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이면 - 1993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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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없으면 소설도 없다.(212p)”

작가는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으로 흩어져 있는 삶의 파편들을 선택하거나 배제하고, 왜곡함으로 소설을 쓴다. 그러므로 독자는 그 파편들 속에 감추어 둔 작가의 내밀한 음성을 발견해야한다. 독서는 파편들을 퍼즐 맞추듯 맞춰 사실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 독자가 읽어야 하는 것은 소설 속에서 형상화되고 발견해 낸 작가이지, 현실의 작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독자는 소설로부터 읽은 작가를 현실의 작가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흔히 범한다.

 

소설 중 화자 는 작가로서 출판사 편집자로부터, 한 작가의 문학과 삶을 집중 조명해서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는 작가탐구에 글을 써줄 것을 청탁받는다. 그에게 부여된 글쓰기 대상은 그 작가의 소설이 아니라 바로 그 작가라는 말은 쉬울 수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인상을 남긴다. “그 작가의 삶의 과정그의 문학이 맺고 있는 인과성(14p)”을 전달하는 작업은 어렵게만 느껴진다.

 

몇 번의 인터뷰와 그의 자전적 소설에서 작가의 의식 안쪽에 단단하게 붙어 그의 삶과 문학을 지배해 온 질기고 억센 몇 개의 큰 흉터들을(19p)” 발견한다. 사실과 진실에 관해 침묵하는 박부길 앞에서 는 어쩔 수 없이 그 흉터들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자기 노출적인 소설 <내 속의 타인>에서 마주친 흉터들은 이후 작품들 안에서 질서 없이 몸을 섞고 있다. ‘는 그 흔적들을 찾으며, 어느새 박부길을 소설적으로 바라보고 있는(18p)” 자신을 깨닫게 된다.


가 작품들에서 찾은 파편들로 맞춰진 퍼즐, 그는 이렇게 불행하고 지독히도 외로운 존재가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비극적이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모친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했던 신화 속 아버지는, 유년기의 그가 목격한 한 남자의 광기와 죽음, 그 남자를 향한 이유모를 끌림, 그의 죽음에 자신이 가담했다는 죄의식, 선산을 태우고 고향을 떠나면서 흉터가 된다. 모친의 사랑 역시 받아보지 못하고, 자신을 향한 사랑을 왜곡된 정서 죄의식과 회환으로만 표현하는 애처로운 어머니를 외면하는 그는 굶주리고 외로운 존재다. 그가 고향(현실)을 떠난다는 것은 곧 무극사(신화)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95p)”이지만 그 신화는 무극사에서 끝이 난다.

 

작가탐구를 준비하면서 박부길의 자전적 작품을 <지상의 양식>을 싣기로 한다. 이 소설은 액자소설의 형식으로 고향을 떠난 그의 청소년기와 20대의 삶을 그리고 있다.

외로움 안에 갇혀 있었던 그는 같은 세계에 사는 동질의 원형질을 가진 단 한 사람의 동료를 만나는 것(141p)”이 간절했기에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습관적인 독서 안에서 의도적인 오독을 한다. 골방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철저히 혼자인 존재가 하는 독서란 외부 세계와 개인의 내면 사이에 높은 벽을 세우고 하는 행위이기에 오독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나는 오독이 일어나는 상황과 그 빈번함을 소름끼치게 깨달았다. 나의 상황, 기분 안에서 작품들을 읽고 해석했던 많은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그는 나처럼 이 세상에 잘못 보내진 나의 형제, 나와 동일한 표적을 소유한 나의 동지, 나와 원형질이 같은 단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159p)” 그러므로 사랑 역시 그 대상을 자신과 같은 세계의 사람이라는 오해로 시작한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이 사랑의 불구성을 짐작할 수 있다.(288p)” 사랑을 받지 못했고 배우지도 못한 그의 사랑은 너무 아슬아슬하고 가학적이었다고, 전쟁처럼 하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의 사랑은 흉기가 되어 사람을 상하게(289p)” 했다.

 

그의 사랑도 신앙으로 대체되어 있는 갈망도 가짜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신과 인간의 문제를 깊이 천착한 다른 작가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회의와 갈등, 반항과 구원의 드라마로부터 너무 자유롭다.(262p)”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도 동료들과 공감대를 찾지 못한다. 그가 주장하는 학자적 태도는 불통의 이면을 갖고 있다. 그가 세상을 따돌리는 오만함은 사실 슬픔과 울분, 또는 슬픈 울분이고 그 뿌리는 좌절감(31p)”이다. 그는 세상과 불화하며 부유(浮遊)한다. 많아지는 생각은 결핍으로 향하고, 불화감은 증폭된다. 그 증폭된 불화감은 더 복잡은 생각의 밑천이 되는 악순환에 갇힌다.


이승우 작가는 이 액자소설을 통해 한 사람의 지독한 외로움을 통해 사랑, 신앙심이 진실이 아닌 거짓일 수 있는 인간상황에 대해 그려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면서 그것을 드러내거나 감추고 가장하면서 쓰는 작가의 작업과 그렇게 흩어져 있는 작가의 파편을 읽어내는 독자의 시선에 대해서 생각을 전하고 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주제를 전하기 위해, 이런 소재와 구성을 취한 작가의 글쓰기가 탁월하다.

 

작가는 물론 자신의 삶을 사실 그대로 베끼지는 않는다. 기억되거나 말해진 사실은 결국 발췌된 사실일 뿐이다. 선택과 배제를 통해 사실이 구성된다. 거기에 굴절과 왜곡이 끼어든다. 그것이 작품이다.(210p)”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이러한 글쓰기를 보여주는 백미라 할 수 있다. 어둠이 그와 충분히 친해졌을 때, 박부길은 충동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으로부터 상상력의 위험을 경고 받은 바 있는 작문 <아버지>의 세련된 늘이기에 다름 아닌 이 작품을 씀으로써 그는 막혔던 글의 길을 비로소 뚫는다.(335p)” 그의 글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선생님들의 경고가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그의 잠재된 죄의식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기도하듯 내면의 고백을 털어놓는다.

 

사람들은 왜 기도를 하는가. ‘그것은 자기 이야기를 마음 놓고 솔직하게 늘어놓기 위해서이다. 아무 불평도 하지 않고 한없는 끈기와 인내로 지극히 사적이고 은밀한 이야기들을 들어 줄 상대를 찾아서 사람들은 기도처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지상의 양식>) (331p)“

 

그는 그 죄의식을 노출하여 공식화함으로써 아버지를 인정하고자 했다.(335p)” 어릴 적 뒤뜰에 살고 있던 광인 아버지를 감추려했던 어른들의 태도로부터 전이된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벗어나 아버지의 존재를 시인하고, 아버지로 하여금 그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새로운 신화를 쓰고자 했다는 말에서 뭔가 긍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가 해낸 것은 아버지와의 값싼 화해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교묘한 것이다. 죄의식의 되돌림.(335p)”이라는 말에서 자전적 글쓰기가 가져다 줄 수밖에 없는 회환에 갇히는 작가의 고통을 보게 된다. 작가의 작업은 교묘하다. 드러냄은 전략적이다.

그는 감추기 위해서 드러낸다. (335p)”

작가들은 그렇게 신화를 쓴다. 그러기에 글쓰기가 자유롭게 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고통스럽지 않을까?

 

사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고, 그 도시가 의미하는 것은 사람들의 감추어진 마음 혹은 무의식 혹은 영혼의 어두운 곳을 의미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다. 그것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면이고 그것을 보는 것은 지울 수 없는 고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승우 작가의 이 책 제목이 생각났다. 누구나 갖고 있을 생의 이면’, 그것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기억나게 하는 흉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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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1-12 19: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삶을 사실 그대로 베끼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은 들어갈 것 같아요.
올려주신 기도에 대한 인용문~^
저는 신에게 제 얘기 늘어놓는 게 귀찮아서 ㅋㅋ
남을 위한 기도만 하는 듯요^^

그레이스 2024-01-12 21:56   좋아요 3 | URL
그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그 기도 장면 너무 처절했어요.

혹시 ‘다 아시잖아요?‘
이런 말은 안하시나요?
^^

청아 2024-01-12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죄의식의 되돌림‘, ‘감추기 위해 드러낸다‘ 그런 고된 작업이기에 작가들의 평균 수명이 의외로 낮은가 봅니다.ㅎㅎㅎ
그래도 그렇게라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절박함이 느껴져서 슬프기도 하고요. ‘흉터‘맞는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4-01-12 21:57   좋아요 2 | URL
예!
작가의 글쓰기의 고됨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서곡 2024-01-14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일요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4-01-14 15:39   좋아요 1 | URL

서곡님두요
길 미끄러운데 조심하세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평점 :
절판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소리와 분노에서는 퀜틴이 죽기 전 자신의 그림자를 보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가 보는 자신의 그림자는 일그러지며 그와 분리될 것만 같은 불안감을 전달한다. 그림자는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가 그림자를 바라보는 심리는 그가 사는 세계에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하는 존재로서의 불안과 갈등을 보여준다. ‘존재의 과거형보다 슬픈 말을 찾지 못한 그는 존재의 과거형이 된다.

 

소설 도시와 불확실한 벽에서, 현실 세계에서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림자를 벗어야 한다. 그곳의 사람들은 그림자가 없다. 그 그림자는 벗겨져 떼어진 채로 도시의 문밖 숲에서 살아가다 힘을 잃고 소멸된다. ‘그림자는 육체일까?, 포크너의 소설에서의 그림자처럼 현실세계에 존재함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야기의 진전과 함께 이 소설의 그림자는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현실세계의 17살 소년 16살 소녀를 만나고, 두 사람은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그 도시는 구축되어간다. 도시는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숲에는 일각수가 살고, 도시로 통하는 유일한 문에는 문지기가 산다. 현실세계의 그녀는 외롭다. 소년 는 그녀의 삶에 대해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두 사람은 특별한 비밀세계를 만들어내고 함께 나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가 높은 벽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도시다. ‘는 이 현실세계에서 그 소녀를 상실한다.

 

40대가 된 는 그 소녀의 실체를 만나기 위해 도시의 문을 넘어 들어갔다. “그림자를 버리고, ‘꿈 읽는 이로서 눈에 상처를 내고, 두 번 다시 그 문을 넘지 않는다는 암묵의 계약을 맺고(68p).” 그림자를 벗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도시, 그것은 육체로는 들어갈 수 없는 영혼의 세계인 듯 보인다. ‘가 도시를 걷고 탐색하면서 그 도시는 하나의 세계, 형태를 띈 실체로 다가온다.

 

그 도시에 있는 16이란 황동 플레이트가 박혀있는 도서관에서 오래된 꿈을 읽는다. 그곳에는 가 현실세계에서 만났던 그녀와 똑같이 생긴,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소녀가 일하고 있다. 현실세계의 그녀는, 마지막으로 보내온 편지에서, 자신은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살고 있는 실체가 벗어버린 그림자이고, 곧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럼 이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소녀가 그녀의 실체일까? 도시의 문지기가 한 말에 비추면, 그림자는 육체이며 그 그림자를 벗어버린 존재, 도시에 살고 있는 존재는 영혼임을 짐작하게 된다.

 

의 그림자는 이 도시에 사는 존재가 그림자이고 바깥세상에 있는 것이 본체라고 말한다. 주인공이 읽어야 할 오래된 꿈은 도시 밖으로 쫓겨난 본체가 남겨 놓은 마음의 잔향이라고 한다. 미처 제거 하지 못한 슬픔, 망설임, 질투, 두려움, 고뇌, 절망, 의심, 미움, 곤혹, 오뇌, 회의, 자기연민…… 그리고 꿈, 사랑(178p)”등의 마음의 씨앗이라고 한다. 로이스 로우리의 기억 전달자 (The Giver)를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다.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유지되게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이 오래된 꿈을 읽고 감당해야 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는 숲속 그림자 쉼터에서 죽어가는 자신의 그림자를 찾고, 그들을 막아서는 벽들을 통과해 도시를 빠져나가는 웅덩이 앞에 다다른다. 실체와 그림자, 영혼과 육체가 하나가 되는 것을 막는 살아 움직이는 벽은 무엇일까? 설령 하나를 통과하더라도 그 너머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의식과 마음, 영혼과 육체가 일치를 이루지 못하게 하는, 삶에서 만나는 수많은 장애들이 아닐까? 살아있는 동안 그 둘은 함께 연관되어 영향을 주고받지만 그것이 큰 간격을 두고 벌어질 때, 그 벌어진 곳에는 심연이 남는다. 두 세계 사이에 놓인 웅덩이처럼.

 

의 그림자는 웅덩이에 뛰어들어 현실세계로 간다. 그리고 중년의 는 현실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림자에 끌려온 것이라 짐작하는 는 스스로를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끼며 살아간다. 직장을 그만두고 Z** 마을의 도서관 관장에 지원해서 간 이유는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도서관에서 오래된 꿈을 읽던 기억 때문이다. 이 도서관의 반지하 공간에서 만난 사건들은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다. 영혼과의 대화가 그렇다.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와 현실세계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두 세계다. 도시는 움직임이 없고 말수 적고, 간소하고 정밀하고, 그리고 완결된 장소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본래의 의미만을 지니고, 모든 것이 각자 고유의 장소에, 혹은 눈길이 닿는 그 주변에 흔들림이 없이 머물러(53p)” 있는 곳이다. ‘의 현실세계는 많은 말들이 오가고, 너무도 많은 의미가 만들어져 흘러넘치는(52p)” 곳이다. 누군가는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어울리고, 다른 누군가는 현실세계에 더 잘 어울릴 것이다. 그러나 어느 세계가 벽으로 둘러싸인 곳일까? 독자로서 나는 ‘2에서 현실에서 사람들과 관계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고 있는 의 삶에 편안함을 느낀다.

 

전임관장 고야스씨의 영혼이 성경을 빌어 말했듯, 인간이 덧없는 존재고 살면서 영위하는 나날이 지나가는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영혼과 몸이 분리된 듯 살아갈 수는 없다. 살아가는 동안,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하는 듯 보이는 육체와 영혼이 혹은 육체와 마음이 일치하는 순간을 맛볼 수 있다. 도시의 가 현실세계의 와 하나가 되듯. 고야스씨가 말한 것처럼 본체와 그림자는 원래 표리일체이고, 상황에 따라 역할을 맞바꾸기도 한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깊이 침잠해서 육체를 잊은 듯 영혼의 숨만 쉬는 시기가 있을 수도, 육체가 활발한 활동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 때로 그 영혼을 잊은 듯, 육체를 잊은 듯, 한 쪽에 치우쳐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치우쳐 있는 세계에서 역경을 뛰어넘기 위해 다른 영역의 일에 몰두하는 시기를 만나기도 한다. 어쨌든 두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는 모두 나 자신인 것이다.

 

공간의 왜곡과 축소, 시간의 역행, 그리고 토끼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한다.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들어간 꿈의 세계는 재밌고 흥미진진한 곳만은 아니었다. 위험해보이고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게 되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소원하게 되는 그런 곳이었다. 마찬가지로 소녀를 만나기 위해 들어갔던 그 도시 역시 추위 때문에 일각수들이 죽어가고, 동물들이 먹을 수 없는 사과만 많이 열리는 곳, 유채기름으로 죽은 사체를 태우는 곳, 시계에 바늘이 필요 없는 단조로운 삶이 이어지는, 많은 말을 건넬 필요 없는 그런 곳이다. <노란 잠수함>의 이상향 페퍼랜드가 누구에게나 행복하고 편안한 곳이 아니듯, 꿈과 낙원은 각자의 마음에 있다.

 

그 도시로 갈 수 있는 문을 발견한 소년은 이 현실세계에서 살아갈 수 없는 육체의 일을 잊은 자다. 어쩌면 그런 존재도 필요하지 않을까? 누군가를 대신해 영혼의 영역에 머무는 존재를 의미한다.

 

소년이 그 도시에서 만난 는 누구일까? 그림자에 이끌려 나온 줄 알았던 의 실체가 여전히 거기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현실세계의 에게 생긴 그림자는 무엇일까? 소설은 명쾌한 답을 주는 공식을 갖고 있지 않다.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와 현실 세계, 본체와 분신, 실체와 그림자 등은 플라톤의 이데아, 이원론, 마음과 꿈, 평행 세계 등 무엇이 될 수도 있고, 또 무엇이라 규정하기엔 모호한 부분이 존재한다.

 

그 강줄기가 복잡한 미로가 되어 암흑의 땅속 깊은 곳을 흐르는 것(223p)”처럼 우리의 현실 또한 우리의 내부에서 몇 갈래 길로 나뉘어 나아간다. 현실과 선택지가 얽혀 우리가 인지하는 현실이 완성된다. 그러기에 인생의 깊숙한 강을 흐르는 불가지성을 해결할 수 없을지 모른다. 소설의 모호함도 그대로 둘 수밖에.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그 이면을 보려는 사람이 있고, “현실은 이것 하나뿐이고 다른 건 없다(223p)”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태반 눈을 감은 채로 인생을 보낸다. 그러나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오른쪽 얼굴(101p)”을 보는 사람은 있다. 노인이 그런 것은 보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하는 말로 비추어, 한 사람의 감춰진 이면의 세계는 드러난 왼쪽 얼굴처럼 그리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읽혔다. 낙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그 심연을 들여다본다.

 

그 심연을 보고 읽으려는 자는 작가가 아닐까? 인간의 마음 깊은 곳을 향한 문에 들어섰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하는 작가의 마음과 의식 사이에 생긴 골을 짐작해본다. 실제 삶에서는 겪지 않을 감정을 향한 문이 열리고 그 문을 닫지 못해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는, 사형수를 연기했던 한 영화배우의 고백을 떠올린다. 그럼에도 그들은 다시 벽으로 둘러싸인 그 도시의 문을 연다. 작가는 글쓰기를 위해, 독자는 읽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영혼과 마음에 감춰진 심연을 탐험하기 위해 뛰어든다. 끝없는 낙하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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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1-02 0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는 사람은 그림자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그림자도 사람한테는 중요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림자를 두고 가야 하는 세계... 몸은 두고 영혼만 가는 걸지...

책을 보다 보면 여기가 아닌 어딘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곳에서 자신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지도 모를... 좀 더 잘 살면 좋을 텐데 싶기도 합니다

그레이스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 잘 챙기시고 책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4-01-02 09:34   좋아요 1 | URL
빛을 향하면 내 그림자가 보이지 않고,
빛을 등지고 있으면 내 그림자가 보이죠.
또 다른 상징으로서 그림자를 생각해봅니다.

희선님
2023년에는 제가 많이 소원했네요.
새해 건강하시고 좋은 시와 글들 기대합니다.

페넬로페 2024-01-02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완독하고 글 쓰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는데 실패했어요 ㅠㅠ
뭔 말을 하려는지 이해는 되는데
그 맥락이 연결되지 않더라고요
그레이스님!
1등 예약입니다
저에게 약간의 콩고물을~~ㅎㅎ

그레이스 2024-01-02 22:00   좋아요 1 | URL
저도 힘들게 썼습니다^^
아직도 이해 안되는 부분이...
포기할뻔 했는데... 감기때문에 스케쥴 취소하고 여유가 생긴바람에 겨우 썼습니다.

캐모마일 2024-01-02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낙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그 심연을 들여다본다.˝ 그래서 옐로 서브마린 소년은 떨어져도 확신을 가지란 희망을 주었군요.

그레이스 2024-01-02 22:15   좋아요 1 | URL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해서 다양한 적용이 나올듯요^^

레삭매냐 2024-01-11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춘수 샘 책 나올 때마다
팬이 아니라고 하면서고 꾸역꾸역
사서 읽곤 했는데... 이번엔 패스하
게 되었네요.

뭐랄까 사그러져 가는 옛 영광의
잔영이라고나 할까요.

그레이스 2024-01-11 10:00   좋아요 1 | URL
ㅎㅎ
춘수 샘!
저도 그렇긴 해요
 

탑승 수속하기 위해 줄 서 있다가 문득 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행기 안에서 복기하고 정리할 계획으로 빼서 들고 있다가 잃어버렸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 흘렸는지, 기사분이 네 개나 되는 수트케이스를 내리고 있는 게 미안해서 직접 내 짐을 내리는 오지랖 떨다가 흘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찌됐든 찾아는 봐야겠다 생각하고, 공항 안내 데스크를 찾아서, “뻬르디 미 리브로(Perdí mi libro)!”아이 로스트 마이 북(I lost my book)!”을 외쳤다. 예상대로 못 찾을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택시 승강장에서는 택시 회사에 연락해보란다. 이미 답을 알고 한 시도여서 미련없이 탑승수속 줄로 돌아왔다. 이번이 두 번째다. 몇 년 전, 비엔나에서 돌아오는 중 경유지 두바이 공항에서 읽던 책을 비행기에 놓고 내렸었다. 두바이 공항에 하나, 바르셀로나 공항에 하나, 나는 그렇게 책으로 흔적 남겼다.


바로 이 책이다, 이 책! 오기가 나서 경유지에서 알라딘 앱으로 다시 주문했다. ‘이전에 구매한 상품입니다라는 문구가 화면에 뜨기가 무섭게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다.

 

스페인을 지리와 역사와 예술로 안내하고 있어 가볍지도 장황하지도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다. 사진도 충실해서 좋았다. 이 책은 레콩키스타(Reconquista 회복운동) 이후의 역사로 시작하고 있다. 콜롬버스를 후원했던 이사벨 여왕의 시대에 관한 이야기는 콜롬버스가 항해를 마치고 이사벨을 알현했던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안의 왕의 광장 계단을 찾게 했다. 사진으로 봤던 것과 달리 계단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택시를 타고 몬주익을 향하던 중 바닷가에 서있던 콜롬버스 동상을 보며 그가 이끌고 온 노예들과 실망을 안겼던 상품들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이제는 빛바랜 계단과 동상처럼 그의 업적도 재평가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그리스인 화가 엘 그레코가 머물렀던 톨레도의 예술과 스페인 황금시대 두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와 고야의 삶과 작품, 그들을 후원하고 예술을 사랑했던 왕들과 귀족들, 시대 이야기는 마드리드 왕궁과 프라도 미술관을 감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왕의 광장 계단>

'바르셀로나는 곧 가우디'라 말할 정도로 바르셀로나와 관련된 이야기의 많은 지면이 가우디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레이나 광장에 세워져 있는 가우디 초기 작품인 가로등과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맡기까지의 에피소드와 건축과정, 그의 후원자인 구엘과의 만남과 가우디 주택, 그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우디만을 다룬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책아트 인문학 여행x스페인으로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가기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고 사야할 책들과 검색해서 눈에 띄는 책들을 구입했다. 그 중 개괄하듯 가볍게 읽었던 책이 바로 스페인 예술로 걷다라는 책이다. 다른 책들이 각론이라면 이 책은 개론서라고 할까. 재미있고 더 알기 위해 다른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을 준 책이다. 사실 이 책 하나만 읽어도 여행을 위한 지식을 탑재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스페인 예술로 걷다가 좋았지만 다 읽은 책을 또 사긴 그렇고 해서 고른 책이 미술과 건축으로 걷다 스페인인데, 정보나 지식에 있어 앞의 책보다 가볍다는 생각을 했다. 단 가이드를 위한 책이라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내용을 또 읽고 있다는 생각에 중간에서 덮었다. 나의 읽은 순서 때문에 조금 손해를 본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려봤지만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구입한 책이다. 그야말로 각론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프라도 미술관의 작품에 대한 해설과 그 작품의 배경,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프라도 미술관의 역사와 어떤 작품들은 프라도에 걸리기까지의 에피소드도 덧붙여져 있다. 이후에도 계속 참고할 만한 책이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오디오 가이드 없이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프라도미술관덕분이다.

 

집에 이 책 안토니 가우디 있어서 들고 갔었다. 가는 비행기 안에서 다 읽었다. 사진 자료 없이 글로만 되어 있어서 자주 자료를 검색해 봐야하지만 아트 인문학이나 다른 책들을 먼저 본 상황이어서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냥 작은 사이즈고 이동 중 읽을 수 있는 편의성 때문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기로 미뤄뒀었다. 조금 더 디테일한 설명들이 추가되어 있다.


이렇게 읽고 나니 이제는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와 아트 인문학 여행x스페인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산타 마리아 델 마르 성당을 배경으로 한 소설 『바다의 성당을 읽고 있다. 14세기 스페인 농노의 비참한 삶과 항구 도시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삶의 부분까지 읽고 있다

책과 유튜브를 통해 고딕지구 지도를 숙지하고 야심차게 루트를 정해 레이나광장, 비스베 거리, 하우메 광장, 바르셀로나 성당, 피카소미술관, 카탈로니아 음악당을 거쳐 산타 마리아 델 마르성당까지 걸어가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발이 아파서 더 못 걷겠다는 동생의 하소연 때문에, 우리는 카탈로니아 음악당에서 멈추고 까페로 들어갔다. 그리고 카탈로니아 국립미술관 예약 시간에 쫓겨, 결국 이 성당을 못보고 고딕지구를 떠나 몬주익을 향해야만 했다. 산타 마리아 델 마르 성당을 배경으로 한 소설 바다의 성당에는 이 고딕지구의 지명들이 등장한다. 보께리아 시장, 하우메 광장, 보른 광장 등. 이 산타 마리아 델 마르 성당은 왕이나 귀족들이 지은 다른 성당들과 달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은 성당이라고 나와 있다. 소설의 내용 중 성당의 앱스(apse)카탈로니아 국립 미술관중세관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절판된 소설인데 다행히 갖고 있어서 대신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다음 여행 때도 책을 가지고 갈까? 가지고 갈 것이다. 그곳에 흔적을 남기고 돌아올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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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14 0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스페인 자유여행 때 찍은 카메라를 분실해서 허망해진 적이 있었어요. 아무튼 유럽 여행 땐 도난, 분실에 늘 주의해야 해요.ㅠㅠ 심지어 제 아내는 어깨에 걸쳤던 쇼올도 날려 먹엇어요. 비싼 옷이엇는데.ㅠㅠ

그레이스 2023-12-14 07:56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ㅠㅠ
카메라, 숄은 아깝네요.
저는 제 부주의라...;;
저를 탓해야죠 뭐!

거리의화가 2023-12-14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 때 책을 들고 가시는군요^^ 저는 오로지 가이드북만 챙기는 것 같습니다. 가져가도 거의 읽지를 못하더라구요!ㅎㅎ
그래도 책을 잃어버리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다시 살 수 있으니까. 돈이나 카드, 여권 등을 분실하면 진짜 힘들잖아요!
스페인은 저도 정말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인데 가게 되면 아트인문학과 프라도미술관은 구입해서 읽어보고 가야겠습니다. 그레이스님 여행 정말 좋으셨을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3-12-14 12:50   좋아요 1 | URL
그 두권은 강추합니다.
가이드북도 구입했는데 그건 예약, 예매 담당 제 동생이 여름에 읽었어요.

새파랑 2023-12-14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그레이스님은 여행도 사전준비가 철저하시군요~!! 저는 인터넷 검색하고 그냥 가는데 ~!! 스페인 너무 부럽습니다~!!!

그레이스 2023-12-14 12:52   좋아요 2 | URL
바르셀로나 여행은 유튜버 ‘콤마‘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교통카드 구매,사용법, 뷰가 좋은 루프탑 까페, 고딕지구 여행법, 날씨 등 요긴한 정보가 많았어요.

서곡 2023-12-25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그레이스님 오늘 성탄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레이스 2023-12-25 15:00   좋아요 1 | URL

서곡님도 메리크리스마스!
저는 감기때문에 정신 못차리고 있습니다.ㅠ

서곡 2023-12-25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시군요! 몸조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3-12-25 17: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3-12-26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잃어버리면 기분이 영 그렇죠... 그 허전함이란 느껴 본 자만이 알죠. 우산 하나만 잃어도 그러한데 책이면 더 더하죠.
그래도 액땜한 셈 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하죠.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기분 내시고 연말 잘 보내십시오...^^

그레이스 2023-12-26 15:39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마지막 한주 멋지게 보내세요~♡
 
프라도 미술관 - 세계 미술관 기행 3
다니엘라 타라브라 지음, 김현숙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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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길을 잃는 꿈, 다시 같은 그림 앞으로 돌아오고, 그렇게 헤매다가 아이들과 만나 웃으면서 잠이 깼다.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아주 오래 전 같기도 하고, 잠시 꿈을 꾼 것 같기도 하다.


파리에 루브르가 있다면 마드리드에 프라도가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경험이었다. 오늘날의 프라도 미술관은 명실상부한 회화작품의 보고다. 1819년 '왕실 박물관'으로 문을 연 이후, 왕실과 수도원 소유 작품들의 국유화와 구입으로 회화 소장규모는 압도적이다. 2(3)까지 방들로 이어지는 전시실을 채운 작품들은 경탄을 불러 일으켰다. 프라 안젤리코, 벨라스케스, 고야, 엘 그레코, 무리요,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 히에로니무스 보스, 티치아노, 루벤스, 램브란트, 알프레히트 뒤러……. 무지막지한 작품들의 연속, 골라서 보는 것도 벅찬 곳이다. 몇 번을 방문해야 다 볼 수 있을까?

 

미리 공부하고 갔음에도 아이들이 2(3)부터 내려오면서 지도에서 볼 작품을 픽하고 작전을 짜지 않았다면, 0(1)부터 군중들과 함께 움직이다가 마지막에는 지쳐서 놓친 작품이 많았을 것이다. 나는 이것도 봐야 돼를 외치며(조그맣게^^) 멈추었고, 작전대로 움직이는 아이들과 헤어졌다가 겨우 따라잡곤 했다. 발바닥이 불이 나는 듯한 통증을 참으며 0(1)까지 도착하는 동안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Las Meninas>,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의 <십자가 강하>,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등의 작품들 앞에 조용히 앉아 선생님 얘기를 듣고 있는 열 명 남짓의 유치원 아이들을 자주 목격했다. 딸이 ! 처음으로 부럽다라고 하는 말을 들으며, 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막내와 달리 미술 감상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둘째도 이번 여행 중 프라도 미술관이 제일 좋았다고 한다. 프라도 미술관 하나 보기 위해 마드리드에 가도 비용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바르셀로나를 향하는 기차 안에서도,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경외에 가까운 감상으로 본 후에도 여전히 프라도를 아쉬움으로 기억했다.

 

이 책에는 프라도 미술관의 탄생과 왕가와 귀족들의 작품 수집 열정, 역사적인 배경, 궁정화가들과 스페인에 머물던 이탈리아 화가들의 작품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전시된 중요 작품에 대한 해설과 역사적 배경 설명도 자세히 하고 있어 도움이 된다. 벨라스케스와 펠리페 4세의 관계, 그가 그린 당시 스페인 왕가의 그림 들은 당시 스페인과 프랑스 네덜란드의 역사를 소환한다. 또한 궁정화가였던 고야와 알바공작부인 그리고 고도이의 관계 역시 작품에 대한 해설을 통해 알게 되는 이야기다. 프라도 미술관에 가려고 한다면, 이 책과 함께 스페인 예술로 걷다라는 책을 권하고 싶다. 스페인 예술로 걷다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다. 서로 보완되는 점이 있다.(나중에 페이퍼로 쓸 예정)


프라도 미술관에는 스페인 미술사의 세 인물 벨라스케스와 고야, 그리고 엘 그레코 작품을 위해 전시실로 여러 개의 방이 할애되어 있다. 그리고 서양미술사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작품들도 걸려있다. 하루에 다 감상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브레다의 함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고, 고야의 <180853>과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의 <십자가 강하>는 나의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았다. 예수님과 마리아의 춤동작과도 같은 팔 모양과 기울어진 몸의 포즈는 시리도록 푸른색과 함께 다른 형태의 '피에타'로 다가온다. 책으로만 공부했던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에서의 소실점은 너무나 선명하게 다가왔다. 제단화의 형태로 그려진 히에로니무스보스의 <쾌락동산>의 기괴함은 눈을 돌리고 싶은데 자세히 보게 되는 이중적 감정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여기서 뒤러의 그림 <자화상><아담과 이브>를 만나는 게 얼마나 행운으로 느껴지는지! 인상적이었던 전시실은 고야의 귀머거리 집에서 뜯어온 작품들로 이루어진 검은 그림'들의 방이다. 벽지에 그렸던 작품들이라 훼손이 된 자국이 있다. 여기에 <파묻히는 개>가 있었다. 처음 이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때를 떠올렸다. 이런 그림을 그렸던 고야는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한참 생각하게 했었다. 개의 절망적인 상황과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던, 그러나 무시무시한 적막만이 둘러싼 그 고독에 전율했었다. 그리고 <사투르누스>도 있었다. 자식을 잡아먹는 그의 눈에 서린 고통과 공포! 몸의 쇠락과 상실의 고통으로 인한 난청(청력상실)을 겪으며 자신을 이 어두운 집에 가두던 그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작품들이었다.

 

미술관 안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서운하기도 했지만, 사진 찍느라 감상에 방해되지 않아 좋았다. 건물 주위에는 벨라스케스와 고야, 그리고 무리요의 동상이 서있다. 스페인에서 그들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 화가인가를 의미한다. 고야는 공사 중인 입구에 서 있어서 가려져 있었고, 무리요는 패스, 벨라스케스 동상 앞에서 잠시 사진을 찍었다.

1128일 마드리드는 아직 가을이었다. 초록의 상록수들 사이에 낙엽수들이 붉은 색으로 물들고 있었고, 벨라스케스의 하얀 동상 앞에는 사진 찍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전시실 벽을 채운 그림들이 떠오른다. 꿈속에서 나는 그 방들을 오가며 길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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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12-06 04: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방금 돌아오셨으니 기억이 생생한 가운데 쓰신 기록이라 더 잘 읽었습니다. 저는 곧 스페인 여행을 할 참이라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그레이스 2023-12-06 06:32   좋아요 1 | URL
아!
그러세요?
제가 다시 설레네요^^
계절은 여기보다 한달정도 늦다고 보면 됩니다.
행복한 여행되시길 바래요~~

새파랑 2023-12-06 0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페인 다녀오셨군요~! 완전 부럽습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즐거운 관람이 되셨을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3-12-06 08:16   좋아요 2 | URL

좋았습니다.
넘 바쁘다가 간 여행이라... 마드리드를 넘 짧게 다녀와서... 언제 다시 갈지, 아예 못 갈지 모르지만 마드리드에는 한번 더 가고 싶네요.

호시우행 2023-12-06 0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족여행으로 2008년 스페인에 갔을 때 들렀던 프라다 미술관이 생각나게 합니다. 글 잘 읽었어요.

그레이스 2023-12-12 10:27   좋아요 1 | URL
다녀오셨군요.
다른 계절의 마드리드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레삭매냐 2023-12-06 09: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루브르에 갔을 적에는
플래시만 사용하지 않으면 사진
찍어도 된다 했는데...
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물론 사진 찍지 말라고 해서 모
두가 안 찍는건 아니었지만요.

프라도 뮤지엄에 다녀 오셨다니
고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아, 나도 가고잡다 에스파냐~!

그레이스 2023-12-06 09:58   좋아요 3 | URL
^^
마드리드 왕궁에서 어떤 남자아이가 사진 찍다가 엄청나게 큰소리로 창피당하는걸 봤어요.
게다가 프라도에는 거의 전시실마다 한사람씩 안내원이 앉아있어서^^
전 사진 못찍게 하는게 더 좋은 듯요.
오롯이 감상만 하다 나올 수 있어서...!

언젠가 꼭 가시길!

페넬로페 2023-12-06 1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라도에서는 사진을 찍지 못하는군요.
여행 다녀오면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오래 전 같기도, 또는 내가 거기 갔다 온 건 맞나, 하는 기분~~공감합니다.
근데 제게 지금 아련한 정취로 더 오래 남아 있는 건 그냥 여행지에서의 공원 벤치, 카페 테라스같은 멍때렸던 공간이더라고요 ㅎㅎ
사그리다 파밀리아, 가고 싶습니다.

그레이스 2023-12-06 12:01   좋아요 3 | URL
^^
사그라다 파밀리아!
감동이었습니다.
갑자기 오르간 연주 음악이 울리는 바람에 울뻔했어요.
완전히 다른 세계 다른 장소에 있는듯 했지요^^~♡
 

목로주점을 다시 폈다. 어떤 책은 먼저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나 갖고 있던 책을 뒤늦게 읽었을 때 그런 경우를 만나면 아쉬움은 두 배가 되고, 나의 게으름을 탓하게 된다. 벌거벗은 미술관에서 공공 박물관과 루브르 궁전의 개방에 대한 의미는 목로주점의 한 장면을 기억하게 했다.

 

“18세기 계몽주의의 세례를 받은 근대적 개념의 박물관의 연원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혁명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벌거벗은 미술관158p)”고 저자는 말한다.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의 집권 과정에서 수집한 물품을 전시해서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물품들은 나폴레옹이 점령지에서 가져온 탈취물이긴 했지만, 그것을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한 프랑스의 이 열린 박물관은 곧 유럽 각지에 국가 단위의 대규모 박물관이 들어서는 19세기 박물관의 시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양정무 교수는 말한다.(이견이 있다는 것도 인정)

 

1682년 루이 14세는 프랑스 왕궁을 베르사유로 옮기고, 루브르 궁전에는 여러 왕립 기관들이나 협회들 특히 미술 아카데미와 공예 공방이 자리하게 된다. 한편, 왕실 수집 미술픔의 수장고 역할도 하게 된다. 1725년부터 루브르의 살롱 다폴롱(Salon d’Apollon)‘이나 살롱 카레(Salon Carré)‘에서 살롱전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 살롱전은 국가적 이벤트가 되었다. ‘프랑스 혁명’ 4년 후인 1793, 프랑스 정부는 이 공간을 국가 소유의 미술품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공공 미술관으로 모든 시민에게 개방한다.


구체제의 심장이었던 왕궁을 모든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개방한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인 발상이었고, 이곳을 과거의 지배층으로부터 몰수한 미술품으로 채운다는 것도 놀라운 결단이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시민들은 미술관으로 개방된 루브르 궁전의 회랑을 걸으면서 새로운 세계가 왔다는 것을 충분히 느꼈을 겁니다. 왕실의 권위를 과시하게 위해 건설된 웅장한 회랑이 이제 시민들의 공간이 되었고, 지배층만이 누려왔던 미술품들을 직접 보고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겁니다. 루브르 이전에 세워진 유럽의 초기 미술관들도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어느정도 예견했지만, 지배층이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시민들의 주도하에 확실하고 극적인 변화로 이끌어낸 공이 바로 루브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벌거벗은 미술관161~163p)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에서 제르베즈와 쿠포의 결혼식이 끝나고, 하객들과 함께 하기로 계획했던 파리 시내 산책은 폭풍우로 인해 무산된다. 기왕에 옷까지 차려입은 그들은 루브르 박물관을 향한다. 색색의 우산을 받쳐 든 그들의 행렬은 행인들에게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제공해 주었지만, 지나간 시대 왕궁을 향하는 빈민가 사람들의 행진은 시대적 은유를 우리에게 던져 준다.

 

루브르에 도착한 그들은 이어지는 살롱들과 수많은 그림들 앞을 차례로 지나간다. <메두사호의 뗏목>이라는 그림 앞에 잠시 머물렀을 뿐,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아폴론 관에 도착한다.

 

아폴론 갤러리에서 무엇보다 하객들을 감탄하게 만든 것은 그곳의 바닥이었다. 장의자의 다리가 비치는 바닥은 거울처럼 투명하게 빛났다. 르망주 양은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어 눈을 감았다. 모두들 고드롱 부인에게 조심조심 발을 떼어놓으라며 주의를 주었다. 마디니에 씨는 일행에게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금박과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목이 뻐근하게 아팠고, 뭐가 뭔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는 살롱 카레로 들어가기 전에 창문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가 샤를 9세가 민중을 향해 총을 발포한 발코니입니다.”(목로주점1126p)”

 

일행은 <가나의 혼인잔치> 그리고 <모나리자> 앞에 머무른다. 그들의 감상은 단순하고 직설적이다. “여전히 계속 이어지는 그림들, 또 그림들, 여러 성인(聖人)들과 의미를 알 수 없는 기이한 표정의 남자와 여자들, 온통 시커멓게 칠해진 풍경들, 노랗게 변해버린 동물들, 강렬하고 요란한 색채들로 이루어진 인간과 사물의 뒤엉킴, ……수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예술과 고대인들의 섬세한 소박함, 베네치아인들의 화려함과 네덜란드인들의 풍성하고 빛나는 삶이 무지를 드러내는 어리둥절한 눈빛 앞에서 차례로 지나갔다. (목로주점1128p)”

 

그들은 살롱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절망감에 사로잡혀 이곳저곳을 헤매며, 지루한 행진을 한다. 출구를 찾지 못해 하마터면 갇힐 뻔한 그들은 폐관을 알리는 경비원의 안내로 루브르의 뜰로 나온다.

 

생애 처음으로 박물관이란 곳, 방들이 이어지는 왕의 궁전에서 길을 잃는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파리 서민의 생생한 관람 경험이란 생각이다. 문화의 근대적 정의(定義). 그럼에도 이 장면에 가슴이 뭉클했다. 결혼식 주인공들과 하객의 행렬이 루브르의 작품들 앞에서 행위예술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작품 안에 남겨진 에밀 졸라의 체취다. 비평가, 예술가들의 친구, 후원자인 그는 자신의 작품 안에 미술의 이미지들을 새겨 넣었다.

 

벌거벗은 미술관의 저자와의 만남이 동네 도서관에서 있었다. 주제는 '루브르 박물관 인문 여행'. 루브르의 역사와 건물의 구조와 수집품들에 대한 개관, 각 전시실 작품들과 프랑스 역사를 버무린 듣기 편하고 기분 좋은 강의였다. 강의를 들으며, 못보고 지나친 것들이 너무 많았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다시 또 가볼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꼭 봐야할 작품 목록들이 눈앞을 지나간다. 돌아와서 관련된 책들을 뒤적거렸다.


저자의 '난처한' 시리즈도 좋지만, 하나 소개하자면 상인과 미술이다. 사인받으려고 책을 내밀자 처음 쓴 책이라고 반가워한다. 그러면서 "재미없지 않아요?" 하는데, 물론 난처한 시리즈나 벌거벗은 미술관처럼 쉽고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웠다.난처한 미술이야기 6권에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 것 같기는 하다.


딸과 함께 한 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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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11-15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상인과 미술>이 탐나서 구매하려고 보니 품절로 뜨더라구요. 그래서 중고로 구매하려고 보니 가격이 ㅎㄷㄷ
그리고는 잊혀졌는데, 그레이스님이 다시 일깨어주시네요..^^
벌거벗은 미술관은 여러번 눈에 밟혔는데...읽을만 한가요? 이런 미술관 시리즈 관련 책은 미술관련 저작자글이 꼭 내더라구요..그래서 관심이 뚝 떨어졌다는...거의 유명한 그림의 되새김질인데...이제는 좀 거시기하더라구요. 그래도 쌈박한 글을 만나면 반갑지만...그런 비율이 좀 적은지라...그레이스님의 벌거벗은 미술관이 괜찮다면 저도 구매해서 좀 볼까 합니다..ㅎㅎ

근데 <목로주점>은 읽었는데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아요. 그냥 좀 재미없었다는 인상은 강하게 남아 있는데...흠..^^;;

그레이스 2023-11-15 10:30   좋아요 1 | URL
ㅎㅎ
벌거벗은 미술관 재미있어요.
학예사 시험 준비 중인 제 딸도 저도 하루 정도 걸려 읽은 책이라 yamoo님 난이도가 어떠실지 모르겠어서... 에잉 넘 쉽다 그러실 수도 있지만, 암튼 ‘난처한‘시리즈 난이도로 생각하시면 좋을 듯요.

재밌고 쉽지만 사이사이 짚어주는 역사와 미술사의 중요한 장면들 중 놓치고 있었던 것들이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yamoo 2023-11-15 16:28   좋아요 1 | URL
오~~ 그렇군요! 벌거벗은...구매해야 해야 할듯하네요..
목로주점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 될 듯해요..^^;; 전혀 기억나지 않으니...

근데 따님이 학예사 시험 준비중이라니...헐~~ 대단합니다!!

레삭매냐 2023-11-16 1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두요 !

20년 전에 첨 루브르 갔을 적에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 탕이었답니다.

뮤지엄 중앙을 장식하고 있던 니케
여신의 조각상부터 시작해서...

그리고 어디선가 만난 님프 조각은
정말... 그 시절의 사진들을 좀 찾아야
쓰겄는디... 당최 어디에 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절친이 그 시절 사진들 찾아다가 블
로그에 올리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했더니만 소설
을 쓰라고 하대요 ㅋㅋㅋ

모나리자는 정말 쬐그매서 감흥이...

그레이스 2023-11-16 18:20   좋아요 2 | URL
ㅎㅎ
모두 모나리자 쪽으로 몰려가서 다른 전시실은 한가하다는 ...!
담번에 가면 다른 전시실도 더 보고, 저녁때 박물관 카페에 머물러 보고도 싶어요^^

서니데이 2023-12-05 2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12-06 10:15   좋아요 1 | URL
아!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