, 군권의 재편, 신분제 등은 당시로써는 혁명적인 사상이었기에 그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특히 이방원과 대척하게 된다. 결국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만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분명 정도전이다. 그렇기에 정도전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다양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고려의 역사와 정치정세를 비롯하여 원나라나 명나라 등의 외교관계 그리고 조선 건국과정에서의 권력의 역학관계까지 언급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의 정치 풍토와 정도전의 정치철학을 비교하면서 역사 속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살필 수 있게 한다. 역사는 지나간 시간을 살피는 것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질 때 글자 속에 묻히고 말 것이기에 현실을 보는 거울로 작용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도전을 실패한 정치인, 혁명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철저한 민본주의 사상으로 백성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권력의 중심에 선 이후 자만하거나 나태했던 것은 아니었던가 라는 조심스러운 저자의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은 비운의 죽음을 당한 정도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깔려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철저하게 버림 받았던 조선의 역사에서 조차 정도전의 개인적인 비리나 치부 등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 것으로 볼 때 정도전은 자신이 가진 사상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정도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그의 정치철학에서 정치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살리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백성의 행복한 삶을 무엇보다 먼저 생각했던 그의 정치철학으로 볼 때 오늘날 정치가 어떻게 비춰질지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정치인으로써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청렴결백한 삶의 자세와 태도는 아무리 시대가 달라지더라도 변해서는 안 될 지도자의 삶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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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평전 : 시대공감
최열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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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외로웠기에 따스한 작품으로 말한 화가

사람의 삶은 예측불허다. 지금은 사라진 옛 사람들이 살아온 모습을 보면 더 그렇다. 삶이 예측불허라는 점은 지난 역사 속의 사람들뿐 아니라 나를 포함한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모습일 것이다. 이 점을 당연하게 여기며 스스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지만 문득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이면 삶의 무상함이나 아이러니를 떠올리게 된다.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열정적으로 살았지만 자신이 살던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살던 시대와 화합하지 못하거나 다양한 이유로 배척받은 사람들 속에서 훗날 그 사람을 기억하며 그 사람이 남긴 발자국을 그리는 마음에 늘 함께하는 것이 아쉬움일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근현대는 혼란과 격동의 시대였다. 일제식민치하를 벗어났고, 이념의 대립으로 몸살을 앓았으며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았고 이후 급격한 외부문물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온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격동과 혼란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속에는 유독 불운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많다. 그 시대를 묵묵히 살며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했지만 외롭게 살다간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났다. ‘박수근 평전 : 시대공감’이 그것이다.

 

박수근(1914~1965)은 당대를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곤궁한 생활에 처한 삶이었다.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열아홉 살 조선미술전람회에 최초로 입선 이후 병상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가 살아온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박수근, 이제는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칭송받으며 그가 남긴 그림은 수억 원을 호가하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독특한 그의 그림 속에 담긴 세상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이 어쩌면 그림 값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미안함이 함께한다. 박수근,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그런 아쉬움은 더 크게 다가온다.

 

연대기적으로 엮어진 이 책에는 박수근의 삶을 차분하게 조망한다. 구체적인 삶과 각 시기의 작품을 함께 이야기 하고 있기에 삶의 변화에 따른 작품의 변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술사적 흐름이나 표현기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일지라도 박수근 그림에서 느끼는 정서는 비슷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 정서에 박수근의 삶의 가치가 녹아 있다고 보여 진다.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자신의 화폭에 담고 싶었다던 화가의 마음은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 의해 좌절되지는 않았다. 동시대를 살았던 동료 화가나 예술가들에 의해 왜곡되거나 외면으로 받았지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간 불굴의 의지가 돋보인다. 자신이 활동하는 국내에서보다 그의 진가를 먼저 발견한 외국인들의 후원에 커다란 위안을 삼았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라고 칭하는 현대의 평가가 어떤 의미일까?

 

‘미석화풍’(美石畵風)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의 그림세계는 ‘한국 미술사상 최초로 현대 서구 추상미술의 기법을 한국 고전미술의 기운과 조화시킨 화가’라고 평가받고 있다. 독특한 느낌을 전해주는 그림기법과 등장하는 배경에서 오는 친근감이 그림의 문외한이 보더라도 정감 있게 다가온다.

 

저자의 글이 주는 느낌일까? 글을 읽어가는 동안 건조하다는 느낌에 차가움이 동반한다. 그리운 풍경을 멀리 두고 눈으로만 보는 듯하다. ‘양식사학을 거부하고, 철저한 실증주의 및 사회문화사학 방법론을 동원하여 박수근 세계를 해석한’ 글이어서 그럴까? 다른 화가들의 평전이나 그림 읽어주는 책들에서 느끼지 못한 낫선 느낌이 있다. 이 책은 또한 박수근이 활동하던 1940~50년대 화단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전투구, 권력에 대한 아부와 같은 화가들의 모습에서 다양한 인간의 면모도 살필 수 있다.

 

“나는 추위를 타서 겨울이 지긋지긋하다. 그보다 참기 힘든 추위가 있다. 정신의 추위다.” 지금의 박수근은 그 정신적 추위에서 벗어났을까? 쉽게 볼 수 없는 박수근의 그림을 마음껏 감상하는 시간이다. 눈으로 보다가 마음이 일어나 오래 머물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길로 직접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만져보기도 한다. 이 책이 가지는 최고의 장점으로 꼽고 싶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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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기아스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11
플라톤 지음, 김인곤 옮김 / 이제이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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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연설의 근본에는 사람의 행복한 삶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삶에 대해 규정하려는 노력은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보인다. 기원전부터 시작된 이러한 노력이 돋보이는 시대는 동양과 서양에서 저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동양에서는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그 빛을 발했으며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에서 보여주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철학이라고 하면 먼저 생각되는 것이 서양철학으로 그 뿌리를 그리스 시대에 있었던 철학자들로부터 이야기한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으로 이어지는 철학의 계보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스 시대 무엇이 이러한 철학의 발달을 매개했을까? 모든 학문과 사상은 당시를 살았던 시대의 흐름과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당연히 모든 학문의 시작이라고 하는 철학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리스라고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시민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아테네의 도심과 각종 아카데미에서 벌어졌던 토론이 그 기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성과가 기록으로 남아 옛 사람들의 사상적 탐구과정을 알 수 있으며 그 맥이 오늘날 철학의 기초가 된다.

 

‘고르기아스(Gorgias)’는 플라톤의 저작으로 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스, 카이레폰, 폴로스, 칼리클레스 사이에 벌어졌던 대화가 주된 형식이다. 그리스에서 정치가는 연설가로도 활동을 했다. 이는 당시 정치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요구를 실현하고 권력에 대한 욕구를 얻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시민을 설득할 수 있는 연설가로써 성공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대화’ 기술이 어떤 의미와 역할을 하는 것인가에 대해 주목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철학과 정치가 연설술과 어떻게 관계 맺어 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고르기아스는 연설회장의 바깥장면을 묘사하는 도입부를 시작으로 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스의 대화, 소크라테스와 폴로스의 대화, 소크라테스와 칼리클레스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소크라테스가 대화 상대자들을 하나씩 설득하여 진리에 대해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는 시민을 설득시키는 것의 근본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 에 대해 주목하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가지면 그것으로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가?’ 에 대한 접근 방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주제를 이끌어가는 사람으로 소크라테스가 있으며 이와 대화를 통해 당시 대표적인 연설가들의 근본적 사상에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연설술이 단순히 시민을 설득하는 것에 그친다면 설득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밝혀가며 정치가의 사상을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연설을 통해 시민을 설득하는 목적이 기술로서 연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도덕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관습이나 법률과 자연도덕의 관계 역시 살피며 개인들이 갖는 힘과 권력이 근본적으로 무엇을 이롭게 해 가는 과정이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밝히는 것이다.

 

서양 철학사에서 플라톤이 어떤 지위를 갖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동양에서 공자가 주유천하하며 자신의 사상의 핵심인 ‘인’을 현실정치에서 실현하려고 노력했던 것과 비교하여 살펴도 흥미로운 것이 아닐까 싶다. 철학이든 사상이든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과 유리된 것이라면 그러한 학문은 결국 인간의 삶에 대한 지혜를 밝히지 못할 것이다. 플라톤이나 공자와 같은 철학과 사상이 2000년이 훌쩍 넘는 지난 시대의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도 가치가 줄어들지 않은 이유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역시 대중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연설은 유용하다. 다만, 그 방식과 전달하는 매체가 달라진 것 말고는 본질적으로 같다고 본다. 오늘날 우리 시대 정치가들이 보여주는 텔레비전 토론회는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이끌어가거나 상대방을 설득하는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가 기술의 부족이 아닌 설득하고자 하는 중심에 무엇이 있는가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간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그 무엇이 빠진 설득은 의미가 없으며 대중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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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사람들, 이명박의 사람들 - 국민이 사랑한 대통령, 부자가 따르는 대통령
양정철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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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들의 대통령, 그를 기억하는 이유

총선을 앞둔 정국은 지극히 혼란스럽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 유권자로써 무엇을 봐야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동안 수차례 치러진 선거 경험을 통해 형성된 이미지가 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며 누굴 뽑든지 국회에 들어가면 한통속이 된다는 말이다. 왜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만들어 진 것일까? 일차적인 책임은 출마한 당사자의 자질의 문제이며 그것을 용인 또는 조장하는 정치풍토 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을 선택한 국민들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위임받은 권력의 주인은 위임한 사람에게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볼 때 원론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조그마한 권력이라도 가진 사람들은 그 권력을 이용해 더 많은 권력이나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그 과정에서 권력을 위임해준 사람들은 피해자가 되기 일쑤다. 왜 이러한 일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것일까?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었던 대통령이 그 권력에 의해 피해자로 전락한 일이 있다. 물론 권력을 가진 동안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라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새로이 권력에 오른 사람들이 정치적 보복으로 권력을 이용하여 탄압한다면 어떻게 될까? 전직 대통령이 자살로 삶을 마감한 일을 두고 바라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누그러지는 감정이지만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자신이 살았던 나라의 미래를 희망으로 이끌어 나가는 모습은 그를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했던 국민들에게 커다란 아쉬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시 선거정국으로 들어선 한국이다. 이때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했던 사람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 선두에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과 대통령비서실 실장이었고 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며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문재인이다. 강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실정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다하지 못한 숙제를 풀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끌고 있는 것일까? 한 한모습을 알 수 있는 책이 있다. ‘노무현의 사람들, 이명박의 사람들’이 그것이다.

 

‘노무현의 사람들, 이명박의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이어왔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양정철이다. ‘양정철닷컴’으로 네티즌 사이에서 글로 소통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자신이 운영하던 사이트에 올린 글을 모아 엮었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비서를 역임하는 동안 직접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노무현과 이명박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글들이다.

 

극과 극으로 이야기할 만큼 차이가 있는 사람과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 정치가 풀어가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권양숙, 문재인, 한명숙, 문성근, 이광재, 김제동, 김경수 등 노무현의 사람들에게는 인간 노무현과 그 정치철학이 주된 이야기가 된다. 이와는 달리 김윤옥, 이상득, 이재오, 박근혜, 홍준표, 진성호, 정운찬, 엄기영, 김두우, 조현오, 김인규, 김재철 등 이명박 주변인들은 그와는 달리 사익을 좇아 개인의 욕망에 주목하고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저자 양정철이 노무현 사람이라는 것만은 아니기에 의미가 있는 시각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저자나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나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부분에서는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정치적 견해에서 그 무엇보다 우선되는 것은 권력이 누구로부터 나왔고 권력의 본질은 무엇이여야 하는가에 대한 시각이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은 그 권력을 위임해준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못할 때 자신이 행동에 따른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얼마 후면 소중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선거가 있다. 권력의 주인으로써 자신의 의무를 다할 때가 온다는 의미이다. 선출된 후보들이 위임받은 권리를 올바로 사용하였는지를 똑바로 바라봐야 할 때다. 그래서 권력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사랑한 대통령, 부자가 따르는 대통령’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이 주목되는 이유는 다가올 선거에서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행사해야 올바른지를 가늠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국민들이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 큰 경험을 했기에 이젠 다시 실패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바른 생각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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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호 2012-02-13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노무현에게 실망해서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지만
그 이명박은 죽은 노무현을 다시 살리고 말았죠...
새삼 느끼지 못했던 노무현의 진가를 이명박 실정을 보고 깨달았다는 사실이
뒤늦은 후회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