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감사노인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고는 항상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노인이 있었다. 남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의례적으로 하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았지만 아이에게도, 부인에게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노인이 참으로 의아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이웃집 주민 ‘마루’는 물었다.

 

 

 

마루 : 할아버지,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이해를 하는데 왜 가족에게까지 그렇게 감사를 하세요?

노인 : 감사하니까 감사하지.

마루 : 가족끼리는 당연한 것 아닌가요?

노인 : 그렇게 생각을 하나?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었네. 그래서 당연히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었지.

마루 : 그런데 어쩌다가 감사하다는 말을 달고 사세요?

노인 : 내 손자에게 뭔가를 시키고 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자기 부모가 시키는 것은 안 해도 내가 시키는 것은 좋아하더군.

 

 

마루 : 그래서 그때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달고 사셨어요?

노인 : 한 번 시험 삼아서 부인한테도 써먹어봤어.

마루 : 효과가 있던가요?

노인 : 전에는 마지못해서 밥을 차려주었는데 이제는 기쁜 마음으로 차려주더군.

마루 : 효과를 보셨네요.

노인 : 내가 왜 결혼을 했는가를 생각을 해보았지. 나한테 감사한 사람이라서, 그리고 그 사람은 내가 감사해서 우리는 결혼을 했었지.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서로에게 해주는 것을 의무적으로 대했지. 그래서 행복하지가 않았어.

 

 

마루 : 오래 살다보면 다 그렇게 되는 거죠, 뭐!

노인 : 오래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언제부터인가 감사하는 표현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

마루 : 저도 감사하다는 표현을 해봐야겠어요.

노인 : 그래, 감사하다는 표현을 쓰면 상대방이 감사할 일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지. 감사하면 감사한 일만 생긴단다.

마루 : 시키고 나서 감사하면 되나요?

노인 : 그러면 다음번에도 부탁을 잘 들어주지.

 

집으로 돌아온 마루는 감사하다는 말을 했는데도 부인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마루의 부탁으로 노인은 그가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지켜보았다.

 

 

 

마루 : 어떤가요?

노인 : 내가 보기에는 별로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것 같지 않았어. 상대방은 다 알아차리거든.

마루 : 쉬운 줄 알았는데 막상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것은 쉽지가 않군요.

 

그렇게 며칠을 마루는 진심으로 감사를 했다. 그런데도 문제가 생겼다.

 

마루 :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표현을 했는데 부인이 말로만이라고 했습니다. 그럴 때는 어찌하나요?

노인 : 진심으로 표현을 하니까 집안 분위기는 좋던가?

마루 :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자주 쓰는 편인데 말로만이라고 할 때는 어떻게 해줘야 할지 난감합니다.

 

 

노인 : 부인이 좋아하는 것으로 감사함을 대신 표현을 해보게! 선물이든, 영화든 보상받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주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마루는 노인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다. 그랬더니 진심과 말로만 끝나지 않는 마루의 말에 부인은 가정의 행복을 느끼고, 마루에게 감사받고 싶은 마음에 더욱더 열심히 그를 챙겨주었다.

 

마루 : 감사하니까 자꾸 감사해할 일이 생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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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평생 고통을 피했던 노인

 

고통 받는 것을 무지 싫어했던 소년은 평생 고통을 피해온 노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존경심까지 들었다. 소년은 그 노인을 찾아서 어떻게 하면 고통을 피할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집념이 얼마나 강했는지 몇 년 동안 찾아 헤매었고, 산 넘고 물을 건너서 갖은 고생을 다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그 노인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인적이 뜸한 산속에서 한 노인을 발견했다.

 

 

소년 : 혹시 노인께서 평생 고통을 피했던 노인이십니까?

 

노인 :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부르고 있다고는 하던데 너는 왜 나를 찾느냐?

소년 : 저도 고통을 평생 피하고 싶어서 비법을 알고 싶습니다.

노인 : 비법이라고 할 것이 있느냐? 고통스러운 것을 사전에 피하면 되지. 네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라!

소년 : 이별은 어떻게 피합니까?

노인 : 만남이 없으면 된다.

 

소년 : 그러면 만남의 기쁨은 생각도 할 수 없겠군요?

노인 :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은 따라오게 되어있는데 만남 뒤에 이별의 고통을 어찌 감당하려고 그러느냐? 애초에 만남이 없으면 이별도 없는 것을!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그래서 소년은 다른 것들을 물어보았다.

 

소년 : 불행은 어찌 피하십니까?

노인 : 행복조차 없으면 불행도 없다.

소년 : 그렇다고 행복조차도 누리지 못하면 너무 불행하지는 않습니까?

노인 : 불행은 행복과 비교되어서 불행하게 느껴지지. 그러나 애초에 행복을 느끼지 않으면 불행조차도 없는 것!

 

소년이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소년 : 마지막 질문입니다. 가슴 아픈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노인 : 가슴 뛰는 일이 없으면 된단다. 시작 없으면 끝도 없는 것을 왜 시작을 해서 끝을 봐야 하느냐?

 

소년은 노인의 절제된 생활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어서 포기하기로 했다.

 

소년 : 저는 너무도 평범한 인간인지라 감히 그렇게까지는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포기하겠습니다.

노인 : 그렇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절대 아니지! 그런데 하나 묻겠다.

소년 : 네, 물어보십시오.

노인 : 그게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더냐?

소년 : 그것을 피한다고 이렇게 깊은 산속으로 피신해서 들어오신 것 아닙니까?

노인 : 그렇지, 나는 피한다고 세상을 등지고 들어왔는데 그게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 늙은 지금에서야 느꼈다.

 

 

소년 : 그 말씀은 지금 후회를 하신다는 말씀인가요?

노인 : 음 …… 그렇게 느껴지느냐?

소년 :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노인께서는 이미 피하신 것 같은데요.

노인 : 나도 피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틀린 판단이었다.

소년 : 그럼, 피할 수 없다는 것인가요?

노인 : 절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 너에게 주어진 고통을 피해서도 안 된다.

 

 

소년 : 그 말씀은 또 무슨 뜻인가요?

노인 : 지금 피하면 나중에 피했던 것들이 다 똘똘 뭉쳐서 한꺼번에 다가온다. 아니 덮쳐온다.

소년 : 어떤 것들이 오는지요?

노인 : 노화, 사랑, 불행, 이별, 시간 등등 이 모든 것들이 피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한꺼번에 노화된 몸으로 감당을 하는데 지금 나는 너무 힘들단다.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서 그 고통을 감당하기가 더욱 힘들어졌지. 지금의 고통은 지금 받아들여라! 그러면 고통에 내성이 생겨서 더 이상 고통스럽지가 않단다. 고통 속에 있으면 고통을 못 느끼게 되지. 고통을 받아들이면 고통에 내성이 생기고 마음은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생기니까. 그러니 피하지 말고 즐겨라! 아니면 나처럼 다 늙어서 한꺼번에 고통을 받게 된단다. 고통을 피하는 것보다 고통과 부딪혀서 이겨내는 것이 덜 고통스럽단다.

 

 

소년 : 고통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군요.

노인 : 그래, 고통을 피할 수 있다는 착각만 있지. 고통이란 조금 늦게 찾아오고, 조금 빠르게 찾아올 뿐 누구도 피할 수가 없단다. 그게 인생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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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어찌 알겠소?

 

 

 

 

 

 

옛날에 나이 마흔이 넘어서 귀한 아들을 얻은 노인이 있었다. 마을주민들 모두가 아들이라고 축하인사들을 했다. 하지만 노인은 별로 기뻐하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노인 : 이 일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어찌 알겠소?

 

그런데 귀하게 얻은 그 아들이 자라면서 좀 많이 모자란 아이였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마을주민들은 다 늙어서 자식이라고 하나 봤는데 바보일 줄 누가 알았을까 하나같이 걱정들을 했다. 하지만 노인은 별로 슬퍼하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노인 : 이 일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어찌 알겠소?

 

 

한편, 그 주변에는 얼굴이 아주 잘생긴 아들을 둔 과부가 살았다. 그런데 자랑질로 사람 염장을 지르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과부 : 우리 잘생긴 아들이 이번에 결혼을 해요. 꼭 참석해주세요. 며느리는 또 얼마나 예쁜지! 그런데 댁의 아들은 결혼 안 합니까? 아참! 이 댁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죠?

노인 : 이 일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어찌 알겠소?

 

 

몇 달 뒤에 잘난 며느리는 시어머니한테 지지 않고 꼬박꼬박 말대답을 했다. 생긴 대로 값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 과부는 효도를 꿈도 꾸지 못했고, 바라지도 않았다. 한편 아무리 바보 아들이라고 해도 짚신도 짝이 있는지 자신하고 비슷한 모자란 여인을 데려와서 함께 살게 되었다. 과부가 이를 보고 비웃었다.

 

 

과부 : 짚신도 짝이 있다고 모자란 것은 둘째 치고, 그런데 인물이 너무 없네요.

노인 : 이 일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어찌 알겠소?

 

 

그 며느리는 얼굴이 별로이고 조금 모자랐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받아준 노인에게 은혜를 다해서 지극정성을 다해서 모셨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과부댁 잘난 며느리는 어느 새 배가 불러 분만을 할 때가 되었는데 바보댁은 자식이 생기지 않았다. 과부는 또 이때를 노리고 자랑질을 해댔다.

 

 

과부 : 아들 며느리가 잘생겼으니까 자식들은 또 얼마나 예쁘겠어요! 이 집은 언제 아이가 생겨요? 문제 있는 것 아니오? 아들이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며느리가 문제겠죠?

노인 : 이 일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어찌 알겠소?

 

 

그렇게 과붓집은 아이를 낳고 며느리는 몇 달 후에 도망을 갔다. 평소에 그렇게 자랑을 하던 아들이 잘생긴 얼굴 덕에 바람이 나서 며느리가 같이 못살겠다고 도망을 간 것이다. 과부는 졸지에 엄마가 되어서 손자를 키우게 생겼다.

 

 

과부 : 저한테도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기겠죠?

노인 : 이 일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어찌 알겠소?

 

과부는 궁금해서 노인에게 물었다.

 

과부 : 말끝마다 ‘이 일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어찌 알겠소?’라는 말을 주문처럼 하는데 이 말은 무슨 뜻입니까? 저는 아무리 들어도 잘 모르겠는데요.

 

노인 : 득이 지나치면 독이 되고, 독도 적당하면 약이 되는 것이오. 득이 되는 일도 지나고 나면 독이 될 때가 있고, 독도 지나고 나면 고마운 득이 될 때가 분명히 있다오. 영원한 독도, 영원한 득도 없으며 득 다음에는 독이 찾아오고, 독 다음에는 득이 찾아오니 너무 기뻐도 너무 슬퍼도 할 것은 없다오. 득과 독은 번갈아서 찾아오니 언제나 희망을 잃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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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피하라! 그러나 즐겨라!

 

 

 

 

 

 

매사에 일을 가려서 하는 노인이 있었다. 어떤 때는 주인도 속으로 부아가 치밀었다.

 

 

 

노인 : 나는 힘도 없고 늙어서 그런 일은 자신 없는데 ……. 차라리 저 일을 내가 하면 안 되겠나?

주인 :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 자기가 주인도 아니면서 일을 가리기는 왜 가리는지! 그럴 거면 자신이 주인을 하던가?

 

어떻게 보면 얄미울 정도로 노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가려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노인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맡은 일은 열심히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솔선수범해서 나서기도 했다.

 

 

 

노인 : 나는 저 일은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주인 : 그럼, 저 일을 맡아서 하세요.

 

그래도 일을 가릴 때는 철저히 자신한테 유리한 일만 골라 해서 얄미울 정도라서 주인은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오를 때가 종종 있었다.

 

주인 : 할아버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맡은 바 일은 잘하는데 왜 일을 가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노인 : 궁금한가? 궁금하면 알려주지.

주인 : 저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궁금해 해요.

 

 

노인 :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지?

주인 : 그거야 다 아는 말이죠.

노인 : 그것은 피할 수 없을 때는 즐기면서 하자는 말이지.

주인 : 그거야 뭐,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고요.

노인 : 나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 그러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지.

주인 : 그것은 또 무슨 뜻입니까?

 

 

노인 : 사람들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일도 무조건 부딪혀서 빨리 끝내고 즐겨야 한다고 생각들을 하지.

주인 : 그거야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지요.

노인 : 맞아, 금방 끝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하는 것도 좋지. 그런데 일이 끝이 있나? 오늘 할 일은 밤이 깊으면 끝이 있지만 평생에 걸쳐서 해야 하는 일이면 신중하게 골라서 해야 하지 않겠나?

주인 : 그 말씀도 일리는 있군요.

 

노인 : 한 시간만 하는 일이면 가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 그러나 평생 해야 할 일을 고르는 데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되 평생을 피할 자신이 없으면 즐기면서 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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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그럴 줄 알았어!

 

평소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이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마루’라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실수하기만 하면 ‘내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한편 마루의 아들은 항상 우울해있었다. 웃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봤으면 해서 마루는 여기저기 소문을 내었다. 자신의 아들을 웃게 해주면 보상금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평소에 마루의 언행을 주의 깊게 보던 이웃집에 살던 한 노인이 아들의 우울함이 그의 말투와 혹시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걱정해서 마루에게 조심스럽게 건넸다.

 

 

노인 : 자네는 항상 그럴 줄 알았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가?

마루 : 제가요? 제가 그런 말을 하는가요?

노인 : 잘 생각해보게!

마루 : (잠시 생각을 하더니) 그러고 보니까 그런 말을 자주 쓰는 것 같네요.

노인 : 너무도 습관처럼 쓰는 말이라서 잘 모르나보군.

마루 : 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쓰는 말이라서 그렇게 관심을 갖지는 않았습니다.

노인 : 그런데 그 말이 혹시라도 자네의 아들에게 영향을 준다고는 생각을 안 해봤나?

처음에는 그 노인을 이웃집 노인이 무슨 시비라도 걸려고 왔나 하고 탐탁지 않게 생각을 했던 마루는 아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말에 그제서야 노인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마루 :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제 아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니요?

노인 : ‘내 그럴 줄 알았어!’ 이 말 뒤에는 무슨 말이 숨어있는지 아는가?

마루 : 글쎄요, 그건 저도 잘 …….

노인 : 내 그럴 줄 알았어! 자네도 모를 줄 알았지!

노인은 일부러 마루의 말투를 기분 나쁘게 흉내를 내었다. 예상했던 대로 그는 기분이 살짝 상했다.

마루 : 제가 그렇게 빈정거리듯이 야비한 말투를 썼나요?

노인 : 야비한 말투가 아니라 그 말 자체가 사람을 은근히 약 올리는 말투라네.

마루 : 정말 제가 쓸 때는 잘 몰랐는데 남이 쓸 때는 은근히 약 오르네요.

 

 

노인 : 내 그럴 줄 알았어! 너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마루 : 저는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말만 하지, 그 뒤에 말은 쓰지 않습니다!

마루는 자신의 습관적 말투 뒤에 노골적으로 그런 야멸찬 표현을 쓰지 않는 것에 대해서 단호하게 말했다.

노인 : 내가 잘 알지! 그 뒤에 말은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야. 그러나 사람들은 그 뒤에 숨어진 말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지.

마루 : 제 속으로 쓰는 말을 상대방이 어떻게 알아요?

노인 : 상대방이 모른다는 그 생각을 자네는 어찌 그렇게 확신을 하는가?

 

마루는 할 말이 없었다.

 

노인 : 사람들은 자네의 말에서 이미 상처를 입었네.

마루 : 그게 그렇게 안 좋은 말인가요? 욕은 아니라서 뭐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는데.

노인 : 욕만 아니지 상처를 주는 말인 것은 확실해!

마루 : 그런데 왜 그렇게 깊은 상처를 입는 거죠?

노인 :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은 자네가 이미 생각한 기대치가 있는데 그것을 뛰어넘지 못했을 때 상대방이 하도 한심해서 그러는 소리로 들리는 거라네.

마루 : 하기는 사람들이 제가 생각했던 기대치를 못 넘을 때는 그런 푸념이 저절로 나오기는 하죠.

 

 

노인 : 맞아, 사람들이 나의 기대치를 뛰어넘지 못하면 한심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

마루 : 제 말이 그렇습니다.

노인 : 그런데 자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다고 생각을 하는가?

마루 : 그거야 잘 없죠.

노인 : 그러면 자네 스스로도 자네의 기대에 못 미쳐서 실망스러운 적은 없었던가?

마루 : 저도 뭐 사람인지라 그런 경우가 많이 있죠.

노인 : 그럴 때 자네는 스스로에게 어떤 벌을 내리는가?

마루 : 벌까지는 아니고, 그냥 용서하고 다음에 잘하자고 다짐을 하죠.

노인 : 다른 사람한테도 자네 스스로한테 하는 것만큼 관대했으면 좋겠군.

 

마루 : 네, 명심하겠습니다.

노인 : 그럴 줄 알았다는 것은 선입견, 기대치, 실수 등 부정적인 결과가 되었을 때 쓰는 말이지 절대 좋은 표현은 아닌 것이네. 마치 안 되기를 빌었다는 말처럼 들리니까, 한편으로는 마치 실수하기를 기다린 사람처럼 보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상대방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지.

마루 : 그 정도입니까?

노인 : 자네 아들도 그런 소리를 듣고 자랐다면 항상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네.

 

마루 : 어떤 생각이요?

노인 : 항상 자네의 기대를 저버리고 기대치를 채워주지 않는 아들이라는 중압감에 눌려 살고 있을 것이네.

마루 : 그러면 그런 말투를 안 쓰면 되는 것인가요?

노인 : 물론이지! 그런 말투와 함께 또 버려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네.

마루 : 그것은 또 뭐죠?

노인 : 자네의 기대치와 선입견!

마루 : 으흠 …….

 

 

노인 : 아들을 웃게 하고 싶다고 당장 웃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네.

마루 : 꼭 좀 알려주십시오!

노인 : 주눅 들어있는 자네 아들에게는 칭찬보다 더 좋은 보약이 없을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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