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세스 에이징 - 노화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뇌과학의 힘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이은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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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노인이 된다. 다만 그 사실을 잊고 살 뿐이다. 사람들은 노화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미 신체 곳곳에서 노화가 시작되었음을 느끼고 있다. 아직까지 그럭저럭 참을만하고, 아직까지 노화라는 걸 직시하기 싫어서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떠나려는 버스를 잡기 위해 뛰어간 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숨을 참으며 생각한다. ‘아, 더 늦기 전에 운동해야지..’ 언제나 즐거웠던 회사 일이 문득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생각한다. ‘언제까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나는 노화를 다른 말로 막막함이라고 하고 싶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하지만 누구나 겪어야 하는 노화를 도대체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 걸까. 나보다 조금 더 앞선 사람들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모두가 다르듯, 겪게 되는 노화현상도 나이 듦으로 느끼게 되는 감정들도 조금씩 틀린다. 그렇다면 그런 막막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 걸까. 나에게 맞는 노년기를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 <석세스 에이징>은 바로 그런 질문들에 대한 종합적인 답을 들려주는 책이다.


노화. 단어만 들어도 왠지 인생이 끝났다고 느껴진다. 젊고 열정적이었던 나는 사라지고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왜소한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석세스 에이징>의 저자인 대니얼 J. 레비틴은 주장한다. 누구나 인생의 끝까지 즐기면서 살수 있음을 말이다. 이 책은 감정적으로 노년기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신경과학과 심리학 그리고 뇌과학의 관점에서 철저히 객관적, 통계적으로 노화와 노년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석세스 에이징>은 왜(WHY)와 어떻게(HOW)를 적절히 잘 섞어 노화에 대해 설명한다. 다소 딱딱한 과학적인 이론과 570 페이지를 넘어가는 방대한 양에 당신은 읽기도 전에 겁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천천히 읽어보시길 권한다. 이 책은 노화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나이가 먹으니 늙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바꿔 준다. 노화를 단순히 생의 마지막 과정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빛나는 시간임을 알게 될 것이다. 


<석세스 에이징>은 노화가 일어나는 원인과 현상에 대한 설명과 함께 노년기가 되어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일하는 삶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노년으로 가는 길을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누구나 한 번쯤은 어떻게 나이가 들어야 할지 고민해본 적이 있다. 더 오래,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석세스 에이징>을 통해 미리 배워볼 수 있다. 


특히, 노화가 시작되는 뇌에 대한 부분은 나뿐만 아니라 노년기에 계시는 부모님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도인지 장애, 알츠하이머병 그리고 뇌졸중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왜 치매 노인들이 쉽게 화를 내고 언짢음을 표시하는지 이야기한다. ‘노화 관련 기능 장애’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혀 있는데 시각, 청각, 촉각, 미각과 후각의 변화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다면 노년기에 접어들면 모든 기능이 저하될 뿐일까? 저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추상적 사고 기능은 발달한다고 말한다. 노화가 유발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지적 처리 능력의 쇠퇴이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은 40세 이전까지 낮았다가 이후 10년마다 증가한다고 한다. 물론 속도는 20대와 비교해 현저히 느리겠지만 풍부한 경험이라는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변화에 저항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뇌에서 도파민을 감소하고 도파민 수용기가 퇴화하면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향이 줄어든다. 즉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로 인해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동기가 줄어든다


행복을 느끼며 오래 살수 있는 여러 가지 비결 중 하나는 사회적 유대감이다. 외로움은 매일 담배를 15개비씩 피우는 것보다 건강에 더 해롭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당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평생 동안 축척해온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밖으로 나가야 한다.


노화는 다양하게 찾아온다. 그만큼 각자가 자신의 노화와 노년기를 대비하는 방법도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 힐링을 얻는 사람이 있다. 노년기에 다양한 사람들과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고 해서 혼자를 즐기는 사람이 갑자기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각자에게 꼭 필요한 친구의 수가 다르듯이 우리는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화에 대한 종합 설명서인 <석세스 에이징>은 노화와 노년기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스스로의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많은 예시를 보여준다. 작가의 말처럼 젊음과 불멸은 같지 않으며 우리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노년의 시기는 무척 길다. 인생을 그래프 곡선에 비유하면 젊음의 순간은 순식간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가장 높은 지점이 된다. 다시 올라갈 수 없는 정점에 도착한 다음 우리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도록 하향하는 긴 그래프만이 남았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했을 뿐, 우리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나이 듦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노화는 두려운 것이 아니다. 경험해 보지 않았지만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는 미래이다. <석세스 에이징>을 통해 노화가 막막한 것이 아님을 알고, 나이가 들어가는 순간순간이 인생의 어느 시간보다 찬란히 빛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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