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파는 가게 담쟁이 문고
이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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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붙들고 있는 화두인 기억을 팔 수 있다는 생각이 참신하다는 생각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파는 가게>는 이하 시인의 첫 번째 청소년 소설이라고 합니다. 사고를 남편을 잃고 홀로 된 어머니,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태권소녀 채아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가는 모습을 그려낸 성장소설입니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라고 시작합니다. 채아리 주변에 있는 친구들 모두 나름대로의 고민을 한 가득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가는 그런 고민들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기억을 지워주거나 심지어는 팔기도 하는 가게를 대안으로 내놓았습니다. 기억을 지우거나 사고파는 기술이 아직까지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기술을 가진 외계인을 등장시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 후문 가까이 새로 생긴 메멘토이라는 가게 주인은 알고 보니 외계인이었습니다. 종족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서로의 기억을 변생시키는 엄청난 기억전쟁이 벌어졌고, 그 결과 세계가 초토화되었다는 것인데, 기억을 재생시키는 실험을 하기 위하여 지구에 찾아들었다는 것입니다.


집안 형편은 어렵지만 태권도를 훈련하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채아리입니다만, 어려서부터 함께 태권도를 배워온 정민에게 먼저 사랑을 고백하는 친구가 생기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설상가상 어머니는 평소 의지하던 민호 아저씨와 합치겠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자라는 아이에게는 우주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기억을 조작하는 우주인이 등장하는 우주적인 해결방안을 가져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괴롭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은 손쉬운 해결방안이 될 수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괴로운 문제는 몸으로 부딪혀가면서 해결방안을 직접 찾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보라고양이가 아리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억은 항체이자, 신체라는 사실을 전하면서 네가 가진 기억들은 아무리 아픈 것들이라도 비슷한 체험이 반복될 때 하나의 면역기능을 한다(131)’고 설명합니다.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기억을 지워버리면 같은 상황을 맞게 되었을 때는 면역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고통을 겪게 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상처를 안겨주는 셈입니다.


아빠는 아리에게 세상에서 최고로 비싼 금은 황금도, 소금도 아닌 바로 지금이라고말합니다. 지금의 기억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행복한 지금보다는 오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고, 지나간 과거의 고통에 힘들어한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지금을 즐기는 긍정적인 마음이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억을 지우는 일이나 그로 인하여 생기는 문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는데, 기억을 파는 문제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남의 기억을 사가는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기억을 지우거나 파는 것일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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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
한만청 지음 / 센추리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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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암이나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을 앓게 되면 투병(鬪病)을 한다고들 합니다. 병과 싸운다는 뜻이고 싸워서 이기겠다는 의지를 북돋우려는 생각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치명적인 말기암으로 진단받더라고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되라고 하시는 의사분이 계셨습니다. 간암을 진단받고 수술을 받고서 두달 만에 간에 전이가 되어 생존율이 5% 미만이라는 말기 간암임에도 절망하지 않고 치료에 전념하여 완치해낸 한만청 교수님입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의 병원장까지 지내신 분입니다.


교수님은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에서 간암을 완치하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해냈습니다. 서문을 보면 저자는 내 몸에 찾아온 암을 굳이 싸워 이겨야 할 정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내게 있어 병은 다스림의 대상일 뿐 근절의 대상은 아니었던 것이다.(18)’이라고 했습니다. 억지로 싸워가면서 받는 치료와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온 정성을 다하는 치료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저자가 선택한 치료의 방향은 첫째. 치료의 주체가 될 자신을 믿는 것, 둘째. 임상적으로 검증된 증거 중심의의학을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말기암 환자 가운데 흔히 용하다는 민간요법을 받느라 병원에서 권하는 표준치료를 소홀히 하다가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치료의 방향을 정하는 주체가 자신임은 맞지만 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매달려 병과의 싸움에 임하다가 치료에 실패하기 쉽다는 점을 설파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치료에 임하고 근거에 입각한 치료에 집중하게 되면 말기암이라고 해도 완치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하버드 의과대학의 제롬 그루프만 교수가 쓴 <희망의 힘>에서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희망의 힘>에서 소개한 사례들을 보면 싸우듯 치료에 매달린 환자들은 완치에 이르고, 말기암에 절망하여 소극적으로 대응한 환자의 경우는 일찍 세상을 하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한만청교수님 역시 스스로 말기 간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근거가 있는 치료법에 집중하여 완치에 이르렀으니 역시 암과 싸워 이겨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암을 다스림의 대상이고 근절의 대상은 아닌 것으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정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만,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환자의 경우는 그저 암을 이겨보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주변에서 추천하는 근거 없는 치료법에 매달리다 치료에 실패하는 경향이 있다는 차이를 그리 표현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암은 기본적으로 수술로 절제해내고, 화학치료, 방사선치료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보조요법으로 치료하게 됩니다. 환자에 따라서는 치료가 순조롭게 이루어져 임상적으로 잔존암이 발견되지 않는 관해에 이르기도 하지만 치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줄어들었다가 다시 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에 저항하는 암세포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환자들은 이런 시점에서 근거중심의 의학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다양한 치료제나 치료방법이 나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병원에서 제안하는 근거가 확인된 치료에 집중하였고, 그런 치료가 효과를 보일 수 있도록 식사관리는 물론 운동도 열심히 하였던 것이 말기 간암을 완치할 수 있었다는 점을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에 담았습니다. 암환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으로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일상의 원칙을 비롯하여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적었습니다. 암환자라면 한번쯤 고민해보았을 것들이지만 역시 병원에서 추천하는 치료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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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이순(웅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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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가지는 슬픔의 깊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뒤따라 삶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슬픔을 이기고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살아남아 돌아가신 분을 기억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선인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시나 다양한 형식의 산문으로 남겨두었다고 합니다. 전송열교수님은 <옛사람들의 눈물>에 선인들의 만시(挽詩)를 모았고, 문화사학자 신정일님은 <눈물편지>에서 어린 자식, 배우자, 형제자매, 그리고 벗과 스승 등을 잃은 슬픔을 담은 시, 제문 혹은 서한문 등을 모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가늠해보았습니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문학가 롤랑 바르트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극진했던가 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날부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칠 때마다 글을 써 남겼다고 합니다. 일반 공책을 사등분해서 만든 쪽지에 잉크로 혹은 연필로 적어 책상위에 놓은 상자에 담아두었는데 그의 사후에 쪽지들을 엮어 <애도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공책에 적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쪽지에는 적은 날짜도 기록해두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애도일기>에 실린 쪽지의 내용은 적은 날자 순으로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목차에 정리된 것처럼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날(19771026)부터 2년여에 이르는 1979915일까지 쪽지를 써 남겼다고 합니다.


바르트가 남긴 쪽지들은 한줄짜리 짧은 것부터 몇 장을 이어붙인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그런 글들임에도 그 슬픔을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어려웠다고 옮긴이는 토로하였습니다. 그 슬픔은 어머니와 맺어져 있던 사랑이 이제는 끊어진데서 오는 상실감에서 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순수한 슬픔, 외롭다거나 삶을 새로 꾸미겠다거나 하는 따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슬픔. 사랑의 관계가 끊어지고 벌어지고 패인 고랑(1977119)”이라고 하였습니다.


누구나 죽으면,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세워지는 앞날의 계획들(새로운 가구 등등): 미래에 대한 광적인 집착.(1127)”이라고 적어둔 것을 보면 살아남은 자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행태가 불만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녀는 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완전하게 파괴되지 않은 채로 살아 있다. 이 사실을 무엇을 말하는 걸까. 그건 내가 살기로 결심했다는 것. 미친 것처럼, 정신이 다 나가버릴 정도로 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 건, 그 불안으로부터 한 발짝도 비켜날 수 없는 건 바로 그 때문이리라.(1030)”라는 글을 남긴 것을 보면 자신의 미래를 예견한 것 같기도 합니다.


라루스 백과사전의 메멘토항목에서 따온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 18개월이 넘으면 안된다한도까지 적어두었으면서도 어머니에 대한 그의 애도는 그 한도를 초과하여 이어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죽자마자 세상은 나를 마비시킨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거야, 라는 원칙으로(615)”라는 글을 남긴 것을 보면 애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거부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슬픔이 깊으면 그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힘들기 마련입니다. 깊은 슬픔은 때로 자신을 파괴하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모습을 담은 쪽지도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시 읽을 때 참고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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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
바티스트 보리유 지음, 이승재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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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 https://blog.naver.com/neuro412/223228519932를 읽었습니다. 원제목은 <alors voilà: Les 1001 vies des Urgences>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들어보세요. 응급실의 1001가지 삶> 정도가 될까요? 병원의 응급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환자들의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종의 천일야화인 셈입니다.


저자는 28살이던 2013년에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프랑스의 젊은 의사입니다. 2012년 프랑스 남부 오슈(Auch)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실습을 하던 중에 전국 규모로 일어난 의사들의 파업이 일반대중의 싸늘한 반응에 부딪힌 것을 보고 의사와 대중 사이의 시각의 차이를 좁혀보기 위하여 ‘alors voilà’라는 누리방을 개설하였습니다. 보리유 선생은 응급실에서 직접 겪은, 혹은 동료를 비롯한 의료진 환자들이 그에게 들려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재치 있는 글 솜씨로 기록하여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작가의 글 솜씨는 독서의 깊이에서 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스 신화와 북유럽 신화는 물론이고 현대 문학작품에 이르기까지 해박함을 자랑합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나눔의 소중함을 노래하고 싶었다라고 했습니다. 첫날부터 일곱째 날까지 글 앞에는 유명한 노래의 제목을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목차에 나와 있습니다.


천일야화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일주일 동안의 기록입니다. 프랑스 병원의 실습 근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매일 첫 번째 이야기나 마지막 이야기가 기록된 시각이 제각각인 것을 보면 출퇴근 시간이 분명치가 않은 듯합니다.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라는 기상천외하면서도 기다란 제목을 붙인 이유는, 화자가 병원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수집하는 까닭이 불새여인이라고 부르는 말기 환자의 삶을 연장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요양병동의 7호실에 입원하고 있는 불새여인은 붉은 머리를 하고 있는 50대 여성으로 토마라고 하는 의과대학생 아들이 있고,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빅에서 실습을 마치고 뉴욕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불새여인은 모르핀 처방을 거부하고 식사도 거부하기도 하여 의료진의 애를 태우기도 합니다. “환자분을 이 상태로 방치할 수 없습니다.”라면서 협조를 부탁하는 의료진에게 왜 다들 별것 아닌 걸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거야. 내 상태가 뭐가 어때서? 지금 당장 죽는 것도 아니잖아. 난 그저 생의 끝자락에 와 있을 뿐이라고.(66)”라고 대꾸합니다. 그리고 보면 말기상태라고 해서 금세 죽음을 맞는 것은 아니라서 환자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것이 옳겠습니다.


사자머리를 한 인턴이라고 소개된 화자는 친구들과 협력하여 불새여인을 돌보기에 애를 씁니다. 화자가 불새여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환자들 뿐 아니라 동료는 물론 선배 의사들의 이야기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선배들 가운데는 자신이 직접 불새여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의사도 있습니다.


닷새째 되는 날에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죽음에 대한 화자의 돋보이는 생각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타인의 죽음은 우리 존재의 나양한 면을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그래서 우리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들 중에서 의사야말로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일 것이다.(238)” 그러면서도 끝까지 병마와 싸우는 인간의 모습은 정말 인간 승리의 한 장면 같아요.(185)”이라고 적은 것을 보면, 자신의 환자가 병을 털어내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화자가 의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를 읽으면서 저는 무엇 때문에 의과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는지 되돌아보기도 했습니다. 화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수수께끼라고 했습니다만, 저의 경우는 요즈음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과대학생들처럼 부모님의 권유에 따랐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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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흐른다 (워터프루프북) 세트 - 전2권 - 도서 1, 2권 (분권) + PVC 파우치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FIKA(피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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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 어느 책에서 발견하고 읽어보기로 한 <모든 삶은 흐른다>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을 때는 너무 얇아서 정말 책이 맞아 싶었습니다. 손이 큰 사람은 손안에 들어올 것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두 권이나 됩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1권과 2권의 쪽이 이어져 159쪽에 이릅니다. 누리망 서점의 자료를 찾아보니 합본된 책도 따로 나와있습니다. 두 권으로 나누어 만든 이 책은 일반 종이가 아니라 돌로 만들어진 미네랄페이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물에 젖으면 뒤틀리는 종이책과 달리 미네랄페이퍼로 제작된 책은 변형되지 않기 때문에 수영장이나 욕조에서도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작가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책은 한창 사는 것이 우울했을 때 썼다고 합니다. 살면서 위로가 가장 간절했던 시기였는데, 바닷가, 수영, 다이빙, 배 등 바다에 얽힌 기억을 떠올리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때 인간의 조건에 깃든 신비함을 밝힐 때 은유법을 사용하는 철학자들이, 특히 바다를 은유적으로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바다가 모든 악을 씻는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습니다.


모두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처음에 파도(vague)라는 소제목 아래 8꼭지의 글을, 이어서 밀물(maree haute)라는 소제목 아래 7꼭지의 글을 그리고 썰물(maree basse)라는 소제목 아래 9꼭지의 글을 담았습니다. 모두 24꼭지의 글은 바다, 밀물과 썰물, 무인도, 상어, , 등대, 바닷가, 방파제, 빙하, , 깃발 등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사물과 현상을 비롯하여 난파, 해적질, 항해, 헤엄, 선원 등 인간이 바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주제로 잡았습니다.


첫 번째 글 바다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넓고 싶은 바다를 대양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때때로 그곳으로 떠나기를 꿈꾼다. 대양으로 가고자 할 때 우리는 그야말로 커다란 결심을 해야 하고, 새롭게 시작될 뭔가를 찾아 그곳으로 출발한다. 단순히 현재를 살고 있는 땅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익숙한 모든 것을 떠나 더 멀리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출발이다.(20)”


그런가 하면 바다를 인생에 비유했습니다. “인생은 멀리 떠나는 항해와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라는 항해를 제대로 하려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26)”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인생은 멀리 바라보는 항해와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라는 항해를 제대로 하려면 상상력을 마음껏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미 사람들이 지나간 고속도로를 그대로 가지 말고 나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자.(53)”고도 하였습니다.


이런 대목도 마음에 새겨보려 합니다. “바다는 파도가 오지 않도록 막거나 무리하지 않는다. 바꿀 수 없는 건 바꾸려 하지 않고, 다가오는 건 그대로 받아들인다.(101), “삶을 다채로운 색으로 칠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삶을 푸른색으로 칠하자, 삶이라는 그림을 펼쳐놓고 바람이 와서 넘기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붓을 들고 직접 색을 칠하자.(122)” “바다의 운명은 끝없이 돌아가는 운명의 바퀴와 같다. 운명의 바퀴는 우리의 삶에 좋은 일과 나쁜 일, 성공과 실패를 가져다준다. 인생이란 한순간이고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131)”


저자는 삶을 이야기하기 위하여 철학적 설명보다는 바다를 은유함으로써 가능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라는 존재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다면, 바다 앞에 서기를 바란다. 파도의 리듬에 맞출 때, 파도의 움직임과 빛이 보여주는 놀라운 아름다움 속에 있을 때, 산다는 것과 충만함이 무엇인지 대략 보일 것이다(14)”라고 했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 담은 이야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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