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무렵에 알라딘 화면에 뜬 6시20분의 남자,라는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구입해 읽었다가 2023년 연말 두달동안은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와 함께였다.
매번 발다치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리뷰를 검색하고 별로라는 리뷰에, 에이 뭐 그저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다가 6시20분의 남자는 뭔가 확 끌리는 게 있어 읽게 되었다.
트래비스 디바인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운 제목에 기대했던 것만큼 재밌다. 이 작가의 작품들 보통 긴 게 아니다. 다 700페이지가 넘는데, 무슨 요술을 부리는지 계속되는 궁금증에 페이지가 휙휙 넘어간다. 700페이지 이상을 어떻게 쓰는지, 이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지 싶다.
700 페이지 정도의 이야기 분량이라 단순한 전개로 사로 잡을 수 없다. 발다치는 이야기를 전개할 때 두 개의 이야기 기둥을 세워놓고 쌓아가는데, 나름 뭔가 있어 보인다. 정부의 알려지지 않는 비밀 음모나 불량조직이 개입이 된 것 같은 혹은 기업이 부를 축적하는 사악한 방법 같은 거대한 악과 싸우는 이야기 기둥과 자잘한 이야기 기둥을 토대로 전개하는데, 결국 큰 이야기보따리는 풀기만 하고 묶질 못한다. 아마 이 큰 보따리 해결하려면 천 페이지도 넘을 듯.
매번 결말이 어떨 땐 너무 허무해 약간 사기 당한 느낌이지만, 읽는 재미는 있다. 한 개인이 거대 조직과 싸워 일망타진하는 묘미를 주지 않는 김 샌 작품들이지만, 거대 조직들이 어떻게 나쁜 짓을 해 가며 부를 축적하는지 엿 볼 수는 있다.