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이 들려주는 남극 이야기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23
좌용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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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는 북극곰이 살고 남극에는 펭귄이 산다. 남극은 세계에서 가장 춥고 가장 높고 가장 거친 대륙이다. 전 세계 얼음의 90%가 남극에 있다. 남극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수천 km나 떨어져 있는 우리와 아주 깊은 관계가 있다. 남극대륙은 지구의 기후와 해양 시스템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좁은 의미에서 남극은 남극대륙만을 가리킨다. 하지만 남극이라는 독특한 환경은 대륙 주변에 차가운 바다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남극을 둘러싸고 있는 지구에서 가장 차가운 바다를 남빙양이라 부른다.

 

넓은 의미의 남극은 대륙과 그 주변의 남빙양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남빙양과 다른 바다들과의 울퉁불퉁한 경계 즉 남위 50°~ 60° 사이를 넘나드는 이곳을 남극수렴선이라 부른다. 남극대륙은 평균 고도가 약 2,30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륙이다. 남극대륙 땅은 얼음 아래 숨어 있다. 대륙의 많은 부분이 평균 2,160m 두께의 얼음에 눌려져 있다. 남극대륙이 높은 것은 땅이 높은 것이라기보다 땅 위에 쌓인 얼음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이 얼음들이 모두 녹는다면 남극의 땅은 위로 솟아오를 테지만 언제 그런 날이 올지는 예측할 수 없다. 남극에는 3794m의 활화산인 에레버스산이 있다. 이 산 분화구에서는 액화된 금이 뿜어져 나온다.

 

에드워드 아드리안 윌슨(1872~1912)은 스콧의 남극 탐험에 수석 과학자 및 의사로 참여한 인물이다. 1912년 남극점에 도달했으나 식량 부족과 혹독한 기온 때문에 귀환 도중 사망했다. 남극점을 정복하고 돌아오던 길에 윌슨은 부지런히 암석 시료를 모았다. 13kg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완전히 탈진하여 걸을 기운도 없던 때에도 윌슨은 그 시료들을 버리지 않았다. 이 숨진 대원들을 찾아낸 수색대에 의해 암석 시료들은 영국 자연사 박물관에 전해졌다.

 

윌슨이 수집한 시료들 가운데에는 고생대 페름기 식물인 글로솝테리스 화석이 있었다. 펭귄 루커리(Penguin Rookery)란 수천에서 수만 마리의 펭귄이 번식과 양육을 위해 함께 모여 생활하는 집단 서식지를 말한다. 허들링(huddling)이란 매서운 남극의 추위 속에서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기 위해 모이며 체온 유지를 위해 서로 빽빽하게 모이는 것을 의미한다. 남극대륙이 지금처럼 눈과 얼음으로 덮이게 된 것은 남극대륙의 이동과 관계가 있다.

 

남극대륙이 곤드와나 랜드에서 떨어지기 전에는 기후가 따뜻해서 많은 동식물들이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남극대륙이 서서히 남쪽으로 움직여가면서 조금씩 날씨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추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남극은 처음부터 얼음으로 덮여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랜 옛날에는 남극에도 따뜻한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거의 대부분의 땅이 얼음으로 덮여버렸다.

 

남극대륙이 곤드와나 랜드에서 거의 떨어졌을 무렵 남극대륙 주변에는 차가운 바닷물의 흐름이 남극대륙을 둘러싸게 되었다. 바닷물의 흐름을 해류라 하는데 해류에는 따뜻한 흐름과 차가운 흐름이 있다. 남극 주위를 빙 둘러싸는 남극순환해류는 세계에서 제일 차가운 해류다. 남극순환해류가 적도로부터 남쪽으로 내려가는 따뜻한 해류를 막으면서 남극대륙은 고립되었고 날씨는 매우 추워졌다.

 

과학자들은 500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남극대륙의 기온이 내려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남극 대륙은 이렇게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방으로 남게 되었다. 남극대륙의 98% 정도가 눈과 얼음에 덮여 있다.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얼음의 두께는 평균 2160m이고 가장 두꺼운 곳은 4800m나 된다. 남극대륙의 얼음은 전 세계 얼음의 90%나 된다. 이 얼음을 모두 녹이면 세계의 바다 표면이 무려 70m 가량 올라가게 된다. 남극 대륙을 덮고 있는 두꺼운 얼음 덩어리를 빙상이라 부른다.

 

남극의 빙상은 지구에서 가장 큰 얼음 덩어리이다. 얼음의 면적만 해도 한반도의 약 60배에 가깝다. 남극을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보면 동남극의 빙상은 대부분 육지를 덮고 있고 서남극의 빙상은 바다를 덮고 있다. 남극 주변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눈이 되어 남극에 내린다. 이 눈은 솜털처럼 아주 가볍다. 밀도가 0.3g/cm³도 채 되지 않는다.

 

눈이 계속해서 쌓이면 먼저 내린 눈은 위에 쌓인 눈에 의해 점점 압축된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남극 표면의 눈은 어느새 만년설이라는 좀더 단단한 눈이 된다. 그리고 이 만년설도 점점 더 단단하게 굳어서 결국에는 얼음이 된다. 이 얼음을 빙하 얼음이라고 한다. 남극은 오랜 기간 동안 쌓인 눈으로 말미암아 거의 대부분의 땅이 얼음으로 덮였다. 이 두꺼운 얼음이 빙상을 이루는 것이다.

 

얼음은 고체처럼 보이지만 빙상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되면 꿈꾸는 액체처럼 흐른다. 이 사실은 남극의 얼음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빙상이 새로운 눈이 내려 두꺼워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력 작용에 의해 바다를 향해 흐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마치 컨베이어 벨트 같이 움직인다.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눈이 되어 남극에 내리고 눈은 얼음이 되어 빙상이 된다. 빙상은 다시 흐르고 흘러서 언젠가는 바다로 되돌아간다.

 

빙상이 바다쪽으로 뻗게 되면 빙상의 아래는 땅이 아니라 바다와 접촉하게 된다. 두꺼운 얼음층이 바다 위에 떠 있게 되는데 이것을 빙붕이라 한다. 빙붕은 빙상에 붙어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깨져나가기도 한다. 이때 바다를 돌아다니는 커다란 얼음의 산인 빙산이 생기는 것이다. 빙붕이 깨져 빙산이 생기는 것은 지구의 기후변화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현상이다.

 

남극대륙에만 얼음이 덮이는 것은 아니다. 겨울이 되면 남극 주변 바다가 얼게 된다. 그러면 바다가 얼음으로 덮이게 된다. 바다의 얼음을 해빙이라 한다. 남극대륙의 얼음은 눈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해빙은 소금기 있는 바닷물이 얼어 만들어진 것이다. 해빙은 비록 몇m 두께의 얼음에 불과하지만 바다와 대기 사이의 열교환을 감소시켜 남극은 더욱 차갑고 건조하게 만든다.

 

남극은 지구에서 가장 춥고 가장 바람이 센 대륙이다. 두꺼운 빙상으로 덮여 있지만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다. 남극대륙 지방의 대부분은 1년 동안 내리는 눈의 양을 물로 계산해서 50mm도 되지 않기 때문에 기후로 말하면 사막 기후라고 할 수 있다. 빙하는 얼음이 흘러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정말로 흐르고 있다. 땅 위에 얼음이 두껍게 쌓이면 얼음의 아래쪽은 위에서부터 내려 누르는 엄청난 힘을 받게 된다. 이 힘 때문에 얼음의 아래쪽은 비교적 부드러운 성질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땅은 경사져 있기 때문에 얼음의 아래쪽은 낮은 곳으로 흐르려고 한다. 빙하는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빙상이 바다쪽으로 흐르게 되면 곳곳에 크고 작은 깨진 틈이 생긴다. 이 틈을 크랙 또는 크레바스라고 한다. 자동 오거(auger) 시료 채취기가 있다. 오거는 스크류 모양의 회전식 드릴 장치다. 빙상 위에 구멍을 내서 무엇을 할까?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구멍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내려갔다 올라온 파이프에는 너무나도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기둥이 들어 있다. 이것을 얼음 시추 코어라고 한다.

 

남극 빙상의 얼음은 쌓인 눈이 아주 단단하게 된 곳이다. 재밌는 것은 남극에 내린 눈이 얼음이 되더라도 눈 속에 느슨하게 들어 있던 공기방울은 그대로 얼음에 갇혀버린다는 것이다. 남극의 얼음 속에는 많은 공기방울이 들어 있다. 과학자들은 이 공기방울을 이용하여 남극의 기후를 연구한다. 얼음 속에 공기 방울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 공기는 눈 내리던 당시 지구의 공기를 대표한다. 그래서 얼음을 통해 과거 지구의 공기를 알아 낼 수 있는 것이다.

 

빙상에 공기방울이 갇히는 것과 용암에 공기방울이 갇히는 것은 차원이 같을까? 공기방울이 갇힌다는 물리적 차원은 같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과 정보의 차원은 다르다. 빙하 얼음 속 공기방울은 대기 중에 있던 공기가 얼음이 얼어붙는 과정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힌 것이다. 이 기포는 수십만 년 전 지구의 대기 성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타임캡슐이다. 용암 속 기포는 갇힌 것이 아니라 용암 내부에서 생성되어 팽창한 것이다.

 

이 기포의 양과 형태는 마그마의 점성과 화산폭발의 격렬함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남극 빙상의 얼음 안에는 최근 지구 대기의 오염물질도 같이 들어 있다. 얼음 속에 갇혀 있는 공기 중에 그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얼음에서 지구 대기의 오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남극의 얼음 중에는 보통의 공기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재와 유황 성분도 들어 있다. 화산이 폭발할 때 나온 것들이다.

 

남극의 얼음에서 과거 지구 표면에서 폭발한 화산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남극에서 알 수 있는 지구 환경의 위기 사례로 오존층 파괴를 들 수 있다. 오존층은 지표에서 약 15km~ 50km 상공에 있다. 산소 원자 3개가 모여 만들어진 오존 분자가 있다. 이 오존이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강력하고 위험한 자외선을 막아준다. 오존층은 아주 얇다. 성층권에 퍼져있긴 해도 두께가 3mm에 불과하다.(이는 사람 무릎 연골 두께와 같다.)

 

지구 내부의 막대 자석은 지구의 진짜 극과 약 11.5° 기울어져 있다. 신기하게도 남극에는 석탄이 묻혀 있다. 나뭇잎 화석도 있다. 이는 과거 남극에 아주 따뜻한 기후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남극이 따뜻했을 무렵 남극대륙은 바로 지금의 남극 자리에 있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륙들의 이동 방향과 속도를 계산한다. 지구상에는 많지는 않지만 움직이지 않는 고정점이 있다. 이를 열점이라 한다.

 

남극 대륙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1년에 고작 1cm 정도 움직인다. 남극 주변 대륙들은 좀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남극에 비가 내리지 않는 이유는 너무 춥기 때문이다. 비가 아니라 눈으로 내리지만 양이 그리 많지 않다. 눈의 양도 너무 적어서 남극은 사막으로 취급된다. 사막은 연간 강수량이 254mm보다 적은 곳을 말한다. 남극의 1년 강수량은 50mm 정도다. 사하라 사막보다 적다. 남극은 사막이어도 매우 춥기 때문에 증발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쌓인 눈이 증발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랜 기간 두꺼운 얼음이 형성되는 것이다. 남극의 춥고 건조한 환경은 드라이 밸리라는 특이한 지형을 만들어 놓았다. 이 드라이 밸리는 마치 화성의 환경과 비슷하다고 해서 거기서 화성탐사를 위한 바이킹 계획을 시험하기도 했다. 드라이 밸리에는 최소한 200만 년 동안 눈이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극은 대부분 바다이기 때문에 남극보다 춥지 않다.

 

북극이 바다가 두껍게 얼어버린다 해도 얼음 아래의 물은 북극의 온도는 남극보다는 높게 유지하게 한다. 바닷물은 대개 마이너스 2도에서 언다. 남극은 두꺼운 대륙 빙상으로 덮여 있다. 남극의 평균 고도는 2300m이고 가장 높은 곳은 4000m나 된다. 100m 올라가면 기온이 1도씩 떨어진다. 그래서 남극대륙은 평균적으로 얼어붙은 해안보다 23도나 낮은 기온이 된다. 남극대륙은 세계에서 가장 차가운 해류인 남극 순환류에 둘러싸여 고립되어 있다. 남극 순환류는 적도로부터 남극대륙 쪽으로 흐르는 따뜻한 물을 차단시켜 남극을 더욱 차가운 곳으로 만든다.

 

남극은 두꺼운 빙상의 무게만큼 지구를 내리누르고 있다. 그런데 빙상이 전부 녹으면 남극의 땅은 서서히, 아주 서서히 육지로 솟아오를 것이다. 1만년에 500m 정도 솟아오를지 모른다. 남극에는 나무가 없다. 다만 남극 잔디를 포함해 두 종류의 꽃이 피는 식물이 남극 반도 지역에 있을 뿐이다.

 

꽃이라 해도 너무 작아 확대경으로 보아야만 보일 정도다. 남극에 있는 대부분의 식물은 이끼류나 선태식물이다. 이끼류는 햇빛이 비치는 바위 표면 바로 아래 틈새에서 생장한다. 북극에는 에스키모라 불리는 이누이트족이 살고 있다. 그들은 사냥을 하면서 살아가고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북극의 원주민이다. 하지만 남극에는 원주민이 없다. 남극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연구를 위해 잠시 방문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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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날씨는 맑음 - 날씨의 장기 예측을 가능케 한 어느 기후학자 이야기
자가디시 슈클라 지음, 노승영 옮김 / 반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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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기후 역학자인 자가디시 슈클라(Jagadish Shukla; 1944 - )[내일 날씨는 맑음]‘10억 마리의 나비라는 의미의 [A billion butterflies]가 원제인 책이다. 브라만 출신인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미국 유학 시절, 세계적 석학(碩學)들과의 만남과 과업 수행 등이 실감나게 그려진 이 책의 원제에 담긴 의미는 두 가지이다. 1) 계절예측 가설(나비효과에 대한 과학적 반박), 2)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인류의 연대 등이다.

 

스스로 규모가 큰 대학이라 칭한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지구온난화를 가르치는 저자는 해마다 첫 강의 시간에 밤이 되면 왜 추워지는지 아는 사람 손 들어보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한 학생이 해가 져서 지구가 햇빛을 받지 못해 추워진다는 대답을 하자 저자는 불완전한 답이니 B를 주었다고 한다. 이 말에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저자는 아마 독자인 당신들도 그럴 것이라 말한다. 물론 나는 복사 냉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밤에 추운 것은 낮에는 태양이 지구 온도의 손실분을 상쇄시켜주지만 밤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일화에 나오는 답에는 저자가 가르치는 지구 온난화와도 관련된 의미가 들어 있다. 즉 지구가 해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복사 형태로 내보내는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열을 가두어 지구온난화가 빚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몬순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몬순이란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일정 방향으로 부는 바람을 말한다. 그런데 본문에 나오듯 몬순강우는 해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저자는 자신이 몬순을 연구하게 된 것은 몬순으로 인해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어 고통받는 고향 사람들을 보고서였다.

 

예측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자연현상인 몬순에 대해 저자는 날씨에 대한 이해는 원시적일지언정 날씨와의 관계는 친밀하고 깊고 유구하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날씨가 왜 그런 식으로 전개되는지를 알아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0년에 지나지 않는다. 책에는 유명 과학자들이 많이 나온다. 그 중 한 사람인 로버트 피츠로이는 다윈이 탄 비글호의 선장이었던 사람으로 최초로 날씨 예보를 했지만 부정확함에 비난을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물이다.

 

저자의 지도 교수는 유명한 줄 차니와 에드워드 로렌즈였다. 폰 노이만의 컴퓨터가 완성되어 날씨를 길고 정확하게 예측하게 됨에 따라 여러 대학으로부터 교수 임용 제의를 받은 차니는 자신을 보스턴으로 유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에드워드 로렌즈를 임용하는 것이라 답했다. 로렌즈는 초기조건에 대한 민감한 의존도를 제시한 학자다. 그 유명한 나비 효과가 그것이다. 두 교수는 성향이 정반대였다. 차니는 모든 연구가 가능하다고 보았고 로렌즈는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이제껏 본 선생 중에서 로렌즈가 의심의 여지없이 가장 훌륭하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한다. 모든 수업이 깨우침의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로렌즈는 말투가 단조로웠지만 모든 문장을 어찌나 유려하고 명징하게 구사하던지 공들여 다듬고 여러 번 연습한 대본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저자는 날마다 교실을 나설 때마다 그날 배운 모든 것과 자신이 몰랐던 모든 것에 얼떨떨하고 어리벙벙했다고 말한다. 

 

놀라운 사실은 로렌즈의 워싱턴 DC 강연 제목에는 원래 나비라는 말이 들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갈매기의 날갯짓 한 번이면 날씨의 경로를 영원히 바꾸기에 충분할 것이다라는 말이 원문이었다. 저자의 집 다이닝 룸에서 저자의 열세 살 난 딸 소니아가 로렌즈에게 카오스 이론에 대해 물었을 때 로렌즈는 다시 한 번 갈매기 날갯짓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런데 갈매기가 나비로 바뀌었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로렌즈의 동료 과학자이자 워싱턴 DC 학회를 조직한 필립 메릴리스의 눈에 화면에 투사된 결과가 나비 모양으로 보였다. 메릴리스는 로렌즈와 상의하지 않고 갈매기에서 나비로 제목을 바꿨다.

 

저자는 로렌즈 박사가 카오스와 예측 가능성에 대한 기념비적 논문을 발표한 지 40년 되는 2004417일 로렌즈와의 통화에서 1960년대 카오스 연구가 너무 비관적이지는 않았는지, 기상 예측에 대한 그의 전망이 너무 암울하지 않았는지 은근슬쩍 물었다고 한다. 로렌즈는 잠시 침묵하더니 저자의 말에 수긍했다고 한다. 저자는 그 유명한 마나베 슈쿠로 아래에서 연구도 했다. 마나베 슈쿠로는 기후 모델링을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일본 출신의 미국 기상학자이자 대기 과학자이다.

 

저자에 의하면 마나베는 무시무시한 천재다. 저자는 지식의 토대를 쌓으면 어느 과학자라도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 말하지만 논문을 쓰려면 어느 주제를 고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점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논문 주제를 찾아 흥미로운 연구를 추구하는 것이다. 즉 스스로 두 발로 서는 것이다. 기후 연구에서 문제는 비선형 관계다. 그것은 변수들이 서로 일정하거나 예측 가능하게 의존하지 않는 관계를 말한다. 가령 일을 많이 할수록 목적의식을 더 많이 느끼고 행복해지지만 문턱 값을 넘으면 행복이 급락하는 것과 같은 관계다.

 

저자에 의하면 방정식을 선형화하려면 변수들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맞아떨어지도록 까다로운 수학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저자는 몇 시간 앞을 예측하는 것이 아닌 계절을 예측하겠다는 큰 목표를 가졌다. 평균 기후를 결정하는 것은 몇 가지이다. 가장 큰 요인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 지구가 태양을 향해 또는 태양으로부터 기울어진 각도, 대기 중 기체의 조성 등이다. 지구의 자전 속도, 질량, 반지름 등은 더 중요한 요인이다.

 

높은 산, 메마른 사막, 넓은 바다 같은 지리적 특징도 평균 기후를 결정하는 데 한몫한다. 대기와 해양이 너그러운 분배자 역할을 맡아 더운 열대지방에서 추운 극지방으로 에너지를 끊임없이 이동시키기 때문에 적도 지방은 점점 뜨거워지지 않고 극지방은 점점 차가워지지 않는다. 기상학자는 대기의 과정과 현상을 관찰하고 설명하며 하루하루의 날씨를 예측하는 반면 기후학자는 전체 기후계(대기권, 생물권, 빙권, 수권)를 관찰하고 설명하며 미래 기후를 예측하고 전망하기에 기후 학자는 기상학자이지만 기상학자가 반드시 기후 학자인 것은 아니다.

 

저자는 열대 북대서양이 시원하면 브라질 북동부에 비가 내리고 열대 북대서양이 더우면 브라질 북동부가 가뭄에 시달린다는 아름다운 쌍극자 패턴을 발견했다. 저자는 바다에서 증발하는 물이 육지 강수의 원천이라는 통념이 수백 년간 이어졌지만 지표면 조건과 육지 증발이 연 평균 강수량의 무려 65%를 차지하므로 육지는 전지구적 물 순환의 필수 요소였다는 말을 한다. 알고 보니 육지는 날씨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들어냈다. 이것이 이단에 가까운 발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152 페이지)

 

저자는 나비효과에도 불구하고 바다와 육지의 경계 조건을 토대로 계절 예측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한다. 결국 이는 지도교수인 에드워드 로렌즈의 이론에 반기를 드는 일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상황에서는 나비효과의 예외가 있음을 지적하려는 것이었다. 저자의 이런 메시지가 담긴 강연을 들은 로렌즈는 "자네가 이런 연구를 하고 있는 줄 몰랐네. 아주 흥미로웠어."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요즘은 기상위성 사진 덕에 날씨 예보를 비교적 정확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미래의 날씨는 예측하지 못한다. 다들 알다시피 일기예보는 복잡한 수학 모델에 의해 만들어지며 슈퍼컴퓨터가 수십억개의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이 방정식들은 대기의 초기조건을 정확하게 기술할 것을 요구하지만 초기조건이 어떻게 미래 날씨로 이어지는지를 한 장의 사진만으로 알아낼 수는 없다. 저자는 핵심적인 말을 한다. 위성이 제공하는 실제 데이터에서는 초기조건 자체를 직접 얻을 수조차 없다. 지구에서 방출되는 복사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다와 육지가 기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모델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연은 나름의 방법으로 과학자에게 겸손을 가르친다고 말한다. 이는 계절예측이 빗나간 뒤 한 말이다. 저자는 우리가 유일하게 아는 사실은 기후계의 많은 요소가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아직 할 일이 많은 것이다. 저자는 카를로스 노브레 이야기를 한다. 저자에 의하면 저자와 카를로스 노블레는 처음으로 육지를 현실적으로 다루는 정교한 모델을 만든 사람들이다. 이는 영국의 기상학자 출신의 NASA의 우주비행사 피어스 셀러스(Piers Sellers; 1955-2016)의 단순 생물권 모델 덕분이었다. 이는 지표면의 식생과 대기 사이의 에너지, , 탄소 교환을 물리적 생물학적으로 모형화한 지구 시스템 과학 최초의 현실적인 지표 모델을 말한다.

 

저자는 10억 마리 나비 실험을 거행했다.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을 바꾸듯 모델의 초기 조건을 미세하게 바꿔 한 계절에 대해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10억 마리 나비의 날갯짓을 바꾸듯 초기 조건을 극단적으로 바꾼 모델을 동일한 해수면 온도에서 실행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대담한 추측은 삶에 대한 전반적 낙관주의와 자연이 그토록 많은 인류에게 그토록 잔인할 리 없다는 철학적 사상에 오로지 근거했다고 말한다.

 

정리하면 한 마리의 나비 날개짓(국소적 미시 혼돈)2주 뒤 특정 지역의 폭풍을 일으키거나 막을 수 있으나 10억 마리의 나비가 동시에 날개짓을 한다면 이들의 미시적인 무작위적 요동은 서로 상쇄되거나 거대한 통계적 평균(거시적 추세) 속에 흡수된다는 의미다. 슈클라의 관점에서 나비 효과는 예측을 완전히 가로막는 절대적 장벽이 아니라 거시적인 경계 조건의 지배하에서 발생하는 통계적 노이즈(Noise)의 위상을 지닌다. 슈클라의 체계 안에서 나비 효과는 소멸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지만 그 영향력은 단기 예보 영역에 묶인다.

 

저자의 논문은 '사이언스''카오스 한가운데에서의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 in the Midst of Chaos)'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계절예측에 하도 익숙해져서 그것이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국립 기상청은 3개월 단위로 기온과 강수량 전망을 발표하고 해양대기 청도 같은 기간에 대한 가뭄 전망을 내놓는다. 저자에 의하면 열대지방에서 지표면 공기를 밀어 올려 폭풍을 일으키는 물리적 역학적 과정과 온대 지방에서 폭풍을 일으키는 과정은 다르다. 우리의 기상 예측 능력이 열대지방과 온대 지방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한편으로는 실존적 충격을 주었고 한편으로는 왜곡하고 부정하는 사람들을 만들었다. 저자는 신중한 편이어서 기후위기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후위기를 확정적으로 이야기하다가 혹 틀리기라도 하면 과학은 오류라는 역공을 마주할 것이라는 우려를 했다. 하지만 저자도 말했듯 기후위기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후는 들어오는 태양에너지와 나가는 장파 복사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구름은 이 과정에서 이중의 역할을 한다. 태양 복사를 반사하여 지구를 냉각하기도 하고 지구 복사를 가두어 우주 공간으로 도망가지 못하게도 한다. 구름이 얼마나 높고 두꺼운지, 구름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구름 안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 물방울이 얼마나 큰지, 얼어서 결정이 된 물의 비율이 얼마인지 등 구름의 미시 물리학을 고려하면 더 복잡해진다. 이 모든 정보를 전 지구적 복합기후모델에 포함하는 것은 여전히 난제다.

 

저자가 언급한 부분에는 기후 위기의 실상을 왜곡하고 부정하며 과학자들을 공격하는 미국에 대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고향을 떠난 뒤로 보편 상수와 불편하는 물리법칙은 언제나 자신의 피난처였다고 말한다. 연구에 몸담은 기간 내내 카오스의 한가운데에서 예측 가능성을 찾은 것이 우연이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한다.(325 페이지) 저자는 자신이 과학계에 몸담은 55년간 연구자들은 지구의 대기, 기후계, 날씨 패턴의 경이로운 면모를 거듭 거듭 발견했다고 말한다.

 

해수 온도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 극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우리 발 아래서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육지가 우리 머리에 떨어지는 비의 양을 좌우한다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한다. 2024년 미국 기상학회 총회에서 자가디시 슈클라 지구 시스템 예측 가능성 상의 첫 시상이 진행되었다. 저자는 80세 생일을 맞고서도 계속 가르치는 이유가 긍정적이고 똑똑한 학생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은 자신이 기후학자여서 미래를 비관하리라 예상하겠지만 자신은 학생들을 보면서 미래를 훨씬 낙관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에 대한 이해,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공기를 뿜어내는 일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기술 등은 이루었었지만 과학에 귀 기울이고 기술을 받아들일 의지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마지막 세번째 조건이며 정치체제에 기생하는 기업의 탐욕이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를 구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을 몸소 받아들이고 행동을 선택하는 모든 사람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바는 바다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은 나에게 자가디시 슈클라의 [내일 날씨는 맑음]은 육지로의 전환을 이루게 한 책이라는 점이다. 물론 자가디시 슈클라에게 영향을 준 마나베 슈큐로의 [기후의 과학]도 읽었기에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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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남극의 사계 -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그림으로 보는 극지과학 9
안인영 지음 / 지식노마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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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해양생물학자의 책이다. 저자 안인영은 남극을 기후변화에 민감한 탄광의 카나리아라고 칭한다. 오랜 옛날 광부들은 탄광을 무너뜨릴 수 있는 독가스에 매우 민감한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갔다. 광부들이 카나리아가 노래를 부르다가 독가스 때문에 죽게 되면 철수한 데서 비롯된 말이 탄광의 카나리아란 말이다. 남극이 기후 변화에 민감한 곳이라는 뜻이라면 남극은 지구의 카나리아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한반도의 62배에 달하는 남극대륙은 평균 2.1km 두께의 얼음으로 덮인 지구상 최대의 얼음 저장고다. 전 세계 얼음의 90%, 담수의 70%가 남극에 담겨 있다. 남극대륙을 덮고 있는 얼음은 쌓이고 쌓인 눈이 오랜 세월 다져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경사면을 따라서 계속 이동한다. 이를 빙하라 한다. 남극 얼음의 대부분이 빙하 형태로 존재한다.

 

오늘날 남극 곳곳에서는 종자고사리, 삼엽충, 암모나이트, 공룡 화석들이 발견된다. 이들 화석의 존재로부터 우리는 과거 남극대륙이 지금보다는 훨씬 온난한 환경이었음을 알 수 있다. AI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남극에서 종자고사리, 암모나이트, 삼엽충, 공룡 등의 화석이 발견되는 것을 근거로 남극은 과거에 지금보다 훨씬 따뜻한 곳이었다고 하는데 따뜻했던 적도지방이 판운동으로 지금의 극지방인 남극으로 이동해간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가?"

 

남극대륙은 과거에 적도 부근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른 대륙들과 한 덩어리인 채 남반구에 위치했었고 대륙의 위치와는 무관하게 고생대, 중생대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높았던 때다. 따라서 당시 남극이 지금의 남극점 근처에 있었다 해도 얼음 대륙이 아닌 울창한 숲과 호수가 있는 따뜻한 환경이었다는 것이 AI가 제시한 답이다. 고생대나 중생대 지층에서는 따뜻한 기후에서만 서식하는 산호초, 악어, 거북, 대형 파충류 등의 화석이 극지방 근처에서도 발견되었다.

 

고사리나 종려나무 화석 같은 열대, 아열대 식물 화석이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와 고위도에서 발견되는 점도 증거다. 페름기(고생대 말), 쥐라기(중생대), 백악기(중생대)에는 활발한 화산 활동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우 높아 기온이 높았다. 생물체의 껍데기나 얼음 등에 남아 있는 산소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하면 당시의 바닷물 온도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 등은 지금보다 평균 기온이 5~10도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빙하의 흔적이 극지방을 포함한 전지구적으로 발견되지 않았고 무성한 숲과 사막이 넓게 분포했다는 점도 증거다. 남극대륙은 극점으로 온 이래 동토의 땅으로 변했고 육상생물은 거의 멸종했다. 이와 반대로 전 세계 바다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남빙양에는 미생물, 무척추동물, 어류, 펭귄, 고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극점으로 이동한 직후인 6500만년 전만 해도 바닷물의 온도가 섭씨 9~15도로 온화했다.

 

이후 주변 대륙들이 떨어져 나가고 남극순환류가 형성되면서 대륙에는 얼음이 쌓이고 바닷물도 급속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이때 해양생물도 60~70% 멸종했으나 이후 큰 수온변화가 없어 생물이 충분히 적응, 진화할 수 있게 되었다. 남극대륙이 영하 90도까지 내려가는 것과 달리 바다는 최저 온도가 영하 1.8도이고 계절적 변동도 미미하다. 수온은 낮지만 변화는 거의 없어서 해양생물들은 각기 적응하며 진화해왔다.

 

남극의 여름은 짧지만 모든 생물들은 이 기간을 최대한 이용해 먹고 새끼를 낳고 키운다. 보통 11월에 시작해 다음 해 2월 말까지가 남극의 여름이다. 남극에서 빙산을 볼 수 있다. 물 위로 드러난 부분이 5미터가 넘으면 빙산이라 한다. 남극은 온난화로 인한 빙하 후퇴, 해양 산성화로 인한 피해에 노출되어 있다. 해양 산성화는 석회질 껍질을 갖고 있는 조개, 성게, 산호, 불가사리 등 해저 무척추동물에게 큰 피해로 직결된다.

 

규조류(硅藻類)는 이산화규소로 이루어진 단단하고 투명한 유리질 껍질을 가진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광합성을 한다. 최근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에서 영하의 남극 바닷속에서 문어가 살 수 있는 이유로 혈액 속의 높은 헤모시아닌(haemocyanin) 농도로 인해 저온에서 산소 공급을 잘 받는 것을 꼽았다.

 

대표적인 동물성 플랑크톤인 크릴은 헤엄칠 때는 투명한데 죽어가면서 점점 붉은 색으로 변해간다. 이는 아스타잔틴이란 효소 때문이다. 크릴보다 작은 생물 중 크릴이 먹지 않는 것이 없고 크릴보다 큰 것 중 크릴을 먹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한다. 생태계의 중요한 연결고리인 셈이다. 크릴은 아가미가 외부에 드러나 있고 새우는 가려져 있다.

 

남극의 사계는 눈과 얼음으로 채워지지만 겨울은 특별하다. 겨울이 되면 바다까지 얼어붙는다. 남극에는 팩 아이스(pack ice)가 유명하다. 바닷물이 얼어서 된 해빙(海氷) 조각들이 바람과 해류에 밀려 빽빽하게 뭉쳐서 형성된 거대 얼음 지대다. 요지부동이던 팩 아이스도 블리자드가 세게 불면 균열이 생겨 일시적으로 열리는 등 역동적인 모습이 연출된다. 블리자드는 초속 14미터 이상의 강풍과 함께 저온에서 눈이 날려 시정(視程)150미터 이하로 감소하는 기상현상이다. 일종의 눈폭풍으로 일반적인 강풍과 달리 발원지의 기온이 낮아서 눈보라와 눈날림 현상이 동반된다. 겨울의 블리자드는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남극의 야생동물들에게는 먹잇감을 전해주는 기상현상이다.

 

체감 온도(perceived temperature)라는 말을 만든 사람이 미국의 남극 탐험가 폴 사이플(Paul Siple; 1908~1968)이다. 자신의 남극 탐험을 [남위 90]라는 책으로 낸 인물이다.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다. 남극에는 스노우페트럴, 자이언트 페트럴, 남극풀마갈매기, 알락풀마갈매기 등 여러 종류의 페트럴(Petrel)들이 있다. 물 위에서 사냥한 후 날아오르는 모습이 마치 성경에 나오는 물 위에서 걸었다는 베드로 사도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스노우페트럴은 흰풀마갈매기라 하며 남극에서만 서식하는 토착종이다. 저자는 남극의 3()으로 얼음, , 스노우페트럴을 꼽는다. , 안개, 모래 먼지 등으로 주변이 온통 하얗게 변해 지평선이나 사물의 구분이 불가능해지고 방향감각과 시야를 완전히 잃는 경우를 화이트 아웃이라 한다. 화이트 아웃은 남극에서 일어나는 주요 기상 현상 중 하나다.

 

남극의 빙하는 암석의 일종이다. 일반적인 상식의 돌과는 다르지만 암석으로 분류되는 근거가 몇 가지 있다. 1) 단일 광물성 변성암, 2) 끊임없는 변형과 흐름이다. 지질학에서 암석은 하나 이상의 광물이 뭉쳐 굳은 것을 말한다. 얼음을 구성하는 빙하 얼음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고체 광물이다. 빙하는 눈이 쌓인 뒤 엄청난 압력을 받아 다져 생성된다. 이것은 퇴적암의 생성 원리와 같다. 빙하는 생성 후에도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변성 작용을 거쳐 육지를 따라 서서히 이동한다.

 

이런 이유로 극지방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빙하를 융점에 아주 가까운 상태의 단일 광물 변성암으로 정의한다. 눈이 층층이 쌓여 엄청난 압력을 받으면 눈송이 사이의 공기가 빠져나가며 광물이 재결정된다. 이 과정이 변성암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동일하다. 다져진 얼음은 본래의 구조를 잃고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중력에 의해 천천히 흐르는 연성 변형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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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화국 지구법정 5 - 지질시대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24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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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와 대비되는 지구의 역사를 의미할뿐이지만 지질시대란 말은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무게감 있고 지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 지질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요즘 정완상 교수의 책을 요즘 많이 보게 된다. 열성적 저술 활동이 눈에 띈다. 자음과 모음사()의 과학 공화국 지구 법정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 [지질시대]란 이름으로 나온 지 19년만에 읽게 되었다. 구성은 과학의 이슈들을 법정에서 가린다는 컨셉을 하고 있다. 지구의 구성 성분부터 시작이다.

 

지구의 어떤 구성 성분으로 인해 땅이 움직이는 것일까? 답은 지구 대부분을 구성하는 맨틀이다. 맨틀 가운데 물렁한 고체 부분인 연약권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연약권 위에 떠 있다. 암석이 녹아서 흐르는 맨틀 위에 땅이 판자처럼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지구의 일부이며 지구의 구성 성분 중 맨틀의 연약권과 붙어 있다.

 

지구의 역사에서는 바다가 먼저 생겼다. 40억 년 전 지구의 온도가 점차 식으면서 화산 활동으로 뿜어져 나온 수증기가 엄청난 양의 비가 되어 수백만 년 동안 쏟아져 내렸고 이로 인해 원시 바다가 형성되었다. 바다가 형성된 이후 지각 변동과 마그마의 냉각, 고화(固化)로 대륙(육지) 지각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솟아오르며 최초의 육지가 되었다. 이 때문에 초기 지구는 거대한 물의 행성이었다.

 

암석권, 연약권, 중간권에서 중간권은 지각과 핵 사이의 물질이란 의미이다. 판의 지각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지대를 변동대라고 한다. 이 지대에서는 화산작용과 지진 현상이 수반된다. 대표적인 지대가 환태평양 변동대와 알프스 히말라야 변동대 등이고 해저에는 중앙 해령대와 해구지대다. 이런 변동대에서는 화산작용과 지진 현상이 일어나며 습곡 산맥이 형성된다. 그러나 최근 학계 일각에서는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의 소규모판인 아무리아판(Amurian Plate)의 주변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이 판이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어 지진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역대 우리나라 주변의 지각 운동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와 일본이 하나로 붙어 있다가 약 2천만 년 전에 동해가 생겨나면서 떨어졌고 최근 1년에 1cm 가량 가까워지고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이는 동해의 해양 지각이 대륙 지각 밑으로 침강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도 강도가 높은 지진과 해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부 지대의 용암 대지는 철원/ 평강 용암대지와 신계/ 곡산 용암대지로 구분된다. 철원, 평강 용암대지는 신생대 제4기에 유동성이 강한 현무암의 열하(裂罅) 분출로 이루어진 용암대지다.

 

지구의 모든 산이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산이 만들어지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1) 판의 충돌에 의한 습곡산맥, 2) 지각 변동에 의한 단층산(지각의 거대한 힘에 의해 암석층이 깨지면서 한쪽이 솟아오른 산), 3) 화산 활동에 의한 산 등이다. 분출된 용암이 매우 빨리 식을 때 그 안에 공기가 갇힌 상태로 굳은 돌을 부석(浮石)이라고 한다. 부석은 물에 뜨고 잘 부서진다. 부석은 색이 밝고 가볍고 스펀지처럼 구멍이 많고 물에 뜬다. 현무암은 어둡고 구멍이 비교적 적고 무겁고 물에 뜨지 않는다.

 

화산지형에 많은 현무암은 이산화규소 함량이 적고 어두운 색을 띠며 철과 마그네슘이 비교적 풍부한 분출 화성암이다. 현무암은 칼크 알칼리 현무암과 알칼리 현무암으로 나뉜다. 두 현무암의 가장 큰 차이는 마그마가 형성되는 판의 위치와 물의 유무이다. 칼크 알칼리 현무암질 용암은 지배적인 유색 광물로 보통 휘석과 감람석을 포함한다. 알칼리 현무암은 해양 분지 내의 용암에 많고 산맥 지대의 용암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알칼리 현무암은 대륙 내부의 열점(Hot spot)이나 열곡대에서 생성된다. 나트륨과 칼륨 같은 알칼리 산화물 함량이 높다. 이산화규소가 부족하여 석영 대신 감람석이나 준장석 광물이 주로 나타난다. 칼크(칼슘)-알칼리 현무암은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들어가는 섭입대에서 생성된다. 마그마 생성 과정에서 물이 많이 공급되는 환경적 특성을 갖는다. 철과 마그네슘의 함량 변화가 산소 분압에 의해 독특하게 조절되며 분화가 진행될수록 알루미나 함량이 비교적 높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칼슘이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나트륨 및 칼륨 같은 알칼리 금속의 비율이 낮은 마그마에서 생성된다. 사장석이 주로 정출된다. 섭입대에서 칼슘 비중이 높은 현무암이 생성되는 핵심 이유는 해양판에서 빠져나온 다량의 물이 맨틀의 용융점을 낮춰 탈수 용융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칼슘이 풍부한 광물(사장석 등)이 집중적으로 녹아 나오기 때문이다. 사장석에 칼슘이 많은 이유는 마그마가 분화할 때 칼슘이 나트륨보다 먼저 결정화되기 때문이다.

 

1972년 경남 하동에서 공룡알 화석이 발견돼 한국에서 공룡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경북 의성에서 몇몇 단편적인 공룡 뼈가 발견돼 한반도에도 공룡이 살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1980년에는 그때까지 무심히 지나쳤던 이상한 퇴적 구조의 대부분이 공룡이 남긴 발자국 화석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현재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로 알려지고 있다. 경상도와 전라남도 일대에 분포하는 경상 누층군에서 많은 공룡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 발자국 화석은 경상 누층군이 지층으로 드러난 곳을 잘 찾아보면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지역에서 산출되고 있다.

 

흔히 발자국 화석은 나무나 풀로 덮이지 않은 해안가나 하천 바닥, 도로 개설을 위해 인위적으로 산을 깎은 곳에서 자주 발견된다. 경상 누층군은 지금의 경상도와 전라남도 일대에 주로 분포하는 전기와 중기 백악기 지층들로 바다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 강과 호수의 퇴적물이 쌓여 이루어진 육성층이다. 때문에 육상 동물인 공룡이 화석으로 보존되기 위한 좋은 지질학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심해어는 몸속에 공기주머니가 없고 대신 물이 많이 들어 있다. 즉 부레가 없다. 이는 엄청난 수압을 견뎌내기 위해서이다. 그런 이유로 심해어들은 몸 밖의 수압과 몸 안의 수압이 평형을 이루어 터지지 않고 잘 살 수 있다.

 

바다 속에서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고 염분 농도가 높은 물은 더 아래로 흘러들어 폭포를 만든다. 수심 4000m~6,000m의 바다 아래에는 육지의 대산맥과 같이 규모가 웅대한 지형을 볼 수 있다. 이것을 해저의 거대한 산 즉 해령이라고 한다. 지구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해령의 생성은 판구조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판구조론이란 지구의 가장 바깥쪽을 구성하는 지각과 맨틀의 상부가 몇 개의 판으로 나뉘고 그것들이 서로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해령은 맨틀에서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나와 판이 생성되는 곳이다.

 

해령은 너비가 넓은 것도 있고 좁은 것도 있다. 이는 맨틀로부터 분출한 마그마의 양이 많고 적음에 따른 것이다. 해령에서 생성된 판은 양쪽으로 떨어져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해령의 축에 갈라지는 틈이 생기고 이 틈새로 맨틀에서 녹은 암석인 마그마가 다시 솟아올라 분출한다. 여기서 마그마는 식어서 굳고 새로운 판으로서 낡은 판에 붙어 양쪽으로 이동해 나간다. 이것은 바로 해양저 확대 현상이라고 한다. 결국 해령에서 판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해양저 확대 현상을 통하여 오래된 판은 점차 해령에서 멀리 밀려나가며 새로운 판이 다시 생성되는 것이다. 해령으로부터 멀리 이동한 오래된 판은 나중에 해구에서 침강한다.

 

산호는 폴립이라는 작은 벌레가 만든다. 폴립은 바닷속에서 수억 마리가 모여 사는 데 몸이 아주 연약하다. 그래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탄산칼슘이라는 물질로 돌처럼 단단한 껍질을 만든다. 폴립이 죽고 단단한 껍질만 남는 것이 바로 산호다. 산호를 자르면 구멍이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폴립이 있던 곳이다. 고래는 아가미가 없어 물속에서는 숨을 쉴 수 없지만 산소를 오랫동안 몸속에 지니고 있을 수는 있다. 그래서 조금씩 쓰던 산소가 부족해지면 물 위로 올라와 한꺼번에 숨을 몰아쉰다.

 

지질시대를 주제로 한 책이지만 읽는 이의 입장에서 지구에 육지보다 먼저 생겼으며 육지보다 훨씬 오묘하고 신비한 바다를 중심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지질시대에 대해 알려면 판구조론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와 무관할 수 없는 한탄강 유역의 현무암이 칼크 알칼리 현무암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어 다행이다. 이는 내륙의 베개용암과 해양 지각과 그 아래의 상부 맨틀이 융기하여 지표면에 노출된 암석 덩어리인 오피올라이트의 한 부분인 베개용암을 비교하는 것과도 연관이 된다. 결국 나는 바다 특히 심해와 그 곳의 생명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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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이 들려주는 화학 결합 이야기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41
최미화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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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나오는 폴링은 라이너스 칼 폴링(1901-1994)을 말한다. 1954년 노벨 화학상과 196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미국의 화학자이다. 현대화학의 시조이자 반핵 운동가이다. 양자역학을 화학에 접목하여 현대 구조화학의 기초를 마련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화학자 중 한 명이다. 혼성 오비탈, 전기음성도, 공명 이론, 폴링 규칙, 단백질 구조 연구 등의 업적을 세웠다.

 

핵반응 이외의 방법으로 원자가 쪼개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는 전자나 양성자가 아니라 원자다. 핵반응 이외의 방법으로 원자가 쪼개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만큼 입자들 사이의 결합 에너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원자의 세계는 나노의 세계다. 1나노미터는 1m10억 조각으로 나눈 길이를 말한다. 수소 원자의 지름은 0.1나노미터이다. 수소 원자 1024승 개의 질량은 1그램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작고 가벼운 원자들이 만나 결합하면 분자 나라가 만들어진다.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령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를 불꽃 방전하면 물이 만들어진다.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결합하여 물 분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를 불꽃 방전하는 것은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의 혼합물에 전기 스파크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물 분자는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로 이루어졌지만 수소나 산소와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갖는다.

 

물질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일을 화학반응이라고 한다. 화학반응은 화학 결합이 깨지거나 새로 만들어지면서 일어난다. 수소와 산소의 성질은 어디 가고 물의 성질이 만들어졌을까? 그 답은 바로 화학 결합에 있다. 원자 세계에서 분자 나라로 가려면 화학 결합이라는 문을 통과해야 한다. 화학 결합이란 원자들이 헤쳐 모여서 전혀 새로운 성질을 가지는 분자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분자 나라는 원자들이 결합해서 펼치는 새로운 세상이다. 원자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를 함에 따라 분자가 만들어진다. 원자들이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를 화학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들의 밀고 당김을 통해 새로운 짝짓기를 할 때마다 새로운 분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몇 종류 되지 않는 원자로부터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렇게 많은 종류의 분자가 만들어지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원소는 모두 110종이지만 그중 지구상에 흔하게 존재하는 원소는 40여 종 정도이고 그중에서도 사람의 몸은 겨우 10여 종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분자의 종류는 무려 3,700만 가지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원자들이 밀고 당기면서 만들어내는 분자 나라의 신비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원자들이라도 몇 개가 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물질이 만들어진다. 겨우 수십 가지에 지나지 않는 원자들이 수없이 많은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이다.

 

원자들이 겉으로는 모두 비슷하게 생겼지만 화학적 성질이 서로 다른 이유는 원자의 종류에 따라 원자가전자(原子價電子; valence electron)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원자들의 결합에서 원자가전자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두 원자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 원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원자가전자를 함께 나누어 쓰면서 서로 단단하게 달라붙는 경우가 있다.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결합하여 물 분자를 만드는 것도 바로 이 원자가전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화학에서는 두 원자가 원자가전자를 서로 나누어 쓰면서 친해지는 것을 공유 결합이라 하고 원자들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입자를 분자라고 부른다. 가장 간단한 수소는 약 150억 년 전에 빅뱅으로 인해 생겨났다. 그 후 다른 원소들도 차차 만들어졌다.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수십 가지 원소들은 빅뱅 이후 태양계가 만들어지는 시기에 걸쳐 만들어졌다. 화학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분자를 만들어내는 마술사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원자들을 결합시켜 분자를 만드는 일은 정말 신기한 마술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강한 독성을 가진 수산화나트륨과 염산이 만나면서 독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저 짠맛이 나는 소금이 만들어지는 것은 화학의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일이다. 소금이 물에 잘 녹는 이유는 전기를 띤 입자 즉 이온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나누어지는 과정을 이온화라고 부른다.

 

소금처럼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이루어진 물질을 이온 결정이라고 한다. 이온 결정은 양이온과 음이온 사이에 전기적인 인력이 강하게 작용한다. 물 분자도 전기를 띠고 있는 극성 분자이기 때문에 이온 결정 중에는 물에 녹는 것이 많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이온 결정도 있다. 그런 것을 앙금이라 부른다. 앙금을 한자로 전분(澱粉)이라 한다. 이온 결정인 탄산칼슘은 물에 거의 녹지 않는 앙금이다.

 

센물<경수; 硬水>을 끓여 보일러 용수로 사용하면 탄산칼슘이 물에 거의 녹지 않기 때문에 보일러 관에는 딱딱한 탄산칼슘 덩어리가 쌓이게 된다. 이것을 관석(罐石.; 두레박 관)이라 하는데 관석이 많아지면 보일러 관이 터지기도 한다. 경수는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물이다. 주로 석회암 지대를 통과하는 지하수에서 많이 나타나며 세탁시 거품이 잘 나지 않고 비누 찌꺼기를 만드는 특징이 있다.

 

탄산칼슘이 물에 잘 녹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온성 결합력(정전기적 인력)이 물과 결합하려는 힘(수화열; 水和熱)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물 분자는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가 서로 전자쌍을 나누어 가지는 결합으로 만들어진 분자다. 이때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 간에는 전자쌍을 잡아당기는 힘겨루기가 벌어진다. 산소 원자는 수소 원자보다 분자 내에서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더 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힘이 더 센 산소 원자 쪽으로 전자쌍이 조금 더 많이 끌려오게 된다.

 

그 결과 산소 원자 쪽에는 음의 전기가 생기고 수소 원자 쪽에는 양의 전기가 생긴다. 이것이 바로 물 분자가 부분 전기를 띠는 이유다. 물 분자의 각도가 104.5도로 굽어 있는 것은 비공유 전자쌍의 반발력 때문이다. 물 분자에서 산소는 두 개의 수소와 전자를 공유하고 남은 4개의 전자(2)를 가지고 있다. 이를 '비공유 전자쌍'이라고 한다. 공유 전자쌍보다 비공유 전자쌍이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하며 반발력이 훨씬 세다.

 

이 비공유 전자쌍들이 두 수소 원자를 아래쪽으로 강하게 밀어내기 때문에 일자형이 아닌 약 104.5도의 굽은 형태를 띠게 된다. 액체 상태인 물은 산소 원자 주위에 4개의 전자쌍이 정사면체 구조(109.5)를 이루려 한다. 산소가 가지는 2개의 비공유 전자쌍이 2개의 수소 원자(결합 전자쌍)를 강하게 밀어내기 때문에 결합각이 찌그러져 104.5의 굽은 형태를 띤다.

 

물이 얼음이 되면 물 분자들은 단단하고 규칙적인 정사면체 그물망 구조(육각형 결정 구조)를 형성한다. 이때 산소 원자를 중심으로 다른 물 분자의 수소들이 결합하면서 가장 안정적이고 빈 공간이 넓은 정사면체 형태를 만들기 위해 결합각이 다시 원래의 이상적인 사면체 각도인 109.5도에 가깝게 펴진다. 이 과정에서 분자들 사이에 육각형의 빈 공간이 많이 생기게 되며, 이로 인해 얼음의 부피가 액체일 때보다 약 9% 팽창하게 된다.

 

물에 잘 녹지 않는 분자들은 모두 분자 내에 부분 전기를 띠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분자 모양은 대칭 구조다. 4염화탄소를 제외한 나머지 분자들은 모두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진 분자다. 벤젠, 플라스틱, 메테인, 프로판, 파라핀은 모두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져 있다.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진 분자를 탄화수소화합물이라고 한다. 탄화수소화합물에는 물에 녹지 않는 무극성분자가 많이 있다.

 

물에 녹지 않는 물질들은 전류를 통하지 않는다. 물에 녹지 않으므로 이온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탄화수소 분자가 물에 녹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분자는 질소 원자를 포함한 탄화수소 분자다. 단백질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는 물에 녹는 수용성 단백질도 있고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단백질도 있다. 원자 세계에서는 상대 원자에게 베풀면 원자 자신도 더 좋아하는 일이 일어난다. 원자들이 결합하여 분자 나라를 만들어가는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각각의 원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원자가전자를 상대 원자와 서로 나누어 가지면서 분자를 만든다. 이때 만들어진 분자는 각각의 원자들이 따로따로 있을 때보다 안정하다. 다시 말하면 각 원자들은 원자 상태로 있을 때보다 분자 내에서 더 안정한 전자 배치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원자들이 결합할 때 사용하는 결합 손의 수는 원자 종류에 따라 다르다. 수소 원자는 한 개의 손을 사용하고, 산소 원자는 두 개, 질소 원자는 세 개, 탄소 원자는 네 개의 손을 쓴다.

 

원자들이 결합할 때 사용하는 손의 정체가 바로 원자가전자다. 원자가전자는 원자핵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전자들을 가리킨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들이 퍼져 있다. 그때 원자핵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전자는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을까? 수소 원자 속에서 돌아다니는 전자의 속도는 초속 2,000km가 넘는다. 수소 원자에는 전자가 한 개이며 그것이 바로 원자가전자다.

 

헬륨 원자에는 원자가전자가 2개 있다. 전자가 3개인 리튬 원자에는 원자가전자가 1개 있다. 2개의 전자는 원자핵에 가깝게 있고 나머지 1개의 전자는 상대적으로 먼 곳에 있다. 그래서 리튬 원자에서는 원자가전자가 1개다. 원자가전자는 핵으로부터 멀리 있기 때문에 다른 전자에 비해 원자핵의 영향을 덜 받는다. 원자핵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원자가전자는 다른 전자보다 움직임이 자유롭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자핵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나가 버리기도 하고 다른 원자가전자와 결합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원자 내부 깊숙한 곳에 있는 전자들은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원자핵에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그 원자로부터 멀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자들이 결합할 때 전자를 내놓는 것은 자신의 전자를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자를 더 많이 갖게 되는 것이다. 원자의 가장 바깥쪽에 있던 전자 즉 원자가전자가 다른 원자 쪽으로 쏠리면서 다른 원자로부터 나온 전자 역시 이쪽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기 때문이다.

 

전자 1개를 내놓고 전자 2개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각각의 원자를 보면 전자 식구가 늘어난 셈이다. 나눌수록 많아지는 자연의 오묘한 이치다. 전자를 함께 나누어 가지는 것이 바로 공유 결합이다. 원자마다 전자를 내놓으려는 성질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어떤 원자는 전자 내놓기를 아주 좋아하고 어떤 원자는 전자 내놓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거꾸로 말하면 어떤 원자는 다른 원자에 있는 전자를 적극적으로 끌어오려고 하고 어떤 원자는 전자 끌어오는 것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이런 차이 때문에 공유 결합에서 전자를 함께 나누는 정도에 차이가 생긴다. 분자가 극성을 띠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치다. 자연을 구성하는 원자의 세계에도 약육강식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큰 원자가 작은 원자를 잡아먹는다는 말은 아니다. 원자 세계의 약육강식이란 무엇을 비유하는 것일까? 원자는 항상 중성이다. 중성인 원자가 전자를 잃거나 얻으면 이온이 된다.

 

LNG라 부르는 연료의 주성분이 메테인이다. 상온에서 기체 상태의 분자인 메테인은 어떤 모양으로 하고 있을까? 메테인은 4개의 수소 원자와 1개의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다. 수소 원자와 탄소 원자 간의 공유 결합으로 만들어진 분자이다. 탄소와 수소 원자 간의 공유 전자쌍이 무려 4개다. 수소 분자 모형의 공유 전자쌍은 각 수소 원자의 핵으로부터 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그러나 염화수소 분자처럼 서로 다른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는 그렇지 않다.

 

수소 분자는 2개의 수소 원자 간에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의 크기가 같다. 그래서 공유 전자쌍은 두 수소 원자의 핵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다. 염화수소분자는 수소 원자의 원자가전자 1개와 염소 원자의 원자가전자 1개가 서로 짝을 짓는 것이다. 이때 공유 전자쌍은 염소 원자에 더 가까운 곳에 있는데 그 까닭은 염소 원자가 수소 원자보다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세기 때문이다. 이 힘을 전기음성도라 한다.

 

공유 전자쌍으로 결합된 분자에는 극성을 띠는 것도 있고 띠지 않는 것도 있다. 수소 분자처럼 같은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는 공유 전자쌍이 두 수소 원자의 가운데 지점에 위치하며 일직선 모양을 이루기 때문에 극성을 띠지 않는다. 그러나 염화수소 분자나 물 분자처럼 다른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는 공유 전자쌍이 두 원자의 가운데 지점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음성도가 더 큰 원자 쪽으로 끌려간다.

 

그 결과 공유 전자쌍이 더 많이 끌려간 원자 쪽에 음의 전하가 더 많이 분포하고 반대쪽 원자에는 상대적으로 음의 전하가 부족해진다. 그러니까 양전하가 더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원자 세계의 약육강식이란 바로 공유 전자쌍을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원자 간의 힘겨루기라 할 수 있다. 전기음성도가 큰 원자가 공유 전자쌍으로 더 많이 끌어당기며 힘이 적은 원자는 공유 전자쌍을 뺏기게 되니까 말이다.

 

극성이 없는 분자는 무극성 분자라 한다. 무극성 분자에는 수소 분자나 염소 분자처럼 같은 종류의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가 있는가 하면 메테인이나 벤젠처럼 원자의 종류는 다르지만 분자의 구조가 대칭을 이루기 때문에 극성을 띠지 않는 분자도 있다. 왜 그럴까? 분자구조가 대칭을 이루면 원자간의 공유 전자쌍이 균등하게 나누어지지 않더라도 분자 전체를 보면 극성이 상쇄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분자는 극성을 띠지 않게 되는 것이다.

 

분자 내에 극성이 있으면 극성 분자라고 부른다. 극성 분자로는 물이나 염화수소 분자가 있다. 물 분자는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의 전기음성도가 다를 뿐만 아니라 산소 원자에 있는 비공유 전자쌍으로 인해 극성을 띤다. 물 분자의 모양은 대칭을 이루지 않는다. 정리하면 분자 모양이 대칭을 이루면 무극성 분자가 만들어지고 분자의 모양이 대칭을 이루지 않으면 극성을 띤다.

 

극성 분자인 물은 전기를 띤 물체에 끌리고 무극성 분자인 벤젠은 전기를 띤 물체에 끌리지 않는다. 소금은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이 결합해 만들어진 염화나트륨이다. 인체에 강한 독성을 나타내는 나트륨과 염소가 합쳐져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게 바로 화학의 신비다. 소금 즉 염화나트륨은 나트륨과 염소로 이루어졌다. 하얀 소금 알갱이는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이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나트륨 원자는 전자를 하나 잃고 양이온이 되면 더욱 안정해지고 염소 원자는 반대로 전자를 하나 얻어 음이온이 되면 안정해지는 특성이 있다.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은 규칙적으로 쌓이는데 1개의 나트륨 이온을 6개의 염화 이온이 둘러싸고 있다. 1개의 염화 이온은 다시 6개의 나트륨 이온에 둘러싸이게 되고 이온들이 교대로 쌓이게 되니까 이온들은 서로 들러붙게 된다.

 

소금은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이 교대로 단단하게 뭉쳐진 덩어리이기 때문에 매우 높은 온도에서도 분해되기 어렵다. 우리가 식탁에서 맛보는 소금 중에는 구운 소금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소금은 섭씨 800°C 이상으로 가열한 것인데 이런 온도에서 소금은 액체 상태가 되기는 하지만 나무처럼 타버리지는 않는다. 그 까닭은 바로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서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적으로 결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뜨겁게 녹인 소금을 다시 식히면 본래의 소금으로 돌아가 버릴뿐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 소금의 정체가 바로 구운 소금이다. 원자 세계에서 모든 원자들이 전자를 내놓으려고만 한다면 자연세계는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원자들이 전자를 받으려고만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연은 참으로 신비하다. 원소 중에는 전자 내놓기를 좋아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전자 얻기를 좋아하는 것도 있다.

 

주는 쪽이 있으면 받는 쪽이 있는 것이 또 하나의 자연 법칙이다. 나트륨처럼 전자 내놓기를 좋아하는 원소들을 금속 원소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금속에는 알루미늄, , 아연 등의 원소가 있다. 마그네슘이나 칼슘도 금속 원소다. 이들은 모두 전자를 내놓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와 반대로 염소 원자처럼 전자 받기를 좋아하는 원소를 비금속 원소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비금속 원소에는 산소, 질소 원소가 있다. 그 외에 플루오르, 황 등의 원소도 비금속 원소다.

 

금속 원소와 비금속 원소가 양이온 음이온으로 이루어지는 결합을 이온 결합이라고 한다. 나트륨 원자, 염소 원자가 서로 전자를 주고받으면서 이온이 되고 이온 간에 전기적인 인력이 작용하여 서로 들러붙으면 결정이 만들어진다. 금속 원소와 비금속 원소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물질을 이온 결정이라 한다. 이온 결정을 화학식으로 나타낼 때는 이온의 전하를 생략하고 이온의 종류와 수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약속을 정했다.

 

모든 이온 결정에서 이온들이 쌓이는 방법은 같을까? 아니다. 결정의 종류에 따라 이온이 쌓이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염화나트륨 결정과 염화 세슘 결정, 아연 결정에서 이온이 쌓여 있는 모형을 보면 결정마다 이온들이 쌓인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염화나트륨 같은 이온 결정은 이온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온 결합은 금속 원소에서 나온 전자가 비금속 원자로 가면서 일어나는 결합이다.

 

전자를 내놓고 안정해지는 금속 원자와 전자를 얻어 안정해지는 비금속 원자는 이런 방법으로 결합한다. 물 분자는 전자쌍을 공유하는 결합으로 이루어진 분자다. 물 분자에 있는 산소 원자의 원자 껍질 전자와 수소 원자핵 원자 껍질이 서로 쌍을 이루면서 결합이 일어난다. 공유 결합이란 전자쌍을 함께 나누어 가지는 결합이다. 전자쌍이 나뉠 때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큰 원자 쪽으로 전자가 더 많이 끌려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원자 세계의 약육강식이다. 그 결과 공유 결합에서도 극성을 띠는 분자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구리에 비하면 철은 제련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녹는점이 청동이나 구리보다 훨씬 높은 섭씨 1,539도나 되기 때문이다. 기원전 1,400년쯤 사람들은 연철을 목탄 불속에 넣어 계속 가열하면서 망치로 두들기면 연철보다 훨씬 단단한 금속을 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강철이다. 강철은 철 표면에 목탄 가루가 흡수되어 철 표면에 새로운 조직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철기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이것은 지금으로부터 3500년 전의 일이다.

 

철기시대에는 철제 농기구를 사용하게 되어 농작물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농업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분야에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알루미늄은 1780년에 이르러서야 사용하게 된 금속이다. 금속 중에서 매장량이 가장 많은 알루미늄은 구리나 철보다 녹는점이 훨씬 낮다. 매장량도 많고 녹는점도 낮은데 왜 이렇게 최근에야 사용하게 되었을까? 알루미늄이 가장 최근에 사용된 까닭은 바로 알루미늄 금속의 반응성 때문이다. 반응성이 크다는 것은 다른 원소와 화합을 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알루미늄은 자연 상태에서는 언제나 화합물의 형태로 발견된다. 보크사이트는 알루미늄을 함유한 화합물의 원광석이다. 보크사이트를 가열하여 녹인 후 전기분해를 해야만 알루미늄 금속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까 금속을 녹여 전기분해하는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알루미늄은 전혀 사용되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날의 인류는 여러 가지 합금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원하는 성질을 가진 금속을 만들기 위해서 합금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합금으로는 녹슬지 않는 강철인 스테인레스 스틸. 가볍게 견고해서 비행기 몸체를 만드는 데 쓰는 두랄루민 등이 있다. 자유전자는 금속 원자에서 떨어져 나온 원자가전자를 가리킨다. 금속 원자가 모여 금속 결정을 이룰 때 원자핵에서 가장 먼 전자 껍질에 있는 전자가 떨어져나가게 되는데 이것이 자유전자다.

 

자유전자는 금속 결정 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나트륨 금속을 예로 들면 나트륨 원자 당 한 개의 원자가전자가 떨어져 나오고 나트륨 양이온이 만들어진다. 양이온은 일정한 격자를 가지고 배열하는데 금속의 종류에 따라 배열된 모습이 다르다. 금속 양이온과 전자 사이에는 전기적 인력이 미치게 되는데 이 인력으로 금속 결정이 응집되는 것이다. 금속은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하게 빛나지 않는다. 금속은 빛을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에 불투명하게 빛난다. 이를 금속광택이라고 한다.

 

알루미늄과 은은 광택이 많이 나는 금속이다. 이 금속들의 표면은 빛을 잘 반사하므로 거울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 금속은 백색으로 빛나기 때문에 장식용 도금으로 많이 쓰인다. 금속의 광택은 금속의 전기가 잘 통하는 성질과 관계가 있다. 빛은 전자기파인데 주파수가 매우 큰 전자기파는 금속의 표면까지 만들어갈 수 있다. 즉 빛은 금속의 표피 두께보다 더 속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반사된다. 이 빛이 바로 금속의 광택이다.

 

금속은 면심입방격자, 밀집입방격자, 체심입방격자라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공을 쌓아 올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면심입방격자이고 또 하나는 밀집입방격자다. 촘촘하게 늘어놓는 방법은 한 가지뿐인데 이 위에 공을 촘촘하고 빽빽하게 쌓는 방법도 한 가지뿐이다. 3층에 공을 쌓는 방법은 1층과 똑같은 위치에 쌓을 수도 있고 2층의 빈 곳에 쌓고 4층을 1층과 똑같이 쌓는 방법이 있다.

 

앞의 방법을 육방쌓기라고 하며 밀집육방격자라고 부른다. 뒤의 방법을 입방쌓기라고 하며 면심입방격자라고 부른다. 체심입방격자는 입방체에 여덟 개의 모서리에 공이 있고 입방체의 중심에 공이 1개인 형태를 가리킨다. 금속은 아주 높은 온도나 낮은 온도에서 결정 구조가 바뀌는 일이 생긴다. 자유전자에 떠 있는 금속이온들이 원래의 배열을 지키지 못하고 위치를 바꾸기 때문이다. 이것을 금속의 변태라고 부른다.

 

이제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원자는 양전하를 가진 원자핵 주변에 음전하를 가진 전자가 구름처럼 퍼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원자의 크기는 대략 10나노미터 정도이고 원자핵의 크기는 원자의 1만분의 1 정도이며 전자 크기는 원자핵의 10만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원자 크기를 야구장에 비유하면 원자핵은 야구공 정도의 크기이고 전자는 개미 정도의 크기에 해당한다.

 

전자처럼 작은 입자의 경우에는 입자가 어떤 길을 따라 돌아다니는지 알 수 없다. 너무 작은 입자가 너무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전자가 어떤 모양으로 퍼져 있는가는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전자는 너무 작고 너무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고 어디에 존재할 확률이 높은가 즉 어떤 모양으로 퍼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전자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퍼져 있다. 전자가 퍼져 있는 모양 즉 전자가 분포하는 모양을 오비탈이라고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오비탈이라는 전자가 발견되는 공간 영역의 확률 함수를 풀어낸 것이다. 그래서 오비탈은 전자가 주로 존재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오비탈은 전자가 구름처럼 퍼져 있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 속의 전자들은 모두 같은 모양으로 퍼져 있을까? 아니다. 전자의 에너지 상태에 따라 퍼져 있는 모양은 달라진다. 길쭉한 모양의 모이통에 모이를 줬을 때 닭들이 모여든 모양과 원 모양의 모이통에 모이를 줬을 때 닭들이 모여드는 모양은 서로 다르다. 모이통 모양에 따라 닭들이 모여드는 모양이 달라지는 것처럼 전자들도 에너지 상태에 따라 퍼져 있는 모양 즉 오비탈이 달라진다.

 

오비탈에는 여러 가지 모양이 있다. 전자의 에너지 상태에 따라 오비탈의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자핵에 가깝게 있는 전자는 에너지가 낮고 원자핵에서 멀리 있는 전자는 에너지가 높다. 에너지 상태가 서로 다른 전자들은 서로 다른 모양의 오비탈에 속해 있다. 오비탈은 전자가 사는 방에 비유할 수 있다. 전자가 사는 방 즉 오비탈은 재미있는 여러 가지 모양과 이름을 가지고 있다.

 

즉 여러 가지 모양의 오비탈이 있다는 말이다. 공처럼 생긴 오비탈도 있고 아령처럼 생긴 오비탈도 있다. 클로버 잎처럼 생긴 오비탈, 심지어 도넛에 아령을 끼워놓은 것처럼 보이는 오비탈이 있다. 모양에 따라 오비탈의 이름도 모두 다르다. s오비탈은 공 모양으로 어느 방향에서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s오비탈은 한 가지 종류 밖에 없다. s오비탈에는 전자쌍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이 한 개 있다.

 

p오비탈은 아령 모양과 비슷하다. p오비탈에는 서로 수직으로 만나는 세 개의 오비탈 즉 Px, Py, Pz 오비탈이 있다. 그래서 p오비탈에는 전자쌍이 들어가는 방이 3개다. d오비탈은 다섯 개의 오비탈이 있다. d오비탈은 전자쌍이 들어가는 방을 5개 가지고 있다. 오비탈의 모양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모양이 다르다는 것은 에너지 상태가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에너지 상태가 서로 다른 전자들이 서로 다른 모양의 오비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s, p, d 오비탈은 에너지 상태가 서로 다르다. 그러나 같은 오비탈에서는 에너지 상태가 같다. p오비탈에 있는 3개의 오비탈은 서로 에너지가 같다. b오비탈에 있는 5개의 오비탈의 에너지도 서로 같다. 공유 결합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전자 구름들의 겹침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원자에 다른 원자가 가까이 다가오게 되면 두 원자 내부의 전자 분포 즉 오비탈들이 서로 겹치면서 화학 결합을 형성하게 된다. 바로 원자가전자들이 들어 있는 오비탈들이 겹치는 것이다.

 

전자가 하나 밖에 없는 수소를 제외하면 모든 원소에서 1s의 전자는 결합에 참여하지 않고 바깥쪽에 분포하는 2s2p에 들어 있는 원자가전자들만이 화학 결합에 참여하게 된다. 원자핵에서 비교적 멀리 있기 때문에 원자핵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특히 2p오비탈들이 결합을 만들 때에는 서로 수직인 x, y, z 방향의 아령 모양이 되며 이것을 각각 2px오비탈, 2py오비탈, 2pz 오비탈이라고 부른다.

 

오비탈을 전자가 사는 방으로 비유해보자. 전자는 규칙을 가지고 여러 가지 모양의 오비탈을 채워간다. 첫 번째 규칙은 각각의 오비탈에는 1개 혹은 2개의 전자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최대로 2개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1개의 방에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들어갈 수 없듯 1개의 오비탈에는 여러 전자가 동시에 들어가지 못하고 오로지 1개 혹은 2개의 전자만이 동일한 오비탈에 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면 1개의 전자를 가진 수소 원자에서 전자는 원자핵에 가까이 있는 1s오비탈을 차지하게 된다. 두 개의 전자를 가진 헬륨의 경우 전자 두 개는 모두 1s오비탈을 차지한다. 두 번째 규칙은 물이 낮은 곳에서부터 채워져 올라가듯 전자 역시 에너지가 낮은 오비탈부터 순서대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오비탈의 상대적 에너지를 보면 1s오비탈의 에너지가 가장 낮다. 그 다음으로는 2s오비탈, 2p오비탈, 3s오비탈, 3p오비탈, 4s오비탈, 3d오비탈 순서로 에너지가 높아지고 있다.

 

s오비탈은 한 개의 오비탈뿐이지만 p오비탈에는 3개의 오비탈이 있고 b오비탈에는 5개의 오비탈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전자가 3개인 리튬 원자의 경우 1s오비탈에 2개의 전자가 들어가고 그 바깥쪽에 있는 2s오비탈에 1개의 전자가 들어간다. 하나의 오비탈에 들어갈 수 있는 전자의 수는 2개까지라는 것은 잊으면 안 된다. 세 번째 규칙은 같은 크기의 에너지를 가진 오비탈에 전자가 채워질 때는 전자 1개씩을 각각의 오비탈에 고르게 배치하는 것이다. 1개의 오비탈에 2개의 전자가 채워지고 나서 다른 오비탈에 전자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에너지의 오비탈에 균등하게 1개씩의 전자가 배치된 후 그래도 전자가 남아 있으면 각각의 오비탈의 전자가 1개씩 더 들어간다는 말이다.

 

여섯 개의 전자를 가진 탄소의 경우에는 1s 오비탈에 두 개의 전자가 분포하고 그 바깥에 위치한 2s오비탈에 두 개의 전자가 들어간다. 남은 전자는 2개인데 이 나머지 2개의 전자는 2p오비탈에 각각 하나씩 들어간다. 2p오비탈은 모두 3개가 있는데 그중에서 2개의 오비탈에 전자가 각각 하나씩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규칙들은 모두 전자가 바닥 상태에 있을 때의 규칙이다. 바닥 상태란 각각의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상태 중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는 것을 가리킨다.

 

바닥 상태의 전자가 에너지를 흡수하면 들뜬 상태로 올라가게 된다. 들뜬 상태의 전자는 영원히 그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보다 낮은 에너지 상태로 내려오게 된다. 이때 에너지 차()에 해당하는 빛을 내게 된다. 이 빛의 파장이 가시광선 영역일 경우 우리 눈에 색이 보이게 된다. 이것을 원소의 불꽃 반응 색이라고 한다. 원자보다 들뜬 상태로부터 그보다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질 때 방출하는 에너지의 크기가 다르므로 불꽃 반응색은 원소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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